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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04화 (90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04화

“마가렛이 말하지 말라고 했어.”

“……마가렛 씨가?”

“응. 아무래도 이클립스의 마녀는 특별한 존재니까, 클레어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고 했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 세계에 익숙해지면 그때 말하라고 했어.”

마가렛 도트의 판단은 맞았다.

하지만 그녀도 클레어가 이렇게 알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미안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몰리에게 차마 무어라 하지 못한 클레어는 그저 작게 울기만 했다. 부모도 없이 ‘생겨난’ 자신이 괴물 같았다.

“난, 난 그냥 가족만 있으면 됐어. 이런 건 알고 싶지 않았어. 그냥 평범한 마녀도 아니고…… 이클립스의 마녀가 뭐야…… 완전 괴물 같잖아…….”

몰리가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클레어…….”

그때, 테오가 입을 열었다.

“꼭 피로 이어져야 해?”

클레어와 몰리가 시선을 돌려 테오를 바라보았다.

테오의 얼굴에는 슬픔과 약간의 속상함이 뒤섞여 있었다.

“난 피로 이어진 늑대들이 있지만, 아무도 날 가족이라고 여기지 않았어. 오히려 피가 이어지지 않은 너희 둘이 내 저주를 풀어주려고 노력해 줬지. 그리고 위험한 걸 아는데도 여기까지 날 구하러 와줬어.”

테오가 물기가 섞여 조금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가족이 아니면 뭐야? 난 이렇게 완벽한 가족은 본 적이 없어.”

클레어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평범한 마녀가 아니면 어때. 나도 평범한 늑대인간이 아닌걸.”

“…….”

“몰리도 평범한 패밀리어가 아니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양이잖아.”

테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보육원의 아이들도 너를 정말 좋아해. 나랑 같이 놀면서도 클레어 네 이야기를 했어. 난 그게 정말로 정말로 부럽고 좋았어. 내가 바라던 가족이 그런 거였거든.”

테오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클레어에게 물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클레어?”

“……응. 맞아.”

클레어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어도 자신을 소중히 해줄 사람들을 바라왔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클레어는 자신의 앞에 쭈그러든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몰리를 안아 들었다.

“미안해. 몰리.”

“나도 미안해. 클레어.”

몰리도 조그마한 앞발을 뻗어 클레어를 껴안았다.

잠시 눈치를 보던 테오도,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클레어와 몰리의 모습에 씩 웃으며 클레어와 몰리를 껴안았다.

“나한테 더 숨기는 거 없지?”

“없어!”

“나도.”

웃음기가 담긴 클레어의 말에 몰리와 테오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응!”

“그래.”

클레어는 테오의 손을 잡고 동굴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녀와 늑대와 고양이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바깥 냄새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밖에…… 늑대인간들 있겠지?”

“확실히 있을 거야. 한번 문 사냥감은 놓치지 않거든.”

그 사냥감이 테오일지, 클레어일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둘 다일 수도 있었다.

싸움을 대비하기 위해, 몰리가 열심히 창고를 오가며 클레어에게 물약을 건넸다. 테오도 마녀의 물약을 마셨다.

없으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달빛이 비치는, 천장이 뻥 뚫린 지하 공간에 늑대인간들이 있었다.

이클립스의 마녀가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이곳저곳을 감시하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시어도어. 네 일행이었군.”

분명 도서관에 갇혀 있어야 하는 테오의 모습에 웨이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말에 클레어와 몰리가 테오를 바라보았다.

“시어도어?”

“시어도어어?”

눈빛이 아주 따가웠다.

“내, 내 이름이긴 한데 안 좋아하는 이름이야. 테오가 훨씬 좋아. 그리고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 시어도어의 애칭이 테오니까……!”

웨이드는 깔끔하게 무시하는 마녀와 늑대와 고양이였다.

웨이드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안 그래도 전환마법진이 산산조각이 나서 기분도 안 좋은데.

