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000화
[섬섬생활 3화]
선착장 옆 카페.
마지막으로 도착한 백건하를 서준과 민재원이 반겨주었다.
“진짜…… 저 너무 행복해요……!”
그 뜬금없는 백건하의 말에 의아해하던 시청자들은 그 시선이 서준에게로 가 있는 것을 보고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인정. 행복할 만하다.
=이서준이랑 친해졌으면 그럴 만하지.
=나도 서준이랑 아는 사이 돼서 진짜 행복하고 싶다ㅋㅋ
-매니저님 표정ㅋㅋㅋ
=오는 길 내내 떠들었나 본데ㅋㅋㅋㅋ
2화 방송 만에 드러난 백건하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세 배우는 죽묘도로 향하는 배에서 게스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가 올지 궁금해하는 모습이 시청자들과 비슷했다.
“우리 집!”
2주 만에 오는 죽묘도 집을 돌아본 세 배우는 짐을 풀고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건하와 민재원은 차양과 평상을 만들고, 서준은 점심을 준비하기로 했다.
-마음이 편안해짐.
=22 착착 맞는 거 너무 좋아.
그 모습에 빨리빨리의 민족은 만족했다.
“뭐부터 만들까요, 재원이 형?”
“차양부터 만들자.”
민재원과 백건하는 제작진이 창고에 준비해 둔 그늘막을 들고 나왔다.
“크기는 괜찮은 것 같네. 안 잘라도 될 것 같아.”
민재원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늘막의 한쪽 면을 주황색 지붕 끝에 단단하게 연결했다.
그러고는 백건하와 함께 그늘막을 넓게 펼친 후, 2개의 길쭉한 나무막대에 양쪽 모서리를 묶었다.
“형들 있잖아요!”
“응.”
민재원을 돕다가 서준의 잔심부름을 하다가, 하며 뛰어다니던 백건하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게스트는 서준이 형이 있는 거 모르잖아요!”
“그렇지?”
“그럼 우리 첫날 그랬던 것처럼 깜짝 놀래키면 어떨까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에 서준과 민재원의 눈도 장난기로 반짝 빛났다.
-놀리는데 재미 들였네ㅋㅋㅋ
=이해함ㅋㅋ본인들도 엄청 놀랐잖아ㅋㅋ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긴 함ㅋㅋㅋ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민재원이 나무 지지대를 세우자, 기다리고 있던 백건하가 얼른 그 아래에 벽돌을 쌓아 넘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반대쪽도 똑같이 했다.
“오!”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뚜껑이 덮인 가마솥 앞에 서 있던 서준이 머리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에 탄성을 내뱉었다.
여름의 한낮.
눈과 피부가 따갑도록 내리쬐던 햇볕이 검은색 그늘막에 가려지자 제법 시원해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늘막에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어 바람도 잘 통했다.
“그늘막 하나로 엄청 시원해졌는데요, 형?”
“그렇지?”
서준의 말에 백건하가 지지대 아래에 쌓아둔 벽돌들이 넘어지지 않게 점검하던 민재원이 빙그레 웃었다. 백건하도 와! 하고 감탄하며 그늘과 땡볕 아래를 오고 갔다.
“이제 평상 만들어요, 형!”
“그러자.”
백건하와 민재원이 창고에서 제작진이 준비해 둔 목재들을 가지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늘막이 있어 제법 시원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상의 크기는 네 사람이 앉아서 밥을 먹을 정도로, 그리고 백건하의 요청으로 뒹굴뒹굴거릴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만들기로 했다.
민재원은 만들기 편하도록 재료들을 제작 순서대로 바닥에 늘어놓았다. 평상의 윗부분이 될 나무들과 튼튼한 다리가 될 나무들, 그리고 평상 위에 깔 장판까지.
그러고서는 백건하의 도움을 받으며 빠르게 평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민재원 보기보다 뚝딱뚝딱 잘 만드네.
=222 뭔가 몸은 전혀 못 쓸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웬만한 사람보다 잘하는 듯.
=33 아궁이 만들 때부터 생각했는데, 진짜 이것저것 많이 해봤나 봄.
그래도 평상을 만드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려, 중간에 서준이 만든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시원하게 땀만 씻고 나온 민재원과 백건하가 밥상 앞에 앉았다.
“설거지 끝나면 저도 도와드릴게요.”
“서준이 형도 평상 만들어봤어요?”
눈을 동그랗게 뜬 백건하게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평상은 아니고, 학교에서 연극할 때 세트장 만드는 걸 조금 도왔었어. 그리고 군대에서도 이것저것 해봤고.”
군대!
연극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백건하와 민재원, 제작진이 눈을 반짝였다.
“아, 군대 이야기는 재미없지?”
“아뇨! 전혀!”
“서준이 네 군대 이야기는 엄청 궁금한데.”
