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936화 (93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36화

한국 시간으로 3월 10일 자정.

미국 뉴욕 시간으로 3월 9일 오전 10시.

[서준아! 생일 축하해!]

인터넷이 초록빛 새싹으로 물들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작품 많이 찍어줘요! 서준 오빠!!

-늘 행복하기를 기도할게요!

-오래오래 즐겁게 활동해줘.

-그렇다고 너무 촬영만 하지 말고! 쉴 때는 푹 쉬어!

-언제나 내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

[새싹부터]에도 SNS에도 서준에게 전하는, 진심이 담긴 생일 축하가 쏟아지고 있었다. 서준의 생일 축하 글밖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런 상황에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들도 생일 축하 글을 하나씩 남겼다. 이서준이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배우였으니까.

-팬이 더 는 것 같은데?

=이서준이 20대잖아. 십 대 팬들이 많이 생김.

=쉐앤나랑 오버레2 재밌잖아.

=뉴 이클립스도 그렇고.

-아쉽네. 이서준 작품은 처음부터 봐야 하는데.

=그러게. 쉐도우맨1 충격적인 등장이랑 오버레1 기념 티켓은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게 좋은데.

=저도 그러고 싶었다고요ㅠㅠㅠ

=22 하지만 그땐 안 태어난 걸 어떻게 해ㅠ

=33 엄빠 결혼도 안했다고요ㅠㅠ

=그정도냐고ㅋㅋ

새삼 어린 팬들이 많이 늘었다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올해는 약하게 한다고 하던데 이걸로 끝임?

=그럴 리가.

=지금부터 시작임ㅋㅋ

=오. 올라왔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축하 메시지 사이로, [새싹부터]가 올라온 공지가 보였다.

[공지: 생일기념 기부. 선정된 단체들을 소개합니다.]

해당 공지글에는 전 세계에 있는 [새싹부터]의 모든 지부가 고르고 고른, 믿을 만한 구호단체들의 홈페이지의 주소가 쓰여 있었다.

또 이 단체들을 고른 이유와 단체의 활동 내용, 그리고 기부를 하면 사용될 곳들에 대한 정보들이 아주 자세히 적혀 있었다. 단체에서 쓴 ‘아주 소중히 쓰겠습니다.’ 하는 정성스러운 편지도 덧붙여 있었다.

하지만 새싹들은 읽지 않고, 바로 기부 페이지를 클릭했다.

-새싹부터가 선정한 곳이면 믿을 수 있지!

-생각할 시간도 아깝다!

그에 [새싹부터]가 외쳤다.

-아니, 좀 살펴보라고요!!

새싹들이 으헤헤 웃었다.

-믿어요!

-믿습니다!

막무가내 같은 신뢰에 [새싹부터]가 탁- 하고 이마를 짚었다.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들이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각 단체의 기부 페이지에 공개된 기부 금액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보통은 얼마나 기부됐는지 보여주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깔끔하게 하기 위해서 금액을 공개한 것이었다. 물론, 새싹들이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생일 기념 기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산더미처럼 쌓인 기부금액에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약하게 한다며?

=22 아니, 5분마다 앞자리가 바뀌는데요?

=33 그것도 선정된 단체 전부ㅋㅋㅋ

=이거 렉 걸린 거 아님??

-돈 모아서 내년 생일에 쓴다고 하지 않았음?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22 내년 건 올해 열심히 모으면 됨.

=33 받아라! 내 돈!!

새싹들이 으하하하 웃으며 기부했다.

기부와 더불어, 서준의 생일 광고도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

지하철과 도로, 건물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서준의 생일 축하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걸 본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올렸다.

-……약하게 한다며……

=작년보다 약하긴 한듯ㅋㅋㅋ

=22 현수막은 안 했잖아?

=33 영화관도 안 빌렸고.

-이것도 적게 한 거ㅋㅋ

=서준이 생일인 건 알려야지ㅎㅎ

* * *

그 시각.

서준은 [이레귤러스] 촬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생일이라고 쉬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축하가 있었다.

“생일 축하해, 준!”

