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989화 (98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89화

오전부터 북적북적했던 영화관은 오후까지도 북적북적했다.

팝콘과 음료수를 사는 사람들부터 같이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그렇게까지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다들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예나야! 포스터!”

그중에는 송유정과 임예나도 있었다.

한쪽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이레귤러스] 포스터를 발견한 두 사람이 얼른 가서 한 장씩 낚아챘다.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네!”

“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잔뜩 준비해 둬야지.”

포스터가 뚫릴 듯 바라보며 말하는 송유정에, 임예나가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흥행할 예정이라는 건 참 좋은 일이었다. 물론, 서준의 영화라 걱정은 1도 안 했지만.

“진짜 기대된다.”

“나도.”

송유정과 임예나는 근처 의자에 앉아서 영화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앞에 시리즈들하고 관련이 있을까?”

“글쎄. 이레귤러스가 시작하는 거니까 아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이레귤러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섬섬생활 2편도 재밌었지?”

“응! 영화 보고 또 볼까?”

[섬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서준의 영화를 보기 위해 오늘 회사에 휴가를 낸 상태라서, 어제 하룻밤은 송유정의 집에서 지낸 임예나였다.

그 때문에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까지 인터넷과 너튜브를 보며 시즌2의 다른 히어로들은 어땠는지, [이레귤러스]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신나게 이야기했다. 또 [맛남 식당3]과 [섬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섬섬생활] 1, 2편은 다시보기로 같이 보기도 했다.

내추럴한 모습의 서준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바보같이 웃다가 눈이 마주친 송유정과 임예나가 다시 이히히 웃었다.

이래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덕질친구가 참 좋았다.

“그것도 좋은데, 이레귤러스 보고 나면 히어로영화 보고 싶을 것 같지 않아? 쉐앤나나 팬텀 말이야.”

“그것도 좋지! 뭘 봐도 재미있으니까!”

포스터가 구겨지지 않게 잘 말아서 가방(혹시 모를 눈물사태에 대비해 가져온 휴대용 휴지가 있었다.)에 넣으며 말하는 임예나에, 송유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난 OST도 기대돼!”

“맞아. 예고편에 나온 것도 좋았지.”

듣기만 해도 그 영화가 떠오르게 되는 OST.

시즌1 히어로팀인 [어셈블] OST도 좋았지만, 예고편에 짧게 나왔던 [이레귤러스]의 OST도 참 좋았다.

[이레귤러스Irregulars]라는 제목 그대로 때때로 불규칙적이고 가볍고 그러면서도 긴장하게 만드는 무거운 느낌의 OST.

그 OST가 어떤 장면과 함께 나올지 궁금했다.

“예고편에서는 다 따로 싸웠지.”

한 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예고편에서는 히어로들이 따로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런 그들이 한 팀이 되어 싸우는 순간이, [이레귤러스]를 볼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장면일 것 같았다.

“재밌겠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송유정과 임예나는 들뜬 얼굴로 [이레귤러스]의 예고편을 보며 상영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제3관! 이레귤러스를 관람하실 분들은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화관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유정과 임예나가 벌떡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 제3관으로 향했다. 스포일러를 조심하면서.

스포일러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오전 시간대에 보고 싶었지만 표가 없어, 오후 시간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리는 괜찮아서 다행이야.”

“그러게.”

중앙보다 조금 앞자리기는 하지만, 스크린이 시야에 가득 차서 좋았다.

송유정과 임예나가 휴대폰 전원을 끄는 사이, 관객들로 상영관이 앞부터 뒤까지 가득 찼다.

다들 상기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휴대폰 불빛도 보였다. 하지만 관크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상영관의 불이 꺼졌다.

동시에 관객들의 입도 다물어졌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 광고가 나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완벽하게 단합된 서로(새싹들과 히어로영화 팬들)의 모습에 모두 입을 꾹 다물면서도, 마음속으로 키득키득 웃었다.

그 웃음도 마지막으로 나오는 대피로 안내 영상에 잦아들었다.

‘시작한다!’

모두 눈을 반짝이며 스크린을 가득 채운 마린사의 시그니처 영상을 바라보았다.

