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996화 (99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96화

어두워진 화면이 밝아지고.

퍼스트 본부 내부에 있는 연구실이 보였다.

개인 연구원들이 쓰는 연구실이 아닌 대규모 실험이나 연구를 할 때 사용하는 넓은 공간으로, 지금은 센트럴파크에서 고스란히 가져온 웜홀 제어 장치와 빌런의 기지들에서 가져온 기계들이 놓여 있었다.

“으아아아!”

패닉 상태면서도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매드해터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온 화이트 블러드나 정신이 멀쩡해진 버서커와는 달리 아직도 전투의 영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차림새였다.

-나이트 진과 팬텀이 사라졌다. 그것도 같은 팀 히어로의 손에. 과연 두 히어로는 무사할 것인가!

“체셔 캐앳!!”

매드해터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체셔 캣이 킬킬 웃었다.

그래도 매드해터를 도와 열려 있는 자료들을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걸 보면 체셔 캣도 나름 걱정되긴 하는 것 같았다. 폴짝폴짝 뛰는 게 영 진지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통신도 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겠죠?”

화이트 블러드의 걱정이 담긴 말에 버서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이라면 괜찮을 거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쉐도우맨과 윌리엄의 부모님, 그리고 보육원의 아이들에게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테일러 국장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 매드해터와 퍼스트 연구원들은 집중한 상태로 더 빨리 손과 눈을 움직였다. 홀로그램으로 된 화면들이 휙휙 허공을 날아다녔다.

“됐어요!”

-이번에도 실패하는 거 아니야?

“아냐! 아까도 반……의 반의반쯤은 성공했었어!”

제발. 제발!

평소에는 신을 믿지 않지만, 프로그램을 만들 때나 실험을 할 때는 세상의 온갖 신을 찾는 매드해터가 간절히 기도했다.

“가동할게요.”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가동 버튼을 눌렀다.

또 누군가 생성된 웜홀에 휩쓸릴까 싶어, 웜홀 제어 장치와 사람들이 있는 곳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우웅-

매드해터와 퍼스트 연구원들이 임시 개량, 수리한 웜홀 제어 장치가 가동했다.

모두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2개의 새까만 웜홀이 생겨났다.

그리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첫 번째 시도 때와는 달리, 두 개의 인영이 툭 튀어나왔다.

나이트 진과 어째선지 흠뻑 젖어 있는 팬텀이었다.

“와악!!”

매드해터가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다른 연구원들도 기뻐했다.

화이트 블러드와 버서커, 테일러 국장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얼른 웜홀 제어 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어리둥절해하던 나이트 진과 팬텀이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팀원들과 테일러 국장을 보고 여기가 어딘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여긴 퍼스트 본부.

웜홀을 통해 돌아온 것이었다.

“진짜!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나이트 진, 팬텀.”

거의 울듯, 감격한 얼굴로 말하는 매드해터가 그 잠깐 사이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고생했어, 매드해터. 통신기가 없어서 어떻게 연락하나 싶었는데.”

“나이트 진의 통신기는 센트럴파크에서 회수했답니다.”

그래서 더 걱정하고 있었다.

“내 건 고장 났는지 연결이 안 되더라.”

“고장이요? 그게 그렇게 쉽게 고장 나지는 않을 텐데…… 뭐, 스켈루스 내부에서 변형이 일어났을 수도 있겠네요.”

팬텀의 말에 매드해터가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구 내 어떤 상황이든 견딜 수 있게 만들었지만, 스켈루스의 몸속이라는 상상도 못 한 장소에서는 고장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왜 그렇게 젖었나요, 팬텀?”

-맞아. 거의 바다에 빠졌던 것 같은데? 설마 바다 위에 웜홀이 생겼었어?

화이트 블러드와 체셔 캣이 물었다.

제법 멀쩡한 나이트 진과 달리 팬텀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홀딱 젖어 있었다.

“근처에 바다가 있긴 했지.”

퍼스트 요원이 건네주는 수건으로 비와 바닷물을 닦으며 팬텀이 아, 하고 말했다.

“쉐도우맨 상태는 어때?”

……쉐도우맨?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그 이름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나이트 진은 물론이고 세 히어로와 테일러 국장이 눈을 끔벅였다.

