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974화
다음 날.
인터넷은 아침부터 어제 첫 방송을 한 [맛남 식당3]로 시끌벅적했다.
-하연이가 맛남식당에 나오다니ㅠㅠㅠ
=ㅠ데뷔팬은 진짜 눈물만 난다ㅠ
-윤효원은 시즌 3에서도 막내넼ㅋㅋㅋ
=시즌2에서 다음 시즌엔 막내 탈출하겠다고 했는데ㅋㅋ
-음식 맛있어보임.
=22 어제 보다가 배달시킬 뻔.
=난 시켰음ㅋㅋㅋ
비행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도 가득했다.
[맛남 식당] 출연자들의 활약은 없었지만,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신기해했다.
-비행기? 의대생? 맛남 식당?? 무슨 일 있었음?
=맛남 식당3 1화 봐ㅋㅋㅋ
-예능에서 뉴스를 보게 될 줄이야ㅋㅋ
[맛남 식당3]를 못 본 사람들도 많았는데, 기사도 많이 뜬 걸 보니 재방송 시청률도 높을 것 같았다. 거기에서 반의반만 본방송으로 넘어온다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 진짜는 나오지도 않았지만.”
나중에 방송될 내용을 보고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던 [맛남 식당]의 피디, 유상백이 흐흐흐 웃었다.
그사이.
[섬섬생활] 배우들은 아침을 먹고 섬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2주는 오지 않을 예정이었기 때문에(제작진은 오겠지만) 사용했던 것들을 최대한 깨끗하게 정리해 두었다.
“진짜 시간 금방 가네.”
“그러게요.”
캐리어를 끌고 마당으로 나온 민재원과 서준은 눈앞의 집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어느새 많이 편해진 곳이었다. 여기저기 세 배우의 손이 닿은 곳은 생활감도 느껴졌다.
‘대본은 못 봤네.’
생각보다 이것저것 할 게 많아서 가져온 대본은 보지 못했다.
또 출연자들이 배우들이라 연기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았는데, 먹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다음에 오면 차양도 설치할까요, 형?”
애정이 생기니, 바꾸고 싶은 부분들도 보였다.
“확실히 더 더워지면 그늘이 있는 편이 좋겠지. 여름이라 비도 자주 올 것 같고.”
“여기 평상도 만들어요! 형들! 마루가 있긴 한데, 좀 좁잖아요! 여기서 밥도 먹고 밤에 별도 보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백건하가 신나게 말했다.
서준이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이 있어도 좋을 것 같네. 재원이 형, 평상도 만들 수 있어요?”
“재료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세 배우의 시선이 제작진에게로 향했다.
그에 제작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판매하는 건 식재료지, 차양이나 평상을 만들 재료는 상관없었다.
아마 다음에 오면 창고에 벽돌과 나무가 한가득 쌓여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 오면 차양이랑 평상부터 만들고, 화덕을 만들면 되겠네요.”
그렇게 다음에 촬영을 올 때는 뭘 들고 올지,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뭘 할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세 배우는 육지에 도착해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들은 촬영이 끝났다는 말에 자신의 배우에게로 향했다.
“재원이 형, 여기!”
“오느라 고생했어.”
“형이 더 고생했지. 가서 뭐 했어?”
하며 민재원의 캐리어를 뺏는 손길이 아주 자연스러운 민재원의 매니저와,
“백건하. 사고는 안 쳤지?”
“내가 사고 치는 애로 보여?”
“어. 완전.”
형님이신 민재원 배우와 슈퍼스타 이서준 배우가 있는데 사고라도 치지 않았을까, 진심으로 걱정하는 백건하의 매니저.
투닥거리는 백건하와 매니저를 보며 웃던 서준에게도 최태우가 다가왔다. 어디 다친 곳은 없나, 하고 서준을 살펴보느라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힘들지는 않았어?”
“전혀요. 처음 해보는 게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대본 볼 시간도 없었다니까요.”
“그 정도였어?”
활짝 웃으며 말하는 서준에 최태우가 조금 놀랐다가 이내 웃고 말았다. 조금 걱정했었는데, 그 정도로 재미있었다면 다행이었다.
“서준이 형! 재원이 형! 나중에 서울에서 만나요! 제가 맛있는 가게 알거든요! 디저트도 잔뜩 사 갈게요!”
백건하의 매니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서준 배우랑 서울에서 따로 만날 정도로 친해진 거야? 하는 눈빛이었다.
“그래, 서울에서 봐. 재원이 형도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서준이 너도.”
민재원의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같이 촬영하니 친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친해진 것 같았다.
“이서준 배우랑 어떻게 그렇게 친해진 거야?”
서울로 돌아가는 길.
매니저의 질문에 죽묘도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하게 된 백건하와 민재원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8월.
