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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48화 (94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48화

퍼스트 요원들에게서 장소를 보고받은 나이트 진과 버서커, 팬텀과 화이트 블러드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몇 번의 순찰로 맨해튼의 거리에는 빠삭했다.

“……큰일은 없겠죠?”

“없어야죠.”

쉬러간 체셔 캣을 다시 불러 함께 드론(공격도 할 수 있다.)을 조종하면서 매드해터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테일러 국장도 화면을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고 있는 현장에 도착한 것은 팬텀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잠깐.”

바이크에서 내린 팬텀이 어둠으로 가려진 안쪽으로 걸어가다 멈칫했다. 어둠 속 두 개의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건 마치 눈동자 같았는데, 사람의 눈이라기엔 위치가 많이 낮았다. 팬텀의 허벅지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마치 개처럼.

“또 길 잃은 개야?”

뒷목을 매만지며 그날 나이트 진이 그랬던 것처럼 어설프게 무릎을 굽혀 우쭈쭈- 하고 개를 유인하려던 팬텀이,

!!

투명화를 사용해서 빠르게 옆으로 굴렀다.

“젠장! 저건 뭐야?!”

크르르릉-!

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개와 같은 점이라고는 네발이 달려 있는 것뿐.

부드러운 털은커녕 칼도 박히지 않을 것만 같은 핏줄이 다 드러나 보이는 회색의 몸뚱아리에 철근까지 뚫어버릴 것만 같은 날카로운 발톱들. 그리고 푸시식- 바닥을 녹여 버리고 있는 독 같은 액체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꼬리(?)와 네 개로 갈라진 주둥이.

네 개? 네 개?!

“저게 뭐냐고!?”

다시 달려드는 그것에 팬텀이 몸을 피하며 외쳤다.

팬텀이 있는 곳만 그런 게 아니었다.

두번째로 현장에 도착한 건 버서커.

그리고 버서커는 제 몸보다 큰 생물체와 마주쳤다. 그건 곰과 비슷했는데, 팬텀이 만난 개(?)처럼 털은 없었고 새까만 가죽만 있었다.

곰도 사냥할 때는 재빠르다고 했지만, 이놈은 더 재빠르고 강했다. 발톱 또한 아주 날카로워서 스치기만 해도 새하얀 뼈까지 드러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버서커의 몸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기계.

인공피부가 갈라져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쿠우웅-!

버서커는 살짝 돌아버린 눈깔로 거대한 곰과 싸우기 시작했다. 곰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쿵- 쿵-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 번째로 도착한 히어로는 화이트 블러드.

“이런…….”

화이트 블러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빌딩의 불빛으로 반짝이는 맨해튼의 밤하늘.

그곳에 뼈와 가죽만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퍼덕이는 박쥐인지, 익룡인지 모를 생물체가 날고 있었다.

“그래도 제가 와서 다행이군요.”

팬텀과 더불어, 하늘을 날 수 있는 히어로인 화이트 블러드가 몸을 허공으로 띄우며 말했다. 그가 사용하는 마법 또한 공중전에 잘 맞았다.

화이트 블러드가 손을 휘젓자, 뜨거운 불꽃들이 나타나 익룡에게 쏟아졌다. 끼에에엑-! 제대로 공격당한 익룡의 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퍼스트 본부까지 전해졌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물체들의 등장에 퍼스트 본부도 공격당한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저건 뭐지? 실험체? 키메라?”

“개? 곰?”

“저건…… 익룡이야?”

테일러 국장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퍼스트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것들을 분석하는 건 싸움이 끝난 후에 해도 충분해. 지금은 에너지 반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도록!”

이레귤러스라면 큰 어려움 없이 저 생물체들을 잡아올 터였다.

지금은 적들을 추적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할 때였다.

“매드해터, 지금 에너지…… 매드해터?”

