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905화
“나도 끼워줘…….”
겨우 두 시간 남짓이었지만, 만남부터 고난까지 모두 함께해서 그런지, 내적 친밀감이 MAX가 된 송유정과 임예나는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보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나도 청소 잘할 수 있는데.”
“난 홍보.”
일할 직원을 뽑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송유정과 임예나의 손에는 찔끔찔끔 나왔던 눈물을 닦은 휴지가 있었다. 펑펑 운 건 아니었는데, 그냥 테오와 클레어를 보면 눈물이 나왔다.
“소설 읽어서 다 아는데도, 셋이서 노는 것만 나와도 좋더라.”
“나도. 그냥 셋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크흥.
다시금 울컥해졌다. 영화의 행복한 여운이 깊게 남겨진 듯한 느낌이 좋았다.
서준의 작품다웠다.
“근데 이건 쿠키 영상 없나?”
“아, 쿠키.”
그것까지 ‘쿠키’였다니.
서로 마주 본 송유정과 임예나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 곧 흘러나오던 OST가 멈추고 스크린이 밝아졌다.
상기된 얼굴로 일행과 이야기를 하던 관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눈이 반짝반짝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쿠키들이 보이고, 충분히 식힌 쿠키들을 다른 쟁반으로 옮기는 손이 보였다.
주방에서 요리하게 알맞은 깔끔하게 입은 클레어였다.
“테오. 귀 나왔어.”
클레어의 목소리에 카메라가 뒤로 빙글 돌았다.
완성된 가게 중앙, 쿠키 진열대와 테이블들을 닦고 있는 테오가 보였다. 앞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이 왠지 어색하면서도 잘 어울렸다. 머리에 뿅 솟아난 늑대 귀도.
“어? 그러네.”
클레어도 몰리도 딱히 신경 쓰지 않으니,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테오가 늑대 귀를 집어넣었다.
“손님들 앞에서는 그러면 큰일 나.”
“음. 이벤트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다들 장난감으로 알 것 같은데.”
테오의 말에 캣타워 위에 올라간 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분명히 장난감이라고 생각할 거야!”
“몰리 너도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지! 나 엄청 잘해. 클레어도 처음 봤을 때 진짜 고양인 줄 알았잖아.”
“그건 그래.”
가방에서 약을 찾아 꺼내주는, 아주 똑똑한 고양이라고 생각했다.
클레어가 웃고 말았다.
“준비 다 됐지? 이제 문 열게!”
들고 나온 마지막 쿠키들을 진열대 안에 진열한 클레어가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현관문 중앙에 붙여놓은 [Closed]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뒤집었다.
[OPEN]
그걸보며 뿌듯하게 웃은 클레어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으아아! 떨려! 빨리 손님 오셨으면 좋겠다!”
“클레어 이거 하나 먹어도 돼?”
“나도!”
“……하나만이다?”
천천히 닫히는 문틈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행복함이 가득했다.
현관문을 비추던 카메라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두 높은 건물 사이.
오늘 막 문을 연 아담한 쿠키 가게가 보였다.
“와, 진짜……!”
쿠키영상을 보는 송유정과 임예나가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행복했다.
다 같이 웃으며 끝난 본편의 결말도 좋았지만, 그동안 클레어와 테오, 몰리가 열심히 만들었던 쿠키 가게가 완성되어 영업을 시작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쿠키 영상도 정말 좋았다.
“소설로 봤는데도, 좋아. 진짜 좋아.”
“그러게!”
송유정이 앓듯 말하자, 임예나도 동의했다.
영화가 끝난 아쉬움을 날리는 쿠키 영상이었다.
송유정과 임예나는 몸과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찬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쿠키 사러 가자.”
이제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쿠키를 먹어주면 된다.
그리고 또 영화를 보고, 쿠키를 먹는다.
“완벽한 계획이야.”
오늘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준의 레시피로 만든 쿠키를 파는 제과점은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아니면 이곳에 올 만한 새싹들이 다들 [뉴 이클립스]를 보고 있어서 그런가, 손님이 적어 송유정과 임예나는 편하게 고를 수 있었다.
“서준이 쿠키는 기본으로 사고…… 다른 건 뭐 먹을래, 예나야?”
“음. 이거?”
임예나가 포장된 쿠키를 들어 쟁반 위에 올렸다.
“그리고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계속 올렸다.
쟁반이 가득 찰 때까지.
“서준이 쿠키가 맛있다니까 다른 것도 맛있겠지.”
