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915화
오늘은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인사할 사람이 있었다.
“반가워요. 테사 해리슨입니다.”
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미는 차분한 분위기의 흑인 여성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부터 합류하기로 한 [매드해터]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테라 해리슨이었다.
“영화 잘 보고 있어요, 리.”
“준이라고 불러주세요. 저번에 출연하신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테라 해리슨은 들었던 대로 차분하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이런 배우가 [매드해터]를 연기하다니. 연기는 이래서 재미있는 것 같았다.
“랜스 레먼입니다.”
테사 해리슨과 처음 만나는 서준과 랜스 레먼이 인사를 나누고 나자, 테사 해리슨과 친분이 있는 말릭 스펜서가 물었다.
“예정보다 일찍 왔네?”
그에 테라 해리슨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훈련하긴 했는데 좀 부족한 것 같아서요. 어차피 합류할 거 일찍 하는 게 더 좋죠.”
“그건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말릭 스펜서는 [매드해터]보다 액션신이 많은 [팬텀]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촬영 날이 다가올수록 배우들과 관계자들은 [팬텀]의 배우, 루카스 터너가 언제쯤 합류할 생각인지 궁금해했다.
“이제 크랭크인도 20일밖에 안 남았는데, 훈련 잘하고 있겠지?”
“루카스라면 잘할 거예요. 책임감이 강한 배우라서요.”
염려가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말릭 스펜서에 테사 해리슨이 웃으며 말했다.
“아, 두 분 같이 촬영한 적이 있죠?”
서준은 루카스 터너와 테사 해리슨이 같이 나왔던 작품이 떠올렸다.
그에 테사 해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카메오 출연이었지만. 대본을 너덜거릴 정도로 보는 성실한 배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대본이 너덜거릴 정도라니.
어떤 배우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보여줄 연기도 기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랜스 레먼이 안심한 듯한 어투로 말했다.
액션 장면에서 NG가 나면 여러 사람이 고생할 테니, 좀 걱정했던 것 같았다. 물론 본인이 귀찮아지는 것도 있을 테고.
서준이 작게 웃었다.
“그럼 이제 훈련 시작할까요? 다들 어디까지 하셨어요?”
테사 해리슨의 물음에 오! 하고 반색한 말릭 스펜서와 서준이 신나게 바뀐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랜스 레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따라갔다.
* * *
[(이레귤러스 촬영 기념)시즌2 히어로 설명-매드해터 편]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세 번째 히어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매드해터죠. 매드해터는 이레귤러스 멤버 중 나이가 가장 어린 히어로입니다.”
-고등학생!
-학생 히어로!!
“네. 윌리엄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지만,”
-새내깈ㅋㅋㅋ
-급 귀여워졌다ㅋㅋ
“매드해터는 아직 졸업도 안 한 고등학생이죠. 배우는 테사 해리슨으로 매드해터 1편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평소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이라는데, 매드해터에서는 좀 많이 다르게 나오죠.”
차분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테사 해리슨의 사진과 엉망진창인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매드해터]의 사진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매드.
-앜ㅋㅋㅋ
단어 하나로 설명하는 시청자에 다들 웃고 말았다.
“먼저 매드해터에 대해 설명하기 전, 이야기할 게 있죠? 매드해터, 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제목은 앎. 내용은……ㅋ
-전에 리뷰보고 읽어보려고 했지만, 실패ㅎㅎ
“간단히 요약하자면 앨리스라는 소녀가 시계토끼를 쫓아가다 굴에 빠져서 이상한 나라에 간다는 이야기이죠.”
-하지만 알고 보니 꿈ㅋㅋ
-아니, 옛날에도 아, ㅅㅂ꿈이 있었단 말이야?
-그러게ㅋㅋㅋ
-매드해터도 아, ㅅㅂ꿈으로 끝나려나?
영화객이 얼른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 큰일이죠. 이레귤러스가 다음 달이면 촬영 시작하는데. 매드해터가 꿈이라면 나이트 진이나 팬텀 같은 영화도 결말을 의심하게 되잖습니까.”
