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986화 (98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86화

-하. 9월 너무 좋음.

=22 개강해서 싫었는데, 이젠 사랑함.

=33 빨리 금요일 됐으면 좋겠다.

9월.

즐겁고 행복한 여름방학이 끝나고 모든 학교가 개학했다.

다시 지루하고 어려운 수업과 한숨만 나오는 과제와 개떡 같은 팀플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 한숨을 쉴 법도 했지만, 9월에 있을 이벤트들에 그것들 또한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바로 이서준이 출연하는 TVM 예능 [섬섬생활]과 영화 [이레귤러스].

-이레귤러스만 있어도 1년이 행복한데!

=22 서준이 예능이라니!

방학이 없어 8월이든 9월이든 상관없는 직장인들도 행복해했다.

-방학 만들어주면 더 기쁠 듯.

=22 여름, 겨울 둘 중에 하나만 만들어줘.

이루어질 리가 없는 소원도 살짝 빌어보았다.

하여튼.

그렇게 모두가 얼른 [섬섬생활] 첫 방송이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을 때.

대학생인 서준도 개강을 맞아 학교에 갔다.

“안녕, 서준아.”

“안녕.”

같은 강의를 듣는 강재한이 서준을 반겼다.

“왔음?”

4학년 전공강의라 한지호와 전성민도 있었다. 다른 4학년들과도 인사한 서준이 강재한의 옆자리에 앉았다.

“기사 엄청 났던데. 섬섬생활.”

“홍보도 엄청 하더라.”

전성민과 강재한의 말대로 [섬섬생활]의 예고편이 나간 후 TVM은 언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냐는 듯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1차 예고편에 없었던 장면들을 모아 2차 예고편을 만들어 방송으로 내보내고 기사도 엄청 쏟아내고 있었다. 너튜브 채널에 5분 선공개 영상도 업로드했는데, 조회수가 어마어마했다.

-TVM 완전 신났다ㅋㅋㅋ

-예고편 다 봤던 건데 또 보고 있음.

=22 조카 마음을 알 것 같다. 5분짜리 영상을 지금 몇 번 돌려보고 있는 건지.

=나도 반복재생 해놨음ㅋㅋ

=엄마 지나갈 때마다 그거 또 보냐고 뭐라 함.

=내 동생은 대사랑 자막도 다 외워 버림ㅋㅋㅋ

=휴대폰으로 안 봄?

=서준이는 크게 봐야지.

=222

거기에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가진 마린사 또한 얼마 남지 않은 [이레귤러스]의 개봉에 맞춰 한층 더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홍보기사나 예고편으로 전 세계를 도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의 줄거리가 노출되지 않는 선에서 [이레귤러스 예고편-나이트 진], [이레귤러스 예고편-팬텀] 등 각 히어로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아주 짧게 예고편을 만들어 광고로 내보냈다.

-너튜브 광고로 나오면 건너뛰기 안 하고 그냥 보게 됨.

=22 계속 봐도 넋 놓고 보게 되더라.

=33 그러니까 더 풀어줘!

TV는 [섬섬생활]이, 영화는 [이레귤러스]가 모든 관심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 중심이 되는 서준 또한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역시 이서준.

=22 걸어 다니는 화제성.

=예고편에 나온 옷들도 벌써 다 품절이라더라.

=캐리어랑 모자도.

=바로 앞에서 품절됨ㅠㅠㅠ

첫 방송을 하기 전부터 아주 시끌벅적했지만,

“이 강의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의 연기 방법을 비교해 보면서…….”

당사자는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강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수강정정 기간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마.”

물론, 그렇게 말하고 강의실을 떠나시는 교수님을 보며 기뻐하는 친구들과 달리, 아쉬워하는 모습이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니, 왜 아쉬워해?”

“서준이잖아.”

“아하.”

단번에 납득해 버리는 친구들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 * *

[민재원×이서준×백건하 출연, 섬섬생활 오늘 방송!]

[TVM 섬섬생활, 오늘 첫 방송!]

며칠 후.

[섬섬생활] 첫 방송 날이 되었다.

-드디어!!

=드디어어어!1

-분명 일주일밖에 안 기다렸는데, 1년을 기다린 것 같다.

=ㄹㅇ홍보를 늦게 해줘서 1주일만 기다리면 됐었는데ㅋㅋ 1시간이 1달 같았음.

-TVM 틀었다!

=……아직 5시간 남았는데?

=어쩐지 광고가 많다고 했어.

=광고냐고ㅋㅋㅋ

=시청률 오르겠네ㅋㅋ

마치 4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3시부터 행복해진다는 이야기 속 사막여우처럼, 몇 시간 전부터 행복하게 기다리는 새싹들도 있었고,

-망할 현생. OTT에는 언제 올라온대?

=방송 끝나고 바로 올라온대!

일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본방을 보지 못해 굉장히 아쉬워하는 새싹들도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스포일러가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서준이 메인으로 출연하는 첫 예능을 놓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래도…… 덕질하려면 일해야지.

