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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66화 (96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66화

‘물론 서준이야 친구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변함없이 대할 테지만.’

그리고 스타의 친구라도 다 유명한 사람인 건 아니지만, 친구인 입장으로서는 유명해지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적당히 자리를 잡은 다음 친구임을 밝히고 싶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냈다.

“다호 형한테 연락할게.”

강태영의 부름으로 [맛남 식당3]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박지후까지 출연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안다호와 최태우라면 박지후도 잘 케어해 줄 터였다.

>안다호: 그래, 알았어.

>안다호: 일은 우리한테 맡기고 편하게 촬영해.

안다호에게서는 금방 답장이 왔다.

“여전히 믿음직하시네.”

박지후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작게 웃었다.

서준은 박지후의 대답을 제작진에게 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서준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유상백 피디가 번개처럼 달려왔다.

오, 하고 박지오의 감탄이 작게 흘러나왔다.

“결, 결정하셨습니까?”

“네. 촬영해도 괜찮다고 하네요.”

서준의 말에 박지후를 바라보는 유상백 피디의 눈이 기쁨으로 물들었다.

“감사합니다! 멋지고 깔끔하게 편집해서 내보내겠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제 매니저랑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럼요. 그래야죠.”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유상백 피디는 기쁜 얼굴로 제작진 쪽으로 돌아왔다.

“유 피디님. 출연한대요?”

“한대!”

와!

낮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같이 기뻐하던 유상백 피디가 얼른 정신줄을 잡고 카메라맨들에게 물었다.

“얼마나, 어떻게 찍었어?”

“단독 카메라는 없어도 같이 찍은 건 꽤 있을 겁니다.”

일반인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피해서 찍고 있었지만, 그래도 풀샷이나 다른 출연자들의 카메라에 종종 찍히고는 했다.

“식당 안에는 거치 카메라도 많고요.”

“아까 의대생인 거 밝혀졌을 때, 저도 모르게 찍긴 했습니다.”

“저도요. 그건 안 찍을 수가 없죠.”

직업병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카메라 붙이고.”

유상백 피디는 빠르게 지시를 내렸고, 제작진은 곧바로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이게 대박인 걸 모르는 제작진은 없었다. 어쩌면 보너스나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근데 아깝네요.”

조연출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재잘대며 웃고 있는 서준과 친구들을 바라보며 유상백 피디에게 말했다.

“저 두 사람도 출연하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에요.”

미나 오웬과 김지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지.”

유상백 피디도 동의했다.

“최대한 피해서 편집하려면 힘들기도 할 테고.”

하지만 그건 강태영이 ‘배우 지인’을 부를 때부터 약속했던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래도 이서준 배우랑 박지오 선수랑 박지후 씨가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생할 가치는 충분해.”

욕심을 부리다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혹시 알아?”

유상백 피디가 무수한 가능성으로 반짝이는 청춘들을 바라보았다.

“저 두 사람이 나중에 유명한 요리사나 작가가 돼서, 이 촬영본을 다시 꺼내 쓸 날이 오게 될지.”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까요?”

조연출이 의심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 있던 제작진들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그에 유상백 피디가 후후, 하고 웃었다.

“내가 워킹맨을 촬영하면서 배운 게 뭔지 알아?”

“뭔데요?”

“쓸모없어 보이는 촬영본이라도 보관해 두자, 라는 거야. 그 안에 이서준 배우가 있을지도 모르거든.”

만약 [워킹맨!-휴게소 편]의 촬영분을 삭제한 후, 그 영화과 학생들이 [화]팀과 이서준 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그런 걸 삭제했다고 생각해 봐. 진짜 돌아버리는 거지. 땅을 치고 후회하고 밤에 잠도 못 자고 후회하고 진짜 삭제해 버렸나, 남은 건 없나, 하고 방송국을 지박령처럼 떠돌며 후회할걸.”