-나이트 진이 꿈이라고?? 윌리엄이 겪은 일이 다 꿈이라고오??
-22 그럼 바로 항의한다.
-33 이건 항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꿈이란 결말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나와서도 안 되고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 영화객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매드해터는 독특하게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주인공의 본명부터가 앨리스 잭슨이죠.”
-누가 봐도 주인공 이름ㅋㅋ
“앨리스 잭슨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나 과학 등에 아주 큰 재능이 있었습니다. 앨리스 잭슨의 부모님부터가 레드본 회사의 연구원들이거든요. 집의 차고를 자신의 연구실로 꾸밀 정도로 아주 열정적이기도 합니다.”
컴퓨터와 온갖 기계들로 가득한 차고의 사진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투박한 기계들이었지만, 어디 회사 연구소 못지않은 퀄리티였다.
-도대체 미국의 차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ㅋㅋ
-진짜 우주선도 만들 듯.
“앨리스 잭슨은 아직 학생이지만 컴퓨터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서 가끔 프리랜서로도 활동하죠. 그때 사용하는 이름이 바로 매드해터입니다. 이름이 앨리스라서 그런지, 앨리스 잭슨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거든요.”
-난 고양이가 제일 좋음.
-222
“체셔 캣도 나옵니다. 앨리스 잭슨이 만든 인공지능의 이름이죠.”
영화객이 모니터에 사진 하나를 띄웠다.
[매드해터] 속 모니터 화면으로, 씨익 웃고 있는 3D 고양이가 보였다.
“그런데 실력이 부족했던 어릴 때부터 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중간에 뭔가 실수한 게 있어서 그런지 영 상태가 좋지 않죠.”
-ㅋㅋ그냥 주인 닮은 거 아닌가ㅋㅋ
-이름 따라 가는 듯.
-말하는 파트너.
-아앗ㅋㅋㅋ
[쉐도우맨]의 사고뭉치 그림자, 파트너의 언급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히어로 영화인 만큼 결과적으로는 다 좋게 끝나긴 합니다. 이런 체셔 캣과 함께 앨리스 잭슨은 오늘도 유유히 인터넷 서핑을 하죠.”
-그게 인터넷 서핑이면 난 지금 타자연습 중.
-난 마우스만 클릭하고 있다고ㅠㅠ
-근데 틀린 말은 아님.
-ㅋㅋㅋㅋ
영화객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죠. 인터넷 서핑이라고 앨리스 잭슨 본인이 표현하긴 하지만, 그 레드본 회사에 몰래 들어가 자료를 읽고 몰래 빠져나오는 게 인터넷 서핑이라고 말하긴 어렵죠.”
-앨리스: 그냥 책꽂이에서 책을 빼서 읽고 다시 돌려놓는 거랑 같은 거라서 괜찮아!
-앨리스 친구: 그게 도서관이라면 괜찮지! 개인 공간이잖아!
-그래도 신고는 안 하는 앨리스 친구ㅋㅋㅋ
-이래서 매드해터ㅋㅋ
-근데 레드본이 모를 리가 없지.
-22 다 알고 있을 듯.
“전의 리뷰에서 말했듯,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다음 시리즈에서는 레드본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앨리스 잭슨이 그렇게 만든 자료들을 모아서 해트(Hat 모자)라고 부르는 로봇을 만들거든요.”
-체셔 캣 보완도 하고.
-진짜 미국의 차고는 뭐하는 곳이냐ㅋㅋ
-주의) 날아다니는 로봇 있음.
-레드본 후계자인 듯.
“레드본이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라 시즌1로 끝내기엔 아깝긴 하죠. 로봇, 인공지능, 신기술, 과학! 얼마나 멋집니까!”
-근데 디자인이……
“어쩔 수 없죠. 레드본은 돈 많은 천재 과학자고, 매드해터는 돈 없는 천재 학생이니까요. 물론 실험에 쓰는 돈을 말하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터뜨려. 새로 만들면 되니까.’하고 말하는 레드본과 달리, 매드해터는 나사 하나 부품 하나에 예민하죠.”
-매드해터: 이게 얼마나 어렵게 구한 건데에에!!
