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977화
-이번 편도 재미있었닼ㅋㅋ
=22 진짜 계속 웃음ㅋㅋㅋ
=ㅋㅋ배 아프다ㅋㅋ
-새로 들어온 멤버들도 잘하네.
=케미 좋아서 넘 좋음.
=ㅇㅇ일도 잘하고.
=이런 예능은 일 잘하는 게 제일 보기 좋아. 마음이 편함.
=이렇게 생각할 때 꼭 사고가 터지지ㅋㅋㅋ
-예고편 시작한다!
[맛남 식당3]의 오늘 방송이 끝나고, 잠깐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다음 주 예고편이 시작되었다.
달그락 달그락.
탁탁탁.
주방에서 들을 법한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와 칼로 무언가를 써는 소리 등이 들려오며, 어두워졌던 화면이 천천히 밝아졌다.
손이 보였다.
식칼로 파를 썰고 있는 손이었다.
-강태영?
=윤효원 아님?
=ㄴㄴ저 숙련된 칼질은 우리 막내가 아니야.
=ㅋㅋ급 추리 시작ㅋㅋ
화면이 바뀌고 양파를 까고 있는 손이 보였다.
-이거 윤효원이넼ㅋㅋ
=양파 까면서 우는 거 자동재생됨ㅋㅋㅋ
국자로 소스가 든 냄비를 휘휘 젓고 있는 손이, 그다음으로 디저트로 쓸 과일을 다듬는 손이 보였다.
-혜윤 언니!
=언니 제발 콘서트 좀여ㅠ
-하연아!!
=우리 하연이는 어쩜 손도 저렇게 예쁘지ㅠㅠ
다음으로는 절구로 마늘을 다지는 손과 테이블을 닦는 손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권사형!
=그 조태혁이 마늘 다지는 중이라니ㅋㅋㅋ
=영화에서는 ㅈㄴ 무서웠는데ㅋㅋ
-영하 오빠ㅠㅠ
=오빠가 서빙해주다니ㅠ 내가 당첨 됐어야했는데ㅠ
=22 왜 덕은 계를 못 타요ㅠㅠ
-근데 왜 갑자기 손 보여줌?
=뭐, 누구 손인지 맞추라는 거 아님?
[맛남 식당3]의 멤버들의 손이 모두 나오자, 시청자들은 이제 얼굴을 보여주며 정답을 보여주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화면에 나오는 것은 얼굴이 아니었다.
새로운 손이었다.
파를 다듬는 손이 보였다.
앞서 나왔던 멤버들의 손보다 햇빛에 살짝 그을린 손이 조심스럽게 파를 다듬고 있었다.
-????
=뭐야? 누구야?
=멤버들 손이 아닌데?
=게스트 아님?
=22 게스트인가봄.
화면이 바뀌며 설거지를 하는 손이 보였다. 이것 또한 낯설었다.
-어? 2명??
=게스트가 2명이라고??
그리고 또 화면이 바뀌어, 디저트 그릇을 정리하는 손과 육수를 끓이고 있는 냄비에 재료를 넣는 손. 그리고 빠르고 경쾌하게 양파를 썰고 있는 손이 보였다.
-아니, 게스트가 몇 명이야;;;
=전부 게스트야? 멤버를 다시 보여준 게 아니라?
=그렇다기엔 너무나 낯섦…….
=22 누군지 예측도 못 하겠음…….
-……어? 어라??
-다섯? 다섯 명 맞지?
=멤버가 여섯 명인데 게스트가 다섯이라고?
=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섭외할 수 있는 건데??
-아니, 잠깐만…….
-그룹? 아이돌인가??
=ㄴㄴ앞에 셋은 남자고 뒤에 둘은 여자인 듯.
-미친. 진짜야?
-피디는 무슨 생각이지?
=전에 워킹맨 했다더니, 게스트도 아예 와르르 데려왔나봄ㅋㅋㅋ
=팀전이라도 할 건가.
=앜ㅋㅋㅋ
-마지막 양파 써는 남자. 방금 내 심장을 치고 감.
=손이랑 팔만 쪼금 보였는데욬ㅋㅋㅋ
=아냐. 분명 잘생겼을 거야. 분위기가 그래.
=분위기?
=잘생긴 분위기. 아우라가 다름.(진지)
=잘생긴 분위기는 뭔데ㅋㅋ근데 나도 왜 알 것 같지ㅋㅋㅋ
-아. ㅅㅂ심장 뛴다. 아니, 멈췄나??
=나도ㅠㅠㅠ
=아니, 미친. 내가 갔어야 하는 건데.
=22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죠ㅠㅠㅠ
=33 이래서 덕은 계를 못 타ㅠ
=뭔데?? 왜 그럼??
