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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64화 (96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64화

어…… 아니…… 왜……?

파리가 들어갈 정도로 입을 쩍 벌린 사람들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에 서준과 박지오, 강태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들 그렇게 놀라요. 박지오 선수가 서준이 소꿉친구인 거 유명하잖아.”

“……그렇죠. 그건 유명하죠. 근데 여기서 박지오 선수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놀리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강태영에 윤효원이 외쳤다. 그 외침에 경악에서 깨어난 사람들도 동의하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상기 된 얼굴로 서준과 박지오를 바라보았다.

“와! 와아……!”

진짜 이서준 배우랑 박지오 선수다.

눈을 감았다 떠도 이 환상 같은 투 샷은 사라지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박지오 선수! 진짜 팬입니다!”

“우승하신 거 축하드려요!”

들뜬 얼굴로 인사하는 사람들에 박지오도 웃으며 인사했다. 서준의 지인들을 가끔 보긴 했지만 연예인들은 여전히 신기했다.

“이쪽은 제 친구들이에요.”

출연자들이 좀 진정한 듯하자 서준은 소꿉친구들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오.

일반인 친구들의 등장에 눈을 살짝 크게 뜬 출연자들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일반인이지만 서준과 박지오의 친구라는 사실에 어쩐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노래 잘 듣고 있어요. 팬이에요.”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이서준 배우 친구가 내 팬이래!

미나 오웬의 말에 최하연이 발을 동동 굴렀다.

카메라가 많은데도 웃으며 인사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던 서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서로를 반기는 건 좋았지만 이러다가는 주차장에만 있을 것 같았다. 다들 해야 하는 일도 잠시 잊은 것 같았고.

“이제 재료를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아차!

서준의 말에 [맛남 식당]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서준도, 박지오도 중요했지만 이제 잠시 후에 있을 식당 운영이 더더욱 중요했다. 그건 시청자분들과의 약속이었으니까 말이다.

“영하야, 얼마나 남았어?!”

“50분이요!”

이제 브레이크 타임도 50분밖에 남지 않았다.

“일단 재료부터 옮기자!”

권사형의 말에 출연자들이(으하하 웃고 있던 강태영까지) 허둥지둥하며 차량 뒷좌석을 채우고 있던 재료를 식당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서준과 아이들도 도왔다.

“카메라 다시 체크해!”

“마이크!”

제작진도 서준과 박지오를 가장 좋은 화면으로 담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뭐해, 안 가?”

제작진 중 하나가 가만히 서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동료는 이서준 배우의 친구 중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게……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아서.”

“? 이서준 배우 친구를 네가 어떻게 알아. 잘못 본 거 아니야?”

“그런가?”

동료가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 *

“저희도 도와드릴게요.”

재료를 모두 옮긴 후, 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미리 이야기했던 듯 박지오와 친구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에 ‘우리 막내! 오기만 하면……!’을 외쳤던 윤효원이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괜찮습니다! 편하게 있으세요! 저희가 하면 돼요!”

“밥값이에요. 밥값.”

“맞아요. 맛있는 거 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준비 일찍 끝내면 시간도 넉넉할 테니까 더 맛있게 만들어주세요.”

웃으며 말하는 박지오와 서준의 말에 최하연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해본 적이 없으면 좀 어려울 거예요.”

자신도 겪어봐서 안다.

식칼 다루기도 어렵고 양파를 손질할 때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고는 했다. 살짝 칼에 손가락이 베인 적도 있었다.

“괜찮아, 하연아. 서준이 요리자격증 있거든.”

강태영의 말에 모두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떴다.

“아, 그랬지!”

서준의 레시피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W쿠키도 있고, 강태영에게서도 서준의 요리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들었는데 왜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도 이서준 배우와 박지오 선수와 함께 있다는 게 현실 같지 않긴 했다.

“그리고 서준이 친구가 요리사야.”

강태영의 말에 미나 오웬이 얼른 말했다.

