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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61화 (96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61화

“잘했어.”

시원하게 장애물을 넘은 서준이 탁탁 하고 칭찬하듯 말의 목을 가볍게 쳐주었다.

털에 윤기가 도는 흑마도 기분이 좋은지 다그닥다그닥- 땅을 밟는 네발이 아주 가볍고 경쾌했다. 그 움직임에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였다.

“한 번 더 해보자.”

서준이 말머리를 돌려 천천히 달리던 말에 속도를 붙였다. 그리고 말이 달리는 리듬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눈앞의 장애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장애물의 정중앙을 향해서.

‘하나, 둘-’

타닥- 탁!

와아아!

말이 뜀과 동시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서준도 말도 서로와 눈앞에 있는 장애물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딱히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타닥!

말이 뜀과 동시에 서준의 몸도 가볍게 공중으로 떠오르고 이내 바닥으로 탁! 착지하는 게 느껴졌다.

말과 한 몸이 된 것 같은 기분.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서준은 기분 좋게 몇 번이고 장애물들을 뛰어넘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려왔다.

사람들 사이로 소꿉친구들이 보였다.

그런데 한곳에 모여 있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왜지? 하고 의아해하던 서준이 친구들의 손에 있는 휴대폰을 보고 웃고 말았다. 촬영할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여러 각도에서 찍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카메라가 있고, 구경꾼들이 있었다.

본 투 비 스타, 서준의 마음이 부풀었다.

‘그럼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작게 웃은 서준이 흑마의 고삐를 다시금 고쳐 잡았다.

“진짜 잘하네.”

안전 체크 겸 함께 보고 있던 승마클럽의 사장이 감탄하며 말했다.

체험하는 사람이 배우 이서준이라는 소리에 놀랐던 감정도 이제는 사라졌다.

한때,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승마선수로서 눈앞의 인재에 대한 욕심과 승마 부흥에 대한 열정으로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근데 선수는 안 하겠지?”

“선수 했으면 아마 다른 운동 국가대표가 되지 않았을까요?”

운동을 잘한다는 기사는 사장도 몇 번 봤다.

승마도 이렇게 잘하는데 기사까지 난 운동은 얼마나 더 잘하겠나. 그중에는 축구같이 인기 스포츠도 있었는데, 여전히 배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다들 실패한 것일 터였다.

“……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사장이 눈을 크게 떴다.

장애물의 높이는 높지 않았지만, 서준과 말이 그것보다 훨씬 높은 높이로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때 사용하는 장애물 높이(140~165㎝)보다는 낮았지만 몇 번 훈련만 하면 그 정도 높이도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아깝네!”

저 외모에 체격에 실력에, 스타성이 있으면 승마도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와아아!

사장의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관광객들의 함성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10분이 흐르고.

마지막 장애물까지 멋지게 뛰어넘은(경기용 장애물 높이 정도로 뛰어 사장은 연신 ‘아깝다. 아까워!’를 중얼거렸다.) 서준과 말이 터덜터덜- 사장과 강사 앞으로 걸어왔다.

그때, 뒤에서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관광객들이 멋진 구경을 하게 해준 일반인(?)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에 서준은 웃으며 관광객들이 있는 쪽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걸 본 흑마도 머리를 꾸벅 숙여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와아아아!

인사하는 말이라니.

관광객들과 아이들에게서 놀람과 즐거움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얘 진짜 똑똑하네요.”

건물 안으로 들어온 서준이 감탄하며 말하자, 강사도 사장도 낯선 눈으로 흑마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녀석이 아닌데…….”

물론 말을 잘 듣고 똑똑한 녀석이긴 했지만, 인사 같은 걸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걸 가르치지도 않았고. 서준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친밀히 구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흑마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사장과 강사는 잘못 본 줄 알았다.) 떠나고. 안전모를 벗으며 서준이 말했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요. 저희도 이서준 배우를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그, 저…… 사진이랑 사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묻는 사장에 서준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를 데려다주고 빠르게 달려온 강사도 이히히 웃으며 사인을 받았다. 물론 박지오 선수의 사인도 아까 받았다.

“지금 친구분들이랑 여행 중이신 것 같은데, 언제쯤 사진을 공개하면 괜찮을까요?”

먼저 부탁하려던 말을 꺼낸 사장에, 서준이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일주일 뒤에 공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입 꾹 다물고 있겠습니다.”

입에 지퍼를 쫙- 채우는 시늉을 하는 사장과 강사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모자를 쓴 서준이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소꿉친구들이 서준에게 손짓했다.

“왜 따로 떨어져서 찍은 거야?”

서준의 물음에 김지윤이 웃으며 말했다.

“한 곳에서만 찍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그랬어.”

“촬영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네가 그랬잖아.”

촬영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서준의 옆에 있다 보니 이것저것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카메라를 더 잘 쓸 수 있는지, 어떤 각도로 촬영하면 좋은지, 어떻게 연출하면 좋은지 등등.

눈을 반짝이며 재잘대는 어린이 서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 저절로 카메라를 고쳐잡게 되고는 했다.

“조기교육이지.”

박지후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셋째 날은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갔다.

원래는 스노클링을 하려고 했는데,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바꾸었다.

서준이 운전하는 차가 오늘 예약한 가게의 주차장에 멈춰 섰다.

“서준이랑 미나는 해본 적 있다고 했지?”

“나는 두 번 정도? 서준인 자격증도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응.”

어릴 때 놀러 갔을 때 한 적도 있었고, [씨 세이브]를 알게 된 다음에는 자격증도 따 두었다.

“운이 좋다면 언젠가 우리와 로키를 만나 함께 수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따 뒀어.”