* * *

어두운 밤.

넓은 풀밭과 나뭇잎이 모조리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 뒤로 높은 빌딩들이 보였다. 아마도 어딘가의 공원 같았다.

‘센트럴파크인가?’

다른 관객들이 그러하듯, 송유정과 임예나는 미국에 있는 가장 유명한 공원을 떠올렸다.

그렇게 잠시 고요한 센트럴파크를 보여주던 화면이 바뀌어, 익숙하지만 조금 달라진 것 같은 한 건물을 비추었다.

[퍼스트 본부]

카메라가 본부 건물 내부에 있는 한 방을 비추었다.

그 방, 책상에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다. [어셈블] 때부터 봐왔던 익숙한 얼굴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

‘테일러 국장!’

똑똑-

노크소리에 들어오라고 말하는 테일러 국장.

문이 열리고 단단한 근육을 가진 덩치 큰 남자가 들어왔다.

팀 이레귤러스의 첫 멤버, 버서커의 등장에 관객들이 눈을 빛냈다.

“어서 오세요, 버서커. 훈련은 잘 돼 가나요?”

“진전은 없습니다.”

노력하고 있다, 조금 나아졌다 등의 둘러댐도 없이 객관적으로 말하는 버서커에 테일러 국장이 잠깐 쓰게 웃었다가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버서커가 다가와 그 서류를 받아 들었다.

“버서커, 당신은 내일부터 새로운 팀으로 이동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하고 단번에 대답하는 퍼스트 소속 요원에 테일러 국장이 설명을 덧붙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설명이 나오기 전 화면이 바뀌고, 어느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햇살이 누군가의 축복처럼 내리쬐는 그 공간에, 신실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 백발의 남자, 화이트 블러드가 있었다.

뚜벅뚜벅.

성당의 입구로 걸어 들어온 테일러 국장의 발소리에 고개를 든 화이트 블러드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갯짓을 했다.

“어서 오세요. 국장님.”

“오늘도 여기 있었군요. 화이트 블러드.”

“제가 가장 평온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테일러 국장도 웃으며 마주 인사하고 그에게 자신이 들고 온 서류를 내밀었다.

“당신에게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데 꼭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에 받아 든 서류를 진지하게 읽어내려가던 화이트 블러드가 입을 열려던 찰나.

화면은 다시 퍼스트 본부로 돌아갔다.

테일러 국장이 어느 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하기도 전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커다란 모니터와 홀로그램 화면들, 이것저것 복잡한 기계들과 도구들로 가득한 방 안이 보였다. 그리고 모니터와 홀로그램 화면들을 제집인 양 뛰어다니는 인공지능 고양이도.

‘체셔 캣이다!’

퍼스트 본부 내에 있는 매드해터의 연구실이었다.

“어? 무슨 일이세요, 국장님?”

-무슨 일이야?

보안경을 쓰고 있던 매드해터가 보안경을 내리고 테일러 국장을 바라보았다. 체셔 캣도 매드해터와 가장 가까운 화면에 자리를 잡았다.

테일러 국장이 웃으며 서류를 내밀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매드해터.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당신과 체셔 캣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 마침 잘됐어요! 새로운 게 없어서 영 심심하던 참이었거든요. 해트 시리즈도 쓸 일도 없이 계속 만들어두기만 했고 말이에요.”

-우리가 못 하는 일은 없지!

겁 없는 10대답게 매드해터는 신나게 테일러 국장이 내민 서류를 받아 읽어갔다.

화면이 바뀌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낡은 건물이 보였다. 팬텀과 퍼스트가 돌보고 있는 보육원이었다.

꺄르륵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팬텀이 표정을 굳혔다.

“무슨 일이야?”

뒤쪽에서 테일러 국장이 걸어 나왔다.

“잘 지냈나요, 팬텀. 새로운 임무를 전해주려고 왔습니다.”

“어지간히도 부려 먹는군.”

삐딱하게 말한 팬텀이 손을 내밀자 테일러 국장이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를 읽는 팬텀의 표정이 못마땅하게 변했다.