“지망생이에요. 지망생!”

“맞아요. 아직 학생이에요. 프랑스 요리학교에서 유학 중이긴 하지만요.”

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다들 오오오! 하고 감탄하며 미나 오웬을 바라보았다.

“프랑스!”

“요리학교!”

“어쩐지 재료가 다 너무 좋다고 했어.”

[맛남 식당] 3년 차 권사형이 서준과 아이들이 사 온 채소와 고기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제일 좋은 것들로만 골라온 것 같았다.

“마침 저희끼리 개발한 요리가 있는데, 조언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서준의 요리와 미나 오웬의 요리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이내 접어둔 정혜윤이 말했다.

처음에는 요리사 선생님들께 배운 요리만 판매하지만, 익숙해지면 이렇게 저렇게 바꾼 요리들 중 맛있는 것만 골라서 판매하기도 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리고 조언까지는 아니겠지만 필요하시다면 도와드릴게요.”

쉐프(지망생) 미나 오웬의 말에 출연자들이 활짝 웃었다.

“힘쓰는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그럼 저랑 가볍게 축구 한 번만…….”

“형!”

박지오의 말에 권사형이 슬그머니 말하다 윤효원의 외침에 움찔 몸을 떨었다.

그렇지. 일하는 중에 이러면 안 되지.

“아, 미ㅇ…….”

“저도 끼워주세요.”

“…….”

“전 박지오 선수 팀 할래요.”

푸핫!

윤효원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중 일부 스태프들은 금방이라도 손을 번쩍 들고 ‘저도!’ 하고 외칠 것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숫자가 스물둘이 넘어 정식 시합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시간이 남는다면 괜찮다는 박지오의 말에 희희낙락하던 출연자들과 친구들이 함께 재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유상백 피디는 아쉬운 얼굴로 미나 오웬을 바라보았다.

프랑스 요리학교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라니.

이서준 배우의 친구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제법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것 같았는데, 아쉽게 됐다.

‘한번 제안이라도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데,

“피디님.”

서준이 유상백 피디를 불렀다.

“안 하겠습니다!”

“네?”

지레 놀라 외치는 유상백 피디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유상백 피디가 민망한 듯한 표정으로 흠흠, 헛기침을 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서준 배우?”

“제 매니저 연락처를 드리려고요.”

아.

유상백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러운 서준의 출연인 탓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긴 했다.

‘……여기도 오시려나?’

매니저의 명함을 받아 든 유상백 피디는 문득 이서준 배우에게 일이 생긴다면 안다호 이사나 매니저가 제주도까지 올 건지 궁금해졌다.

“친구들은 편집 부탁드릴게요.”

“맡겨주세요. ……박지오 선수는 괜찮죠?”

“네. 괜찮아요.”

목장이나 스쿠버다이빙 가게 등에서 박지오랑 같이 여행 온 걸 알고 있으니, 딱히 숨길 일은 아니었다.

웃으며 말하는 서준의 유상백 피디가 활짝 웃었다.

쉐프(지망생)의 조언을 담지 못하는 게 아깝긴 하지만 이서준 배우나 박지오 선수의 출연만으로도 충분했다.

유상백 피디와의 대화를 끝낸 서준도 재료 손질에 합류했다. 인원이 2배로 늘어나서 그런지 출연자들의 얼굴에 여유가 가득했다.

“지윤 씨는 뭐 준비하고 있는 거 있어?”

금세 친해진 정혜윤의 물음에 김지윤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 글을 쓰고 있어요.”

“지윤이 등단도 했어요. 단편소설로요.”

박지오의 말에 오! 하고 감탄이 흘러나왔다.

“와! 작가님이셨구나!”

“제목이 뭐야? 꼭 사서 읽어볼게.”

최하연과 조영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에 김지윤이 조금 붉어진 얼굴이면서도 휴대폰으로 검색해 책을 보여주었다.

“그럼 나중에 대본을 쓸 수도 있겠네?”