[섬섬생활]의 촬영을 하러 죽묘도에 가기 하루 전.
[이레귤러스! 9월 대개봉!]
[이레귤러스]의 홍보가 시작되었다.
당연하게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홍보였다.
[마린사의 시즌2 히어로들이 모였다!]
[나이트 진 등장! 이레귤러스 9월 개봉 예정!]
[이레귤러스 관람 전 봐야 할 시즌2 히어로 무비들!]
-드디어ㅠㅠㅠ
-쉐앤나 촬영한다고 했을 때부터 기다렸다고!!
=22 시즌2 영화들도 벌써 다 봄.
=33 영화객 리뷰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름.
=44영화 리뷰 보고 요약본도 봄.
-9월이라니! 왜 오늘은 8월이지??
=한 달만 숨참고 기다리자.
-쉐앤나 보고 싶어졌다. 봐야지.
=나도!
-영화 제발 잘 나왔으면 좋겠다.
=일단 이서준이 출연했다는 거에 믿음이 생김.
=22 믿고 보는 이서준.
-근데 요새 이서준 뭐한대? 제주도 여행 이후로 소식이 없는데.
=원래 서준이가 뭐하는지 아무도 몰라……ㅋ
=22 지금 네 옆을 지나가고 있을지도.
“완전 멋있어! 서준이 형 진짜 대단한 것 같지 않아, 형? 홍보를 안 하는 나라가 없대! 이레귤러스밖에 안 보여! 공개된 포스터도 멋지고, 예고편도 너무 대단하고……!”
“응. 그래.”
얼른 내렸으면 좋겠다.
백건하의 매니저가 카페 앞에 차를 세우며 영혼 없이 대답했다.
제작진은 이번에도 카페를 빌렸다. 앞으로 촬영이 있을 때마다 빌릴 것 같았다.
“어, 서준이 형이랑 재원이 형이다!”
이서준 배우와 민재원 배우는 이미 도착한 것 같았다.
백건하가 얼른 차에서 내렸다.
세상에.
그렇게 대단한 형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나랑 친해!
“진짜…… 저 너무 행복해요……!”
백건하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 뜬금없는 말에 서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돌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백건하의 매니저를 보았다. 매니저가 해탈한 얼굴로 희미하게 웃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듯한 그 미소에 서준은 웃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백건하까지 도착하자, 세 배우와 제작진은 배를 타고 죽묘도로 향했다.
“누가 올까요? 아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비밀이라서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이번 [섬섬생활]의 촬영은 철통보안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서준은 물론이고 민재원이나 백건하의 촬영 기사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서, 주변에서는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중이었다.
“위시리스트 사람들이 물어보거든요, 저 뭐 하냐고. 그때마다 말하고 싶은데 진짜 엄청 참고 있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이발사가 된 기분이에요!”
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주황색 지붕의 집으로 향하는 길.
백건하의 말에 민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이 촬영한 배우들이 여기저기 예능에 나가는데 나는 좀 적게 나가고 있거든. 뭐 하냐고 물어보더라.”
그런 상황인데, 게스트 정보가 뜰 리가 없었다.
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자신만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나 보다.
다들 어렸을 때부터 비밀유지 하나는 철저한 친구들이긴 했지만.
‘앞으론 조심해야지.’
촤아악-
물결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한 명씩 오지 않을까?”
[섬섬생활]의 백건하와 민재원이 그렇듯, 지금 예능 프로그램들의 게스트로는 주로 올해 흥행한 작품들, 드라마 [위시리스트]와 영화 [업 앤 다운], 그리고 영화 [운명]의 출연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출연한 작품이 거의 없는 백건하는 드라마 [위시리스트]에서 한 명, 무명으로 10년이란 세월을 보낸 민재원은 영화 [업 앤 다운]이나 과거 같이 출연했던 작품에서 한 명, 그리고 서준이 아는 연예인이 한 명 올 것 같았다.
“오! 방금 제작진분들 움찔하셨어요! 진짠가 봐요!”
백건하의 외침에 애써 아닌 척하는 제작진의 모습이 보였다. 서준과 민재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우리 집!”
백건하가 영역을 확인하는 강아지처럼 문을 활짝 열며 안을 확인했다.
서준과 민재원도 집을 둘러보았다. 2주 만에 오는 거라 느낌이 새로우면서도 왠지 친근했다.
“형들! 창고에 벽돌이랑 나무가 가득 있어요!”
“그럼 차양부터 설치할까?”
“전 점심 준비할게요.”
물론 감상은 짧았다.
세 배우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빠르게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형들 있잖아요!”
“응.”
민재원의 차양 설치를 도왔다가 서준의 잔심부름을 하다가, 하며 뛰어다니던 백건하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게스트는 서준이 형이 있는 거 모르잖아요!”