“팀? 나보고 팀으로 활동하라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임무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다들 실력 있는 이들이니 혼자 활동하는 것보다 편할 겁니다.”

“편하긴. 팀으로 움직이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겠지.”

하고 투덜대면서도 퍼스트에서 수당을 받는 직장인 팬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화면이 바뀌어.

한 대학교가 보였다.

‘이제 남은 건!’

이제 등장할 이레귤러스의 마지막 멤버에, 송유정과 임예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시끌벅적한 대학교.

“윌리엄!”

그 이름에 뒤를 돌아보는 남자가 있었다.

평범한 대학생 같은 옷차림인데도 빛이 나는 것 같은 윌리엄 리가 활짝 웃으며 자신을 부른 친구를 반겼다.

‘윌리엄……!’

어두운 그늘은 전혀 없는, 밝음으로만 이루어진 것 같은 그 모습에 [쉐도우맨]과 [쉐앤나]를 정주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관객들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행복한 윌리엄은 눈물버튼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우리랑 같이 농구할래? 마침 사람이 한 명 부족했거든.”

하고 말하는 친구에 윌리엄이 ‘그럴까?’ 하고 대답하려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미안. 할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아.”

[FIRST]

휴대폰에 모를 수 없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음에 같이 농구하자고 약속한 친구들이 떠나고, 윌리엄이 속삭였다.

“장난은 아니겠지? 제이.”

그에 발아래 그림자가 고개를 갸웃하듯 기울었다. 제이의 등장에 관객들이 반가워했다.

주변에 수상한 사람은 없나 둘러보던 윌리엄은 평범한 자신이 그걸 알아차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잠시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적이다 말했다.

“그럼 가 볼까, 제이?”

윌리엄은 조금 들뜬 얼굴로 문자에 적힌 장소로 향했다.

* * *

딸랑-

어느 개인 카페에 들어선 윌리엄이 멈칫하며 안을 둘러보았다.

“손님?”

“아, 네.”

하고 직원을 본 윌리엄은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웃었다. 그러고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테일러 국장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카페의 안쪽, 창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은 테이블에 테일러 국장과 퍼스트 요원이 있었다.

“잘 지냈나요, 윌리엄?”

테일러 국장이 손을 내밀자, 윌리엄이 웃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작년 테일러 국장과 만났을 때는 슬픔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네. 전 잘 지냈어요. 국장님은 잘 지내셨어요?”

테일러 국장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잘 지내고 싶은데, 영 도와주질 않네요.”

그에 윌리엄이 고개를 갸웃했다.

운석으로 퍼스트의 이름이 종종 나왔던 작년과 달리, 뉴스나 기사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딱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희도 전부 파악한 것은 아닌데다가 윌리엄도 아직 퍼스트 소속이 아니라서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윌리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이라는 말은…….”

“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테일러 국장이 진중한 얼굴로 윌리엄 리, 아니, 나이트 진을 바라보았다.

“나이트 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버서커에게는 싸움터를, 화이트 블러드에게는 안전한 장소를, 매드해터에게는 연구실을, 팬텀에게는 돈을 제공했지만.

나이트 진에게는 도움을 청하는 테일러 국장이었다.

그건 ‘현재’의 나이트 진에게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이었다.

나이트 진.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 그 이름은 윌리엄을 설레게 만들었다. 또 어깨를 무겁게 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저한테 제이가 있고 제가 운동신경이 좋긴 하지만…… 일반인이잖아요.”

어디서 작게 쿨럭- 소리가 들려왔다.

송유정과 임예나도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일반인이라기엔 작년 사건 때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아, 여기에 그때 절 본 요원님이 계시는 거군요. 하긴 그 모습을 보면 일반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긴 하죠.”

그말에 테일러 국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눈치챘어요, 윌리엄?”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퍼스트 요원님들이라는 거, 말이죠?”

“……이 모습만 봐도 일반인이라고 생각하긴 힘들죠.”

그러니까.

송유정과 임예나가 볼을 파들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단어 선택을 잘못한 것 같네요. 제 말은, 제가 정식으로 훈련을 받은 게 아니라서 다른 히어로분들과 합을 잘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되면…… 큰일이니까요.”

