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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53화 (95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53화

[이레귤러스]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이틀 후.

서준과 최태우는 루카스 터너와 코너 밀스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메소드 사건’ 때문에 못한 저녁 식사를 이제야 하게 된 것이었다.

“같이 밥은 많이 먹었지만요.”

코너 밀스의 말에 서준과 루카스 터너, 최태우가 웃었다. 밥은 물론이고, 같은 집에서 지내기도 했다.

“합숙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저도요. 그럴 정신이 없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즐거웠습니다.”

서준의 말에 루카스 터너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태우에게 많이 배웠어요.”

“저한테요?”

코너 밀스의 말에 최태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나한테 배울 게 있었나?

“네. 태우가 준을 서포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저것 확실히 배웠죠. 덕분에 앞으로 루카스를 잘 서포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하고 대답하면서도 최태우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배울 게 있나 모르겠습니다. 저도 아직 안 이사님께 배우는 중이라서요.”

서준의 매니저가 된 지도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3년이나 됐나?’

아니, 아직 3년인가.

앞으로도 열심히 배워야겠다.

“다호 안 이사님 말씀이시죠? 그분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코너 밀스의 말에 서준까지 흥미로운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네. 마린 직원분들이 대단한 분이시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준이 촬영하기 편하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살펴보시고,”

그것 말고도 계약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여할 수 있다면 최대한 관여한다고 들었다. 가끔 보이고는 하는 인종차별자들이 서준의 촬영장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속마음까지는 모르겠지만) 안다호와 킹즈 에이전시 덕분일 거다. 물론 마린사에서도 주의하고 있었고.

“계약하기 제일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다호 안의 말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납득하고 계약서에 써넣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막무가내인 것은 아니었다. 서준 리가 그렇게 까다로운 배우도 아니었고.

적당한 선을 알고, 배우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얻어내는 안다호 이사였다.

“하하.”

코너 밀스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소를 띤 얼굴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안다호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 그건 그렇죠. 꼭 필요하죠.’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영화제작사 직원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호 형이 대단하긴 하지.’

최태우도 어깨를 으쓱했다. 그분이 제 상사이십니다.

“옛날부터 그분은 그러셨습니까?”

루카스 터너도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그에 최태우도 귀를 쫑긋 세웠다. 옛날이야기는 몇 번 듣긴 했는데 자세히 들은 적은 없었다.

“음.”

서준은 안다호의 옛날 모습을 떠올렸다.

“다호 형이랑 만난 건 다호 형이 이십 대 때였어요. 전 그때 7살이었죠.”

오. 7살.

새삼 눈앞에 있는 배우의 경력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때는 아무래도 둘 다 어렸고 경험도 거의 없어서 지금처럼 잘하지는 못했죠.”

킹즈 에이전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다호 형이 상대역도 매번 해줬거든요.”

최태우가 웃음을 삼켰다.

이십 대 청년과 7살 배우가 마주 보고 앉아 대본을 보며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떠올랐다.

연기하는 안 이사님이라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지금도 하나요?”

코너 밀스가 만난 적 없는, 지금은 사십 대일 다호 안을 생각하며 웃음기가 조금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해달라고 하면 해줄 거예요.”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다호 형은 제가 즐겁게, 계속 연기하길 바라거든요.”

거기에 자신이 도움이 된다고 하면 기꺼이 도와줄 터였다.

“그건 안 변했어요.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서준에게서 안다호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이 느껴졌다.

그런 배우와 매니저의 관계가 옛날부터 무척이나 부러웠던 최태우의 귀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우 형도 그럴 거고요.”

안다호를 언급할 때와 다를 것 없이 믿음이 가득한 서준의 목소리였다.

“당연하지!!”

최태우가 감격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또 배워야 할 점이 생겼네.”

믿음직한 친구이자 든든한 매니저인 코너 밀스의 말에 배우 루카스 터너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처럼 해주면 돼. 잘하고 있으니까.”

“아니.”