=22 내가 이레귤러스는 연차 쓰고 간다.

=33 N차 뛴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도, 못 보는 사람도 한마음 한뜻으로 얼른 방송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서준도 그랬다.

“뭐 먹을래?”

“치킨! 치킨 시킬까요, 형들?”

“좋아. 난 후라이드.”

[섬섬생활]의 첫방송을 보기 위해 백건하와 함께 민재원의 집에 온 상태였다.

“형형! 우리 본방 보는 거 제 SNS에 올려도 돼요?”

“그래.”

“나도 괜찮아.”

그에 활짝 웃은 백건하가 서준과 민재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휴대폰을 두드렸다.

[백건하]

형들이랑 본방사수! (사진)

#섬섬생활#서준이형#재원이형#본방사수#이레귤러스#업앤다운#위시리스트

그 글이 올라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많은 댓글들이 달렸고 기사도 떴다. 새싹들도 백건하의 SNS를 보았다.

-백건하 배우님도 팔로우 해놔야겠다.

=이렇게 서준이 지인분들의 SNS만 늘어나고ㅋㅋ

=서준이도 SNS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하지 않을까?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선은 TVM 채널에 향해 있었다.

-광고! 광고다!

=내가 광고를 기다리다니ㅋㅋ

-광고 많을 듯.

앞선 방송이 끝나고 광고가 나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많았다.

-서준이 섭외했으니까 이 정도는 뭐.

그래도 서준을 예능에 메인출연자로 섭외한 공이 있어, 다들 기꺼이 광고를 시청했다.

-앞으로도 서준오빠 많이 섭외해 주면 광고는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볼 수 있음.

=근데 서준이가 안해……

=방송국들: 저희도 섭외하고 싶습니다ㅠ

=ㅎㅎㅎㅠㅠ

=TVM 잘했다×10000

=22 진짜 어떻게 섭외했는지. 아주 잘했어.

=33 내가 섬섬생활 뒤에 하는 드라마도 볼게.

=그거 재미없……읍!

-시작한다!

제법 길었던 광고타임이 끝나고, 본방송이 시작되었다.

예고편에서도 나왔던 발랄한 음악이 나오며 [섬섬생활]이라는 제목이 나타났다.

[6월의 어느 날.]

자막이 뜨고 회의실 같은 방이 나왔다.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듯 분주하게 움직이는 제작진이 보였다.

-누가 제일 먼저 나올까?

=6월이면 서준이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아니야?

=그럼 민재원인가?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고 말하는 피디의 말에 문이 열리고, 스태프의 뒤로 한 남자가 나타나는 모습이 보였다.

따로 효과를 넣은 것도 없는데도 후광이 보일 것만 같은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 그리고 입가에 머금은 부드러운 미소까지.

-서준이다!

=등장부터 감탄이 절로 나오네.

=나도ㅋㅋㅋ

=내가 진짜 사랑한다……!

“어서 오세요! 이서준 배우!”

“안녕하세요.”

[이서준/배우]

라는 자막이 뜨고 서준에 대한 소개 영상이 잠깐 흘러나왔다.

아역배우 출신임을 보여주기 위해 어렸을 때 찍은 [내의원]의 한 장면을, 세계적인 스타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쉐도우맨3]의 한 장면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개봉할 [이레귤러스]의 한 장면까지 보여주었다.

-아무거나 보여줘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음ㅋㅋ

=22 안 보여줘도 이서준은 알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맛남 식당에 출연하셨다면서요?”

“네. 강태영 씨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그 소식 듣고 예능국이 얼마나 난리였는지 몰라요.”

-그랬겠지ㅋㅋ우리도 그렇게 놀랐는데ㅋㅋㅋ

=TVM: ……뭐? 누가 출연해??

-근데 서준이 앞에 오렌지주스 있는 거 나만 봄?

=오렌지주슼ㅋㅋㅋ

=여기서도 에너지 공급 중.

“제주도 여행 사진도 올라왔던데, 서준 씨는 SNS는 안 하나요?”

피디의 물음에 음, 하고 생각하던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이지석 씨가 SNS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해서 하지 않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이지석!

=그래서 지금까지 SNS를 안 했구나.

=맞는 말인데. 맞는 말이긴 한데……

=새싹의 원수……!

너튜브도 팬카페도 좋지만, 좀 더 편하고 자주 이용할 수 있는 SNS도 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던 새싹들이 눈을 번쩍였다가,

“하긴, 이지석 배우가 서준 씨를 처음 봤을 때 완전 어렸을 때였죠?”

“네. 다섯 살 때였죠. 물론 SNS에 대해 이야기한 건 재수사 때쯤이니까 7살 때지만요.”

이어지는 대화에 모두 쭈그러들었다.

-잘하셨습니다. 이지석 배우님.

=일곱살. 네. 일곱살한테는 그렇게 말해야죠.

=그래도 이제는 좀 해도 되지 않겠니? 서준아?

