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987화
“이것도 가져갈까요?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잖아요!”
-과연……?
-할머니 김치ㅋㅋ 아버지 낚싯대ㅋㅋ
=이러다 집에 있는 거 다 쓸어갈 것 같은데.
=본가 갔을 때 내 모습이다.
=22 이번 주도 가야겠다ㅋㅋ
시끌벅적하게 집안 물건을 다 캐리어에 쓸어 담으려고 노력하는 백건하 다음으로는 서준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하고 인사하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들썩였다.
-카메라 안정적.
=오디오 적당.
-서준인 왠지 각도까지 생각해서 촬영했을 것 같다.
=22 셀프캠인데 영화 같네.
=생각해 보니까 흘러가다 여행 씬이 셀프캠이었어.
=이미 찍었었네. 영화를ㅋㅋㅋ
서준의 방도 살짝 등장했다.
너튜브 채널 [JUN]에 올라오는 영상에 아주 가끔 일부분이 비치긴 했지만, 이렇게 오래 보이는 건 오랜만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사 온 후 지금까지 지내왔던 방이라, 자란 체격에 맞춰 그때 사용했던 가구들이 바뀐 상태였다. 이불이나 커튼도 계절감에 맞춰 바꾸었고 책상 위도 교과서가 있었던 중, 고등학생 때와는 달랐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몬스터사 인형ㅋㅋㅋ
=ㅋㅋ저거 너튜브에서 본 것 같은데ㅋㅋ
=애착인형이구나ㅋㅋ
한쪽에 잘 놓여 있는 몬스터사의 인형들이었다.
-그래도 되게 관리를 잘했나 보다. 다른 연예인들 애착인형, 이불 보면 걸레짝이 따로 없던데ㅋㅋ
=지옥에서 온 인형들ㅋㅋㅋ
=죽……여……줘…….
=ㅋㅋㅋㅋ
-이서준은 아버지랑 삼촌이 몬스터사 사장이잖아. 계속 줬겠지.
=아니. 애착 인형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야. 모양이 같아도 새것 주면 다른 거 알아.
=22 미묘한 천의 감각까지 알아채서 ‘이거 아냐!’ 하고 운다고ㅠ
=33 아니면 2개 다 찾거나. 1호 2호 다 가져오라고……(한숨)
=부모님들ㅋㅋㅋ모였다ㅋㅋ
-서준이 키우기는 난이도 하였을 듯.
=22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을 것 같고. 인형만 줘도 잘 놀았을 것 같다.
=33 인형 빨래할 때 세탁기 앞에 아기 서준이가 쪼그려 앉아 있는 영상 봤음? 귀여워 죽을 뻔ㅋㅋ
=부럽다. 우리 아들은 인형 빨래할 때마다 대성통곡하는데…….
=ㅋㅋㅋㅋ
그사이 서준은 짐을 다 싸고 마지막으로 가져갈 대본을 고르는 중이었다.
-……대본? 대본을 가져간다고?
-서준아ㅋㅋㅋ
=서준: 출연자들이 배우니까 같이 이야기하면 좋겠다!
=222 그럴 것 같닼ㅋㅋ
-이렇게 가져가도 안 읽음.
=ㅇㅇ항상 여행 갈 때 책 들고 가는 1인.
=근데 이서준은 진짜 읽을 것 같지 않음?
=22 서준이는 읽을 것 같다.
다음 날 새벽.
집을 나와 목적지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서준부터였다.
-다른 연예인들 차 내부랑 크게 다르지 않은 듯.
=그저 대본이 많을 뿐.
=저게 다 캐스팅 들어온 거겠지?
=할리우드 대본도 있을 것 같다.
-차까지 들고 간 거 보면 나름 괜찮은 작품들이라는 건가?
=어떤 건지 궁금하네.
=22 방송국이랑 영화사들도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을 듯ㅋㅋ
하지만 우연히라도 대본을 노출할 매니저가 아니었다. 이미 영상화된 대본들로 바꾸어 놓은 데다가 카메라에 잘 보이지 않게 놓아두었다.
-안 이사님도 계시네!
