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013화
고정 출연 자리를 노렸던 김경우의 시도가 실패한 후.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김경우와 함께, 세 배우는 죽묘도를 둘러보고는 육지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배우들의 캐리어에는 조금 먹고 남은 W쿠키가 아주 소중히 포장되어 들어있었다.
-쿠키(소중)
-아껴 먹는 마음 이해한다.
=찐 W쿠키는 어떤 맛일까.
=코코아엔터 피셜, 판매되는 거 하고 아주 비슷하대. 서준이가 직접 다 체크한 거라.
=그래도 뭔가 이서준이 만든 거면 좀 더 맛있을 것 같다.
=22 손맛이라는 게 있을 것 같다.
“진짜 잘 쉬었다 가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나는?”
“건하 넌, 고정 출연 자리를 양보해 주면 앞으로 존경할 것 같아.”
“!”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시도를 멈추지 않는 김경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오! 드론!”
투닥대던 백건하와 김경우가 드론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똑같이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한 번 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신인배우와 4년 차 배우가 너무 잘 맞아ㅋㅋ
=이게 작품 하나 같이한 배우들의 케미.
=게다가 앙숙이었잖아ㅋㅋㅋ
=촬영장 분위기 어땠을지 상상이 간다ㅋㅋ
[2주 후.]
세 배우가 심은 시금치가 빠르게 자라나는 장면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었다.
카메라가 이제는 익숙한 육지 선착장 옆 카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카페 안.
먼저 도착한 민재원과 백건하의 모습이 보였는데, 둘 다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민재원이 커피머신 앞으로 가 제법 익숙하게 움직였다.
“오. 재원 씨 커피 내릴 줄 아세요?”
“아뇨. 서준이 따라 한 거예요.”
그에 감탄하며 물어봤던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까지도 웃음을 터뜨렸다.
-민재원도 진짜 웃김ㅋㅋ
-진짜 배우는 배우네. 어디서 배운 줄.
-난 민재원 진짜 할 수 있을 줄 알았다ㅋㅋㅋ
=22 진짜 뜬금없는 걸 잘해서ㅋㅋ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서준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백건하와 민재원은 얼른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곧 카페 앞에 멈춰선 검은색 밴에서 서준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언제 봐도 참 잘생겼음.
=22 매주 보는 얼굴인데, 볼 때마다 감탄함.
=33 난 섬섬생활 보면서도 감탄해ㅋㅋㅋ
“안녕하세요.”
서준은 화면에 살짝 걸쳐서 나오는 제작진들을 보며 인사하고는 카페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그러자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반짝반짝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언제 한번 이대로 카페 예능 해보자.
=22 경쟁률 폭발하겠지만, 당첨자 발표할 때까지는 행복하겠지.
=33 꿈은 꾸라고 있는 거.
“어떤 걸로 드릴까요, 손님!”
“항상 먹던 걸로 주세요. 그게 제일 맛있더라고요.”
-앜ㅋㅋㅋ
-당연히 오렌지주스 아님?ㅋㅋ
-이서준 왠지 세상 모든 오렌지주스를 마셔봤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소믈리에처럼 감별도 하는.
=이서준: 음…… 이건 당도가 조금 약하군요.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잖아ㅋㅋㅋ
-이서준이 제일 좋아하는 오렌지주스는 뭐야? 맛있을 것 같음!
=22 먹어보고 싶다!
여느 때처럼 푸른 바다를 가로질러 도착한 죽묘도.
“죽묘도! 우리 집!”
눈 만난 강아지처럼 백건하가 앞서 뛰어가고, 서준과 민재원이 그 뒤를 쫓았다.
-마지막 촬영이라고 해서 좀 아련할 줄 알았더니.
=서준이랑 민재원은 그랬음. 백건하만 아닐 뿐ㅋㅋ
짐을 푼 세 배우는 익숙하게 집을 청소하고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주 만에 시끌벅적해진 집으로 고양이들이 찾아와 인사하듯 야옹- 하고 울고 가기도 했다.
“이번 촬영이 마지막이니까 우리 남은 돈 다 쓸까요?”
2주만에 오는 집이라 텅 비어 있는 냉장고를 보던 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백건하가 눈을 반짝였다.
“좋아요! 전부 다 써버려요, 우리!”
돈이라고 해봤자 진짜 돈도 아니니, 촬영이 끝나면 쓸 수도 없었다.