점심시간을 이용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2단 케이크와 선물을 가지고 왔다.

그에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촬영장에 왔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케이크까지 준비해 줄 줄은 몰랐다.

“와! 감사합니다. 저 촬영장에서 생일 케이크를 받는 건 처음이에요.”

“정말?”

그 말에 되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눈을 크게 떴다.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네. 생일이랑 촬영 날이 겹친 적이 없었거든요. 되게 신기하네요.”

그리고 좋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촬영장에서 좋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니.

서준이 하하 웃었다. 새싹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읽은 오늘 오전부터 웃음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그래도 촬영할 때는 집중했다.

“그럼 더 큰 케이크를 사 올 걸 그랬습니다.”

마린사 담당자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2단으로 쌓아 올린 케이크가 부족하게만 보였다. 물론, 스태프들에게도 나눠주기 위해 같은 케이크가 몇 개 더 있었지만 말이다.

“이걸로도 충분히 멋진걸요.”

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다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보는 사람까지 행복해지는 미소에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최태우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 영상은 오늘 내로 서준의 편지와 함께 업로드할 예정이었다. [이레귤러스]의 홍보도 될 터였다.

“선물도 있어.”

테사 해리슨이 웃으며 포장된 선물을 꺼냈다. 그리고 엉성한 종이상자에 듬성듬성 스티커가 붙여진 선물도 있었다.

“청룡님 팬인 우리 조카 선물. 직접 포장도 했다고 하더라.”

“정말요?”

테사 해리슨의 조카 사진을 본 적이 있는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조막만 한 손으로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안 웃을 수가 없었다.

말릭 스펜서와 랜스 레먼도 선물을 건넸다. 마크 감독과 마린사의 담당자도. 영화 촬영에 지장이 없도록 도와준 서준 리에게 보내는 마린사의 사장과 부사장의 선물도 있었다.

루카스 터너와 코너 밀스도 서준에게 선물을 주었다.

“고마워요, 루카스. 코너.”

“준이 해준 거에 비해서는 약소합니다.”

“맞아요.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저희한테 말해주세요, 준.”

“하하. 괜찮아요. 선물로도 충분해요.”

“그래도…… 지금도 계속 제 연기 연습을 도와주고 있지 않습니까.”

급한 불은 꺼졌으니 숙소는 옮겼지만, 서준은 계속 루카스 터너의 연기 연습을 도와주고 있었다.

“저도 같이 연습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씩 웃으며 말하는 서준의 얼굴에는 한 점 거짓도 없었다.

그래서 더 고마웠다.

그날 서준은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뭐, 촬영하는 건 언제나 즐거웠지만 말이다.

숙소로 돌아온 서준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항상 그래 왔듯 생일을 축하해 준 새싹들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감사 편지를 남겼다.

그사이 최태우가 코코아엔터로 보낸 영상이 편집되어 돌아왔다.

한국 시각으로 3월 10일 저녁.

서준의 감사편지와 함께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배우 이서준, 이레귤러스 촬영 중 생일 파티!]

[나이트 진의 생일을 축하하는 히어로들!]

[배우 이서준, 팬카페에 감사 편지 남겨.]

-촬영장 분위기 되게 좋은가보다. 생일파티도 해주고.

=파티라기보다는 점심시간에 잠깐 축하해준 거래. 끝나고 바로 촬영 들어갔다고.

=저녁때 아예 식당 대여해서 스태프들까지 다 초대했다고 함.

=오. 스케일 보소.

-나이트 진 생일ㅋㅋ 영화도 아직 안 나왔는데 과몰입ㅋㅋㅋ 근데 나도 하고 있음ㅋㅋ

=222 벌써 한 팀 된 것 같고요ㅠ

=33 가족 같아서 너무 좋음ㅠㅠ

-근데 촬영 첫날 사진 보면ㅋㅋㅋ

=그 장면만 그런 게 아닐까?

=그날 이후로 유출의 ㅇ도 안 보여서 추측할 수가 없어.

=이게 바로 마린……ㅋ

-팬카페에 남긴 편지가 기사까지 나네.