=내 배우가 너무 말을 잘 들어……

=그래도 이래서 다섯 살 때부터 사건사고 없이 지금까지 잘 활동했나 봄.

=뉴스엔 자주 나왔지만.

=ㅋㅋㅋㅋ

-근데 다섯살이라니까 확 체감되네.

=22 생각해보면 나 어렸을 때부터 이서준이 활동하고 있었음.

=333 나도. 이서준은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슈퍼스타였어.

새삼 화면 속에 있는, 아직 만 24살밖에 되지 않은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서준과의 짧은 미팅이 끝나고.

다음으로는 등장부터 시끌벅적한 백건하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백건하 등장!

=문밖에서부터 얜 줄 알았음ㅋㅋㅋ

예고편에서부터 확실히 캐릭터가 잡혀 있어 모를 수가 없었다.

-김태원은 안 이랬는데ㅋㅋ

=완전 조용하고 진중한 게 김태원 아니었냐고ㅋㅋㅋ

=연기 진짜 잘하는구나ㅋㅋ

색다른 방법으로 백건하가 연기를 잘한다는 걸 깨달은 시청자들이었다.

“좋아하는 배우요? 당연히 이서준 선배님이시죠!”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백건하 밑으로 [아직 출연자 모름] 하고 자막이 깔렸다.

“저, 청룡님부터 정말정말 좋아했어요! 내의원이랑 이스케이프도 봤구요! 역이랑 한 걸음이랑…… 아, 쉐도우맨 시리즈도 전부 봤어요! 연기도 이서준 선배님 보고 시작하게 된 거예요!”

하고 말하는 백건하의 모습이 3배속 되었다. 자막도 한 줄로 나란히, 끊김 없이 길게 이어졌다.

-이야. 낯선 배우에게서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혹시 강태영 동생임?

=아님 조카?

=앜ㅋㅋㅋㅋ

저번주에 [맛남 식당3]를 방송해서 그런지, 그렇게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훈련받은 개(가끔 날뜀)와 똥강아지(항상 날뜀)인가.

=사람을 개에 비유하다니…… 찰떡이군!

=ㅋㅋㅋㅋ

-서준이 직접 보면 어떨지 궁금하다ㅋㅋㅋ

그다음으로 온 출연자는 민재원이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민재원입니다.”

민재원은 이런 자리가 조금 어색한 듯 조심스러웠다. 새하얗고 마른 얼굴이 확실히 연약해 보였다.

민재원의 소개 영상이 나왔다.

신인이라 보여줄 게 [위시리스트]밖에 없었던 백건하와 달리, 무명이긴 했지만 10년 동안 많은 작품을 찍어온 민재원은 이런저런 영상이 많았다. 그중 유명한 것들만 뽑아 소개했다.

“수려!”

그중에는 [흘러가다]와 같은 해, 칸 영화제에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초대받았던 박중우 감독, 김수한 조감독의 영화, 조선시대 좀비물 [수려]도 있었다.

치킨을 먹고 있던 서준과 백건하가 옆에 앉아 있던 민재원에게 물었다.

“재원이 형, 수려에도 출연하셨어요?”

“와! 그럼 칸 영화제도 가셨어요?”

“아니, 난 엑스트라라서 못 갔지.”

그에 민재원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칸 영화제 출품작에 출연한 것만 해도 정말 좋더라. 나 말고 다른 단역배우들도 엄청 좋아했어.”

“저 수려 진짜 재미있게 봤는데! 아, 흘러가다도요! 보다가 엄청 울었다니까요! 저도 꼭 그런 멋진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어요!”

백건하의 말에 서준과 민재원이 빙그레 웃었다.

-수려에도 나왔었구나.

-근데 다 환자역이네.

=아픈 연기를 잘하긴 함. 이미지도 그렇고.

“좋아하는 배우 말입니까? 이서준 배우님입니다. 옛날부터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연기하는 것도 이서준 배우님을 보면서 연구했어요.”

-어쩐지. 아픈 연기 되게 잘하시더라……

=이서준 연기 = 아픈 연기냐고ㅋㅋㅋ

민재원과의 미팅이 끝나고.

화면이 바뀌며 조금 어수선해 보이는 집이 보였다. 지금 서준이 있는 민재원의 집이었다.

[7월, 첫 촬영 전날 밤.]

화면 속 민재원이 민망한 듯 말했다.

“제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아직 정리를 못 했습니다.”

-업앤다운 성공하고 이사했나 봄.

=그래도 그렇게 안 크네.

=그동안 무명이었다가 하나만 성공했으니까.

“음. 그럼 짐을 싸겠습니다.”

하고 말한 민재원은 말없이 캐리어를 펼쳐 짐을 쌌다. 조용한 가운데 짐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이거 ASMR임?

-재원오빠ㅠ목소리 좀 들려주세요ㅠㅠ

-이렇게 오디오 비어도 됨?

그러다 화면이 바뀌었다.

흔들리는 화면 속 한눈에 봐도 잔뜩 신이 난 백건하가 보였다.

“안-!”

-음소거.

=앜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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