-2222ㅋㅋ내가 군대 이야기를 궁금해할 줄이야ㅋㅋ
=그러니까. 근데 이 병장님 이야기를 어떻게 안 궁금해하냐고요ㅋㅋㅋ
=관심병사 케어 담당 때 이야기 좀 해봐ㅋㅋ
-근데 가족들은 진짜 고마워했을 듯.
=22 우리 엄마 아빠 이서준한테 선물 보내려고 했음. 실패했지만. 왜 선물 못 주냐던데.
=선물 받으면 코코아엔터 터지니까.
=진짜 물리적으로 터짐ㅋㅋㅋ
-내 친구 백호부대 나왔는데, 진짜 이야기 들어보면 재미있음.
=우리도 알려달라고요…….
-제발 이서준 다시 왔으면, 하는 관계자들도 많다더라.
=앜ㅋㅋㅋㅋ
=그럴 만도ㅋㅋㅋ
듣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한 민재원과 백건하에, 서준이 웃으며 군대 때 이야기를 조금 해줬다. 심각했던 건 빼고 가벼운 이야기들로.
군대에 갔다 온 민재원도, 군대에 언젠가 가야 하는 백건하도 신기한 듯 서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청자들도 그랬다.
-군대 썰이지만 많이 다른ㅋㅋ
=도대체 군대에서 뭘 한 거야ㅋㅋㅋ
-저거 접니다. 지금은 잘살고 있습니다. 밤에 이불 차면서……ㅋ
=본인 등판ㅋㅋ
=밤에 이불 찬대ㅋㅋㅋ
다시금 ‘백호부대 이서준 병장’에 대한 썰들이 올라오고 조회수가 늘어갔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다시 평상 만들기에 들어갔다.
남자 셋이 움직이자 빠르게 제법 넓은 평상이 만들어졌다.
“와! 엄청 좋아요!”
깨끗하게 닦아낸 평상 위에 백건하가 털썩 드러누웠다. 그 옆에 민재원이 앉았다. 서준이 웃으며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화채를 들고 왔다.
“화채 먹어요, 형. 건하야.”
“와아! 서준이 형 최고!”
백건하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그늘막 아래에서 차갑고 달달한 화채를 먹는 세 배우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이대로 영화 찍어주라.
=222 n차 뛸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밭일하러 가볼까.”
“네!”
“좋아요.”
자연스럽게 마당 한쪽에 놓인 호미를 챙겨 들고 밀짚모자를 쓰고 목에 수건을 두른 세 배우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시금치마저 심고, 고구마도 좀 캐요.”
“고구마! 우리 밤에 고구마 구워 먹어요! 다른 재료는 뭐 필요한 거 없어요, 서준이 형?”
“아, 가는 길에 통발도 던져놓고 가자.”
-벌써 익숙해졌냐고ㅋㅋ
=일에 너무 진심인 듯ㅋㅋㅋ
-청춘 영화에서 농사TV로 바뀜
=농사TVㅋㅋㅋㅋ
특히 [이레귤러스]를 본 사람들이 재미있어했다.
-미국에선 히어로, 한국에선 농부라니ㅋㅋ
=아, 그랬지?ㅋㅋㅋ
-원래 이렇게 나오면 이미지가 충돌해서 영화에 몰입 못 하는데ㅋㅋ
=22 일부러 악역 다음에 웃긴 예능 나오기도 하잖아. 이미지 개선하려고.
=근데 이서준은 1도 상관없음ㅋㅋㅋ
=ㅇㅇㅇ윌리엄은 윌리엄이고, 이서준은 이서준임.
그렇게 섬사람 1, 2, 3 된 배우들은 밭일도 하고 바다에도 한번 가보고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평상에서 먹었다.
저녁을 먹고 정리까지 한 후, 거실에 모였다.
TV를 볼까 했는데, 서준이 이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들뜬 표정으로 방에서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대본이었다.
-대본ㅋㅋㅋㅋㅋ
=그럴 줄 알았닼ㅋㅋ
=저번에는 실패하더니, 또 들고 왔네ㅋㅋㅋ
-어쩐지 저녁 식사 때부터 들썩들썩하던 서준이ㅋㅋㅋ
=222 귀여워 죽는 줄ㅋㅋ
“시간 날 때 읽으려고 했거든요. 또 출연자분들이 배우라고 해서 이야기를 꼭 나눠보고 싶었어요. 저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했지만요.”
“저도요!”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서준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던 백건하가 서준의 손에 들린 대본을 보고는 벌떡 일어났다.
“같이 출연하는 분들이 배우라고 하셔서, 친해지면 꼭 연기에 대해서 배워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연기천재 이서준과 10년 경력의 민재원이었다.
백건하가 얼른 자신의 캐리어에서 대본을 꺼내왔다. 연기 연습 때 사용하던 대본들이었다.
“음. 나도 있어.”
민재원도 캐리어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이쪽은 대본이 아니라 종이 뭉치였는데, 대본만큼 뭐가 많이 적혀 있었다.