열심히 번 돈이다. 다 쓰고 가고 싶었다.
“내일이랑 모레 먹을 건 남겨둬야지, 건하야. 근데 다 쓰고 가는 건 나도 찬성이야.”
“좋아요. 주 피디님 저희 얼마나 남았어요?”
제작진에게 남은 금액을 물어본 세 배우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은 건 아니었으나, 생각보다 꽤 있었다.
“일은 계속 할 거지?”
“네, 해야죠. 내일 게스트가 오면 게스트한테도 시키고요.”
민재원의 물음에 서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이제 자기 지인이 게스트로 나올 차례라서 편-안ㅋㅋㅋ
=부려 먹을 생각 가득ㅋㅋ
-이러다 김종호 배우 오면 어떻게 함? 일 못 시키는 거 아님?
=……시킬 것 같은데?ㅋㅋ
=ㄴㄴ김종호 배우가 먼저 두 팔 걷어붙일 듯.
=22 김종호 이서준 엄청 좋아함ㅋㅋ
그렇게 남길 비용을 계산한 서준은 비싸고 맛있는 재료들로 플렉스했다.
-탕진잼!
=돈 쓸 때가 제일 재미있음.
=마지막이라서 안 아껴도 됨!
제작진의 보물창고에서 나온 재료들을 냉장고로 옮기는 세 배우의 표정이 아주 만족스러워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
그렇게 점심식사는 평소와 달리 조금 더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푸짐하고 맛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진짜 맛있었어, 서준아.”
“최고였어요! 형!”
“고마워.”
맛있게 먹은 배우들은 뒷정리를 한 후, 여느 때처럼 통발을 설치하고 낚시를 하고 밭일을 하러 갔다.
-쉬엄쉬엄 이라는 말을 모르는 듯.
=마지막 날이면 좀 쉬짘ㅋㅋㅋ
=저게 재미있는 게 아닐깤ㅋ
=즐거워 보이긴 함ㅋㅋ
무럭무럭 자란 시금치들과 반쯤 수확이 끝난 고구마밭이 보였다.
아까보다는 조금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세 배우는 밭일을 시작했다.
“근데 시금치는 다 자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 촬영이 끝날 때가 돼서야 시금치의 행방을 묻는 서준에, 백건하와 민재원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제작진을 바라보았다.
그에 주예진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수확한 후에 여러분과 게스트분들 댁에 보내드리고 나머지는 시청자분들께 판매할 계획입니다. 마침 방송이 나가는 10월이 수확할 때거든요.”
“아하.”
“그리고 수익금은 수확을 도와주신 분들께 일부 드리고 나머지는 모두 기부할 예정입니다.”
그에 TV를 보고 있던 새싹들이 눈을 번뜩였다.
-서준이가 직접 키운 시금치를? 판다고?
=TVM이면 모기업에서 파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바로 엄마한테 시금치 필요 없냐고 물어봄.
-뭐 다른 시금치랑 다를 것 같진 않겠지만, 궁금하긴 하네.
“근데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 괜찮나요?”
민재원의 물음과 함께, 카메라에 푸른 시금치밭이 나타났다.
-왜…… 왜 작아 보이지??
=분명히 서준이가 일했을 때는 엄청 커 보였는데, 저기에 내 시금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작아 보임.
-이거 선착순각이다……
=시금치 티켓팅이라니!!
=우리 이름이 새싹이라서 시금치까지도 티켓팅을 하는 거야?!
=앜ㅋㅋㅋ
-오늘부터 쇼핑몰 새로고침만 한다.
=22 내가 꼭 사고 만다.
“네. 이벤트로 열 계획이라서 추첨을 할 거거든요.”
-……운 없는 나는 개같이 좌절.
=그래. 그렇겠지…… 추첨이 제일 쉽긴 하지……ㅠ
-다행이다. 시도는 해볼 수 있어!!
-잠깐만. 그럼 저기 수확한 고구마들은 어디 있다는 거야?
=아마 주민들 나눠주고 제작진 주고 출연자 주고 남은 건 팔지 않았을까?
=방송국에만 돌려도 다 사라짐.
=그래도 남은 게 있다면, 이미 다 팔렸을 듯.
-사라진 고구마를 찾아라.
=ㅋㅋㅋㅋㅋ
밭일을 끝내고 돌아온 세 배우는 시원하게 씻고 나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맛남 식당3]에 나온 요리들이었다.