“그렇지?”
“그럼 우리 첫날 그랬던 것처럼 깜짝 놀래키면 어떨까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오.
그 말에 서준과 민재원의 눈이 장난기로 반짝 빛났다.
* * *
다음 날.
“재원이 녀석, 이거 촬영하고 있었구나.”
죽묘도에서의 2박 3일 중 둘째 날인 오늘부터 합류할 예정인, [섬섬생활]의 첫 번째 게스트, 배우 강명헌이 차에서 내리며 중얼거렸다.
“잘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조연 전문 배우인 강명헌은 엑스트라로 활동하는 민재원과 마주치는 날이 많아 자주 보면서 친해졌다.
강명헌 본인도 엑스트라부터 시작해 조연 배우로 자리 잡은 터라, 병약해 보이는 엑스트라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뭐, 겉모습만 그렇지만.’
패닉 상태일 때 숨도 못 쉴 정도로 굳는 걸 빼면, 건강한 녀석이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국민 삼촌 강명헌입니다.”
‘우리 삼촌 닮았다ㅋㅋㅋ’라는 댓글이 달리는 게 일상인, 국민 삼촌 강명헌이 익숙하게 카메라를 보며 인사했다. 예능도 자주 출연해서 익숙했다.
“배우님! 여기 타시면 됩니다.”
제작진은 강명헌을 배로 안내했다.
배에 타기 전 강명헌은 자신의 매니저를 바라보았다.
여기 오기 전에 어떤 예능인지 [섬섬생활]에 대해 검색해 봤는데, 기사가 하나도 뜨지 않았다. 그래서 출연자가 누구인지 물어봤는데, 매니저는 그저 흐흐흐 웃을 뿐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어쩐지 굉장히 기쁘고 흡족해 보이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지?’
강명헌이 고개를 모로 꼬았다.
조연배우의 매니저로서 이 배우 저 배우 다 만나본 자신의 매니저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 굉장히 흔치 않은 일이었다.
‘도착해 보면 알겠지.’
잠시 후.
죽묘도 선착장.
“어? 명헌이 형?”
“우아아아! 강명헌 선배님이다!!”
게스트를 마중 나온 민재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백건하가 배에 타고 있는 김경우를 보며 와아아! 두 팔을 흔들었다.
음. 대충 어떤 녀석인지 알 것 같았다.
“형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어쩐 일이긴, 너 보러 왔지. 안녕하세요, 백건하 배우. 강명헌입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백건하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하고 말한 백건하가 ‘그래.’ 하고 대답하는 강명헌의 캐리어를 대신 끌어주며 앞장섰다.
그 뒤를 따라가던 민재원이 말했다.
“난 업 앤 다운 배우가 올 줄 알았는데, 형이 올 줄이야.”
강명헌은 [업 앤 다운]에 출연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너랑 친하다고 이야기했으니까.”
[업 앤 다운]의 배우를 게스트로 부르는 것도 괜찮았지만, 민재원의 무명 세월을 알고 있는 강명헌이 와도 좋을 것 같다고 제작진은 판단했다. 게다가 국민 삼촌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리고 시간도 남아서.”
“하하.”
그말에 민재원이 웃었다. 강명헌이라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와줬을 터였다.
“근데 출연자 세 명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 집에서 점심 만드는 중이에요. 점심 안 먹었죠?”
앞서 가던 백건하가 이히히 웃었다. 민재원의 미소도 더 진해졌다.
그에 강명헌이 의아해하는데, 눈에 확 띄는 주황색 대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먼저 들어가세요! 선배님!”
“건하도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옙!”
활짝 웃는 백건하에 따라 웃은 강명헌이 살짝 열린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궁이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남자를 발견했다.
“……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남자의 모습에 강명헌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남자도 살짝 눈을 크게 만들었다가 이내 웃으며 강명헌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강명헌 배우님.”
강명헌의 뒤에선 백건하와 민재원은 강명헌이 얼마나 놀랄지 기대하는 중이었다. 마당 한쪽에서 촬영하던 제작진도 그랬다. 두근두근!
하지만 강명헌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와! 서준이! 아, 죄송합니다. 이서준 배우님.”
놀라긴 했지만, 그렇게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준을 굉장히 친근하게 불렀다.
“저도 모르게…… 처음 뵙겠습니다, 배우 강명헌입니다.”
그에 서준이 하하 웃었다.
“처음은 아니죠. 옛날에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오! 기억하세요?”
“기억하죠. 아,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에 강명헌이 활짝 웃었다.
“그럴까? 서준이 너도 편하게 말해. 와, 여기서 서준이 널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게스트를 놀라게 해주려던 백건하와 민재원, 제작진이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준과 강명헌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