-버서커랑 만나면 재미있겠다ㅋㅋㅋ
-버서커: (기계 다리 날아감. 못 찾음.) / 매드해터: 아아아악!!
-앜ㅋㅋㅋ
영화객도 웃고 말았다.
“그러게요. 재미있겠네요. 그럼 이제 다시 영화 이야기를 해보죠. 그렇게 레드본 회사나 다른 연구소들을 돌아다니던 앨리스 잭슨은 어느 날 자신의 컴퓨터에 남아있는 흔적을 발견합니다. 깜짝 놀란 앨리스 잭슨은 곧바로 그 흔적을 추적하죠.”
-체셔 캣이랑 같이 추적할 줄 알았더니…… 안 나타남ㅋㅋ
-?인공지능이면 매드해터랑 같이 움직이는 거 아님?
-체셔 캣이잖아.
-가끔 작동 안할 때가 있음.
-??진짜??
-ㅇㅇㅋㅋㅋ
“여기서 매드해터 감독은 실험적인 연출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해킹이나 인터넷 같은 소재가 좋은 소재이긴 하지만 표현하기는 힘들거든요.”
-???: (키보드를 두드린다.)앗, 막혔어! 그럼 이 방법으로! 젠장! 안돼!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 (키보드를 두드린다.) 좋아! 뚫렸어!!
-오직 대사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 이렇게 돼버리고 말죠. 그래서 매드해터에서는 3D 애니메이션으로 해킹 장면을 보여줍니다.”
영화객이 모니터에 무언가를 띄웠다.
불꽃이 일렁이는 화염방사기로 벽을 공격하고 있는 모자를 쓴 캐릭터가 나오는 3D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었다.
“캐릭터들이 방화벽을 부수고 수리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죠. 만약 관객들이 이런 식의 연출을 좋아한다면 앞으로의 시리즈에서도 나오겠지만, 싫어한다면 더 이상 나오지 않겠죠.”
-난 좋았음. 귀엽고 재밌더라.
-222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런지 싸우는 게 화려함.
“저도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앨리스 잭슨은 그 흔적을 쫓아갑니다. 처음에는 금방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려서 학교에까지 노트북을 가지고 가야 했죠.”
->노트북<앨리스 잭슨 개조.
-하긴. 개조는 기본이지.
“앨리스 잭슨은 그 흔적을 남긴 존재를 시계토끼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시계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죠.”
-거기서 돌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스토리가 안 나오짘ㅋㅋ
“이상한 나라는 아주 강력한 보호장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요일부터 밤새 앨리스 잭슨은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죠. 원래 이런 류의 사람들이 못 푸는 문제일수록 미친 듯이 매달리듯이 말입니다.”
-매드해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ㅋㅋㅋ
“그리고 마침내 이상한 나라의 방화벽을 뚫고 맙니다. 그리고 이렇게 꼭꼭 숨겨진 곳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궁금하긴 할 것 같지만ㅠ그런 거 함부로 보면 안된다고ㅠㅠ
-별로 보지도 못하고 들켜버림.
-체셔 캣(얼굴만 나타남): 매드해터! 들켰어!
-체셔 캣 일 안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급박할 때는 나타남ㅋㅋ
“그렇게 앨리스 잭슨은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바로 집으로 빠져나오면 추적해 올까 봐 지구를 몇 바퀴나 돌면서 도망치죠. 마침내 길고 긴 추격전이 끝나고 앨리스 잭슨은 차고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가 잠이 듭니다. 몇 시간 후 일어날 일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죠.”
-엄마아빠 뒤집어짐.
-학생 때가 제일 겁 없는 것 같아ㅠㅋㅋ
“앨리스 잭슨의 휴대폰이 울립니다. 스피커에서도 커다란 소리가 나오죠. 체셔 캣이었습니다. 체셔 캣은 정체 모를 이들이 앨리스 잭슨의 집을 찾아낸 것 같다고, 집 근처로 정체불명의 물체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진짜 잘 자다가 무슨 일ㅠㅠ
-체셔 캣 나름 믿음직함.
-나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