“네. 관심은 있어요. 짧게 몇 편 써보기도 했고요.”

윤효원의 말에 김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 이서준이 친구인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긴 했다.

미나 오웬이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가 잘 쓴다고 하니까 나중에 좋은 작품이 나올지도 몰라요.”

……!

그에 배우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지윤에게로 향했다.

이서준 배우가,

잘 쓴다고 했다고?

“지윤 씨.”

“……네?”

안그래도 부드럽던 정혜윤(가수 겸 배우)의 목소리가 더욱더 부드러워졌다. 얼굴에도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거 내 휴대폰 번호인데, 언제든지 연락해.”

“영하야! 우리 김 작가님 드시게 파르페 좀 만들……!”

“가져왔습니다.”

권사형(배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존에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재료가 들어간 파르페를 들고 온 조영하(배우)에 모두 눈을 깜빡이다가,

“난 벌써 예약해 뒀지!”

하고 뿌듯한 얼굴로 말하는 강태영(배우)과,

“제일 처음 읽는 건 저예요.”

하고 웃으며 말하는 서준(배우)에 빵 터지고 말았다.

“이런 걸 넣어야 하는데……!”

잠시 당황하다가 웃음을 터뜨리는 김지윤과 ‘작가님! 귀한 손!’을 외치며 김지윤의 옆에 쌓여 있던 채소들을 자신들이 들고가는 배우들. 그리고 그런 배우들을 보며 눈을 깜빡이는 최하연과 윤효원(가수)까지.

이 재미있는 장면을 넣을 수 없다는 사실에 유상백 피디와 제작진이 탄식했다.

한바탕 작가님 소동이 있고 난 후.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재료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탁탁탁-

카메라에 능숙하고 빠르게 재료들을 손질하는 서준의 모습이 담겼다. 미나 오웬의 손도 아주 빨랐다. 이 속도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지후 씨도 손이 되게 빠르다.”

“그러게. 칼을…… 되게 잘 다루는데?”

박지오 선수의 쌍둥이 형인 박지후의 손에 들린 칼도 서준과 미나 오웬 못지않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느낌이 조금 달랐지만.

“뭐랄까. 메스를 든 의사 같은 느낌?”

의학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는 권사형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 강태영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의아한 얼굴로 눈을 끔벅였다.

“뭐야, 내 말이 그렇게 웃겼어?”

“전혀.”

“……전혀라고 말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정혜윤의 냉정한 말에 권사형이 시무룩해졌다.

“그게,”

서준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후가 의대생이거든요.”

“딱 맞히셨네요. 아직 의사는 아니지만요.”

마지막 재료까지 썬 박지후가 식칼을 놓고 어깨를 으쓱이자, 출연자들과 제작진은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의사 선생님이었구나!”

“아직 의사는 아니라니까요.”

“선생님, 제가 요새 어깨가 아파서요.”

“병원 가세요. 초기에 치료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권사형의 말에 박지후는 짐짓 진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장난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잠시만요.’ 하고 권사형의 어깨 이곳저곳을 눌러보았다.

그에 권사형이 죄인이 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농담이었는데…….”

“그래, 지후 씨. 여기 의료팀이 있거든. 꾀병이야, 꾀병.”

“안 아프시다니 다행이네요.”

“지후 씨……!”

출연자들이 감격한 얼굴로 박지후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

하고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그에 손질을 끝낸 재료들을 정리하려던 출연자들과 서준 일행, 제작진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작진 중 하나가 박지후를 보며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유상백 피디가 물었다.

“저저저, 저분! 그 사람이에요!”

제작진이 급하게 외쳤다.

그 사람?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전.

권사형의 어깨를 살피보던 박지후의 뒷모습에서 제작진은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응급환자 구해줬던 의대생이요!”

……뭐?

그 외침에 출연자들과 제작진들이 눈을 끔벅였다. 뭐라고?

……어?

서준과 친구들도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어떻게 알았지?

??

의문으로 가득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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