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1016화 (1,01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016화

[태풍을 멈춘 건 청룡님?!]

[섬섬생활 출연자들, 청룡님께 해신제를 올리다!]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신 청룡님!(a.k.a.이서준)]

[배우 나 진에 대해 알아보자!(feat.나 진의 첫 팬)]

[여전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어린이 연극 봄!]

-아직도 웃김ㅋㅋ

=생각날 때마다 웃겨서 배 아프다ㅋㅋㅋ

=진짜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냐고ㅋㅋ

=이 정도면 이제 밥만 먹어도 화제가 되……는구나. 먹방ㅋㅋㅋ

-이걸 해신제라고 해도 되나?ㅋㅋ엄청 빈약하던뎈ㅋㅋ

=그래도 연주만큼은 진짜 해신제 못지않았음.

=게다가 청룡님이 인정해 주신 제사상이니까ㅋㅋㅋ

-청룡님께 바로 컨펌받기.

=과자? 과일? OK 나무 여의주? OK

=정화수만 떠 놓고 기도해도 될 것 같다.

=청룡님: 당연히 괜찮지! 정화수도 없어도 돼!

=(입틀막/감격)

=연극에서도 여의주가 없어서 힘을 못 썼을 뿐이지, 대가 없이 소원 들어주려고 했으니까.

-요새 애들도 청룡님 아나?

=모르는 애가 없을걸.

=아기먹방>먹방2>연극 봄 루트는 이제 부모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루트임.

=22 이게 사라진다? 애 키우는 거 몇 배는 힘들어짐.

-문제라면 17년 전 꺼라서 화질이 요즘보다 안 좋다는 거? 수정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애들은 좋아하더라ㅋㅋ

-나 진 첫 팬 이야기 나올 줄 알았음ㅋㅋㅋ

=근데 김수한 감독 이야기 나올 때는 꼭 나 진 이야기 나오더라.

=22 영화 홍보할 때랑 상 받을 때, 인터뷰할 때마다 꼭 ‘나 진 첫 팬’이 붙어나오던데.

=어쩔 수 없음. 기자들이 조회수 때문에 붙이는 거라.

=김수한 감독님은 자랑스러워하셔서 다행이지.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좀 질려했을 것 같다.

=김수한 감독: 내 평생 제일 잘한 일!! (찐 인터뷰)

=근데 데뷔작부터 흥행하고 상 받을 정도로 재능 있는 거 보면 진짜 잘한 일이긴 함. 연극 보기 전까지는 영화감독의 ㅇ도 관심 없다고 했었음.

=ㅇㅇ재능 있는 직업 찾는 것도 진짜 운이지.

-김수한 감독 영화들도 좋더라.

=ㅇㅇ재미있음.

-애들이 좋아하는 거면 리메이크하거나 애니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나?

=22 나 같아도 시리즈로 내서 돈 엄청 벌 것 같은데. 장난감도 시즌별로 모양 다르게 해서 내고.

=일단 봄 저작권 가지고 있는 ATR재단이 돈에 연연하는 곳이 아님.

=+)거기에 애들이 봄(주인공)도 좋아하긴 하는데 더 좋아하는 게 청룡님이라서. 스토리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함.

=+)청룡님 찾으러 가는 게 주된 이야기인데, 1편 만에 청룡님 나오면 이야기가 끝나고, 청룡님이 안 나오면 애들이 ‘왜 청룡님 없어?!’ 하고 울고불고 난리 날 듯.

=+)또 봄이랑 청룡님이 같이 여행 다니는 이야기라고 해도, 곤란한 일 생길 때마다 청룡님이 소원 들어줘서 간단하게 해결해버리면 애들 자립성을 못 키움. 매번 청룡님(어른)께 부탁해서.

=청룡님 힘이 약해졌다고 하면 안 되나?

=+)그러면 부모들의 애들 제어력이 떨어질 듯. 지금 연극 봄 보여주는 이유가 ‘청룡님 효과’로 애들 잘(편하게) 키우려는 건데, 청룡님이 약해졌다고 하면 숙제(or 양치질 등)하라고 해도, ‘청룡님 이제 약해져서 소원 못 들어준대!’라고 하면서 안 할지도.

=……부모로서 아주 무서운 이야기네.

=22 안 돼…….

=반대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여의주 다 모아도 부모가 청룡님 힘 약해졌다는 핑계로 애 소원 안 들어줄 것 같음.