“이게 뭐예요, 형?”
서준의 물음에 민재원이 민망한 듯 뒷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연기하면서 궁금한 걸 적어놓은 거야. 좀 많지? 옛날부터 적어놓은 거라서.”
오…….
서준과 백건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종이뭉치에 적힌 물음들을 읽어나갔다. 10년 동안 쌓아온 무명 배우의 질문과 대답이 거기에 적혀 있었다.
“답이 적혀 있는데요?”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있거든. 서준이 너랑 건하 생각도 궁금해서 가져왔어.”
다른 배우도 아니고 연기천재라고 불리며 인정받고 있는 이서준이었다.
민재원이 보기에도 본받을 만한 연기였다.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민재원의 말에 서준은 빙그레 웃었고, 백건하는 조금 당황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지금 배우고 있는 중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열심히 생각해 볼게요!”
-씩씩하다! 백건하!
-나 같으면 쭈구리가 됐을 텐뎈ㅋㅋㅠㅠㅠ
=이서준(19년 차)/민재원(무명이지만 10년 차)
=와…… 나라고 생각하니까 도망가고 싶은데?
=222ㅋㅋㅋㅋ
-서준이랑 민재원 흐뭇해함ㅋㅋ
=막내잖아ㅋㅋㅋ
그렇게 세 배우가 대본들과 종이 뭉치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백건하의 휴대폰에 들어 있던 연기 연습 영상들을 보고,
-백건하 속마음: 으아아아아!!
=ㅋㅋ백건하 죽을 것 같은데ㅋㅋ
-나 같아도 존경하는 교수님이 내 논문 본다고 하면 울 것 같다.
=근데 그 교수님이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울어도 돼?
-그래도 저런 기회가 흔치 않지.
=222 진짜 도움 많이 될 듯.
민재원의 질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각자 출연했던 작품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본 안에 있는 캐릭터로 잠깐 연기도 직접 해보기도 했다.
물론, 2배속으로 보여주거나 편집된 부분도 있었다.
-왜? 왜 편집해?!
=다 보여줘ㅠㅠ무편집으로 보여줘ㅠㅠㅠ
-지금까지 이서준 선배님이 이야기한 것만 들어도 엄청 도움이 됐는데!
=선배님?
=미리내 예고 학생입니다!
=오!
-근데 진짜 배우들한테는 좋을 듯. 초보(백건하) 있지 무명배우(민재원) 있지.
=222 인강 같은 거일 듯?
=인강ㅋㅋㅋㅋ
-그냥 다 보여주면 안 되는 거임?
[2시간 후.]
-……안 되는 거구나.
=미친ㅋㅋ2시간ㅋㅋㅋ
-진짜 2시간 동안 이야기한 거야?
=서준이라면 가능.
=22 더 할 수도 있을 듯.
-이서준: 아, 2시간밖에 안 지났어?
=밖에ㅋㅋㅋ
카메라가 세 배우를 비췄다.
정확히는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 서준과 민재원, 그리고 영혼이 가출한 듯한 백건하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백건하ㅋㅋㅋㅋ
=백건하 에너지 급 다운ㅋㅋ
-근데 이해함. 조금은 알아듣겠는데 머리가 안 따라가는 거임.
=1+1이 2인 건 알겠는데, 그걸 증명하는 설명을 들으면 ??? 하는 것처럼.
=???: 교수님, 그건 안 배웠는데요ㅠ
=앜ㅋㅋㅋㅋ
-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름.
=22 머리 진짜 터지겠다ㅋㅋㅋㅋ
-건하야. 넌 최선을 다했어.(토닥토닥)
=ㅋㅋㅋㅋ
[쉽게 설명해 주는 이 교수님]
[예시를 들어주는 민 교수님]
[이제 그만 포기해 주길 바라는 백 제자.(but 필기 중)]
[그러나 이 교수님들, 절대 제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교수님ㅋㅋㅋ
-신인배우에게는 너무 이른 수업이었다.
=22 단계별로 합시다ㅋㅋ
-백건하: 제발 포기해 주세요, 교수님들.(열심히 필기 중)
=진짜 필기 중인 거 너무 웃김ㅋㅋ
=넋은 나갔지만, 못 알아듣겠지만 중요한 것 같으니 적는 중.
=백건하 성실하네ㅋㅋ 근데 그렇게 적으니까 더 열심히 강의하는 거잖아ㅋㅋ
=그러니까ㅋㅋ
필기하던 백건하가 입을 열었다.
“서준이 형, 재원이 형.”
“응?”
“우리 이제 자요.”
“……아.”
역지사지라는 게 이런 걸까.
시계를 확인한 서준과 민재원이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래. 이제 자자.”
“건하야. 내일 아침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교수님들에서 형들로 돌아온 두 사람에 백건하가 안도하며 활짝 웃었다.
“저 소시지볶음이요!”
-금방 기운 차렸네ㅋㅋㅋ
=빠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