이번 보름은 글렀다.

시어도어를 잡아 다음 보름까지 기다려야겠다.

‘그리고 이클립스의 마녀는…….’

죽여야지.

늑대인간들의 가장 큰 적이 아닌가.

웨이드가 고갯짓을 하자, 무너진 돌무더기 위에 각자 자리를 잡고 있던 늑대인간들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늑대화한 늑대들과 반인간화한 늑대들로 지하 공간이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다.

“다치지 마. 테오.”

“너희도.”

테오가 클레어와 몰리를 가리듯 앞에 서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늑대 귀가 쫑긋거렸다.

“어제하고는 다를 거야.”

“다르긴 뭐가 달라!”

그런 테오의 태도에 열 받은 제레미의 말과 동시에 늑대들이 테오에게로 쏟아졌다.

그리고 콰아앙-!

테오의 뒤에 서 있던 클레어가 마법지팡이를 휘둘렀다. 테오가 씩 웃으며 비틀거리는 제레미를 후려쳤다.

“나보다 강한 마녀님이 구해주시러 왔거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테오는 늑대와 반인간의 모습을 오가며 늑대들을 상대했다. 클레어는 몰리가 넘겨주는 물약을 늑대들에게 던지고, 마법을 사용하며 그런 테오를 도왔다.

!!

이클립스의 힘 때문에 약해진 늑대인간들이 테오의 공격을 받고 날아갔다.

쿵! 쿠웅!

그렇게 날아간 늑대들에 의해 그나마 남아 있던 천장까지 점점 무너져내렸다.

“빌어먹을!”

뚫린 천장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그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보름달이었다.

하지만 늑대인간들은 그걸 만끽할 수 없었다. 전부 저기서 마법을 날리는 이클립스의 마녀 때문이었다.

어째서 늑대인간의 천적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을 끌어! 겨우 둘뿐이다!”

퉤.

날아온 마법에 맞아,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낸 웨이드가 외쳤다.

웨이드 레이필드의 말이 맞았다.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쉬었던 레이필드의 늑대들과 달리, 테오는 하루 종일 굶었고 크게 다쳤다가 치료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클레어도 테오를 찾는다고 쉬지 못했고, 한 번 폭주까지 했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건 클레어와 테오, 몰리였다.

클레어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테오의 움직임이 처음보다 느려졌다. 처음에는 잘 피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웨이드가 후려치자 뒤쪽으로 밀려나는 테오가 보였다.

바로 공격 마법을 날려 테오가 피할 수 있게 도와준 클레어는 주변을 둘러보며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클레어! 오른쪽!”

콰아앙!!

몰리의 외침에 물약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 클레어의 눈에 어떤 것이 들어왔다.

“저게 왜……?”

회색 구슬.

테오의 힘이었다.

웨이드가 회수하기도 전에 바닥이 무너져 그대로 떨어진 것이었다. 진짜 유리구슬은 아니라서 깨지지도 않았다.

그건 몰랐던 클레어였지만, 저게 테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클레어가 마법지팡이를 휘둘렀다.

물건을 움직이는 마법. 가장 처음 배운 마법이기도 했다.

무너진 천장 틈에 있던 회색 구슬이 그에 반응해 움직였다.

“테오! 이거 받아!”

“어?”

“네 힘이야! 꼬리 말이야! 봉인되어 있었어!”

클레어의 외침에 모든 늑대인간들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게 어떻게……!”

늑대인간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늑대화한 테오가 그쪽으로 달려갔다. 클레어가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있어,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근데 이걸 어떻게 해, 클레어?!’

봉인된 힘? 그걸 어떻게 써?!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웨이드에, 테오는 그냥 주둥이를 벌렸다. 그리고 그대로 작은 회색 구슬을 삼켰다.

“그걸 왜 먹어?!”

하고 경악하는 클레어에 ‘그럼 어떻게 해!’ 하고 말하려던 테오는 몸을 멈칫했다.