=이러면 불신이 쌓여서 애들한테 안 좋은 기억만 쌓일 텐데ㅠ

=22 지금도 이러는 부모 있을 듯.

=+)하여튼, ‘청룡님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현상 유지가 제일 좋다는 거임.

=그런 것 같네. 괜히 잘못했다가는 지금 있는 좋은 점이 다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부모님/선생님: 안 돼! 절대 안 돼!!

=+)그래도 연극 봄의 구성을 그대로 옮겨서 1편짜리로 만드는 건 괜찮을 듯.

=근데 청룡님 본체가 슈퍼스타라서 할까 싶다.

=음. 이서준이 아닌 청룡님은 상상이 안 가 는 데.

=22 그 포스가 있어서 청룡님인데.

=33 사람들이 청룡님 목소리 흉내 낸 거 보면(너튜브에 있음/17년 치) 아무래도 많이 아쉽지.

=17년 치ㅋㅋㅋㅋ

=성우 지망생이셨다가 성우 된 분 영상도 있더라ㅋㅋㅋ

* * *

토요일이지만, 출근한 스튜디오 ‘꿈’의 대표와 팀장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어제 방송한 [섬섬생활]을 활용한 홍보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밤새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느라 눈 밑이 거뭇해진 대표가 입을 열었다. 누군가 잘 분석해 적어놓은 댓글들을 보고 감탄하고 있던 팀장들이 고개를 들었다.

“청룡님 성우가 제일 문제겠네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화제가 된 것은 좋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특히, 17년 동안 아이들과 부모,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어린이 연극 [봄]이라면 더더욱 그럴 터였다.

“제일 좋은 방법은 이서준 배우를 섭외하는 건데…….”

음.

하고 다들 침음성을 삼켰다.

미국에 도착해 WTV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을 슈퍼스타가 떠올랐다.

냉정하게 말해서 어린이 연극 [봄]의 스토리는 평범했다.

착한 일을 하고 소원을 이룬다.

동화책에서도 나오는 스토리였다.

그런 평범하고 클리셰적인 이야기가 생명을 얻고 17년 동안이나(그리고 앞으로도) 사랑을 받아온 것은 모두 ‘청룡님’을 연기한 이서준 배우 덕분이었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보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정말로 인외의 것 같은 경외로운 목소리와 연기.

그래서 연극 [봄]의 저작권을 가진 ATR재단도, 제작을 맡은 스튜디오 꿈도 모두 서준의 섭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직 성우를 섭외할 때가 아니라서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슬슬 이야기를 꺼낼 때긴 했다.

“하실까요? 아무래도 목소리만 출연하는 애니메이션이잖습니까.”

“음. 서준, 크흠, 이서준 배우가 하고 싶다고 한다면 가능성 있지 않을까요?”

새싹인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 팀장이 헛기침을 하며 호칭을 고치자 모두 작게 웃고 말았다. 물론 팀장 말고도 새싹은 많이 있었다.

“그건 저희도 알죠. 문제는 이서준 배우가 하고 싶어 할까, 하는 거죠. 스토리가 조금 바뀌었어도, 큰 틀은 어린이 연극 봄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17년 전에 했던 연기를 한 번 더 하고 싶을까?

“이서준 배우가 선택하는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기준, 같은 건 없어요?”

“어…… 재미?”

반사적으로 대답한 새싹이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걸 알면 벌써 방송국이나 영화제작사에서 난리가 났죠.”

그건 그랬다.

아마 서준이 선호하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그것들이 들어간 작품들만 주야장천 기획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인 대표가 말했다.

“그럼 일단 이서준 배우가 귀국하면 섭외제안서를 보내도록 하죠. 안 될 확률이 높으니까, 다른 후보들도 정해두고요.”

“아무래도 청룡님 역이라면 부담되니까 거절하실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네요.”

비교가 될 수밖에 없긴 했다.

분명 개봉하기 전부터, 성우가 알려지고 난 그 즉시 기사가 뜨고 커뮤니티가 들썩거릴 터였다.

쏟아질 반응들에 눈앞이 아찔해졌지만, 그건 [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할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연극이랑 다르다고 하면, 그냥 청룡님 친척이라고 하면 되죠.”

그 가볍지만 진심이 섞인 홍보팀장의 농담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뭐, 청룡님 효과가 없으면 어때요. 연극 봄을 다시 보면 되죠. 이서준 배우님 목소리라면 금방 잊을 거예요.”

이게 과연 위로인가 싶지만.

확실히 부담은 줄었다.