=커뮤니티에도 올라옴.

커뮤니티 사이트는 물론이고 연예란을 가득 채운 기사들을 보던 누군가가 댓글 하나를 남겼다.

-이래야 이서준 생일이지.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요를 눌렀다.

* * *

“생일 축하해! 준!”

“생일 축하한다.”

“고마워. 그레이스, 찰리.”

서준은 웃으며 그레이스 웰튼과 찰리 베르나르의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오늘은 15일.

뉴욕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기로 약속한 날로, 세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서준의 숙소에 모여 있었다. 찰리는 아예 어제 도착해서 서준의 숙소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시차 적응은 끝났어?”

“어. 괜찮아. 프랑스에 있을 때보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은데?”

그레이스의 물음에 찰리가 답했다. 그에 서준이 씩 웃었다. 능력 덕분이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자.”

“그래.”

아침 식사도 맛집에서 할 예정이라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그럼 이제 출발할까?”

어제 사 온 샌드위치로 반의반쯤 배를 채운 세 사람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마침 보디가드들과 이야기를 하고 온 최태우가 말했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서준아. 보디가드들이 따라다닐 테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말고.”

“네. 알았어요.”

모자를 쓴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도 재미있게 놀다 와.”

“네!”

그레이스와 찰리도 가방을 챙기며 즐겁게 대답했다.

“여기 재미있을 것 같더라. 이번에 싹 바꿨대.”

“나도 가 보고 싶었어.”

“그럼 점심은 여기서 먹을까? 가깝기도 하고. 테사가 맛있다고 추천해 줬어.”

“거기 사람 많으면 이 가게에서 먹어도 될 것 같아.”

“아니지. 기다렸다가 먹어야지!”

“포장도 되지 않아?”

“식어도 맛있을까?”

“아, 언니가 저녁 시간은 꼭 비워놓으래.”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재잘재잘대고 있는 세 사람을 본 최태우가 웃음을 터ㄸ,렸다.

* * *

그날 저녁.

신나게 논 서준과 찰리, 그레이스가 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사라 웰튼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레스토랑 입구부터 찰리 베르나르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앞서 아침과 점심을 먹었던 식당들과 간식을 샀던 식당에서도 같은 얼굴이었다.

“미슐랭에서는 외양도 보거든.”

언젠가 열 자신의 레스토랑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옛날에는 말이 좀 있긴 하지만.”

“아, 화장실 같은 거?”

화장실의 상태도 미슐랭 평가 항목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과거 몇몇 셰프는 요리보다 화장실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하고 냉소하기도 했다.

“응. 지금은 요리에 더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 학교 사람들도 여기가 제일 맛있었대.”

“언니도 겨우 예약했다고 했어.”

“그럼 이제 들어가자.”

르 꼬르동 블루 학생들의 추천이라니,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세 사람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레스토랑에는 룸이 따로 있었다. 서준과 친구들은 사라 웰튼의 이름을 밝히고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이동했다.

“어서 와!”

먼저 와 있던 사라 웰튼이 웃으며 동생과 동생의 친구들을 반겼다.

“진짜 오랜만이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여름 때였죠?”

찰리가 웃으며 몇 년 전 파리 도서전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사라 웰튼과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 정말 맛있을 것 같더라. 메뉴 읽어보니까 신기한 게 많아서 재밌었어. 나중에 소설에 쓸까 싶어서 메모도 해뒀다니까.”

휴대폰을 들어 보이는 사라 웰튼에 서준과 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레이스는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메뉴판을 펼쳤다.

“추천하는 요리가 있어, 찰리?”

“여긴 대부분 맛있어서 좋아하는 재료가 있는 요리를 고르면 된대. 아, 이것만 빼고. 실험적인 요리라서 보통 사람들 입맛에는 잘 안 맞대.”

그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평가들이 좋아할 만한 요리라는 거네. 영화도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랑 비평가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다를 때가 꽤 있거든.”

“소설도 그래. 비평가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다 잘 팔리는 건 아니거든.”

사라 웰튼도 동의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레이스 웰튼이 웃음을 터뜨렸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웃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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