=오랜만이에요! 안 매니저님!
=서준이 첫 예능이라고 오신 듯ㅋㅋ
=이분도 참 팔불출이심ㅋㅋㅋ
=그래서 좋다. 믿음직해ㅠㅠ
그렇게 차 안에서의 장면이 스쳐 지나가고, 서준이 가장 먼저 선착장 근처 카페에 도착했다.
“그럼 제가 만들어 드릴까요?”
그리고 직원이 없다는 소리에 카페에서 음료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니, 왜 저렇게 익숙하냐고ㅋㅋ
=맛남 식당4 서빙부 출연 예약.
=가고 싶다!
=경쟁률 치열하겠는데ㅋㅋㅋ
슈퍼스타가 손수 만든 음료를 황송하게 받는 제작진의 모습이 지나가고, 오디오가 시끌벅적해짐에 시청자들은 백건하가 나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형형! 누군지 힌트만 줘요!”
-이서준이다.
=얼마나 놀랄지 궁금함ㅋㅋ
두 번째로 백건하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차에서 내린 백건하가 스태프에게 인사하고 신나게 카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카페 계산대에 서 있는 서준과 눈이 마주쳤다.
시청자들은 백건하의 놀란 모습을 기대하며 입술을 씰룩대다가 무어라 반응할 틈도 없이 딸랑! 하고 문을 닫아버리는 백건하에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빵 터졌다.
-왜 거기서 문을 닫아버리냐고ㅋㅋㅋ
=근데 이해는 함ㅋㅋ진짜 놀라면 그럴 만도 하지ㅋㅋ
=22 일하러 갔는데 서준이가 있으면.
-백건하 표정ㅋㅋ너무 웃김ㅋㅋㅋ
=아직도 이해 못 한 듯.
설치해 둔 카메라가 백건하의 표정을 아주 잘 찍었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백건하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확인하듯 카페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활짝 웃는 서준의 얼굴에 다시 격하게 문을 닫았다.
-또 닫았어ㅋㅋㅋ
-근데 나라도 서준이가 카페에서 저렇게 웃고 있으면 닫았을 것 같다.
=22 벌써 기절했음.
-백건하 표정: 으아아아아앆!!!
=ㄹㅇ비명 들리는 듯ㅋㅋ
왜 그러냐는 듯 묻는 매니저에, 백건하가 돌아보며 말했다.
“……형…….”
“어?”
“안에…… 안에…….”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서준 선배님이 계셔…….”
왠지 부들부들 떠는 시골 강아지가 떠올라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
화면이 바뀌어.
차에 타고 있는 민재원의 모습이 보였다.
-이쪽은 왜 벌써 죽을 것 같아ㅋㅋ
-숨도 안 쉬는 것 같은데ㅋㅋㅋ
-왜 교통안전 공익광고 같은 멘트를 하세요ㅋㅋ이거 예능이라구요ㅋㅋ
=이쪽은 박이도랑 싱크로율이 굉장한 듯ㅋㅋㅋ
=박이도=안전 지킴이
사고 때문에 조금 늦었다는 자막과 함께, 민재원이 카페에 도착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서준이 보면 진짜 기절하는 거 아님?
=그럴듯ㅋㅋ
시청자들의 궁금함 속에 카페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카페 섬섬생활입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서준과 백건하에, 민재원은 그대로 숨을 멈추었다.
-진짜 서서 기절한 것 같은뎈ㅋㅋ
-숨! 숨 쉬세요!
-아니, 백건하는 왜 저기 있는 건데ㅋㅋㅋ
=카페 이름이 섬섬생활ㅋㅋ언제 바뀌었음?ㅋㅋ
빵 터진 시청자들의 시야로, [몇 분 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민재원이 온다는 소식에 서준과 이야기를 하는 백건하의 모습이 담긴 장면이 보였다. 아주 신나 보였다.
한바탕 웃고 난 후, 장면이 바뀌었다.
오늘 처음 만난 세 배우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
“제가 만든 건데 입맛에 맞으실까 모르겠어요.”
“제 건 고양이에요!”
