0살부터 슈퍼스타 1020화
다행히도 태풍이 큰 영향을 끼치기 전에 소멸한 덕분에, 특별히 치워야 할 건 보이지 않았다. 제법 거셌던 바람에 날아온 작은 나뭇잎들과 나뭇가지들만이 길 여기저기에 웅덩이처럼 모여 있었다. 서준은 통행에 방해가 될 것 같은 것들만 가볍게 치우며 죽묘도 마을을 돌아다녔다.
야옭-
“안녕.”
밤사이 주민들의 집에 대피해 있던 고양이들도 태풍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어느새 밖으로 나와 담이나 길가에 앉아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준은 고양이들도 살펴보았다.
없는 고양이가 있는지, 어디 아프거나 다친 곳은 없는지.
다행히도 다들 멀쩡했다.
그렇게 산책 겸 죽묘도 마을을 둘러본 서준은 집으로 돌아왔다.
“서준아, 왔어?”
“네, 형. 아궁이 만들고 계세요?”
“응. 아침 먹어야 하잖아.”
서준 다음으로 일어난 민재원이 태풍으로 치워놓은 벽돌들로 다시 아궁이를 만들고 있었다. 서준도 웃으며 민재원을 도왔다.
“나무가 쓰러진 곳도 없고, 통행에 방해가 될 만한 것들도 없었어요. 고양이들도 다 있었고요.”
“다행이네. 태풍이 빨리 소멸돼서 그런가 보다.”
한 번 만들어 봤던지라 아궁이 두 개는 금세 만들어졌다. 서준과 민재원은 평상을 꺼내오려고 할 때, 백건하와 한지호가 깨어났다.
“! 평상은 제가 옮길게요!”
이러다가 형들이 다 해버리겠다 싶었던 백건하는 씻지도 않은 채 얼른 밖으로 뛰쳐나왔다. 느긋하게 나온 한지호가 백건하를 도와 평상을 마당으로 옮겼다. 하하 웃은 서준과 민재원은 그늘막도 꺼내 다시 지붕과 연결했다.
“이제야 우리 집 같네.”
“그러게요.”
다시 돌아온 풍경에 서준과 백건하, 민재원의 얼굴에 저절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이제 아침 준비할게요.”
“재원이 형. 불은 제가 피워봐도 돼요?”
“그래. 한번 해봐.”
서준과 백건하가 아침 식사 재료를 준비하는 사이, 민재원과 한지호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피웠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이라 불은 잘 안 붙었지만 한지호는 재미있어했다.
잠시 후.
아침 식사가 차려지고 네 배우는 밥을 먹으며 오늘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나무 삼겹살 구이 먹어요!”
“고구마도 구워 먹자.”
백건하와 한지호의 말에 서준과 민재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주문이 확실해서 좋았다.
“밭은 가 봤어, 서준아?”
“아뇨. 마을 쪽만 가 봤어요. 텃밭도 괜찮으니까 밭도 괜찮을 것 같지만,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서준의 말에 민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풍 때문에 통발을 던져도 될까 모르겠네.”
태풍의 영향이 바다까지 전해졌으니, 아무래도 물고기도, 다른 생물들도 바다 저 깊은 곳에 숨어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선장님한테 물어볼게요!”
“그래. 그게 좋겠다.”
그다음으로는 담력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은 어제(8화) 나눴던 대로 서준과 한지호가 한 팀, 민재원과 백건하가 한 팀이었다.
-죽음의 조.
=ㅋㅋㅋㅋ
-한지호는 진짜 이서준이랑 팀 됐네ㅋㅋ
=딱 봐도 안 놀랄 것 같은 팀과 기절만 할 것 같은 팀이다ㅋㅋㅋ
-의외로 민재원 안 놀랄지도.
-백건하는 진짜 기절하는 거 아니냐?
=의외로 잘 도망갈지도 모름ㅋㅋㅋ
오늘 할 일을 하면서도 간간이 팀별로 모여 담력시험에 대해 의논하기로 결정하고, 네 배우는 집을 나섰다.
“선장님!”
선착장에서 배를 살펴보러 나온 선장에게 통발을 던져도 되는지 물었다.
“큰 건 안 잡히겠지만 괜찮을 거다. 태풍이 빨리 사라져서 바다도 잠잠해졌으니까.”
“감사합니다!”
휘이익!
통발은 한지호가 던졌다. 적당히 날아가 풍덩 빠지는 그 모습에 다들 짝짝 박수를 쳐줬다.
“잡히면 내일 아침으로 먹으면 되겠네.”
“문어 잡혔으면 좋겠어요! 숙회도 해먹고, 튀김도 해먹고, 볶음도 먹고!”
“문어 숙회 맛있었지.”
세 배우의 말에 한지호가 눈을 반짝이더니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문어문어문어문어!]
마음속이 그대로 나타난 자막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먹는 거에 진심ㅋㅋ
-문어 숙회 진짜 맛있어 보였음.
-자막 뭐냐고ㅋㅋㅋ
=근데 진짜 저렇게 기도하고 있는 것 같다ㅋㅋ
통발을 던지고 난 후에는 밭으로 향했다.
