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969화
[바르셀로나FC 박지오, 오늘 출국!]
[박지오, 또 한 번 우승을 향해 스페인으로!]
[휴가 끝난 박지오, 다시 스페인으로 복귀!]
2주간의 휴가가 끝난 박지오가 다시 본업을 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틀 후 미나 오웬도 요리 공부를 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다.
김지윤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소설을 쓸 준비를 했고, 박지후도 올해 있을 국시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공부 모드로 돌입했다.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서준도 그랬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여느 때처럼 연습실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최태우가 들고 온 대본들을 읽고, 보지 못했던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가끔 연극과 뮤지컬도 봤다.
“완전 재미있었어, 형.”
“나도!”
그럴 때는 종종 중3인 김수빈과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서은수가 함께했다.
“수빈이는 8월에 미국에 간다고 했지?”
“응. 개학 전까지 있을 거야.”
김수빈은 여전히 방학처럼 길게 시간이 날 때면 벤자민 모튼 교수와 제이슨 무어와 함께 미국에서 지내고는 했다. 실력도 쑥쑥 늘어갔고 콩쿠르나 대회에서도 활약하고 있었다. 서준이 아는 음악계 지인이나 모르는 음악계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고 들었다.
“나 이번에 상 받았다!”
서은수도 한국 이과계열 대회를 싹쓸이하는 중이었다.
나중에는 해외의 유명 대학이나 연구소 등을 견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서준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세계도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으아아! 선배님!”
또 학교 선배로서 두 손 가득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축제를 준비하는 연기과 학생들을 보러 가기도 했다.
1학기에 있었던 [이레귤러스] 촬영 때문에 서준을 보지 못했던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이 입을 쩍 벌리고 서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저랬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서준아!”
“태영이 형!”
[맛남 식당3]의 촬영을 모두 끝내고 제주도에서 올라온 강태영과 만나기도 했다. 강태영이 서울로 돌아온 건 서준이 돌아온 날에서 삼일 정도 후라서, 시간은 꽤 지났지만 말이다.
“제주도에서 재미있게 놀았더라.”
“하하.”
서준과 박지오가 제주도 여행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혹시나, 한 관광객들이 자신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리고 정말 찾아낸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 이서준 박지오 발견!
=! 거기가 어디에요?
좋아하는 배우가 갔던 곳에 가서 같은 풍경을 보고 싶은 게 팬들이었다.
새싹들은 그런 정보들을 모아 목록을 정리했고, 하나둘 제주도로 떠나기 시작했다.
-(사진) 여기서 서준이가!
하고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다들 재밌게 놀다 오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저도 처음 갔던 곳들이라서요.”
단골가게나 종종 같던 곳이라면 자신 있게 추천했겠지만, 서준도 처음 갔던 곳이 많아 조금 걱정되기는 했다. 물론, 잘 골랐는지 다 재미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게 좀 그렇긴 해. 나도 처음 간 음식점에 사인해 준 적 있거든.”
강태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연예인들이 간다고 다 맛집은 아닌데 말이야. 저번에 갔던 곳도 비싸기만 하지 맛은 좀…… 평범하더라고. 근데 날 알아보셔서 사인해 드리고 왔지.”
그 가게에 남긴 자신의 사인을 신뢰할 사람들에게 미안한 강태영이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이럴 땐 서준의 일코가 참 좋은 것 같았다.
“섬섬생활 촬영은 언제부터야?”
맛있는 단골 가게의 요리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섬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맛남 식당3] 방송 이후, 이어질 [섬섬생활]에 대해서는 강태영도 알고 있었다. 서준에게도 들었다.
“모레부터 촬영이에요.”
“그래? 얼른 방송했으면 좋겠다!”
“아직 촬영도 안 했다니까요.”
좋아하는 배우의 예능을 기대하며 눈을 반짝이는 새싹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이틀 후.
[섬섬생활]의 첫 촬영이 되었다.
첫 촬영은 서준의 방에서 진행되었는데, 서준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카메라는 정말 익숙했지만 예능 촬영이라 조금 낯설게 느껴졌는데, 그게 재미있었다.
“이렇게 평범하게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매번 본의 아니게 깜짝 등장을 해버려서 말이에요. 지금쯤 방송했을 텐데, 맛남 식당에서도 그랬죠.”
서준은 웃으며 잘 보이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캐리어를 열었다.
“해외촬영나 지방촬영 다니면서 짐 싸는 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섬에 간다니까 어떤 걸 챙겨야 할지 모르겠네요. 뭐가 있고 뭐가 없는지 제작진분들이 하나도 안 알려주셨거든요. 음. 일단 옷부터 챙겨야겠죠.”
서준은 옷장에서 옷들을 꺼내 텅 빈 캐리어에 차곡차곡 넣었다.
“그다음엔 화장품.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이 여름에! 섬이라니! 바닷가라니!’ 하고 외치면서 선크림은 꼭 바르라고 했거든요. 아, 팩도 챙기랬는데.”
서준이 웃으며 스킨, 로션 같은 화장품도 챙겼다.
“아, 그건 알려주셨는데, 요리를 할 수 있는 건 저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마법의 가루도 챙겨 가겠습니다. 섬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없으면 큰일이니까요.”
서준은 부엌에서 소고기 맛이 나는 가루를 챙겨와 캐리어 안에 넣었다.
“그리고 또…….”
서준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짐을 챙겼다.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느새 텅 비어 있던 캐리어가 짐으로 가득 찼다.
“마지막으로, 대본도 챙기겠습니다.”
서준이 어느 때보다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대본?] 하고 댓글이 달릴 것 같은 장면이었다.