=저 손ㅠㅠ
뜬금없는 다섯 게스트(?)의 등장에 [맛남 식당3]를 보며 인터넷을 하고 있던 시청자들의 댓글들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영문 모를 댓글들도 가득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놀라면서도 울고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써 내려갈 때, 손만 보여주던 화면이 바뀌었다.
=서준이야ㅠㅠㅠ
양파를 썰고 있던 손을 비추던 카메라가 위로 움직였다. 팔과 어깨, 목, 턱을 타고 올라가 끝내 손 주인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
-???
지금 한창 홍보로 떠들썩한, 개봉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영화 [이레귤러스]의 주연배우.
이서준이었다.
-ㅁㅊ이서준?
-아니,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그때.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능숙하게 양파를 썰고 있는 이서준의 옆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파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전까지 파를 다듬고 있었던 남자인 것 같았다.
카메라에 남자의 얼굴이 담겼다.
-!!!
-아니, 잠깐만요.
이서준의 등장에 안 그래도 입을 쩍 벌리고 있던 시청자들의 눈과 입이 더 이상 벌어질 수 없을 만큼 크게 벌어졌다.
-ㅅㅂ박지오?!?
시청자들의 경악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두 스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맛남 식당3]의 예고편이 끝났다.
[다음 주 이 시간에!]
묘하게 신이 나 보이는 자막이 나옴과 동시에, 이서준의 얼굴이 나올 때부터 조용하던 인터넷이 폭발했다.
-미친! 이서준이라고?! 박지오라고?!
-와…… 내가 본 게 진짜야?
=네가 본 게 이서준이랑 박지오면…… 진짠 것 같은데. 왜 내가 말하면서도 가짜 같지?
-갑자기 이서준이요? 갑자기 박지오요?!
=아니, 이서준은 강태영 지인이라서 이해는…… 안 가! 갑자기 왜 이서준이 나오는 건데? 박지오도!
-아니, 얼굴 나오기 전부터 알아본 사람들은 뭐야;; 손만 나왔잖아;;
=22 지금 보니까 댓글창에도 알아본 사람들이 많네?
=새싹이겠지.
=삐빅. 정답입니다.
=이런 새싹들인데도 이서준 일코는 못 알아본다니.
=ㅠ우리도 슬퍼ㅠ
-ㅋㅋ나 내 주위가 다 새싹이라서 난 새싹 안 하려고 생각했는데(홍대병 약간 있음/메이저 안 좋아함.), 내 심장 치고 간 손 주인이 이서준이네??ㅋㅋㅋㅠㅠㅠ팬카페 가입 어떻게 해요?
=앜ㅋㅋㅋㅋ
=어서옵쇼(문 활짝)
=손까지 잘생긴 우리 서준오빠ㅋㅋㅋ
-놀라긴 엄청 놀랐지만, 서준이가 나온 이유는 알 것 같음.
=왜?
=이레귤러스 홍보 때문에?
=ㄴㄴ지나가다 만났을걸.
=앜ㅋㅋㅋ이거다ㅋㅋ
=워킹맨으로 학습된 새싹들ㅋㅋ
=근데 새싹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엄마도 이서준 보고 놀라다가 ‘지나가다 만났겠지.’라고 함ㅋㅋ
=일반인도 아는ㅋㅋㅋ
-아, 근데 ‘이서준 배우 보신 분?’ 안 했네.
=그거 워킹맨 꺼.
=아하.
-깜짝 등장은 워킹맨에서만 나올 줄 알았는데ㅋㅋ여기서 보게 되다니ㅋㅋ
=맛남 식당 피디가 워킹맨 조연출이었대.
=그게 그렇게 된다고?ㅋㅋㅋ
=맛남 식당 피디가 워킹맨 이서준 레이더 들고 왔나봄ㅋㅋ
=근데 거기에 박지오까지 더해진.
-와. 진짜 박지오를 예능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22 보고 깜짝 놀람. 박지오가 어떻게 나온 거야?
=아, 그건가. 맛남 식당 제주도에서 촬영했잖아. 서준이도 소꿉친구들이랑 제주도 여행 갔고. 박지오 선수도 서준이 소꿉친구고.
=그럼 나머지 세 사람은 서준이 친구들인듯. 일반인.
=22 손은 보여줬지만 나오지는 않겠네.
-아니ㅋㅋ서울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제주도ㅋㅋㅋ
=진짜 레이더 훔친 거 아니냐고ㅋㅋ
=워킹맨: !!!
-추첨제였으니까 지나가다 들를 일은 없고, 강태영이 부른 거 아닐까?
=그래도 마침 제주도였다는 게 웃김ㅋㅋㅋ
[배우 이서준, 맛남 식당3 예고편 등장!]
[제주도에서 우연히? 배우 이서준, 만남 식당3 게스트로!]
[배우 이서준의 친구, 박지오도 함께!]
[바르셀로나FC 박지오, 맛남 식당3에 출연!]
