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993화 (99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93화

“고대의 악신? 악마 같은 거야, 체셔 캣?”

매드해터의 물음에, ‘악마라니……무슨……’ 하고 중얼거리던 팬텀은 하늘을 날고 있는 뱀파이어와 그림자를 다루는 기사, 그리고 유령인 자신을 깨닫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체셔 캣이 대답했다.

-맞아. 근데 우리가 상상하는 악마보다는 더 강력한 존재인 것 같아.

“그건 보기만 해도 알 것 같군.”

탁! 콰아앙!

이레귤러스는 통신기로 대화를 나누면서 날아오는 나무뿌리들을 피하며 후려치고 베어냈다.

“고대에 엄청난 힘을 가진 여러 존재들이 있었고 지금도 어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읽은 적이 있습니다. 퍼스트 내부 자료에도 꽤 있었는데,”

아마도 이쪽 분야에서 가장 지식이 많을 화이트 블러드가 말했다.

“정말로 이렇게, 소환되는 거였군요.”

“그런데 어째서 월터 고든을 죽였을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안개가 공격을 막았는데.”

대피하는 퍼스트 요원들을 살핀 후 다시 전투에 임하기 시작한 나이트 진의 물음에 체셔 캣이 말했다.

-이건 추측인데…… 화이트 블러드의 해석이 조금 틀린 것 같아.

모두의 눈이 살짝 커졌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화이트 블러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문자를 비슷한 문자를 이용해서 해석한 것이니 틀린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아니, 의미는 비슷해!

어른스러운 그 대답에 당황한 체셔 캣이 얼른 말했다.

-화이트 블러드는 ‘새로운 신이 될지니.’라고 해석했잖아. 근데 그게 아니고, ‘잠들었던 신이 깨어날지니.’였던 것 같아.

고문서를 해석하면서 정보를 쌓던 중, 체셔 캣은 역으로 그 문장을 해석할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수를 대입해보고 나온 해석이었지만, 이것도 틀린 것일지도 몰랐다.

깊고 오랜 죽음을 먹고,

잠들었던 신이 깨어날지니.

-그러니까 저 스쿨루스가 ‘깨어난 신’이라는 거지.

나이트 진은 ‘죽음을 먹고’ 아까보다도 조금 더 커진 스쿨루스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월터 고든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거겠네.”

“그러게요. 자신이 신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면 저 스켈루스란 걸 깨우지 않았을 테니까요.”

레이저를 쏘아대며 말하는 매드해터에 염력으로 뿌리들을 짓눌러대던 팬텀이 입을 열었다.

“그럼 아까 공격을 막아준 건 뭐야?”

“아마 마법의 시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중간에 마법이 중지되면 스켈루스가 깨어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마법으로 날아오는 뿌리들을 불태워 버리며 말하는 화이트 블러드에 버서커가 굵어진 뿌리들을 잡아 뜯으며 말했다.

“쓸모가 없어져서 없애버린 거군.”

어마어마했던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던 것과 달리, 순식간에 죽어버린 빌런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래서. 저 악신인가 뭔가를 해치우는 방법은?”

-그건!

이레귤러스가 귀를 기울였다.

-이제부터 조사해 봐야 돼!

쓸데없이 씩씩한 체셔 캣의 목소리에, 한껏 집중하던 팬텀이 짜증을 내려다 땅속에서 올라오는 뿌리를 피해 투명화를 썼다.

투명화 상태에서는 전파가 닿지 않아 통신기 등 기계를 사용할 수 없었다.

“처리 방법이 있는 건 확실한가, 체셔 캣?”

버서커의 물음에 체셔 캣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일단 고문서 안에 있는 스켈루스에 대한 정보는 지금 해석하고 있어. 그리고 퍼스트 내에 있는 비슷한 존재들에 대한 자료들도 최대한 분석하고 있고. 그 방법들을 하나하나 써보면…… 얻어걸리지 않을까?

이레귤러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렇다면 그전까지,”

♪-♬--!

나이트 진의 목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감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최대한 막아야겠네요.”

나이트 진이 그림자 검을 들었다.

“크기도 더 커지지 않게 해야겠군.”

버서커가 붙잡고 있던 정신줄을 살짝 놓았다.

“아니면 그냥 처리해 버려도 되겠지.”

팬텀이 염력으로 땅의 일부분을 들어 올렸다.

“제가 알고 있는 방법부터 써보죠.”

화이트 블러드가 허공에 마법진을 여러 개 펼쳤다.

“의외로 과학적인 방법이 먹힐지도 몰라요!”

매드해터가 레이저포를 겨눴다.

♬---!!

크게 터지는 음과 함께, 이레귤러스가 일제히 달려 나갔다.

카메라가 빠르게 히어로들을 쫓기 시작했다.

