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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12화 (91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12화

“그럼 오늘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운동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서준이 안전을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난 후, ‘나이트 진’의 액션담당 트레이너가 말했다. 이 트레이너는 검술과 체술 전문으로 [쉐앤나] 때도 함께했었다.

“말릭도 있으니, 나이트 진과 버서커가 함께 싸우는 장면을 연습하겠습니다. 서로 처음 맞춰보는 거니까, 제일 간단한 장면부터 하죠.”

오늘 서준과 말릭 스펜서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미리 ‘버서커’의 트레이너와 이야기를 나눈 듯 막힘 없이 결정한 트레이너는 서준과 말릭 스펜서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검을 들고 있는 트레이너(나이트 진)와 총을 든 트레이너(버서커)가 적으로 보이는 스턴트맨들과 마주 보고 있었다.

트레이너들이 직접 시연한 영상으로, 서준도 한국에서 이걸 보며 훈련했었다. 말릭 스펜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이트 진과 버서커가 함께 싸우는 첫 장면이죠.”

대본과 콘티로 봤던 장면으로, [나이트 진-버서커-매드해터]/[팬텀-화이트 블러드] 이렇게 두 팀으로 흩어져 싸우는 장면이었다.

[이레귤러스]의 히어로들이 처음 만난 서로의 전투 스타일을 살펴보는 장면이기도 했고, [이레귤러스]를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캐릭터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매드해터도 있는 장면이지만 그쪽은 좀 다른 액션이니 빼고…… 일단 영상 먼저 보시죠.”

영상이 재생되었다.

한 번 싸웠던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전투가 낯선(하지만 익숙하다) 나이트 진이 조금 어설프게(하지만 능숙하다) 움직이는 반면, 버서커는 버서커(광전사)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사방으로 총을 쏴대다가 이내 총알이 떨어졌는지 총을 내던지고 맨몸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이트 진이 놀라고.’

몸을 아끼지 않고 내던지듯 싸우는 버서커의 모습에 나이트 진은 놀랐다가, 이내 버서커를 돕기 시작한다.

“여기서 그림자 제이가 나타날 겁니다.”

나이트 진의 지시에 그림자 제이가 땅바닥에서 솟아올라 버서커를 공격하는 적을 막는다.

물론 실체가 없는 CG라서, 버서커와 적이 둘 사이에 무언가 ‘있는 듯’한 시늉만 하는 거였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합니다. 다른 장면들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끼리 싸우는 장면은 합을 맞추기 쉽지만, CG가 들어가는 장면은 역시 어려웠다.

“알겠습니다.”

“어렵지 않지!”

하지만 여기 있는 서준 리와 말릭 스펜서는 베테랑이었다.

시원하면서도 믿음직한 대답에 트레이너와 배우들이 훈련하는 모습까지 보고 가려고 했던 마크 감독과 담당자가 웃고 말았다.

그렇게 영상까지 보고 난 후.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 * *

“어땠어, 서준아?”

운전대를 잡은 최태우가 뒷좌석에 앉은 서준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얼굴이 반질반질한 게 생기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재미있었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니까요.”

“그런 것 같더라.”

열정이 가득한 불과 불을 같이 두니 불 폭풍이 따로 없었다.

‘오, 준. 이것도 돼?’

‘이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와! 이거 좋은데요, 말릭!’

중간에 트레이너가 멈추지 않았으면, 서준은 말릭 스펜서와 함께 밤늦게까지 훈련했을 터였다.

“좀 더 오래 하면 안 돼요, 태우 형?”

신이 난 표정으로 물어보는 서준에, 최태우가 빙그레 웃었다.

“안 이사님한테 연락한다?”

“넵.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죠.”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는 서준의 모습에 최태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도 조금 웃다가 휴대폰을 보았다.

훈련하는 동안 온 메시지들에 답장을 보내고 [새싹부터]를 돌아보았다.

오.

너튜버 영화객이 영상 하나를 올려놓았다는 글이 보였다.

* * *

[(이레귤러스 촬영 기념)시즌2 히어로 설명-버서커 편]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오늘은 이레귤러스 촬영을 기념하여 마린사 시즌2 히어로들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겠습니다. 스포일러와 팬들의 추측이 한껏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먼저 보시고 제 리뷰도 보신 후 시청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깨알 리뷰 홍보ㅋㅋㅋ

-그럼 왜 설명하는 거임?ㅋㅋ

-22 영화랑 리뷰 보면 필요 없는 거잖아ㅋㅋㅋ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요약이죠, 요약.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다섯 명의 시즌2 히어로들 중 가장 피와 전투가 난무하는 버서커입니다.”