“……그렇겠네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유상백 피디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영상도 가치가 대단한데, 이렇게 대놓고 찍은 영상은 더 중요하지. 나중에 이서준 배우나 박지오 선수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넣어도 좋고, 아니면 동의를 얻어서 편집은 전혀 안 하고 그대로 방송할 수도 있고.”

한 시간 촬영했으니, 한 편 특집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다. 자료화면을 팍팍 넣으면 한 시간 반으로 늘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한 시간 분량이 한 시간 반으로 늘어나는 기적을 보여주고 싶은 유상백 피디였다.

“하여튼 잘 찍어둬야지. 언젠가 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정말 좋겠네요.”

제작진이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섯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찍는 작품마다 인생작품으로 만드는 슈퍼스타, 몇 번이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축구선수,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 누구나 읽어본 베스트셀러의 작가,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은 레스토랑의 쉐프.

훗날 그렇게 불릴지도 모르는 이들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중 한 사람은 이미 그렇게 불리고 있지만 말이다.

* * *

“음식 나왔습니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주방에 있던 요리부도 홀로 나와 있었다.

서준과 아이들은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요리들을 바라보았다.

알록달록한 재료의 색들이 섞인 음식들은 한눈에 봐도 맛있어 보였고, 냄새 또한 스르르 침이 고일 것같이 향기로웠다.

“잘 먹겠습니다.”

서준과 아이들은 진지한 얼굴로 수저를 들어 따끈따끈한 음식들을 입안으로 옮겼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럴 땐 항상 긴장된다.

과연 맛이 있을지. 손님들의 입맛에는 맞을지.

강태영과 출연진은 물론이고 제작진까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서준과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오! 맛있네요!”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박지오였다.

“양식은 좀 물렸는데, 이건 퓨전 음식이라서 그런가 맛있어요.”

스페인에서 생활하면서 서양식 음식을 자주 먹어본 박지오의 감상 다음으로 서준과 아이들의 끄덕임이 이어졌다.

“적당히 매운 게 제 입맛에 딱 맞아요.”

“이것도요. 파스타 면을 직접 만드셔서 그런지 다른 것 같아요.”

진심으로 맛있다고 말하는 표정들에 출연자들의 긴장이 쭈욱 풀렸다.

“맛있다니 다행이다!”

“더 있으니까 필요하면 말해.”

출연자들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때 어디선가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서준과 아이들이 반사적으로 박지오를 바라보았다. 그에 출연자들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나 아니야!”

박지오가 펄쩍 뛰었다.

슬쩍 올라오는 손이 있었다.

“……저예요.”

윤효원이었다.

민망한 듯 붉어진 얼굴로 윤효원이 말했다.

“원래 브레이크 타임에 밥을 먹거든.”

“아, 그럼 저희랑 같이 먹어요.”

그에 박지오를 놀리려던 마음을 접은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너희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저희 조금 전에 점심 먹었어요. 다 못…… 먹진 않겠지만.”

강태영의 물음에 대답하던 박지후가 쌍둥이 동생 박지오와 서준을 보고는 고쳐 말했다. 둘 다 아주 잘 먹었다.

“괜찮아요. 나중에 카페도 갈 예정이거든요.”

“그래?”

뭐 그렇다면야.

강태영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출연자들도 수저를 들고 와 이리저리 자리를 잡았다.

따로 테이블을 마련할 법한데도, 11명이 좁은 6인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조금 웃음이 나왔다.

“오!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는데?”

“서준아, 이거 먹어봐. 내가 만든 거야.”

“이 고기 진짜 맛있다!”

“지금도 맛있지만 단맛을 좀 더 강하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여기 치즈 넣어도 괜찮을까?”

“더 먹을 사람!”

유상백 피디와 제작진이 허허 웃었다.

오디오 물림이나 자막을 넣어야 하는 제작진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11명은 신나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뭐, 이해는 됐다.

“오픈까지 얼마나 남았어?”

“15분 정도 남았어요.”

“5분, 아니, 3분 전에는 갈 준비를 해야겠지?”

1시간의 브레이크 타임은 너무 짧았다.

오디오가 물리지 않게, 서로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었다.