“건하가 먹어보고 싶다고 했었잖아요.”
“와아!”
점심때 저녁 메뉴까지 계산하고 있었던 터라, 재료도 충분했다.
-이서준 J야?
=ㅇㅇㅇENFJ임.
=그럴 줄 알았다ㅋㅋ
=근데 대본 앞에서는 판단력 다 사라짐ㅋㅋ
=ㄴㄴ판단력은 있음. 그저 ‘이거 함 or 이거 안 함’일 뿐.
=ㅋㅋㅋㅋㅋ
[맛남 식당3]의 주방에서 만들던 음식들을 시골집 마당에서 아궁이와 가마솥, 그리고 손수 만든 화덕으로 요리하는 풍경은 재미있었다.
-진짜 뚝딱뚝딱 만드네.
=22 ㄹㅇ신기함.
-근데 이건 어디서 사 먹어?
=맛남 식당4 가야 할 듯ㅋㅋㅋ
완성된 요리들은 플레이팅까지 해서 [맛남 식당3] 못지않았다.
“맛있게 드세요, 형. 건하도.”
“잘 먹을게, 서준아.”
“네! 잘 먹겠습니다!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그렇듯, 눈도 깜빡하지 않고 인서트 촬영이 끝나길 기다리던 백건하가 씩씩하게 외치고 수저를 들었다. 그 옆에 앉은 민재원도, 직접 요리한 서준도 웃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표정만 봐도 맛있어 보인다.
=근데 백건하는 다 맛있게 먹을 것 같음.
=그건 그래ㅋㅋ
-백건하 많이 먹는데 깔끔하게 먹어서 좋음.
=진정한 먹보는 한 톨도 흘리지 않는다.
=앜ㅋㅋㅋ
만족스러운 저녁식사가 끝나고.
뒷정리까지 끝낸 세 배우는 평상에 앉아 모기향을 피워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내일만 자면 여기서 자는 것도 끝이네요.”
“그러게. 여기 생각보다 되게 아늑하고 좋았는데 말이야.”
“저도요! 형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자는 거 되게 좋았어요! 할머니 집에서 친척 형들이랑 같이 자는 기분이었어요!”
딱히 주제가 있는 건 아니었고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근데 왜 백건하 초조한 것 같지?
=아, 알 것 같다. 숙제해왔는데, 선생님이 검사를 안 하는 거임.
=앜ㅋㅋ또 2주 동안 열심히 공부해 온 듯.
-어쩌면 연기합숙에 익숙해진 걸지도ㅋㅋㅋ
=하긴 김경우 왔을 때도 안 했잖아.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백건하가 이내 자진해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에 서준과 민재원이 눈을 크게 떴다가 웃고 말았다.
그렇게 세 배우는 평상에서 거실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으로 [섬섬생활] 7화가 끝났다.
-이게 섬섬생활이지.
=연기합숙소ㅋㅋㅋ
=그러나 제작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ㅋㅋ
[다음 주 예고편!]
자막과 함께 다음 주 예고편이 흘러나왔다.
-게스트!
-게스트 누구야?
-이서준 게스트면 진짜 할리우드 배우 아님?
=그런 추측 많더라.
=할리우드 배우 아니면 아쉬울 것 같다는 글도 있던데.
제작진도 그런 반응을 잘 알고 있어, 예고편에 게스트의 모습을 공개하기로 했다.
어그로를 끌려면 다음 주 방송 때까지 숨겨도 되지만, [섬섬생활]은 어그로를 끌지 않아도 되는 예능이었다.
다시 예고편.
선착장으로 마중 나온 세 배우가 보이고, 곧 도착할 듯 달려오는 배가 보였다. 두 팔을 번쩍 들고 흔드는 모습이 텐션이 높은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게스트와 눈이 마주친 서준이 하하 웃었다.
“서준아!”
배우 한지호였다.
-한지호!
=서준이 친구!!
=중학생 때부터 친구였지?
=ㅇㅇ대학도 같은 한예대임.
=다음 주도 재미있겠다!!
-이서준 지인이라고 해서 할리우드 배우 나올 줄.
=그럼 대화할 때마다 자막으로 나오지 않나?
=에반 블록 한국어 잘함.
=22 한국인보다 더 잘해서 에반 블록 나올 줄 알았음.
-누가 나오든 나는 다 좋음.
=22 다들 서준이랑 친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