“크으. 그거 방송으로 만들면 대박이겠다.”

박지오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고 말았다.

“진짜 누가 그거 기획하고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우리랑 로키 찾는 게 어려워서 힘들긴 하겠지만.”

“우리 고1 때면, 8년 정도 지났는데 지금까지 목격담이 하나도 없으니까.”

“혹등고래를 봐도 우리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기도 하고.”

서준과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신 박지후 님이신가요?”

“네.”

현무암으로 꾸며진 카운터에 앉아있던 여자가 활짝 웃으며 서준과 아이들을 가게 안쪽으로 안내했다.

“두 분이 경험자라고 들었지만, 함께 보트를 타고 나가야 해서 같이 교육을 받으실 거예요.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서준과 아이들은 작은 회의실에 앉아 교육을 받았다.

안전에 대한 교육과 말할 수 없는 바닷속에서 서로 소통할 여러 가지 수신호, 장비 착용법과 입으로만 숨 쉬는 호흡법에 대해 익혔다.

“그럼 슈트로 갈아입고 출발하겠습니다.”

어제도 그랬듯, 모자를 쓰고 슈트를 입을 수 없어 서준과 박지오는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예상했듯 여자가 입을 쩍 벌렸다.

“……서준이!”

오.

이건 좀 색다른데.

친근한 호칭에 서준과 아이들이 빵 터지자, 정신을 차린 여자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으아아악! 멍청아! 비명이 손에 막혀 이상한 소리가 되었다.

“무슨 일 있어?”

하고 한 남자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열쇠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미친. 박지오다…….”

이쪽도 반응이 커,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정말 팬입니다.”

거의 울듯이 그렇게 말한 두 사람이, 증명이라도 하듯 가게 안 사무실에서 서준의 굿즈와 박지오의 굿즈를 한 아름 품에 안아서 나왔다.

“원래는 가게에 전시해 놨었는데…….”

하필이면 오늘 서준과 박지오가 올 줄은 몰랐다. 아니, 애초에 상상도 못했었다.

두 사람이 굉장히 안타까운 듯 말하자, 미나 오웬이 물었다.

“사장님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아, 저희가 여기 사장입니다.”

“부부예요.”

아하.

그럼 왜 전시하지 않았을까?

“그게…… 새싹분들이랑 박지오 선수 팬분들이 손님으로 오시면 이야기하느라 체험을 할 시간이 부족해서 말이죠.”

“진짜 한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요…….”

한참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사장 부부와 손님들의 모습이 떠올라, 서준과 아이들이 웃고 말았다.

“앗, 체험하셔야죠!”

서준이가 내 앞에서 웃고 있어……!

하고 입을 틀어막고 감격하고 있던 새싹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진짜 재미있을 거예요!”

부부가 다짐하듯 말했다.

좋아하는 배우가, 선수가 좋은 추억을 가득 만들고 가길 바랐다.

잠시 후.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위, 보트 안.

여자는 슈트와 장비를 착용한 서준과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안전수칙을 설명했다.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하는 남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서준과 스쿠버다이빙이라니.

서준의 추억이 아니라 새싹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새싹은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수신호 보내주세요.”

“네.”

그리고 한 명씩 입에 호흡기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준과 미나 오웬, 여자는 수중카메라도 함께 들고 들어갔다.

푸른 바닷속.

초록색 해초들이 흔들흔들 거리고 붉고 노란 산호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크고 작은 물고기들도 떼를 지어 돌아다녔다.

보글보글.

위로 올라가는 공기 방울을 따라 아이들이 고개를 들었다.

햇빛이 비쳤다. 수면 아래에서 보는 하늘과 햇빛은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고글과 호흡기로 얼굴이 가려졌어도 와아! 하고 감탄 중인 걸 알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친 서준과 미나 오웬은 눈을 둥글게 만들며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찍었다. 여자도 열심히 손님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다들 금세 익숙해진 것 같아, 서준도 제주 바닷속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몸이 둥실둥실 떠 있는 기분은 묘했다.

황금인어 파르비타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슈트 없이 능력을 사용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서준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동그란 눈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저도 모르게 동그랗게 변했다.

매끈한 피부에 동그란 주둥이, 웃는 듯 벌어진 입.

돌고래였다.

툭툭.

서준이 옆에 있던 박지오의 팔을 쳤다. 왜? 하고 박지오가 고개를 돌려 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푸학! 하고 구름 같은 공기방울 덩어리를 뱉어냈다.

‘돌고래?!’

그것도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서준에게로 다가온 돌고래 뒤로 여러 마리의 돌고래들이 보였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아주 귀여워 보였다.

툭툭툭툭!

그에 경악하면서도 흥분한 박지오는 물 저항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듯한 속도로 쌍둥이 형의 팔을 쳤다.

그에 고개를 돌린 박지후와 김지윤, 미나 오웬도 돌고래를 볼 수 있었다. 보글보글보글! 아이들의 놀란 마음이 가득 담긴 공기방울들이 수면 위로 올라갔다.

서준과 아이들은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돌고래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하지만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은 여자를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에 아이들이 서준을 바라보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역시 이서준!

그에 서준은 그냥 웃고 말았다.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뭐, 어찌 됐든.

서준과 아이들은 장난치듯 다가오는 돌고래들과 함께 즐겁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 * *

시끌벅적한 식당.

장사를 시작한 지 나흘째. 손님이 끊임없이 오고 있었다.

당연했다.

여기는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 [맛남 식당]이었으니까.

“언니! 재료가 다 떨어져 가요!”

“뭐?!”

그리고 경험도 적고 실수도 많은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빵빵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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