마치 평생 구멍이 뚫려 있던 그릇이 막히고, 그 안으로 물이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충만했다. 귀 끝부터 꼬리 끝까지, 온몸이 힘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꼬리 끝?

“테오! 꼬리가 생겼어!”

몰리가 외쳤다.

“크기도 커졌어!”

클레어도 외쳤다.

1.5배 정도 커져 다른 늑대들보다도 좀 더 커진 테오가 고개를 돌려 제 엉덩이를 바라보았다. 평생 바라왔던 풍성한 꼬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꼬리.

꼬리다.

흐흐흐.

밝은 회색 털을 가진 늑대가 웃었다. 아주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바짝 긴장하고 있는 늑대들이 보였다.

거대한 회색 늑대.

늑대인간들은 대장 늑대의 핏줄인 시어도어 레이필드가 멀쩡하게 자랐다면 이렇게, 어디에서도 대장이 될 수 있는 모습으로 자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콰직!

테오가 거대한 앞발로 바닥을 내리눌렀다.

전과 같은 힘을 줬을 뿐인데도 바닥에 자국이 남으며 금이 갔다.

힘이 느껴졌다.

이게 자신의 힘이었다.

그에 웨이드가 늑대화했다.

숫자도 이쪽이 많고 컨디션도 이쪽이 훨씬 좋은데, 겁먹은 것 같은 늑대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잠시.

두 마리의 늑대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충돌했다.

쾅! 콰아아앙!

빠른 속도로 부딪치는 탓에 클레어는 제대로 조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웨이드를 돕기 위해 테오에게 달려드는 다른 늑대들을 노리기로 했다.

클레어의 마법에 맞은 늑대를 테오가 날려 버렸다.

돌무더기에 처박힌 늑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테오가 목덜미를 물어 내던진 늑대에게로 클레어가 물약을 던졌다.

힘이 쭉 빠진 늑대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렇게 열 마리의 늑대가 하나하나 줄어갔다.

마지막으로 제레미 레이필드가 엎어지고.

웨이드 레이필드만이 남아 있었다.

테오도, 웨이드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확실하게 더 지쳐 보이는 것은 웨이드였다.

“물약이 없어, 클레어.”

몰리가 속닥이자,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을 것 같아.”

달빛이 비치는 밤.

피투성이인 늑대 두 마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쿵! 쿠웅!

테오가 여전히 강력한 힘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웨이드 레이필드가 뾰족한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거대한 몸통이 서로 부딪혔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은 비틀거리다 쓰러진 늑대의 목덜미에, 회색 늑대가 앞발을 올리며 끝났다.

테오가 앞발을 치우자, 늑대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웨이드 레이필드였다.

끝났다.

아주 옅은 숨소리만이 들려오는 적막 속.

마녀와 늑대와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테오! 얼른 치료하고 집에 가자!”

“물약 준비해 놨어, 테오!”

테오가 활짝 웃으며 거대한 늑대의 몸으로 클레어와 몰리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오른쪽 앞발을 휘둘렀다.

!?

테오가 바로 몸을 기울였다.

기울어진 몸에 앞발이 갈 곳을 잃은 듯 흔들렸다.

휘두른 앞발로 생겨난 바람이 클레어와 몰리를 스쳐 지나갔다.

“……테오?”

“내, 내가 한 거 아니야! 앞발이 제멋대로……!”

그렇게 말한 테오는 알 수 있었다.

전투로 흥분했을 때는 몰랐지만, 진정한 지금, 오른쪽 앞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제멋대로 클레어와 몰리를 공격하려고 했다. 테오가 왼발로 오른발을 내리눌렀다.

“느낌이, 달라. 내 힘인데 내 힘 같지가 않아.”

당황한 테오를 보며 클레어는 회색 구슬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흡수하는 방법이 잘못됐거나 평생 테오와 떨어져 있었던 터라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클레어의 이야기를 들은 테오와 몰리도 동의했다.