빌런에게 납치당해 쉐도우맨을 위험에 빠뜨렸던 작년 그 사건 때처럼.

쉐도우맨이 살아 돌아왔음에도 그날은 윌리엄의 마음속에 낙인처럼 남아있는 상태였다.

“저 혼자 싸우고 피하는 건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윌리엄 리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 있어서 그런지, 외롭게도 들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팀으로 활동한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죠. 동료와 함께한다면 동료까지도 지켜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장님은 저한테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걱정이 깃든 윌리엄의 말에 테일러 국장이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나이트 진. 훈련이 필요하다면 퍼스트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할 히어로들은 그렇게 약한 사람, 음, 약한 이들이 아닙니다.”

히어로들.

히어로라면 가장 먼저 쉐도우맨을 떠올리는 윌리엄은 어쩐지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이트 진이 믿음직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을 구하는 데 저도 함께하게 해주세요.”

그에 퍼스트 국장이 답했다.

“이레귤러스의 멤버가 된 걸 환영합니다, 나이트 진.”

* * *

윌리엄은 팀 멤버를 소개받기 위해 퍼스트 본부에 온 상태였다.

매년 적용되는 신기술 덕분에, 조금 바뀐 퍼스트 본부를 구경하던 윌리엄과 안내하던 테일러 국장이 어떤 문 앞에 섰다.

“이레귤러스의 회의실이죠.”

윌리엄은 조금의 긴장감을 느끼며 그 문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자신과 한 팀이 될 히어로들을 만날 시간이 다가왔다.

문 반대편.

먼저 도착한 네 명의 히어로들은 아직 자기소개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살피느라 바빴다.

평온한 표정으로 성경을 읽고 있는 화이트 블러드, 루크 메이너드.

체셔 캣과 팀원들의 뒷조사를 하고 있는 매드해터, 앨리스 잭슨.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버서커, 워런 어빙.

테이블에 두 발을 올리고 휴대폰을 두드리며 욕을 중얼거리고 있는 팬텀, 로건 테이트.

개판이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던 버서커가 몸을 바로 세웠다.

“왔군.”

그말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테일러 국장과 함께 들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 자신이 감시해야 하는 윌리엄 리였다.

화면이 바뀌었다.

테일러 국장이 버서커에게 서류를 건넬 때였다.

“이레귤러스라는 팀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그들을 컨트롤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하고 테일러 워런 국장은 이레귤러스 멤버 중 유일하게 퍼스트 소속이었던 버서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네 명 모두 퍼스트 내부의 인물이 아니라 외부의 인물이고, 직전까지도 혼자 활동하던 인물들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버서커는 테일러 국장이 내부 인물인 자신 또한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그건 지구 방위라는 목적을 가진 퍼스트라는 기관의 국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것도.

테일러 국장의 방심은 지구 전체를 위험으로 몰아넣을 테니까.

테일러 국장은 신체능력이 일반인과 다름없는 매드해터, 에너지 패턴을 감지할 수 있는 팬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피를 먹지 않았던 화이트 블러드가 사건을 일으켜도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하며, 오직 한 사람을 주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 존재는 어떨까요.”

그 존재.

퍼스트 내부에서도 몇몇만이 알고 있는 나이트 진의 과거.

“과연 그는 윌리엄 리의 부모를 사랑할까요, 아니면 미워할까요. 쉐도우맨을 의지할까요, 원망할까요.”

행복한 결말이라는 건 동화라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럼 영입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위험한 존재는 바로 옆에서 관리하는 게 좋죠.”

테일러 국장이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지금의 그는 누가 봐도 히어로니까요.”

다시 이레귤러스의 회의실.

“윌리엄 리입니다. 윌리엄이라고 불러주세요.”

한눈에 봐도 의지가 곧고 반듯해 보이는 나이트 진을 버서커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동료가 될 이들을 보며 꾸밈없이 웃는 나이트 진의 표정에, 앞으로 그를 감시하고 경계해야 하는 버서커는 아무래도 일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테일러 국장이 히어로들을 모은 이유를 설명했다.