그 반응에 팬텀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아직 구조신호를 못 받은 거야? 역시 고장 났었나.”

먹통이었던 통신기를 떠올린 팬텀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렇다면 쉐도우맨은 아직도 그 차가운 땅 위에 쓰러져 있다는 뜻이었다.

“빨리 브루클린…… 아니지.”

바닷속에서 생긴 웜홀을 통해 이동했던 땅 위는 낡은 창고와 공장들이 있는 브루클린 항구가 아니라, 어디 천막이 있던 길 위였다. 밤이라 문을 닫은 상가들이 있고, 미국 서부 쪽에 많은 햄버거 체인점이 있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곳이라 팬텀은 어떤 곳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일단 지금 비가 오는 곳을 찾아봐. 상태가 안 좋던데. 아마 미국 서부 쪽일 거야. 그리고…….”

팬텀은 조금 전 훑어보았던 거리의 기억을 떠올려 설명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테일러 국장과 퍼스트 요원들, 매드해터가 얼른 움직였다.

“많이…… 쉐도우맨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나요?”

음.

네가 더 안 좋은 것 같은데.

방금 전 매드해터를 보며 부드럽게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이 창백해진 나이트 진의 얼굴이 보였다.

그 모습에 팬텀은 무리해서라도 쉐도우맨을 구해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함께 싸우면서 제법, 뭐…… 인정하기도 했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털며 팬텀이 말했다. 안심시키려는 듯 태평하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 바닷속에 있는 걸 구출해서 체온이 낮긴 했지만, 숨도 제대로 쉬었고.”

“바닷속…….”

괜찮다는데, 왜 나이트 진의 안색이 더 나빠지는 건지 모르겠다.

바닷속.

나이트 진, 윌리엄 리는 바닷물이 쏟아지던 배 안에 쉐도우맨이 홀로 남겨졌던 그 날을 떠올렸다. 다행히도 무사히 돌아왔지만.

‘또…….’

트라우마 스위치가 눌린 듯 숨이 가빠져 왔다.

‘……가야 돼.’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모를 일이었다.

제 손을 잡던 낮은 체온의 손이 떠올랐다. 약해지는 숨에도 자신의 안전만을 먼저 생각하던 눈빛이 떠올랐다. 제 생명과 바꾸어 자신을 탈출시키려던 의지가 떠올랐다.

‘지금 내가 가서 쉐도우맨을 구해야……!’

나이트 진의 눈이 무서울 정도로 시리게 번뜩일 때.

테일러 국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쉐도우맨은 지금 맨해튼에 있다고 합니다. 상태도 멀쩡하고요.”

나이트 진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팬텀이 눈썹을 까딱였다.

“뭐?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연락도 닿았고, 이렇게 CCTV에도…….”

모니터에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쉐도우맨, 맥 브라운이 통신기로 전해 들은 듯 CCTV를 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까지 어우러져 아주 평화로워 보였다.

“그리고 오늘 브루클린에 간 적도 없습니다. 스켈루스와의 전투가 악화하면 투입하기 위해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거든요.”

이레귤러스의 선에서 전투가 끝난 지금, 쉐도우맨은 퇴근한 상태였다.

하아-

나이트 진이 굳었던 얼굴을 풀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눈물이 날 뻔했다.

“아니, 분명히 내가 구했다니까.”

팬텀이 짝다리를 짚으며 말했다.

“비 오던 밤에 브루클린 항구에서, 침몰한 배 안에서 다 죽어가던 쉐도우맨을.”

팬텀의 말에 나이트 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떨리는 눈동자에, 어느새 숨도 멈춘 상태였다.

주륵주륵 내리던 비.

빛 한 점 없이 깜깜했던 밤.

빌런의 공격에 부서져 침몰하던 배.

그리고 숨이 멎어가던 쉐도우맨.

“구조신호 장치도 고장 났을까 봐 통신기도 두 개 다 부쉈는데.”

팬텀이 착각한 게 아닌가 하던 테일러 국장도 이어지는 말들에 놀란 표정으로 팬텀을 바라보았다.

테일러 국장은 기억했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두 번의 구조신호에 퍼스트는 빠르게 움직였다.

목적지는 브루클린에서 비행기로 3시간쯤 걸리는 서부 몬태나주.