“원인이 회색 구슬 때문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해?”

몰리의 물음에 클레어가 입을 꾹 다물었다.

방법은 회색 구슬을 없애는 것이었는데, 그건 이클립스의 힘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테오의 힘이, 꼬리가 사라진다.

클레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테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 달리 테오는 얼른 안 없애고 뭐 하냐는 듯, 얌전히 모은 두 앞발(제멋대로 움직이려는 오른발을 왼발로 누르고 있다.) 위에 고개를 올려 엎드려 있었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였다.

“꼬리가 없어지는 건데…… 괜찮아?”

“좀 아쉽지만, 괜찮아.”

늑대의 모습을 한 테오가 웃으며 말했다. 노란 눈동자가 따뜻했다.

“내가 원하던 건 힘이나 꼬리가 아니라…… 날 사랑해 줄 이들이었다는 걸 알았거든. 꼬리가 있으면, 힘이 있으면 날 사랑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희는 꼬리가 없다고 해도 날 사랑해 줄 거잖아.”

쑥스러운 소리를 잘도 한다.

클레어는 웃고 말았다.

“알았어. 근데…… 그전에 꼬리 한 번 만져봐도 돼?”

“나도!”

“얼마든지!”

마녀와 늑대와 고양이가 즐겁게 웃었다.

꼬리를 만져본 클레어가 늑대의 앞에 서서 이클립스의 힘을 천천히 끌어 올렸다. 그리고 테오가 아프지 않게 조심스럽게 테오의 안으로 불어넣었다.

이클립스의 힘이 테오의 오른발에 닿았다.

그것만으로도 날뛰는 힘이 느껴졌다. 테오와 닮았지만 닮지 않은 과격한 힘이었다.

클레어는 천천히 그 힘을 테오에게서 분리해 나갔다. 수술을 하는 것처럼 섬세하고 꼼꼼하게.

테오가 눈을 감았다.

회색 구슬의 힘이 사라질수록, 꼬리도 사라지고 몸집도 작아지는 게 느껴졌다.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클레어와 몰리보다는, 둘과 함께하는 일상보다는 중요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클레어가 테오의 오른발에서 손을 뗐다.

클레어가 뒤로 물러나자, 테오는 조심스럽게 왼발을 들었다. 그리고 오른발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제 생각대로 움직였다.

“움직여!”

기뻐하던 테오가 엉덩이 쪽을 봤다. 꼬리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난 이쪽이 더 좋아.”

“나도.”

몰리와 클레어의 말에 테오가 하하 웃었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테오, 몰리.”

“아, 잠깐만.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맞아!”

클레어가 눈을 끔벅였다.

몰리가 창고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와 테오에게 건네주었다. 치료 물약인가 싶은데, 테오가 그걸 들고 웨이드 레이필드에게 가는 게 아닌가.

송유정과 임예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쩐지 손에 땀이 차올랐다.

앞부분들도 엉망이긴 했지만, 이 부분에서 [이클립스]는 [망클립스]로 땅땅땅! 확정 짓게 되었었다.

[뉴 이클립스]가, 서준이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린 웨이드 레이필드가 보였다. 테오가 씩 웃으며 물약을 보여주었다.

“이게 뭔지 알아, 웨이드?”

웨이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시어도어. 네가 어디 있든 레이필드의 늑대들이 잡으러 갈 테니까.”

“알고 있어.”

테오가 어깨를 으쓱였다.

“늑대들이 원래 그렇지. 한 번 사냥감은 영원한 사냥감이고, 누군가 무리의 늑대를 죽이면 끝까지 쫓아오지. 그래서 일부러 안 죽이려고 얼마나 참았는지 몰라.”

그에 웨이드 레이필드가 입을 꾹 다물었다.

몇몇은 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걸 가져왔어.”

테오가 씩 웃었다.