매드해터가 모니터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희한한 생물을 보는 건 처음인 모양인지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

테일러 국장은 이 고등학생을 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똑똑하긴 해도 아직 학생이라는 게 느껴졌다.

‘뭐, 심심하면 퍼스트를 해킹하고는 하지만.’

버서커에게서 ‘그것’까지 봤다는 보고는 들었다.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국장님.”

“네?”

“굉장히, 아주, 몹시, 상당히, 매우, 무지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뭔데요?”

수식어가 굉장하다고 생각하면서 테일러 국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매드해터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모니터 화면으로 나이트 진이 보였다.

다른 세 곳은 괴생물체와 싸우느라 이런저런 소리들이 들리는데 이곳만 조용했다.

체셔 캣이 테일러 국장의 마음을 읽은 듯 나이트 진이 있는 화면을 키워, 퍼스트 본부 모니터를 가득 채워주었다.

그러자 모든 소리들이 사라진 듯 적막해졌다.

나이트 진의 옆으로 그림자가 먹이를 삼킨 뱀의 그것처럼 둥그런 모양을 한 채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추측건대, 다른 히어로들이 지금 싸우고 있는 괴생물체와 비슷한 것이 나이트 진의 그림자에 완벽하게 제압당하고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테일러 국장과 매드해터의 눈에 그런 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지금 나이트 진과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만이 보였다.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고요 속.

나이트 진은 조용히 눈앞에 나타난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맙소사.”

겨우 신음 같은 말을 토해낸 테일러 국장이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설마 저건……?”

“맞아요.”

매드해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웜홀, 이에요.”

그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새까만 웜홀 앞에 나이트 진, 윌리엄 리가 서 있었다.

* * *

>양주희: 경! 운명 천만 돌파! 축!

>한지호: 파티! 축하 파티하자!

>김주경: 그러자! 서준이 한국 들어오면 할까?

영화 [운명]이 천만관객을 달성했다.

영화를 본 사람은 재미있어서,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은 입소문을 듣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재미있는 영화에 다시 재관람하고는 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 드디어 오늘 천만 관객을 달성한 것이었다.

‘재밌었지.’

친구 박시영이나 이지석의 연기는 물론이고 주인공 역의 배우나 주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다.

서준이 웃으며 휴대폰을 두드렸다.

<나 빼고 해도 돼.

<한국 들어가면 또 하면 되지!

6월 초쯤에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은데, 4월 중순인 지금부터 그때까지 기다리긴 힘들 테니까 말이다.

<축하할 일은 바로바로 하는 게 좋으니까.

>전성민: 알았어. 그럼 서준이 오면 한 번 더 하자.

>강재한: 난 좋아.

>양주희: 나도!

>양주희: 시영이는 언제쯤 시간이 되려나?

>강재한: 그러게. 이제부터는 많이 바빠질 것 같던데.

박시영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홍보하느라 바빴고 800만에 다다랗을 때는 천만을 달성하기 위해 바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천만 달성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닐 예정일 터였다.

‘상영이 끝나면 천만 영화 배우라는 이름으로 자기 PR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나올 테고.’

친구들이 친구들인지라(특히 이서준) 박시영도 제법 유명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중들에게 얼굴을 보여줄 기회는 이미지가 소모되지 않는 한 많은 게 좋았다.

[운명]의 다른 배우들도 그럴 터였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가기 위해, 좀 더 좋은 차기작에 출연하기 위해, 더 많은 출연료를 받기 위해, 자신을 홍보하러 바쁘게 돌아다닐 것이었다.

<오늘은 뭐 한대?

>김주경: 오늘은 운명팀이랑 파티한다더라.

아하.

그래서 바나나톡 단톡방의 1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 운명팀의 축하 파티라면…….’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마침 메시지가 왔다.

>이지석: (축하 파티 사진)

>이지석: 천만 달성 축하 파티 중이야ㅋㅋ

서준이 작게 웃고 말았다.