근처 퍼스트 지부에서 빠르게 날아간 비젯의 조명이 어느 거리의 천막 아래에 기절한 채 누워 있던(묘하게 가지런한) 쉐도우맨을 비추었다. 그렇게 쉐도우맨은 빠르게 퍼스트 본부로 옮겨져 치료를 하고, 회복하고, 나이트 진을 만났다.

쉐도우맨이 브루클린 항구에서 실종된 지(퍼스트는 생명 반응을 찾지 못해 사망 판단을 내렸다.) 무려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팬텀.”

작년에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뭐? 작년?”

제 말이 거짓말로 취급될까 봐(할렘가 아이들의 말은 항상 그렇게 취급되어 발작 버튼이 되기도 했다.) 신경을 곤두세우려던 팬텀이 멈칫하고는 되물었다.

“네. 저희가 두 번의 구조신호를 받고 쉐도우맨을 구조한 건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서부 몬태나주에서 말이죠.”

팬텀과 화이트 블러드, 버서크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끔벅였고, 테일러 국장은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

나이트 진은 조용히 팬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

매드해터가 소리쳤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허공에 뜬 홀로그램을 이리저리 만지며 무언가 분석하는 것 같은 매드해터를 바라보았다.

“뭐가 이상했지?”

버서커의 물음에 매드해터가 신나게 떠들었다.

“우리가 갔던 빌런 기지의 웜홀 제어 장치랑 좀 다른 점이 있었거든요. 전 그게 스켈루스의 공격으로 파괴된 상태라 그런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다른 종류의 제어 장치였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실수했던 거였고요!”

“다른 점이요?”

화이트 블러드의 물음에 매드해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가 갔던 빌런 기지의 웜홀 제어 장치는 장소만 간섭하는 웜홀이었지만, 이 제어 장치는, 아마, 시간에도 간섭을 하는 것 같아요.”

매드해터가 일부분이 부서진 웜홀 제어 장치를 가리켰다.

“시간과 장소를 이동시켜 주는, 일종의 타임머신인 거죠!”

타임머신.

모두 웜홀 제어 장치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내가 쉐도우맨을 구했던 건…….”

“진짜로 있었던 일인 거죠. 현재의 팬텀이 과거로 가서 구해준 거니까요. 그리고 통신기가 먹통이었던 것도 설명이 돼요. 그건 ‘현재’의 주파수에 맞춰져 있으니까요.”

“생명 반응 감지 프로그램은?”

“그건 통신기 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거니까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상관없어요.”

“구조 신호는? 그건 본부로 신호를 보내야 하는 거잖아?”

매년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퍼스트 아니었던가.

팬텀은 구조신호도 그럴 것이라 추측했다.

그것에 관해서는 매드해터 대신 테일러 국장이 답했다.

“퍼스트의 구조신호는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똑같습니다. 실종된 요원 중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20년 후에 구조신호를 보낼 수도 있으니까요.”

버서커처럼 말이다.

“허. 시간여행이라니.”

믿기지는 않지만 직접 겪은 일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팬텀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나이트 진에게 생색 좀 내고…… 사과도 좀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그러려고 쉐도우맨을 구한 건 아니지만),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쉰 팬텀이 흘깃 나이트 진 쪽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눈에 띄게 몸을 흠칫했다.

나이트 진이 감격한 얼굴로 팬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반듯하고 잘생긴 외모였는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긴 눈빛으로, 표정으로 바라보니 그 효과가 대단했다.

“팬텀 당신이 쉐도우맨을 구해줬던 거군요.”

볼꼴 못 볼 꼴 다 봐왔지만, 이런 식의, 모를 수가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감사는 처음인 할렘가 출신 히어로는 당황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스켈루스와의 전투에서 제법 합이 맞기는 했지만 그전까지 안 좋았던 사이라서 더욱 그랬다. 이렇게 솔직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은 정말 몰랐다.

“아니, 잠깐……!”

“쉐도우맨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그날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숫제 눈물까지 흘릴 것 같은 나이트 진과 친근한 척 달라붙는 그림자 제이에 팬텀이 고장 났다.

“팬텀이 없었다면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정말…….”

“괜찮, 괜찮다니까!”

아니, 왜 이렇게 솔직한 거냐고오!?