“이걸…… 다?”
“이걸 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더 열심히 할 생각이야.”
서준의 말에 눈을 끔벅이다 이내 해탈한 듯 웃는 한지호를 보며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 시금치!
=내 시금치가 될 수 있었는데!!
-서준이 열심히 부려먹는구나ㅋㅋㅋ
=근데 본인도 열심히 하는ㅋㅋ
=22 밥도 맛있는 걸로 많이 주잖아.
=33 점심 먹으면 다 잊어버릴 듯ㅋㅋㅋ
바람과 비로 조금 어수선해진 시금치밭과 고구마밭을 정돈한 네 배우는 잡초를 뽑고 고구마를 수확했다.
고구마를 파내는 한지호와 백건하의 손길이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광고에서만 보던 ‘제가 먹는 것처럼 정성 들여 키웠습니다.’
=진짜 본인이 먹을 예정ㅋㅋ
-저 고구마 산 사람들 진짜 계탄듯.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게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본인조차도.
=설마…… 나?
=ㅋㅋㅋㅋ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두 팀으로 나눠 앉아 디저트를 먹었다. 담력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평상에 앉아 속닥거리고 있는 서준과 한지호의 모습이 보였다. 오싹한 음악도 들려왔다. 그늘막이 만든 그림자가 서준과 한지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어두운 분위기를 한층 더 이끌어내고 있었다.
거실.
백건하와 민재원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저도 모르게 평상을 바라보고는 했다.
그러다 서준과 한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웃는 두 사람에 둘 다 얼른 시선을 돌렸다.
-백건하: (동공지진/꼴깍)
=민재원: (식은땀;;;)
-이건 예능 담력시험인가 세계 3대 공포체험인가.
=ㅋㅋㅋㅋ
-벌써부터 분위기 만드는 것 같은데ㅋㅋ
=약하게 한다몈ㅋㅋㅋ
그것만 뺀다면 죽묘도에서의 하루는 평소와 같았다.
금세 시간이 흘러 저녁 시간.
백건하가 바라던 대로 대나무 삼겹살 구이가 준비되었다. 고구마도 은박지에 싸서 아궁이 불 안에 넣어두었다.
거기에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 된장찌개, 파무침, 미리 절여놓은 쌈무 등 고기를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반찬들도 밥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럼 꺼낼게요.”
서준이 집게를 뻗어 재만 남은 아궁이 속에서 대나무통을 하나씩 꺼냈다. 뜨거운 불길에 직접 닿은 대나무통도 많이 타 있었다.
서준은 재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대나무통을 열었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뜨거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 아래에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통삼겹살이 있었다. 촉촉한 게 수육처럼 보이기도 했다.
“냄새 진짜 좋다……!”
“서준이 형! 이거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잘 익은 것 같은데?”
다들 감동받은 얼굴로 쪼그려 앉아 대나무통 안에 든 삼겹살을 구경했다. 주변에서 카메라가 찍기 위해 움직이는 것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제작진: 안 보여……!
-촬영이라는 걸 잊은 배우들ㅋㅋㅋ
그때 민재원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비켜주었다. 카메라맨이 얼른 그 틈으로 들어가 촬영했다.
-나라도 잊어버릴 것 같다. 진짜 맛있어 보임.
=내일은 삼겹살이다.
=대나무는 없지만 삼겹살도 맛있지.
-아는 맛인데 대나무로 구우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222 나도 먹을래ㅠㅠ
“서준아, 여기 그릇.”
“고마워요, 형.”
침을 뚝뚝 흘릴 것처럼 보고 있던 백건하가 아차 했다.
‘주방 보조는 난데!’
할 수 없지. 도마랑 칼을 챙겨와야겠다.
백건하가 얼른 도마랑 칼을 평상 위에 준비했다.
서준은 아궁이에서 꺼낸 삼겹살들을 커다란 그릇에 옮겨 담아 평상 쪽으로 향했다.
평상 위.
백건하가 준비해 둔 도마 위로 통삼겹살이 올라가고 서준이 빠르게 썰어냈다. 납작한 접시 위에 적당한 크기로 잘린 삼겹살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어디선가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먹어도 되려나? 아는 맛이라서 더 괴로움ㅠㅠ
=조금만, 조금만 먹자.
-난 참았다가 내일 먹을래. 다른 반찬들도 다 같이 먹어야 더 맛있을 것 같음.
=22 반찬은 필수니까!
-왠지 마시멜로 테스트 생각나서 웃김ㅋㅋ
=오늘 먹을 건가, 내일 먹을 건가ㅋㅋㅋ
-배달 왔다!
=벌써?
=+)삼겹살 먹을 것 같아서 미리 시켜뒀지!
=윗댓이 제일 똑똑한 것 같은데ㅋㅋ
통삼겹살이 모두 반듯하게 잘려 접시를 가득 채우자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배우들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인서트 촬영이 끝나고.
“잘 먹겠습니다!”