“퍼스트가 인지한 첫 번째 사건은 바로 이 화재입니다.”

회의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던 모니터에 한 영상이 나타났다.

그 아래 픽셀로 이루어진 고양이, 채셔캣이 꼬리를 살랑이고 있었다.

체셔캣을 처음 본 윌리엄이 눈이 마주친 체셔캣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었다. 체셔캣도 히죽히죽 웃었다. 그에 윌리엄은 ‘매드해터는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상에 나타난 건 어느 가정집에서 일어난 화재였다.

화재가 드문 일이 아니긴 하지만, 가정집에서 일어난 사고라서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소방서 조사로는 방화로 결론지어졌습니다. 불이 붙을 만한 게 전혀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죠.”

화재 사건이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매드해터가 노트북을 두드렸다.

“요즘 화재 사고가 많이 일어났네요.”

눈에 띄게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보는 이레귤러스 멤버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퍼스트가 인지한 첫 번째 사건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버서커의 물음에 테일러 국장이 대답했다.

“매드해터의 말대로, 이 사건 이후로도 화재 사건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전부 방화였죠. 연쇄방화범으로 경찰에서 조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영상이 발견되었죠.”

딸각, 스위치를 누르자 영상이 나타났다. CCTV였다.

“여길 봐주세요.”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영상 속.

가게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던 네모난 픽셀 하나가 번쩍이더니, 점점 커져 끝내 커다란 불이 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불이 생겨난 것이었다.

분명 방화인데, 아무도 없다?

“……난 아니야.”

지레 찔린 팬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팬텀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순 있겠군요.”

투명화.

나이트 진의 말에 이레귤러스는 모두(팬텀마저도) 동의했다.

“네. 그래서 저희 퍼스트가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테일러 국장은 타이머 없는 폭발물의 잔재를 보여주었다.

테일러 국장과 이레귤러스 모두 범인은 투명화 능력이나 그것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다른 쪽으로 영상이나 현장을 조사했죠. 그 결과,”

테일러 국장이 스위치를 누르자 모니터에 지도가 나타났다.

화재 사건이 일어난 가게가 있는 뉴욕주 퀸즈의 지도였는데, 가게의 위치로 보이는 곳에 붉은색의 원이 반짝이고 있었다.

“현장에 특이한 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특이한 에너지요?”

매드해터가 눈을 반짝였다.

“네. 퍼스트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에너지가 흐릿하게나마 남아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이 에너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전 세계를 스캔했고, 이런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테일러 국장이 그렇게 말하며 또 한 번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지도가 축소되어 뉴욕주뿐만이 아니라 근처 지역들까지도 보였다. 그 왼쪽에 한쪽에 빨간 원이 생겨났다.

“뉴저지주의 허드슨 카운티군.”

버서커가 말했다.

곧바로 지도 오른쪽에 빨간 원이 하나 더 생겨났다.

“뉴욕주 나소 카운티.”

하나 더.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네요.”

하나 더.

“설마, 더 있어요?”

매드해터의 물음에 테일러 국장이 쓰게 웃자,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 모니터에 뜬 지도가 붉게 물들었다.

뉴욕 주부터 뉴저지 주, 코네티컷 주, 펜실베니아 주까지.

여기저기에서 빨간 원들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도가 축소되어 미국 동부와 중부 지역을 보여주었다.

이전보다야 듬성듬성하긴 했지만, 여기에도 붉은색 원이 가득했다.

또 한 번.

지도가 축소되었다.

이번엔 미국 서부와 남부 지역까지 포함한, 미국 전체 지도였다. 역시 붉은 점들이 있었다.

그것만 해도 경악스러운데, 지도는 한 번 더 축소되어 아예 세계지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설마?”

나이트 진이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답하듯, 빨간 점들이 동시에 생겨났다.

이름을 아는 나라든 모르는 나라든 상관없이 나타난 붉은 점들에, 화이트 블러드와 매드해터가 침음성을 흘렸다.

“여기까지가 저희가 알아낸 정보입니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 테일러 국장이 말했다. 그러나 브리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는 곳들만 찾을 수 있었죠.”