그 모습에 화이트 블러드와 버서커, 매드해터와 테일러 국장이 작게 웃고 말았다.

* * *

이레귤러스는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햇살공격에 당한 팬텀은, 퇴마된 유령처럼 의자에 널브러졌다. 죽은 것 같다.

“물 드릴까요, 팬텀?”

“그만…… 하라고…….”

나이트 진이 시무룩해졌지만 이내 활짝 웃었다.

은인!

그 단어만 머리에 박혀 있는 듯한 모습에 팬텀은 죽을 맛이었다.

“근데 재킷이 없네요, 나이트 진.”

그런 팬텀을 구해준 건 화이트 블러드였다. 에이. 즐겁게 구경하던 매드해터가 아쉬워했다.

“아마 저쪽에 놓고 온 것 같아요. 아, 그럼 나도 과거에 갔던 거야, 매드해터?”

“잠시만요.”

매드해터가 홀로그램을 건드렸다. 시간 이동에 대해서 알게 되니 한결 분석하기 편해진 상태였다.

“네. 쉐도우맨은 작년, 나이트 진은 18, 19년 정도 전으로 갔네요.”

“19년…….”

생각보다 과거로 갔던 나이트 진에, 모두 놀랐다.

“그럼 조사 좀 해줄 수 있을까?”

“어떤 거요?”

“그때 교통사고 났던 사람들을 구했었거든. 그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네, 할 수 있어요. 경찰 쪽 기록을 뚫으면 되거든요.”

테일러 국장이 한숨을 내쉬자, 매드해터가 에헤헤 웃더니 체셔 캣과 함께 손을 움직였다.

“근데 거기까지 가서 사람들을 구했어요?”

매드해터의 물음에 나이트 진이 웃으며 말했다.

“상황이 급했어. 절벽에서 떨어져서 중간에 걸려 있던 차였는데,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거든.”

“도로 이름은 생각 안 나고요?”

“음. 그건 못 봤는데…… 구조자는 성인 여자 한 명하고 남자아이 한 명이었어. 가족이었고.”

“오케이. 또 다른 건요?”

“밤이었고, 식당 전화로 구급차를 불렀어.”

퇴마 당해서 죽어 있던 유령이 그 대화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교통사고. 절벽. 성인 여자. 남자아이. 밤. 식당. 구급차.

익숙한 단어들이었다.

“내 재킷도 거기에 있었을 거야.”

……재킷.

팬텀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몇 시간 전 나이트 진이 입고 있었던 재킷과 어머니의 사진 옆에 옷걸이로 잘 걸어둔 낡은 재킷이 떠올랐다.

색은 바래서 달랐지만 모양은…… 똑같은 것 같았다.

‘잠깐만…….’

팬텀의 몸이 굳었다.

“증거품 같은 거에 있으려나…….”

하고 매드해터가 경찰국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다.

“오! 있어요. 실종된 지 일주일 후에 다른 지역의 식당에서 발견됐다고 하네요.”

‘설마…….’

“일주일 후면…… 맞는 것 같은데요?”

“매드해터가 한 번 실패했었지.”

“시행착오죠! 시행착오!”

‘시간이랑 관련된 걸 몰랐는데, 한 번의 시행착오 정도는 괜찮은 거예요!’ 하고 말하는 매드해터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괜찮아요, 팬텀?”

나이트 진의 걱정하는 말은 들렸다.

‘괜찮니. 꼬마야?’

기억 속, 희미하게 남아 있는 목소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아니겠지.’

초조함에 다리가 덜덜덜 떨렸다.

촤르륵- 그동안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스쳐 지나갔다.

“구조자 둘 다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갔대요. 여자분의 이름은 마리나 테이트, 남자아이의 이름은…….”

매드해터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팬텀을 바라보았다. 뭔데, 뭔데? 하면서 봤던 체셔 캣의 입도 떡 벌어졌다.

팬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로건 테이트……?”

그 자리에 있던 모두, 코드네임으로 팬텀이라는 이름으로 쓰고 본명으로는 로건 테이트라는 이름을 쓰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릴 적 자신과 엄마를 구해준 히어로 형을 본받아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살아온 로건 테이트는 투박한 두 손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시X…….’

자백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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