코너 밀스가 고개를 저었다.

“좀 더 철저히 감시해야지. 또 사고 치지 않게!”

그래야 루카스 터너도 즐겁게, 계속 연기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뒷말은 삼킨 코너 밀스에, 루카스 터너는 떨떠름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감시야?”

“준에게도 보고하고.”

“아니, 그럼 준이 귀찮을…….”

“언제든 연락해도 돼요, 코너.”

“부탁드립니다, 준!”

“……그래요. 다 제가 잘못했죠.”

시무룩해진 루카스 터너에 서준과 두 매니저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녁 식사 자리는 떠들썩했다. 안다호의 이야기에서 [쉐도우맨 시리즈] 이야기로 이어지고, 루카스 터너가 출연한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다시 보면 아쉬울 때가 많죠. 저기에서는 다르게 연기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저도 그래요. 촬영 때는 항상 최선을 다해 연기해도 지나서 보면 부족해 보이거든요.”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가끔 아쉬울 때가 있긴 한데, 생각해 보면 지금의 연기력과 보는 눈이 좋아져서 부족한 점이 보이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반대로, 앞으로는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뻐요.”

“그렇군요.”

루카스 터너가 따라 웃으며 말했다.

“궁금하네요. 준이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지금까지도 정말 대단했는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연기를 해나갈 서준 리는 과연 어떤 배우가 될까.

배우로서, 관객으로서, 팬으로서 정말 기대가 되었다.

“저도요.”

서준이 루카스 터너를 바라보았다.

“루카스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돼요.”

반짝이는, 정말 진심이 가득 담긴 서준의 표정에 루카스 터너는 웃으며,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이레귤러스가 시리즈물이라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이런 대단하고 멋진 배우와 함께 연기할 기회가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 *

몇 번이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준.’ 하고 감사인사를 한 루카스 터너, 코너 밀스와의 저녁 식사가 끝나고, 다음 날.

“서준아!”

“이모!”

서준은 언제나 그렇듯, LA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러 다녔다.

“서준인 여전히 멋지네!”

“촬영 때문에 운동 좀 했지.”

나라 킴이 활짝 웃으며 여전히 멋있는 조카를 바라보았다. 친조카는 아니지만, 친조카보다 더 조카 같은 서준이었다.

“가자! 이모가 맛있는 거 사줄게! 오빠가 샀던 것보다 맛있고 비싼 걸로!”

눈을 번뜩이며 의욕이 넘쳐 보이는 나라 킴에 서준이 웃으며 물었다.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삼촌이 뭐라고 했어?”

LA 촬영을 위해 LA에 도착하자마자 지인들에게 도착했다고 연락한 서준이었다.

당연히 나라 킴에게도 연락해, 뉴욕에서 우리 킴과 만났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라 킴이 출장 중이라 오늘에서야 만났지만.

“그래. 너랑 밥 먹었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내가 너랑 밥을 더 많이 먹었는데! 난 서준이가 아기 때부터 봤다고!”

투덜대는 나라 이모의 모습을 보니, 나이가 들어도 남매는 남매인가 보다.

뭐, 서준도 나이가 들어도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똑같이 지낼 것 같긴 했다.

“내가 없었으면 서준이랑도 못 만났을 텐데!”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누나.”

“케빈 형.”

서준이 지금껏 존재감 없이 서있던 케빈 킴(만세 킴)을 보며 웃었다. 눈인사를 하긴 했는데, 나라 킴의 박력에 케빈 킴은 입도 못 열고 있었다.

하지만 세 남매 중에 가장 존재감이 없긴 해도(만세 킴은 그게 정말 좋았다.),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한국으로 튈 배짱이 있는, 그야말로 킴 가문의 사람이었던 케빈 킴은 바른말을 참지 못했다.

“솔직히 내가 누나 소개 안 해줬으면, 누난 서준이 못 만났……악!”

맞는 말이라서 처맞고 말았지만.

“내가 이렇게 맞고 살아. 서준아.”