“주차장에서 따로 짧게 인터뷰하게 준비해.”

“넵!”

제작진으로서는 인터뷰가 최선이었다.

그렇게 좀 더 길었으면 했지만, 시간은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출연자들에게는 빛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출연자들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떠날 준비를 하는 서준과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주차장까지 가고 싶었지만, 오픈 준비를 해야 했다.

“오늘 서울 올라간다며? 조심해서 가.”

“시즌4 때 또 와, 서준아. 지오랑 친구들도.”

“막내로?”

“오. 막내가 다섯 명.”

크아아악!

윤효원이 낄낄 웃는 최하연과 강태영에게 달려갔다. 그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서울에서 봬요.”

하고 인사를 한 서준과 아이들은 인터뷰를 촬영할 제작진과 함께 주차장으로 떠났다. 아이들의 손에는 출연자들이 준 [맛남 식당] 로고가 새겨진 접시와 컵 등의 기념품들이 들려 있었다.

“……갔네.”

문 앞에 서서 서준과 아이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강태영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시무룩해진 게 한눈에 보였다.

“저러니 서준이 팬인 걸 모르는 사람이 없죠.”

“그러게 말이야.”

조영하와 정혜윤이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근데 진짜 여기서 서준이를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오도.”

어느새 ‘씨’ 자도 떼고 편하게 부르게 된 최하연과 권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꿈 같았다.

“이런 건 워킹맨에서만 봤는데…….”

윤효원이 아, 하고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 피디님 워킹맨에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서준 씨도 그때 만났었죠.”

유상백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효원이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그때 이서준 레이더도 같이 가지고 오신 거 아니에요?”

……!

윤효원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이내 빵 터졌다.

“진짜 그런 건가?”

“그럴지도 모르죠!”

“그럼 앞으로 이서준 배우 자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농담이겠지만 방송으로 내보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전 피디님한테 전화 올 것 같지만.”

[워킹맨!]의 전민재 피디가 ‘이 배신자! 스파이! 당장 레이더 가져와!’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연락할 것 같았지만 말이다.

“자! 오픈 준비합시다!”

권사형의 외침에 출연자들이 각자의 위치로 움직이는 것이 카메라에 담겼다.

아직 해가 한창 떠 있는데, 왠지 꿈에서 깨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여기 좀 맡아줘. 방송국에 연락 좀 하게.”

“넵!”

조연출에게 자리를 맡긴 유상백 피디가 휴대폰을 들고 구석으로 향했다.

-뭐야, 유 피디. 무슨 일이야? 지금 촬영 중 아니야?

[맛남 식당3]의 CP가 유상백 피디의 전화에 의아한 듯 물었다.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

이미 홍보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마당에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었다.

“일이 생기긴 했습니다.”

-뭐?! 뭐야, 누가 사고 쳤대? 심각한 거래? 방송 못 할 정도로?

“좋은 쪽으로요.”

-……좋은 일?

CP가 생각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상백 피디가 낄낄 웃었다.

-아, 그 의대생 찾았어? 출연하겠대?

비행기에서 만나지 못했던 의대생들에 대한 이야기는 CP도 알고 있었다.

“네. 그것도 있고요.”

-그거 잘됐…… 그것도 있다고? 그럼 또 뭐가 있다는 거야?

“강태영 씨가 지인 배우를 불렀거든요.”

-어.

“근데 그게 이서준 배우였어요.”

-……어? 누구?

“그리고 이서준 배우는 박지오 선수랑 제주도 여행을 하던 중이라 같이 식당에 왔고요.”

-……뭐?

“그리고 비행기의 그 의대생이 박지오 선수의 쌍둥이 형이었습니다. 이서준 배우의 친구이기도 해서 같이 여행도 왔더라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너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유상백 피디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도 꿈같긴 합니다.”

-……그럼 ……그게 다 진짜라고?

“네. 이서준 배우랑 박지오 선수, 그리고 의대생 모두 맛남 식당3에 출연합니다.”

-!!

잠시 후.

TVM 예능국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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