“……에너지가 남아 있는 곳이요?”

“네.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가 사라지더라고요. 흔적도 없이.”

버서커가 이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말했던 ‘퍼스트가 인지한 첫 번째 사건’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습니까.”

추적할 수 있는 사건 중 가장 오래된 사건이라 에너지 흔적이 약한 곳이란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지도에 표시된 붉은 점들 말고도 더 많은 화재 사건들이 이번 일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팬텀은 질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피부병도 아니고.”

마치 손끝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가는 반점처럼, 아니, 보이지 않는 곳까지 퍼진 것처럼 뉴욕주 퀸즈에서 시작한 붉은 원이 전 세계로 퍼진 상황이었다.

“그럼 이제 본론을 말씀드리죠.”

테일러 국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본론이라고?”

이레귤러스는 전혀 침착하지 못했지만.

“저희가 인지한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곳은 미국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이었죠.”

화재로 홀랑 타버린 한국의 시골집 사진이 보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호주였고 네 번째는 핀란드였죠.”

테일러 국장이 말할 때마다 모니터로 지도와 함께 화재 후 찍은 사진들이 나타났다.

그 아래, 각 나라의 소방서가 화재가 일어난 날짜를 적어둔 자료도 보였다.

“이걸 바탕으로 첫 번째 화재 사건이 일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시간의 흐름으로 사건이 일어난 것을 표시하면 이렇습니다.”

빨간 원이 사라진 세계지도 위.

뉴욕부터 한국, 호주와 핀란드를 거쳐 차례대로 빨간 원들이 나타났다.

이레귤러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빨간 원들이 전 세계에 마구잡이로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쪽에 생긴다 싶으면 동쪽에, 북쪽에 생긴다 싶으면 남쪽에 생겨났다.

“무슨 애들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팬텀의 말대로 아이들이 펜을 들고 이유도 목적도 없이 세계 지도 위를 찍어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버서커는 곧 이유를 눈치챘다.

“저건…….”

그와 동시에 흐름이 바뀌었다.

목적지 없이 마구잡이로 나타나던 붉은 원들이 점점 한쪽으로 쏠려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북아메리카로, 북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버서커를 제외한 이레귤러스 멤버들도 그걸 알아챘다.

별생각 없이 보고 있던 관객들도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설마 지금 좌표를 알아내고 있는 거예요?!”

매드해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네. 저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단 아무 곳이나 표시한 후에 거리를 가늠하고 좌표를 수정해 나가면서 목적지를 찾고 있는 거죠.”

그건 영점 조준과 비슷했다.

조금씩 총구의 방향을 수정하여, 끝내 목표한 곳을 노리는 것이었다.

“……저희를 모은 이유를 알겠네요.”

나이트 진이 굳은 얼굴로 모니터에 뜬 세계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느새 미국을 비추고 있던 모니터는 더욱 확대되어 동부로, 동부에서 더욱 동쪽으로 이동해 멈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저희는 저들의 목표가 뉴욕시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뉴욕시 근처에 집중된 붉은색 원들이 마치 경고하듯 깜빡깜빡 점멸하고 있었다.

* * *

전투에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테스트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에너지 변화에 대한 조사를 맡은 매드해터도 구경하러 왔다.

“먼저 버서커가 시범을 보일 테니, 따라 하시면 됩니다.”

버서커가 먼저 안쪽 구역으로 들어가고,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버서커의 몸은 기계라고 하지 않았어요?”

인간의 신체활동처럼 나타나는 데이터에 매드해터가 의문을 가졌다.

“그건 저희로서도 의문인 부분입니다. 분명 버서커의 신체와 분리되어 있을 때는 전혀 반응이 없는 기계일 뿐이거든요.”

버서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윌리엄이 테일러 국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런 이야기까지 저희가 들어도 되는 건가요?”

“걱정 마세요. 모두 버서커가 이야기해도 좋다고 한 내용들입니다. 함께 싸울 동료니까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정확히는 싸우는 중에 팔다리가 떨어져도 기계일 뿐이니 당황하지 말고 계속 싸우고, 나중에 떨어진 팔다리를 수거해 오라는 뜻이었지만 말이다.