“제가 대본 읽는 걸 좋아하거든요. 잠깐 읽을 시간은 있을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유출 위험이 있으니까 공개된 대본들로만 가져갈 생각입니다.”
서준이 신중히, 그리고 즐겁게 책꽂이에서 대본들을 고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때만큼은 카메라는 전혀 의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대본까지 고르며 서준의 짐 싸기가 끝났다.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서준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 * *
“와! 진짜 떨린다!”
벌써부터 올해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드라마 [위시리스트]의 배우, 백건하가 뒷좌석에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재잘대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매니저는 이미 해탈한 것 같았다.
“내가 예능에 출연하다니!”
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나왔는데도, 백건하는 잠기운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아니, 오늘따라 유난히 더욱 날뛰는 것 같았다.
“근데 진짜 누구랑 같이 촬영하는 거야? 형은 알지? 이름만 알려주라. 초성이나 이니셜이라도! 어떤 분들이야? 두 분 다 나보다 연상이시겠지? 나 좋아하시려나? 드라마 보셨으려나? 으아아! 내 연기를 보셨으면 어떡해!”
아.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건하야. 카메라.”
“아!”
그말에 백건하는 얼른 차량 안에 설치된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재잘댔다.
“집에서도 말씀드렸었는데, 피디님이 함께 지낼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안 가르쳐 주셨거든요! 진짜 진짜 궁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매니저가 픽- 웃었다.
제대로 못 자긴. 아주 기절을 했더구만.
어쨌든 백건하의 모습을 보니 편집할 때 피디가 고생 꽤나 할 것 같았다.
“형, 근데 진짜 내가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해? 진짜 진짜 미안하고 죄송할 것 같단 말이야. 힌트라도 주면 안 돼?”
카메라를 보고 실컷 떠든 백건하가 다시 매니저에게 말을 걸었다.
그에 매니저가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백건하는 보았다.
백건하. 21살.
올해 신인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대중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백건하는 연예계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낯선 상태였다.
왜냐하면 데뷔를 하고 바로 스타가 되어 무명시절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재능이 많은 애지.’
어쩌면 이제 곧 만날 슈퍼스타와 비슷……할 정도는 아니겠구나.
‘아무렴. 그건 아니지.’
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그 정도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형? 형, 내 말 듣고 있어?”
……말만 좀 적으면 참 좋을 텐데.
매니저는 이번 예능 출연으로 백건하에게 들어오는 배역에 큰 영향이 끼치지 않았으면 했다. 물론 그것보다는 이름을 먼저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게다가 상상도 못 한 배우와 만나게 되었으니.
‘일석이조!’
어깨너머로 연기를 배워도 좋고 친분을 쌓아도 좋았다.
너무 친해져서 코코아엔터로 간다고 하면 또 모르지만, 이서준 배우의 지인들이 각자의 소속사에 있는 걸 보면 또 크게 영향을 끼칠 것 같진 않았다.
‘뭐, 나야 매니저니까 따라갈 수도 있는 거고.’
어찌 됐든 백건하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씩- 웃은 매니저가 말했다.
“내가 보라는 작품들은 다 봤어?”
“그거야 다 봤지! 전부 다 봤던 작품이긴 한데, 이번엔 조연분들까지 다 살펴봤어!”
무명시절이 없다고 해도 백건하는 최선을 다했다.
매니저가 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딱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두 분 다.”
* * *
“…….”
“숨 쉬어요, 형.”
매니저의 말에 천만 영화 [운명]의 뒤를 이어 칠백만의 기록을 남긴 영화 [업 앤 다운]의 조연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민재원은 그제서야 자신이 숨을 멈추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후- 하고 숨을 몰아쉬는 배우에 운전석에 앉은 매니저가 작게 웃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원래 차분했던 목소리가 더 낮게 들려왔다.
잠기운 때문은 아닐 거다. 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나왔지만, 멀끔한 민재원의 얼굴에서는 잠기운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그냥 조금 기가 죽은 것 같았다.
“잘할 거예요, 형. 그냥 평상시대로만 하면 돼요.”
“그래도…….”
민재원이 두 손을 쥐었다 폈다.
올해 [업 앤 다운]이 개봉하기 전, 그리고 개봉 후 홍보를 위해 나갔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었다.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민재원은 좀 더 작품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 앞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명배우로 활동한 민재원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유명해지면 좋은 배역이 들어올 거고, 그럼 더 유명해질 터였다. 그럼 또 연기할 수 있을 거다.
매니저이자 민재원의 친한 동생인 그도 그 마음을 잘 알았다.
“카메라 보고 이야기 좀 해요.”
“아…… 그렇지. 음. 저희는 지금 서천 공주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곧 휴게소가 보일 것 같네요. 안전운전을 위해 가끔 휴게소에서 내려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그런 마음과 달리, 민재원은 카메라와 영 친해지질 못했다.
‘그래서 이번 예능이 딱 좋지.’
민재원의 혼잣말을 들으며 킥킥 웃던 매니저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민재원에게는 웃기거나 활약해야 하는 예능보다는 관찰 예능이 좋을 거고, 혼자 촬영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하는 게 더 좋을 터였다.
‘게다가…….’
이번 예능에는 민재원의 정신을 홀라당 빼앗을 배우들이 있었다.
반짝이는 재능들에 어쩌면 열등감이나 불편함을 느낄 사람들도 있겠지만, 민재원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끔 촬영이라는 걸 있고 넋 놓고 있겠지.’
와…… 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멋진 배우를 보는 눈빛으로.
매니저는 민재원의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좋게 다가갔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