-?뭐야? 나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22 세상 재미있는 일은 다 자는 사이에 일어난다고 하더니.
=이렇게 일찍 잤다고?
=전날 밤 샜음.
=아, 고생했어.
=게임한다고ㅋㅋㅋ
=취소.
당연하게도 기사와 커뮤니티 인기글에도 떴다.
[맛남 식당3]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 기사들과 인기글을 보고 예고편을 찾아보며, 서준과 박지오의 출연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주 언제 옴?
=평일 사라져라.
모두 다음 주만 기다리고 있었다.
* * *
일주일 후.
죽묘도로 향하는 배 위.
오늘내일 [섬섬생활]과 함께할 게스트, 백건하의 지인인 배우 김경우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들썩거리는 배도 익숙해지고 카메라에 담을 내용도 찍고 나니 저절로 딴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 맛남 식당은 다시보기로 봐야겠네.’
이서준 선배님과 박지오 선수가 나온다던데, 아쉽게 됐다.
‘촬영 중에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같은 방송사라도 딱히 연관이 없는 방송을 보는 걸 찍을까 싶었다.
4년 차 배우이자, 드라마 [위시리스트]에서 백건하와 앙숙인 캐릭터를 연기한(실제로는 가장 친하다.) 김경우는 능숙하게 아쉬운 감정을 삼키고 가까워지는 죽묘도 선착장을 바라보았다.
“!경우 형! 경우 혀엉!”
게스트를 마중 나온 백건하가 배에 타고 있는 김경우를 보며 와아아! 두 팔을 흔들었다. 옆에 서 있던 민재원이 슬쩍 떨어지는 걸 본 김경우가 하하 웃었다. 어쩐지 동질감이 생겼다.
“안녕하세요, 김경우입니다. 영화 재미있게 봤습니다, 선배님.”
“반가워요. 저도 드라마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사를 나눈 김경우는 두 배우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저기 가면 대나무숲이 있고, 저기로 가면 닭장이 있어. 그리고 저쪽은 바닷가인데 통발을 설치해 뒀거든? 나중에 보러 가자! 아, 그리고 시금치밭도! 우리가 씨앗 심었는데, 벌써 많이 자란 거 있지? 근데 아직 못 먹는대!”
제법 익숙해진 민재원과 제작진마저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의 수다였지만,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익숙해진 김경우는 웃으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한 명이 없는 것 같은데.’
출연자가 3명이라고 들었는데, 둘밖에 없었다.
‘깜짝 카메라인가.’
음. 놀라는 척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알아차렸다고 할까.
‘어느 쪽이든 재미있게 나오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주황색 대문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백건하가 상기된 얼굴로, 그리고 무언가 기대하는 얼굴로 김경우를 바라보았다.
강명헌의 경우에는 서준과의 생각지도 못한 인연으로 오히려 이쪽이 놀라고 말았지만, 김경우는 분명 깜짝 놀랄 터였다. 그 반응이 기대되었다.
“들어가 봐! 형!”
아하.
‘여기 계시나 보네.’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한 백건하의 모습에 김경우는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어도 평범하고 무난하게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나 숨기는 거 있어요.’ 하고 말하는 얼굴인데 깜짝 놀라는 척 연기했다가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 무난하게 인사한 뒤에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는 백건하를 놀려야지. 배우면서 연기도 못하냐고 말이다.
그런 백건하와 김경우의 모습에 민재원과 제작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이내 웃고 말았다. 이건 알아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말한 김경우가 주황색 대문을 열었다.
기름칠이 잘되어 있어 삐걱- 소리가 나지 않는 대문을 여니, 노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이서준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덜컹!
김경우는 대문을 닫았다.
어디서 푸핫!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김경우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야?’
고양이를 안고 있는…… 이서준 선배님이라고?
‘그럴 리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기사란을 도배하고 있는 영화 [이레귤러스]의 주연인, 그리고 [맛남 식당3]의 깜짝 출연으로 인터넷을 또 한 번 시끌벅적하게 만든 배우 이서준이 이 작은 섬에 있을 리가.
하고 생각하면서도 김경우는 다시금 대문을 열어보았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는 천막과 장판이 깔린 넓은 평상.
그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노란 고양이는 어느새 어깨 위로 올라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김경우 배우님. 반가워요.”
도저히 착각할 수가 없는 외모와 목소리였다. 후광도 보이는 것 같았다.
맞잖아! 이서준 선배님!!
경악과 함께 김경우의 몸이 반응했다. 달칵! 하고 문이 닫혔다.
세상에……!
누가 나와도 절대 놀라지 않고 무난하고 평범하게 인사하자고 생각했던 김경우가 흔들리는 눈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이서준, 이서준 선배님이……!”
그 모습이 첫날의 백건하와 똑같아, 백건하 본인은 물론이고 그때 있었던 제작진까지 빵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