-버서커!!

-그래도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던데.

“당연하죠. 19세 관람가를 받아버리면 흥행이 어려우니까요. 흥행을 위해서는 최대한 낮은 관람 등급을 받아야 하죠. 그래서 감독의 연출이 중요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낮은 관람 등급을 얻으면서도 최대한의 액션신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죠.”

-버서커1도 괜찮았음.

“네. 재미있었죠. 버서커 역을 맡은 배우는 말릭 스펜서 배우입니다. 이전에도 여러 액션 영화에 나와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죠. 영화 버서커에서도 아주 멋진 액션신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니터에 평상복을 입고 있는 말릭 스펜서의 모습과 검은색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버서커의 모습이 나타났다. 호탕하게 웃는 본체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꽤 유쾌하게 웃고 있는 캐릭터의 차이가 보였다.

“이서준 배우와도 친분이 있는데,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영화에 친한 배우가 있으면 ‘다행이다ㅠ’할 텐데…… 서준 오빠라서ㅋㅋ

-22 이서준이 걱정할 급은 아니지.

-경력만 봐도 이서준이 선밴데ㅋㅋㅋ

-ㄹㅇ친한 사람도 이쪽이 더 많을 듯.

-할리우드에서 선후배 하겠냐? 인기로 따지지.

-인기로 봐도ㅋㅋㅋ

영화객도 슬쩍 웃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버서커의 원래 이름은 워런 어빙입니다. 하지만 이름보다는 코드네임인 버서커로 불리는 때가 더 많죠.”

-이름 몰랐어ㅋㅋ

-나도ㅋㅋㅋ

얼마나 이름을 안 불렀는지, 영화를 봤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시청자들이 몇몇 있었다.

그에 영화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 리뷰 안 보셨군요?”

[버서커]가 개봉한 후 올렸던 리뷰 영상에서도 충분히 설명했던 영화객이었다.

-아.하.하.하.

-지금 당장 보겠습니다!

“지금은 이거 봐야죠. 어차피 설명할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원래의 이름에 대한 것도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서커의 과거를 보면 그렇거든요.”

영화객은 버서커의 사진들을 순서대로 모니터에 보여주며 설명했다.

“워런 어빙은 원래부터 군인이었습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네 명의 히어로보다는 훨씬 전투와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죠. 군인이었을 때의 실력도 아주 좋았습니다. 교전 지역에서도 팀원들을 이끌고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었죠.”

군인이었을 때의 ‘워런 어빙’의 사진이 보였다.

동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면 히어로 영화를 만들기 힘들죠.”

-히어로에게 고난은 필수!

“네. 워런 어빙과 그의 팀에 새로운 임무가 내려옵니다. 그에 워런 어빙은 팀원들과 함께 임무 지역으로 갑니다. 굉장히 수상한 곳이었죠. 적들과의 전투도 당연히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졌지.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워런 어빙은 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대로 적들에게 사로잡힌 후 실험을 당합니다. 다른 팀원들과 함께 말이죠. 영화에서는 짧게 나왔지만 제법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워런 어빙이 적지에서 혼자서 탈출한 후 구조됩니다.”

-팀원들ㅠㅠ다 죽음ㅠㅠ

-근데 그것도 진짜 자기 힘으로 탈출한 건지…… 아니면 적이 풀어준 것인지 모름.

“네. 숲속의 눈밭에 홀로 쓰러져 있는 걸 군이 발견한 거니까요. 하여튼, 그렇게 살아난 워런 어빙은 군에서 적응 훈련을 시작합니다. 감시를 받는 모습도 보이죠. 하지만 이내 소속이 군에서 퍼스트로 바뀝니다. 문제가 생긴 탓이었죠.”

모니터에 두 개의 사진이 나타났다.

검은색 군복을 입고 웃고 있는 버서커의 모습과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날뛰고 있는 버서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눈빛 빙글 돎;;;

-22 연기 잘함.

“일정 수준 이상으로 흥분을 하면 이성을 완전히 잃고 날뛰는 것이었죠. 특히 전투 훈련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기 몸이 다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이대로 민간인으로 내보낼 수도 없는 터라, 버서커는 퍼스트 소속이 되어 이런저런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리고 그게 나오지.