평상 위에 둘러앉은 배우들이 수저를 들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역시 따끈따끈한 고기. 다들 한 점씩 집어 입안에 넣었다.
백건하가 입을 틀어막았다.
“완전…… 맛있어요……! 몇 번 안 씹었는데도 금방 사라졌어요!”
거의 울 것처럼 눈동자가 그렁그렁했다. 민재원도 감탄했다.
“아무것도 안 찍어도 맛있네.”
“굽기 전에 밑간을 했거든요.”
“서준이가 고기를 잘 구워요. 근데 이렇게 굽는 거까지 잘할 줄은 몰랐는데…….”
하고 말하는 한지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감동하고 있던 백건하도 얼른 젓가락을 움직였다. 고기만 먹기도 하고, 쌈으로 먹기도 하고, 파무침과 쌈무와 먹기도 했다.
모두 우물거릴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진짜 맛있어하는 게 보였다. 직접 요리한 서준까지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너무 잘 먹는 거 아니냐…….
=22 다들 깔끔하게 먹는데 잘 먹음ㅋㅋ
=33 섬섬생활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이거 사실 먹방이 아닐까.
=ㅋㅋㅋㅋ
-내일 먹겠다고 했지? 취소함. 배달시킴.
=22 근데 2시간 기다리래ㅠㅠㅠ
=33 다 시켰나봐ㅠㅠ
-양 넉넉해서 좋다.
-제작진도 먹었겠지?
=그랬을 것 같다.
=부럽다ㅠㅠ
카메라에 담기진 않았지만, 넉넉하게 요리한 서준이 제작진에게도 나눠주었다. 물론 전부 배부르게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들 만족했다.
“된장찌개 데워 올게요.”
“오. 된장찌개.”
“도와줄까, 서준아?”
“괜찮아요. 건하야. 밥 좀 퍼 줄래?”
“넵!”
적당한 시기를 본 서준이 된장찌개를 데워 가지고 왔다.
새하얀 쌀밥에 칼칼한 된장찌개에 맛있는 고기까지. 2차전 시작이었다.
-냉면파인데 내일은 된장찌개 먹어야겠다.
=취향마저 파괴하는 먹방ㅋㅋ
-어째서 애들이 이서준 먹방 보는지 알겠다.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않을까ㅋㅋㅋ
“하. 맛있었다.”
“진짜, 진짜 맛있었어요.”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끝낸 배우들이 행복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뒷정리를 하기 전 소화도 시킬 겸 잠깐 쉬기로 했다.
“고구마는 언제 먹을래?”
“아, 고구마가 있었지?”
서준의 말에 한지호가 아차, 했다. 삼겹살 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까먹고 있었다.
-역시 고기.
=22 고구마보다 고기지ㅋㅋㅋ
“담력시험 갔다 와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되겠네.”
한지호의 말에 민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던 네 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불에 탄 장작과 대나무 잔재를 옮겨 불씨가 남아 있지 않게 물까지 붓고, 가마솥과 조리도구, 그릇들도 깨끗하게 씻고, 음식물 쓰레기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근데 분명히 따로 일하고 있었는데 팀별로 모여서 정리하고 있음ㅋㅋ
=22 게다가 계획 이야기하는 중ㅋㅋㅋ
=왜 이렇게 진심이냐고ㅋㅋ
배우들은 어느새 두 명씩 모여 있었는데, 설거지를 하고 있는 민재원과 백건하가 속닥거렸고, 나머지 정리를 하고 있는 서준과 한지호가 소곤거렸다. 상품도 벌칙도 없었지만 다들 서로를 놀래키기 위해 열심히였다.
-서로 눈 마주칠 때마다 웃는 거 웃김.
=백건하랑 민재원도 이제 안 무서워하는 듯.
=이서준이랑 한지호 둘 다 그런가 보다 진짜 열심히 해야 해서 그런 게 아닐까ㅋㅋ
=그럴지도ㅋㅋㅋ
그렇게 뒷정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담력시험 준비가 시작되었다. 집과 창고에서 이것저것 꺼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제작진에게서 구하기도 했다.
서준이 백건하를 보았다.
“건하야, 그걸 다 챙겨가는 거야?”
“네! 쓸지 안 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져가 보려고요!”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한 보따리 가득 싸 들고 있는 백건하를 보며 서준과 한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민재원이 서준과 한지호를 보며 물었다. 이쪽은 반대로 에코백 하나만 들고 있는 상태였다.
“너희는 그게 다야?”
“네. 서준이가 있잖아요.”
한지호가 웃으며 서준의 어깨를 두드리자, 백건하와 민재원, 시청자들이 납득했다.
-양과 질의 대결인가!
=근데 누가 이길지 훤히 보임ㅋㅋ
=그러니까ㅋㅋㅋ
그렇게 준비를 끝낸 네 배우가 대나무숲 앞에 도착하는 것으로 [섬섬생활] 9화가 끝났다.
“으아아아악!!”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쩐지 알 것 같은 비명 소리가 다음 주 예고편을 장식했다.
-백건하다ㅋㅋㅋ
=백퍼 백건하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