그걸 모르는 윌리엄과 화이트 블러드는 어쩐지 조금 감격한 얼굴이었고, 팬텀은 대충 짐작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매드해터에게는 버서커의 신체에 대해서 연구를 부탁할 예정이었습니다. 버서커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짧게 다른 히어로들이 테스트 하는 모습이 지나가고, 이능력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다른 곳보다 두꺼운 벽이 보였다.

“아무래도 테스트 중에 폭주할 수도 있으니까요.”

연구실을 반파시켜놓은 어셈블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말하는 테일러 국장이었다.

화이트 블러드가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가 화려한 마법을 보여주고 박쥐로 변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뱀파이어라고 하더니…….”

퍼스트가 준비한 횃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검은색 박쥐를 본 팬텀의 혼잣말에 테일러 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저희는 화이트 블러드가 뱀파이어라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성당에서 테일러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화이트 블러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화이트 블러드는 동료들을 속일 수는 없다고 하면서 공개해도 괜찮다고 했죠. 여러분들이 그를 거부하지 않아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에 테스트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화이트 블러드를 윌리엄과 매드해터가 감동으로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팬텀의 생각은 달랐다.

‘숨길 건 숨겨야지.’

팬텀은 투명화와 비행, 염력 등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유지 시간을 줄인 채.

이 거짓말이 나중에 자신의 힘이 될 터였다.

‘퍼스트가 언제 등을 돌릴 줄 알고.’

그래도 나머지 질문들에는 솔직히 말했다.

-살아 있는 생물도 통과할 수 있습니까, 팬텀?

“아, 그건 안 됩니다. 개미로 실험해 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럼 살아 있는 생물과 함께 투명화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안 됩니다.”

팬텀 또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히어로였으니까.

테스트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팬텀은 자신 다음으로 테스트를 받은 나이트 진을 바라보았다.

‘얘도 솔직하게 다 말하겠지.’

윌리엄 리.

알고 있는 정보로는 대학생이며, 어셈블의 쉐도우맨처럼 그림자를 다룬다는 것 정도.

“테스트 시작하겠습니다.”

-네!

그늘 한 점 없는 얼굴을 보니 가정도 행복하겠고.

딱히 뭔가 숨길 것도 없고 굴곡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팬텀이 팔짱을 끼고 나이트 진을 삐뚜룸히 바라보았다.

‘왜 여기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이.

윌리엄의 부름에 그림자가 움직였다.

놀란 팬텀이 물었다.

“쉐도우맨도 그림자를 다룬다고 들었는데…… 저런 겁니까?”

“네. 이름은 파트너라고 합니다.”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특이한 일이네요.”

화이트 블러드가 말했다.

물론 뱀파이어들 또한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종족이 같았다.

하지만 인간인 나이트 진과 쉐도우맨은 다르지 않나.

“네. 그래서 나이트 진은 쉐도우맨에게서 싸우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림자를 다루는 방법도 말이죠.”

어셈블 소속 히어로의 제자라니.

팬텀은 말없이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 * *

“오늘 일정은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테일러 국장이 이레귤러스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3쌍의 무선이어폰이 든 네모난 상자였다.

“퍼스트와 통신할 수 있는 통신기입니다.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했죠.”

테일러 국장이 무선이어폰의 탈을 쓴 통신기에 대해 설명했다. 진짜 이어폰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윌리엄이 작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런 일은 없길 바라지만, 통신기의 버튼을 꾹 누르거나 부수면 퍼스트로 위치신호가 보내집니다.”

그 말에 이레귤러스가 테일러 국장을 바라보았다.

테일러 국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을 보며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말했다.

“위험한 임무를 드리지 않는다고는 못하겠지만, 여러분들이 위험에 처한다면 언제 어디든 저희 퍼스트가 구하러 가겠습니다.”

새삼 히어로라는 말의 무게가 느껴진 윌리엄이었다.

팬텀도 그랬다.

그는 조용히 매드해터와 나이트 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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