“집에도 안 오면서 뭘.”

애정이 가득 담긴 나라 킴의 손길에 온몸을 비트는 케빈 킴을 보며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이 어렸을 때 자주 봤던 모습이었다.

서준과 남매는 나라 킴이 예약해 놓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한식을 재해석한 레스토랑이었는데, 손님들의 평가가 좋아서 곧 미슐랭에서 별을 받지 않을까 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LA에는 어쩐 일로 왔어요, 형?”

“그게…… 어머니랑 아버지가 올해도 안 오면 두고 보자고 하시더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케빈 킴에 서준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시던 킴 가문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자식들에게는 엄한 분들이지만(물론 엄하다고 해서 삼 남매가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건 아니었다.) 서준에게는 항상 맛있는 간식을 주던 분들이었다.

‘한국 가기 전에 인사드리러 가야지.’

“그러니까 자주 좀 들러요.”

“맞아. 시간도 많으면서.”

서준과 나라 킴의 말에 케빈 킴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나도 할 일 많다고.”

“? 앨범 준비 안 하고 있잖아요?”

“……그렇죠. 제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긴 하죠.”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서준의 말에 브라운블랙의 케빈 킴은 얌전히 반성했다.

“난 얘가 가수라는 게 여전히 안 믿긴다니까.”

“나도 누나가 킹즈마켓 사장이라는 게…… 믿기네.”

와인잔을 들고 ‘뭐.’ 하고 턱을 가볍게 드는 나라 킴을 본 케빈 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고쳤다. 누가 봐도 포스가 좔좔 흐르는 사장님이었다.

“그래. 누나가 아니면 누가 사장이겠어.”

서준이 키득키득 웃었다.

“한국에 가면 뭐 할 거야, 서준아?”

“고민 중이에요. 내년 상반기까지는 학교에 집중할 생각이거든요.”

“아, 내년에 졸업할 계획이랬지?”

케빈 킴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석도 하고 강의도 들어야 하니까 짧게 찍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거나 아예 겨울방학 때 찍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에요. 물론 마음에 드는 대본이 있어야겠지만요.”

“아직은 없다는 거네.”

“네.”

아쉽게도 지금까지 살펴본 대본 중에는 없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레귤러스]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동안 쌓였을 대본들을 읽어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예능에 출연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서준의 말에 두 남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그래?”

“숲속의 병아리반 재미있었지. 그런 거 찍을 거야?”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워킹맨이 제일 익숙하긴 한데, 거긴 좀 자주 출연했잖아요.”

그에 잘 구워진 양념갈비를 먹던 케빈 킴이 묘한 얼굴로 말했다.

“그걸…… 출연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러게.”

서준이 출연한 방송은 모두 찾아보는 나라 킴도 웃으며 동의했다.

“그냥 지나가다가 얻어걸린 거잖아.”

한 번은 [역] 촬영하러 가다가 마주쳤고, 또 한 번은 스키장에서, 마지막은 [화]의 촬영을 끝내고 강원도에서 서울로 가는 휴게소에서 마주쳤다.

정식으로 출연한 건 한 번.

그것도 테마가 숨바꼭질이라 서준의 모습은 오래 나오지도 않았었다.

서준도 새삼 그걸 깨닫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튼 워킹맨 말고 다른 예능을 생각 중이에요. 다호 형이 후보를 고르고 있어요.”

대본 선택 말고는 온전히 안다호에게 맡겨두는 서준이었다.

물론 최종결정은 서준이 하겠지만, 그것 또한 안다호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터였다.

“다호 씨라면 재밌는 방송 고르겠지.”

나라 킴의 말에 동의하던 케빈 킴이 이내 웃었다.

“하긴 워킹맨은 서준이가 그렇게 뜬금없이 등장하는 게 재미있긴 해.”

“그건 그래. 진짜 어떻게 그렇게 마주치는지 신기하다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워킹맨!] 제작진으로서는 탄식할 일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서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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