“마녀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알지? 이 물약은 그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 물약이야. 이걸 납치범에게 뿌리고 일정한 범위 안에 마녀가 있으면 반응하지.”

웨이드의 눈이 점점 커졌다.

“설마…….”

“맞아. 마녀들이 올 거야.”

테오가 킬킬 웃으며 물약의 뚜껑을 열고 꼼짝달싹도 못 하는 웨이드 위에 뿌렸다. 아주 꼼꼼하게.

테오에게 구조 물약에 대해 이야기해 준 몰리도 어느새 테오의 옆으로 와 킬킬 웃고 있었다. 클레어는 ‘그런 물약이 있었어?’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감히 마녀의 아이를 공격한 너와 늑대인간들을 만나러. 뒤처리도 아주 깔끔하게 잘해주시겠지.”

“시어도어!”

“난 얼른 가봐야겠다. 나도 늑대인간이라서 공격당할지도 모르거든.”

그래서 미처 사용하지 못했다.

몰리에게는 클레어가 위험하면 언제든 사용하라고 말해두었지만.

“시어도어어!!”

“아 참. 나 이름 바꿨어. 이제 테오야. 뭐, 부를 일은 없겠지만.”

테오가 시원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자신의 소중한 가족, 클레어와 몰리가 보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들의 집으로.

환하게 웃는 테오를 보며 클레어와 몰리도 활짝 웃었다.

* * *

“역시 집이 최고야……!”

“맞아!”

치료 물약으로 상처를 모두 치료하고 푹 자고 일어나 점심까지 먹은 테오와 몰리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벌써 한낮이라서 그런지, 커다란 창문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다.

겨우 하루 떠난 것뿐인데도, 그리웠던 집이었다.

“근데 정말 안 도와줘도 돼, 클레어?”

테오의 물음에 부엌에 있던 클레어가 대답했다.

“응. 괜찮아. 거기서 얌전히 기다려.”

잠시 후, 클레어가 쟁반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그리고 테오와 몰리의 앞에 접시 두 개를 놓았다.

접시를 본 테오와 몰리가 눈을 끔벅였다.

샐러드와 아이스크림.

간식으로는 좀 희한한 조합이 아닌가 싶었다.

“전에 테오 네가 말했었잖아.”

클레어가 입을 열었다.

“꼬리는 요리할 때 불만큼이나 중요한 거라고.”

그에 테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이 없어도 요리는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그러네.”

테오가 접시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것도.”

클레어가 웃으며 접시를 하나 더 내밀었다.

그에 테오와 몰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스크림이야?”

접시에 담긴 건 아이스크림같이 둥근 모양의 음식이었다. 바닐라와 초코칩, 견과류가 섞여 있는.

“아니. 쿠키 반죽이야.”

클레어의 말에 테오와 몰리의 눈이 커졌다.

“쿠키 반죽?”

“신선한 재료로 만들면 쿠키 반죽을 굽지 않아도 먹을 수 있거든. 꽤 맛있어. 파는 가게도 있고.”

그건 몰랐다.

테오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쿠키 반죽을 바라보았다.

쿠키도, 불 없이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테오는 포크로 쿠키 반죽을 떼어 한 입 먹어보았다.

밀가루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살짝 차가우면서 서걱서걱하고 달콤한 맛이, 진한 아이스크림처럼 느껴졌다.

“어때?”

“맛있어.”

테오가 웃었다.

“정말 맛있어.”

또 한 번 꼬리를 잃은 자신을 위로해 주는 클레어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 클레어도 따라 웃었다.

“오늘은 뭐 할 거야, 클레어?”

늑대가 물었다.

“글쎄. 아, 테오 네 방을 넓히는 건 어떨까? 지금 방은 좁으니까. 필요한 가구도 사고.”

마녀가 말했다.

“난 좋아! 외출!”

검은 고양이가 폴짝 뛰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거실.

폭신한 소파에 마녀와 늑대와 고양이가 둘러앉아, 언제나의 하루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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