이제는 카메오인지 그냥 출연인지 모를 이지석도 당연히 그곳에 있었다.

사진 속에는 배우들부터 감독, 원작자, 제작사의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모두 술에 취한 건지 기쁨에 취한 건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으하하하! 웃고 있었다.

왠지 다들 보너스를 받았을 것 같았다.

서준에게까지 대본이 왔다는 이야기는 제작사가 괜찮은 곳이라는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투자사로 코코아엔터도 있었고.

그 속에서 박시영도 환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서준이 웃으며 휴대폰을 두드렸다.

<친구들한테 사진 보여줘도 돼요?

>이지석: 잠깐만.

그에 서준은 기다렸다.

좀 더 기다렸다.

‘……응?’

어쩐지 잠깐만이 좀 길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 이지석의 메시지가 떴다.

>이지석: 서준이 네 이야기 하니까 난리도 아니네ㅋㅋ

사진에 찍힌 사람들에게 서준과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줘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더니, ‘이서준?!’, ‘이서준이라고요?!’ 하는 반응이 돌아왔단다.

‘저 진짜 이서준 선배님 한번 뵙는 게 꿈이었어요, 선배님!’

‘언제는 날 보는 게 꿈이었다며.’

‘그건 이미 이뤘으니까요!’

다들 그 배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이지석을 보는 눈이 초롱초롱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에 서준은 작게 웃고 말았다.

이지석의 배우 경력을 생각하면 대하기 어려울 텐데,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는 걸 보면 이지석이 얼마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드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지석: 서준아.

>이지석: 괜찮으면 축하 한마디만 해줄 수 있어?

봐라.

엄청 좋은 형이지 않나.

<당연히 괜찮죠!

흔쾌한 서준의 대답에 이지석이 전화를 걸었다.

이어지던 신호음이 뚝 끊기자, 기쁨과 기대감으로 시끌벅적하던 고깃집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왁!

항상 미디어를 통해 들어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목소리에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누가 냈는지도 모를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운명의 천만 관객 달성 축하드립니다.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세 번이나요. 천만 관객 중 세 명은 저라는 거죠.

와악!

다시 한번 비명과도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고, 이지석과 박시영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짧은 전화통화가 끝나고.

[배우 이서준, “운명 3번 봤다.”]

[‘이레귤러스’ 촬영 중에도 영화 ‘운명’ 관람한 배우 이서준.]

[‘운명’ 천만 관객 중 세 명은 배우 이서준.]

[이서준, “운명 천만 관객 달성 축하드립니다.”]

라는 기사들이 뜬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 * *

“레디, 액션!”

이레귤러스가 처리한 괴생물체들이 맨해튼의 거리에서 퍼스트 본부로 옮겨지고.

이레귤러스는 테일러 국장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웜홀?”

버서커가 눈을 찌푸렸다.

그 또한 ‘웜홀’이 이레귤러스의 멤버 중 하나와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웜홀이라는 게, 그거 맞지? 순간이동 같은 거?”

그걸 모르는 팬텀이 물었다.

“정확히는 통로예요. 우주……의 두 공간을 잇는 통로요.”

저도 모르게 나이트 진에게 시선을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매드해터는 생각했다.

체셔 캣은 소리 없이 키득키득 웃으며 이 재미있는 풍경을 감상했다. 테일러 국장과 매드해터, 버서커의 신경이 온통 나이트 진에게로 향하고 있는 게 보였다.

“예를 들면, 저 문을 열고 통과하면 복도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웜홀이라는 거죠.”

매드해터가 회의실의 문을 가리키며 설명하자, 팬텀과 화이트 블러드, 나이트 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트 진은 평상시와 같은 반듯한 얼굴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긴장이 됐다.

그렇다고 대놓고 ‘진 나트라’에 대해서 기억이 났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

두통이 생길 것 같은 기분에 테일러 국장과 매드해터는 한숨을 삼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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