“그래요. 지점이 맛이 없으면 본점으로 가겠죠.”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봅시다. 애니메이션 봄도 연극 봄처럼 아이들에게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게요.”

* * *

미국, LA.

어제 새벽 LA에 도착한 서준과 안다호, 최태우는 각자의 방에 짐을 풀고 하루 동안 푹 쉬며 시차 적응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안다호 이사와 최태우 매니저가 킹즈 에이전시에서 회사 일을 처리하는 동안, 집에 홀로 남아 있던 서준은 놀러 온 리첼 힐과 에반 블록을 반갑게 맞이했다.

“/섬섬생활/ 봤어, 준! 재미있더라! 요리도 맛있어 보이고 태풍 사라지는 건 진짜 신기하던데!”

“그건 진짜 신기했지. 허리케인 때도 도움이 되려나?”

“/청룡님/ 구역이 아니라서 힘들지 않을까?”

장난기 서린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두 사람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냉장고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고 두 사람이 사온 디저트를 접시에 옮겨 담아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 같이 대나무 백숙 만들어 먹자!”

“가마솥 대신 그릴을 써도 되려나?”

“아마 될 거예요.”

학기 중이라서 WTV 영화제가 끝나면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하루쯤은 시간을 낼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는 중,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팬텀]의 배우, 루카스 터너였다. 시차 적응은 잘했는지 묻는 루카스 터너에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리첼 힐이 ‘놀러 오라고 해!’ 하고 소곤거렸다. 에반 블록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루카스, 시간 괜찮으면 놀러 오실래요? 리첼이랑 에반도 있어요.”

-그래도 될까요!

휴대폰 건너에서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 * *

“수고하셨어요, 최 매니저님.”

“아닙니다.”

그날 오후.

킹즈 에이전시를 나온 안다호와 최태우가 탄 차가 집 쪽으로 향했다.

“두 분 다 아직 계실까요?”

오늘 놀러 온다던 리첼 힐과 에반 블록을 말하는 거였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아주 절친한 세 배우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도 모를 정도로 신나게 놀고 있을 터였다.

어렸을 때부터 그 모습을 쭉 봐온 안다호 이사가 빙그레 웃었다.

“식사를 더 준비하는 게 좋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곧 도착한 LA 이층집.

가득 차 있는 주차장에 안다호와 최태우가 눈을 크게 떴다. 보디가드들에게 연락해 보니, 손님들이 왔단다.

그에 의아해하면서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떠들썩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음악을 시끄럽게 틀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었다.

안다호와 최태우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WTV 전야제를 목격했다.

이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에반 블록과 리첼 힐, 그리고 5개월 전 만났던 [이레귤러스]의 배우들. 거기에 작년에 만났던 [뉴 이클립스] 배우들까지. 매니저와 영화감독 등 관계자도 몇 명 있었다.

장소와 시기만 달랐다면, 정말 WTV 영화제 뒤풀이 파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다호 형! 태우 형!”

그 중심에 즐거워 보이는 서준이 있었다.

각자 가져온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 먹던 배우들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최태우를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꾸벅였다. 최태우도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조금 놀랐다가 이내 웃고 만 안다호가 신난 표정으로 다가온 서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서준아.”

“아, 그게 처음에는 시간이 되는 사람들 몇 명만 부르려고 했거든요. 근데 다들 시간이 괜찮다고 하셔서요. 같이 오시기도 했어요.”

[버서커] 배우 말릭 스펜서가 귀차니즘의 화신인 [화이트 블러드] 배우 랜스 레먼을 데리고 온 것처럼 말이다.

“어때, 오길 잘했지?”

“소파는 좋네요.”

축 늘어져 소파의 브랜드를 확인하는 랜스 레먼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모이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즐겁긴 하지만,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던 서준이 볼을 긁적이며 말하자 안다호는 웃고 말았다.

뭐, 어떤가. 내 배우가 좋다는데.

“저녁은? 다들 드시고 가신대?”

“아뇨. 저녁 먹기 전에 돌아가신대요.”

갑작스럽게 모인 데다가 내일 WTV 영화제도 열리니 늦게까지 남아 있을 생각은 다들 없었다. 그저 가져온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즐겁게 이야기만 하다 갈 생각이었다.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죠?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다호 형.”

서준은 배우들에게 안다호를 소개했다.

제 첫 매니저이자 지금도 많이 도와주고 있는, 자신이 정말 의지하고 있는 형이라고.

안다호에게 그보다 더 좋은, 그리고 어울리는 소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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