임예나의 말에 송유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사장님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딸, 영화 재미있게 봤어? 응? 쿠키 반죽?”
쿠키…… 반죽?
제과점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어였지만, 조금 전까지 [뉴 이클립스]를 본 터라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어떻게 팔아. 익지도 않은 걸. 뭐? 미국에서는 먹는다고? 그건 미국이라서 그런 거고, 여긴 한국이잖아.”
송유정과 임예나의 눈이 마주쳤다.
“영화에 나와서 엄청 팔릴 거라고? 누구 영환데? ……이서준?”
휴대폰 건너에서 들려오는 딸의 말에 사장님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그럼 만들어야지!”
완벽한 태세전환에 송유정과 임예나는 입술을 꾹 다물며 웃음을 참았다.
사장님은 눈을 반짝이며 얼른 메모지를 꺼냈다.
“이번엔 레시피 같은 건 없어? 응. 바닐라랑 초코칩이랑 견과류…… 견과류엔 뭐가 들어갔어? 아, 잘 안 보였어?”
아마도 방금 막 [뉴 이클립스]를 본 딸이 연락한 것 같았다.
그걸 바로 엄마에게 알려주는 딸도, 딸의 말을 듣고 열심히 메모하는 사장님도 보기 좋았다.
어쩐지 서준의 쿠키 레시피를 알려준 것도 딸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새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송유정이 임예나에게 말했다.
“예나야. 다음에 또 오자.”
“그래. 그러자.”
다음에 오면 [뉴 이클립스]에 나온, 맛있는 쿠키 반죽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쿠키 반죽 파는 곳 없음?
=여기서 팔아요. 맛있어요! (링크)
=이거 먹을 수 있음?
=……예? 쿠키 반죽이니까 먹을 수 있죠?
=ㄴㄴㄴ이거 구워 먹어야 해! 날달걀 (살모넬라균) 때문에 그냥 먹으면 안 돼!
=……그냥 먹어요?
=먹을 수 있는 쿠키 반죽은 여기서 팔아! (링크)
=무슨 소린지 1도 모르겠네……?
=이게 뉴 이클립스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차이ㅋㅋㅋ
-갑자기 왜 쿠키반죽 관련 글이 많아졌나 했더니, 이클립스 때문이었구나ㅋㅋ
=222 소설에서도 나왔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영화보면 쿠키 먹고 싶어짐ㅋㅋ
-영화는 어땠음? 망클립스 보다 나음? 아님 이것도 망할 것 같음?
=응? 망클립스가 뭐야? 내 인생에 이클립스 영화화는 뉴 이클립스밖에 없어.
=22 이제 망클립스의 ㅁ도 안 나올 듯.
=33 이서준이 출연한 이유가 있었다.
-보는 사람까지 흐뭇해짐ㅋㅋ
=너무 웃어서 얼굴에 경련 온 듯.
=크리스마스+새해에 보기 좋은 영화. CG도 진짜 잘 나왔음. 돈 바른 느낌ㅋㅋ
=22 다른나라 후기도 진짜 좋음.
-작가님, 제작사 발 뻗고 주무시겠네ㅠㅠ
=진짜 망클립스ㅠ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했을 텐데.
* * *
-언니랑 개봉 첫날에 영화관에서 봤는데, 엄청 좋아했어!
모니터에 활짝 핀 그레이스의 얼굴이 보였다. 그 옆 화면에는 프랑스에 사는 찰리가 보였다.
서준은 지금 친구들과 함께 영상통화 중이었다.
미국, 한국, 프랑스에 있어서 시간을 맞추기가 좀 어렵긴 했는데, 메시지로만 주고받기에는 아쉬워서 다들 기꺼이 시간을 냈다.
[뉴 이클립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였으니까.
-시사회로 미리 봤다고 하지 않았어?
찰리의 물음에 그레이스가 웃었다.
-그때도 엄청 좋아했지! 영화 잘 나와서! 이번에는 관객들 반응을 본 거야. 자기 눈에만 재미있어 보이는 게 아닐까, 걱정하더라고.
쓰게 웃은 그레이스가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관객들이 다 좋아하니까 언니도 엄청 좋아하는 거 있지!
“다행이네.”
-근데 집에 돌아오니까 또 시무룩해져서는 ‘오늘만 이런 거 아닐까? 내일이면 재미없다고 하지 않을까?’ 하더라고.
사라 웰튼을 흉내 내며 말하는 그레이스에 서준이 쓰게 웃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아무래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지?”