민재원이 서준이 내민 카페라테를 받고 놀라자, 백건하가 활짝 웃으며 자신의 카페라테를 보여주었다.
-근데 백건하 좀 조용해지지 않았음?
=그러게. 말도 한두 문장씩만 함.
=표정을 보아하니 입이 근질근질한 느낌인 것 같은데.
=존경하는 선배님 앞이라고 자제하는 거 아님?
=앜ㅋㅋㅋ진짜 그런가 봐ㅋㅋ
앞서 제작진이 가감 없이 보여주었던 말 많은 백건하의 모습이 반대로 작용해, 오히려 조용해진 백건하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떠들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데 서준과 민재원을 보면서 참는 게 보였다.
-백건하 매니저 화이팅! 하고 있음.
=응원하냐고ㅋㅋㅋ
-이렇게까지 참아야 할 정도냐고ㅋㅋ
시청자들의 웃음 속에 인사를 나눈 세 배우는 배를 타고 목적지인 죽묘도로 향했다.
-민재원 괜찮은 거 맞아?
=22 잘할지 고민……이라기엔 예고편에서 잘하던데?
=적응하면 괜찮을 듯.
=예고편에서도 건강해 보였고.
배 난간을 꽉 잡고 창백해져 있는 민재원이 걱정되긴 했지만, 예고편을 떠올린 시청자들은 마음 편하게 방송을 보았다.
드론 카메라로 죽묘도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개가 나왔다.
이름 그대로 대나무와 고양이가 많은 섬.
그중 주황색 지붕이 서준과 민재원, 백건하가 지낼 집이었다.
백건하가 ‘완전 좋아요!’ 하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동안, 민재원은 수도와 집 내부를 서준은 부엌과 텃밭을 둘러보았다.
-벌써 각자의 역할이 보이는 듯.
-오늘 처음 만난 거 맞냐고요ㅋㅋㅋ
-연장자라서 그런가. 민재원 보기보다 믿음직하네.
점심을 먹기 위해서 아궁이를 만들어야 할 때도 민재원의 활약이 시청자들의 눈에 띄었다.
“내가 옛날에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적이 있거든.”
하고 말하는 민재원에 다들 놀랐다.
-저 몸으로?
=뭔가 기술이 필요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이미지랑은 전혀 다르네.
=22 픽- 하면 쓰러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것도 빨랐다.
“이것도 어디서 해보셨어요?”
“응, 엑스트라 할 때. 겨울에 야외촬영 있을 때는 추워서 이렇게 불을 피워놓거든.”
-익혀두면 다 쓸모가 있구나.
-이것저것 잘하는 것 같음.
화면 속 연약해 보이는 배우가 막상 그렇게 연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또 흥미로운 배우가 있었다.
백건하였다.
-백건하ㅋㅋ김태원이랑 완전 다르네.
=얼마나 연기를 잘한 거야ㅋㅋㅋ
-지금도 말하려다가 입 다뭄ㅋㅋ
=근데 서준이는 알아챈 것 같은데.
=강태영이 있잖아ㅋㅋㅋ
진지했던 ‘김태원’과 다르게, 히히 웃으며 돌아다니는 백건하의 모습은 신선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이 스며들 때, 이미 잘 알려진 서준은 요리를 했다. 제작진은 그런 서준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며 레시피도 자막으로 적어주었다.
-미리미리 캡처.
-벌써부터 맛있어 보임.
서준이 요리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레시피를 메모하는 사이, 먹음직스러운 국수가 완성되었다.
“저 김치 가져왔어요! 캐리어에!”
그에 세 배우가 제작진을 바라보았고 제작진은 항복했다.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치는 인정이지.
-백:우리 할머니 김치를 못 먹어요?
=이:미국에서도 먹는데 한국에서 못 먹는다고?
=민:나.한국인.김치.내놔.
=앜ㅋㅋㅋㅋ
세 배우는 즐겁게 백건하의 할머니가 담근 김치와 서준이 만든 국수를 먹었다.
“맛있어요! 형!”
“그러게. 진짜 맛있다.”
후루룩- 넘어가는 면과 뜨끈한 국물, 그리고 새빨간 김치.