“네. 영화 중후반쯤 나오죠. 왼쪽 손목이 완전히 잘려 나간 버서커가요.”

-히어로라며?? 손목이 날아가?? 했다.

-근데 피는 안 나옴.

-왜냐! 버서커 손은 기계였으니까!

-진짜 깜짝 놀랐어요ㅠㅠ

모니터에 의자에 앉아 있는 버서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텅 빈 왼쪽 손목에 기계들이 달라붙어 수리를 하고 있는 것도 보였다.

“퍼스트는 알고 있었던 듯 치료 대신 수리를 합니다. 그리고 기계 손 위에 인공 피부를 덮었죠.”

-짜잔! 멀쩡한 버서커가 되었습니다!

-실험당했다고 하더니, 기계가 돼버림.

-묘하게 자기 몸 생각 안 하고 싸운다고 했음.

-22 막 총이랑 칼도 안 피하는 것 같더라.

-33 본능적으로 피하긴 하지만, 못 피할 것 같으면 뼈를 내주고 뼈를 취함.

-……그거 좀 이상한데?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거 아니야?ㅋㅋㅋ

-근데 버서커는 이게 맞다ㅋㅋ

-내 생각엔 버서커는 제정신이 아니라서 몸이 인간이었어도 이렇게 싸웠을 듯.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랬겠죠. 전투만 시작하면 제정신이 아니게 되니까요. 그러다가 영화의 후반부에서 또 한 번 관객들이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번엔 왼쪽 다리가 날아감.

-근데 이번에도 피가 안 나와;;;

-왜냐면! 다리도 기계였으니까!!

-어디까지 기계냐고!

딱딱한 침대 위 버서커가 누워 있는 사진이 보였다.

다리, 정확히는 왼쪽 무릎 아래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이것 또한 기계들이 달라붙어 수리를 하는 중이었다.

“이걸로 관객들은 의심을 하게 됩니다. 버서커는 과연 어디까지가 기계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의 몸인가, 하고요. 가장 유력한 두 가지 추측은 이겁니다.”

영화객이 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목 아랫부분이 모두 기계이다, 라는 의견입니다. 몸은 다 기계고 머리만 인간이라는 거죠. 그래도 이 경우에는 정신은 ‘워런 어빙’이라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객이 중지를 펼쳤다.

“두 번째는 전부 기계다, 라는 추측입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말이죠. 그리고 여기서 또 세 가지 의견으로 갈리는데, 첫 번째는 ‘정신’은 진짜 ‘워런 어빙’이다, 라는 것. 두 번째는 인공지능, 그러니까 프로그램일 뿐이다, 라는 거죠.”

-첫 번째는 ‘그럼 원래 몸은 어딨어?’ 하게 됨.

-인공지능이라면 ‘조종당하고 있다는 건가? 퍼스트에 있어도 돼?’ 하는 의문이 듦.

“그리고 세 번째는 ‘기억’만 복사되어 기계로 옮겨진 것이 ‘버서커’이고 진짜 ‘워런 어빙’은 따로 있다는 의견입니다. 저는 세 번째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름도 계속 ‘버서커’라고 불리는 게 ‘워런 어빙’이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버서커긴 버서커지만, 버서커가 아닌ㅋㅋㅋ

-근데 기억만 있어도 워런 어빙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22 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가는걸.

-난 아니라고 생각함. 영혼이 워런 어빙이 아니잖아.

-나도. 그냥 복사된 거.

-영혼이라는 게 진짜 있음?

-영혼의 무게: 21g

-갑자기 급 철학적ㅋㅋ

어느새 옆으로 샌 이야기에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버서커 리뷰에서도 이랬는데ㅋㅋㅋ

“네. 그랬죠. 영상 댓글에도 많은 의견이 있더라고요.”

잠시 추천이 많은 댓글 몇 개를 읽어준 영화객이 영상을 마무리하며 말했다.

“버서커 시리즈는 적이 과연 누구며, 실험을 한 이유는 무엇이며, 버서커는 과연 어디까지 기계일 것인지 알아가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진짜 ‘워런 어빙’이 따로 있다면 만날 수도 있겠죠. 이런 정체 모를 버서커가 이레귤러스의 멤버가 되면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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