-엄-청 괜찮지! 너무 좋아서 잠도 안 자는 것 같다니까! 개봉한 지 열흘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잖아!
웃으며 말하는 서준에, 그레이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뉴 이클립스]는 개봉날부터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제작사도 엄청 좋아해서 맨날 연락해 온다니까! 내일은 또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완전 기대 중이래! 아,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왔어. 소설도 엄청 잘 팔리고 있대!
화면 너머에서도 감격이 느껴졌다.
몇 년 전의 침울했던 그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서준과 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가 좋아하니 두 사람도 행복해졌다.
-나도 봤는데 재미있더라.
찰리가 웃으며 말했다.
-소설 봤을 때도 생각했는데, 늑대인간한테 꼬리가 없는 이유를 그렇게 거창하게 붙여줄지 몰랐어. 난 그냥 귀찮아서 늑대 귀 머리띠만 썼던 건데.
찰리의 말에 서준과 그레이스는 웃고 말았다.
핼러윈 축제 때 이야기가 나오니, 옛날이야기로 주제가 바뀌었다. 세 사람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 나게 이야기했다.
-새해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준은 내년에도 미국에서 촬영하지? 이레귤러스.
찰리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 뉴욕에서 촬영하는 장면도 좀 있어서, 3월은 뉴욕에 있을 예정이야.”
-오. 정말?
그레이스가 활짝 웃었다. 그리고 외쳤다.
‘언니! 준이 내년에 뉴욕에 온대!’ 하고. 그러자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가 준이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맛있는 거 사준대!
그레이스의 말에 서준이 웃는 사이, 잠시 눈을 데굴 굴려 생각하던 찰리가 입을 열었다.
-나도 그쯤 시간이 날 것 같은데, 우리 뉴욕에서 만날까?
서준과 그레이스의 눈이 커졌다.
-진짜!?
“그럼 좋지!”
‘언니! 찰리도 온대!’ 하고 그레이스가 외쳤다. 다시 무어라 말이 들렸다.
한껏 신난 그레이스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찰리,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놓으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도 괜찮대.
“찰리 네가 골라. 난 뭐든 괜찮으니까. 이런 건 요리사들이 잘 고르더라고.”
미나의 맛집 리스트도 그렇고.
-그럼 사양하지 않고.
서준의 말에 하하, 웃으며 대답한 찰리가 눈을 반짝 빛냈다. 겸사겸사 요리 공부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완전 재미있겠다! 그러고 보니 준의 생일도 있지? 생일 파티도 하자!
생일 파티란 말에 케이크를 만들까, 하고 생각하던 하던 찰리가 아, 하고 입을 열었다.
-준, 그건 어떻게 됐어? 하기로 했어?
그레이스도 금세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어쩐지 눈동자가 두 배로 빛나는 것 같았다.
그런 두 친구의 모습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응. 하기로 했어. 사라한테도 벌써 연락이 갔을 것 같은데…….”
그레이스가 뒤를 돌아보며 ‘언니!’ 하고 외쳤다.
-오, 그래? 기사는 언제 나와?
찰리의 물음에 서준이 대답했다.
“아마도 내년? 뉴 이클립스 관객이 주춤하면 홍보도 할 겸 낼 것 같더라고.”
그에 찰리가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 이제 좀 쉽게 구하겠네.
“내가 보내준 건 어쩌고?”
-벌써 다 먹었지. 그리고 이런 건 직접 사야 하는 거야.
-맞아!
찰리의 말에 그레이스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 작게 웃었다.
‘원래는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새싹부터]에 올라오는 눈물이 가득한 글들을 보니, 계획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디 다들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스타들이 전하는 새해 인사!]
[연말시상식 이모저모!]
[3사 방송국 수상자 리스트!]
[가장 많이 하는 새해 다짐은? 1위 운동 2위 다이어트!]
-벌써 새해…… 왜 새해??
-새해! 올해만 기다렸다! 얼른 11월 돼라!
=11월? 벌써 11월을 기다려?
=그쯤 이레귤러스 개봉해서 그런 것 같음ㅋㅋ
=아하.
-ㅎㅎ올해도 3일만 지킬 목표를 세워볼까ㅎㅎ
=ㅋㅋㅋ그럼 나도ㅋㅋㅋ
모두 다시 태어날거라며 다짐하는 새해가 되고.
언제나처럼 그 다짐이 흐지부지 되어버려 구정(음력설)이 진짜 새해의 시작이라며 기다릴 때.
기사가 떴다.
[뉴 이클립스 제작사, W쿠키 상시 판매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