먹방이 따로 없는 세 배우의 식사 장면에 시청자들의 침이 꼴깍 넘어갔다.
연신 감탄하는 민재원과 백건하의 모습과 조금 남은 국물을 먹으며 감탄하는 제작진들의 모습을 보면 침이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맛있어 보여ㅠㅠ
-이서준 요리 잘한다고 하더니, 진짜 잘하는 듯.
-야식으로 국수 괜찮지?
중간 광고가 나오는 사이, 누군가는 국수를 주문하고 누군가는 서준의 레시피로 국수를 끓일 준비를 했다.
다시 [섬섬생활].
식사를 끝낸 세 배우는 죽묘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고양이ㅋㅋㅋ
=여기서 또 백설공주의 활약이ㅋㅋ
죽묘도에 많다는 고양이들이 거리낌 없이 서준에게 다가오기도 했고,
-낚시하기 좋네.
-배 타고 나가도 좋을 듯.
낚시에 대한 설명도 듣고,
-밭ㅋㅋ일ㅋㅋ
=예고편에 나왔던 곳이네ㅋㅋㅋ
-밭이 생각보다 넓어ㅋㅋ
시금치밭과 고구마밭에 대한 이야기와 일을 할 때마다 요리 재료를 살 수 있는 돈을 주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 오늘 저녁은 고기 먹어요!”
그 의견에 동의한 배우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시금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이러다 소고기도 먹겠다는 서준의 말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서준이 만든 닭볶음탕은 굉장히 맛있어 보였다. 가마솥에 해서 그런지 때깔도 좋았다. 새하얀 쌀밥도 고슬고슬해서 빨간 양념과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진짜 맛있어요!”
-그래 보여ㅠㅠㅠ
=나도 한 입만ㅠㅠ
-메모)내일 꼭! 닭볶음탕 먹기.
-가마솥으로 닭볶음탕 만드는 곳은 없겠지?
-앞으로 섬섬생활 볼 때 뭐 먹으면서 봐야겠다.
=그래도 배고플 듯ㅠ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부러움 속에 닭볶음탕이 들어 있던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제작진 쪽에서 웅성거림이 있었는데, [제작진도 주셨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하고 자막이 깔려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렇게 저녁을 먹은 세 배우는 산책 겸 바다에 통발을 던지고 온 후, 잘 준비를 했다.
“형. 건하 기절했어요.”
“응?”
-백건하 기절ㅋㅋㅋ
=그냥 진짜 시골 똥강아지 같음ㅋㅋ
=먹고 자고 노는 게 일인ㅋㅋㅋ
-그래도 서준이 있다고 좀 긴장은 하던데ㅋㅋ내일이면 다 없어질 것 같더랔ㅋㅋ
=긴장이 하루도 못 감ㅋㅋㅋ
잠이 든 백건하를 보며 웃던 서준과 민재원이 내일 아침 식사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섬섬생활] 1화가 끝났다.
-아니 벌써???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난 거야?
=웃다 보니까 끝났네.
-다시 봐야겠다. 서준이 미모를 자세히 못 봤어.
=22 눈에 새겨야지.
=33 카페 직원 모습도 좋고, 요리하는 모습도 좋고, 밭일할 때 모습도 좋고……. 그냥 다 좋았음ㅠㅠ
그때 다음 주 예고편이 나왔다.
해가 진 밤.
서준과 민재원, 백건하가 둘러앉아 TV를 보는 장면이었다.
-TV? 낚시나 대나무숲이 아니라?
=그러게?
모두 의아해할 때, 카메라가 확대되어 TV 화면을 비췄다.
[맛남 식당3]였다.
-아닠ㅋㅋ여기서 이걸 본다고?ㅋㅋㅋ
=이거 1화인 것 같은데ㅋㅋ나중에 서준이 나오는 편도 보는 거 아니야?ㅋㅋ
=안 볼 리가 없음ㅋㅋㅋ
-1화에도 비행기 장면 나오잖아ㅋㅋㅋ
=그러니까ㅋㅋ여기 본인이 있음ㅋㅋㅋㅋ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앞으로 나올 방송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