얇고 굵은 나무뿌리들이 마치 날카로운 창처럼 이레귤러스를 쫓아 뻗어 갔다.

하늘을 날고 있는 화이트 블러드와 매드해터를 쫓는 뿌리들은 마치 한 번 노린 것은 놓치지 않는 유도미사일처럼 하늘을 가로질렀다. 길이의 제한도 없는 듯 마구잡이로 늘었다.

쾅! 콰아앙!

그런 나무뿌리들을 피해 순간 박쥐로 변했던 화이트 블러드가 다시 사람의 형태로 돌아와 화려한 마법을 선보였다. 매드해터 또한 체셔 캣이 조종하는 드론들의 서포터를 받아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레이저를 쏘아댔다.

지상도 비슷했다.

쿵! 쿠웅!

생물체(나무 등 식물)를 통과할 수 없는 팬텀이었지만, 투명화를 사용해 뿌리를 피했다. 팬텀을 쫓아가던 뿌리들이 목표물을 잃고 멈칫거리자, 팬텀의 염력이 그 뿌리들을 잡고 뜯어냈다.

--!

어디서 났는지 모를 단검을 든 버서커가 뿌리들을 베어내고 짓누르고 찢었다. 기계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며, 방어는 전혀 하지 않고 그대로 공격을 받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쿵!

그런 버서커의 목덜미를 노리는 뿌리를, 검은 방패가 막아냈다. 그림자였다.

나이트 진은 제이와 함께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공격과 방어의 일부분을 제이에게 맡겨둔 채 동료들을 살필 수 있었다. 거리가 멀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림자가 닿는 곳이라면 드론(체셔 캣)과 함께 그림자로 서포터했다.

촤악-!

바닥에서 솟아난 검은 그림자는 방패도 되고 검도 되며, 그림자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나이트 진을 도왔다.

그때.

음악이 멈추고.

스켈루스의 검고 흰 눈이 처음으로 깜빡였다.

그리고 저를 귀찮게 하는 미물들을 없애기 위해, 가만히 땅에 박혀 있던 여섯 개의 거대뿌리 중 세 개의 뿌리를 움직였다.

콰아앙!

땅을 향해 내려치고,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잔뿌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가,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미물들의 방해로 잠시 멈추었던 일을 계속하기 위해 움직였다.

죽음을.

죽음을 먹자.

스켈루스는 두 팔을 뻗었다. 검붉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에 이레귤러스가 반사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하고, 화이트 블러드가 방어마법진을 펼쳤다.

하지만 그 검붉은 마법진에서 나온 빛은 이레귤러스 쪽이 아닌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왜 저쪽으로 쏘는 거죠?”

매드해터는 물론이고 다른 히어로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온다.’

전투를 할 때마다 잠깐씩 깨어나는, 깊은 무의식 속의 감각이 나이트 진에게 속삭였다.

휙-!

그게 자신의 감각이고 본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이트 진이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모두 준비하세요.”

“뭐?”

“옵니다.”

---.

그와 동시에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땅을 밟는 소리였다. 하나도 아니었고 둘도 아니었다. 다수. 다수의 발소리가 땅을 울렸다.

그것을 알아챈 팬텀과 버서커, 화이트 블러드와 매드해터가 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각자 향하는 시선의 방향은 달랐지만 상관없었다.

사방에서 들려왔으니까.

----!

날카로운 발톱이 땅을 긁고, 거대한 발이 아스팔트를 부수고, 독액이 구겨진 차들을 녹이고, 거친 울음소리가 뒤섞여 허공에 퍼졌다.

“……시X. 이건 아니지……!”

스켈루스의 마법에 이끌린 괴생물체들이 불나방처럼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 * *

“국장님. 웜홀 쪽은, 어떻습니까?”

몰려드는 괴생물체에 반쯤 정신이 나갔던 버서커가 정신줄을 다시 붙잡고 물었다.

이곳에서 괴생물체를 막더라도 웜홀에서 계속 쏟아져나온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름없었다.

-괜찮습니다.

테일러 국장의 목소리가 이레귤러스의 귀로 들려왔다.

-조금 전부터 괴생물체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빌런의 기지에 투입된 요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더 이상의 괴생물체들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지에서 보내온 자료와 정보들을 체셔 캣이 지금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행이다.

분명 다행인 일이었지만.

“……여기 있는 것만 해도 장난 아닌데?”

저절로 한숨이 나올 것 같았지만, 팬텀은 자연스럽게 괴생물체 쪽으로 향하는 뿌리를 염력으로 뜯어냈다.

“뿌리가 닿지 않게 해야겠어요.”

나이트 진이 말했다.

스켈루스가 더 커지고 강해진다면 해결 방법을 찾더라도 해치우기 어려울 수가 있었다.

다른 이레귤러스도 동의했다.

뿌리를 제거하면서 괴생물체까지 처리해야 하니, 일이 두 배로 어려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

!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이레귤러스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이건…… 설마!”

“사람 목소리예요!”

매드해터가 외치며 사람의 생명반응을 찾아 해트8에 뜬 화면을 확대했다.

괴생물체들 속, 한 괴물의 입에 물린 채 축 늘어진 사람이 하나 있었다. 한창 인간을 사냥하던 도중 스켈루스의 마법에 홀려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저기에……!”

하고 위치를 설명하려던 매드해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움을 깨닫고는 그냥 자기가 구하기 위해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이트 블러드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때문에 이레귤러스는 괴생물체들과 그 죽음을 흡수하기 위해 움직이는 나무뿌리들을 제거하면서 사람들이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했다.

매드해터가 탑승하고 있는 해트8처럼 화면(홀로그램이나 모니터)을 볼 수 있다면 생명 반응을 이용해 찾기 쉬웠겠지만 그런 기계도 없었고 볼 여유도 없었다.

“방법이, 없나, 매드해터?

버서커의 물음에 사람들을 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던 매드해터가 외쳤다.

“아! 있어요! 생명 반응 추적 기능을 소리로 바꾸면 될 거예요! 체셔 캣!”

-나 진짜 죽겠어.

하고 말하면서도 체셔 캣은 얼른 생명 반응 프로그램을 수정해 이레귤러스의 통신기에 설치했다.

-반복되는 소리가 들릴 텐데, 사람이랑 가까워지면 빨라질 거야.

그 말대로.

통신기에서 삐- 삐- 삐- 하고 선명하고 규칙적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따라가니 사람들이 있었다.

이레귤러스는 빠르게 사람들을 구하고 퍼스트 요원들에게 인계했다.

그사이에도 간간히 괴생물체들과 나무뿌리들을 제거했으나, 틈을 노린 나무뿌리들은 괴생물체들의 몸속을 파고들어 죽음을 흡수했다.

때문에.

“다 구했어요!”

하고 말하는 매드해터에 안도하던 이레귤러스는 어느새 1.5배쯤 커진 스켈루스를 올려다봐야 했다.

“……시X.”

험한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게다가 스켈루스의 먹이가 될 괴생물체들이 아직 더 남아 있었다.

-찾았어!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았다.

할 일은 확실히 해내는 체셔 캣이 스켈루스의 약점을 찾아왔다.

-스켈루스의 몸속에 핵이 있는데, 그걸 파괴하면 된대!

“핵?”

이레귤러스가 건물 크기만 한 스켈루스를 바라보았다.

“저기서 어떻게 핵을 찾아?”

“마법이나 카메라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팬텀과 나이트 진의 말에 매드해터와 화이트 블러드가 고개를 저었다. 체셔 캣이 말하자마자 시도해 봤으나,

“카메라로는 안 보여요…….”

“마법으로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직접 스켈루스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찾지 않는 이상은.

그에 이레귤러스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 한 사람도 본인을 떠올렸다.

“젠장!”

팬텀이었다.

자신의 투명화가 생물체를 통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자신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아는 팬텀은 머리를 마구 헝클이다가 말했다.

“일단 테스트 좀 해볼게.”

그에 이레귤러스는 팬텀을 둘러싸고 이성을 잃고(원래 그랬지만) 덤벼드는 괴생물체들과 나무뿌리들을 막아냈다.

팬텀은 아직까지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센트럴파크의 한 나무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래도 제법 가능성이 있다고, 팬텀은 판단했다.

생물체 통과를 실험했던 것은 유령화 능력이 생겼던 극초반뿐이었고, 그 이후로는 실험조차 하지 않았었다.

또 염력을 극초반 때보다 훨씬 오래,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른 능력들 또한 늘었을 터였다.

된다.

될 거다.

쾅! 콰아앙! 쾅! 쾅!

귀를 아플 정도로 들려오는 소리들이 점차 사라지고, 팬텀이 집중하는 모습만 보였다.

팬텀이 투명화된 오른손을 나무로 천천히 뻗었다.

후우-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며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머뭇거리지 않고 나무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튕기거나 투명화가 풀리거나, 손이 망가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대로 나무 속으로 사라지거나.

“흡!”

나무 속으로 손이 파고듦과 동시에 빠져나가는 에너지에 팬텀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무생물체를 통과할 때보다 대략 두 배 정도 되는 에너지가 빠져나갔다.

그래도.

됐다!

왼손을 불끈 쥔 팬텀은 오른손으로 그치지 않고, 온몸을 투명화해 살아 있는 나무를 통과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됐어!”

그 외침이 이레귤러스에게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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