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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02화 (90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02화

마녀의 서재.

“몰리. 이건 어때? 특정 생물을 찾는 마법인데, 관련된 물건만 있으면 된대.”

“잠깐만.”

몰리가 폴짝폴짝 뛰어가 클레어가 보고 있는 부분을 읽었다.

“생명력을 쫓아가는 마법이라…….”

짐짓 심각해 보이는 고양이 표정이었다.

“괜찮은 것 같아! 마법 내성이 있는 생물한테도 통한다고 하고!”

몰리의 말에 클레어의 얼굴이 환해졌다.

룬어를 배워두길 잘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온통 룬어로 적힌 마법 책을 읽지도 못할 뻔했다.

“그럼 얼른 테오 물건 가지고 올게.”

“난 준비하고 있을게!”

몰리가 얼른 창고로 가 마법에 필요한 재료들을 챙기는 사이, 클레어는 1층 테오의 방으로 내려갔다.

주인이 사라진 방은 쓸쓸했다.

잠시 방 안을 둘러본 클레어는 이내 쓸 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옷은 너무 큰 것 같고…….”

그러던 중 장식품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몰리가 선물해 준 강아지 모양 조각이었다. 테오가 아닌 듯하면서도 좋아하던 게 떠올랐다.

작게 웃은 클레어가 그걸 챙겨 2층으로 향했다.

“이건 뭐야, 몰리?”

그사이 몰리는 마법에 필요한 재료와 몇몇 알 수 없는 도구들을 창고에서 꺼내고 있었다. 클레어가 얼른 가서 도왔다.

“이게 직접 쫓아가야 하는 마법이잖아? 동선대로.”

몰리의 말에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늑대인간이 얼마나 빠른데, 우리가 테오의 동선대로 따라갔다가는 오래 걸릴 거야.”

“빗자루를 타고 가면 되지 않을까?”

빗자루 타는 법도 배웠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지만 재미있었다.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지!”

믿음직스러운 마녀의 고양이의 말에 마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어와 몰리는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책들을 치우고, 서재의 중앙에 마법진을 그렸다.

클레어의 실력이 좋았다면 없어도 됐을 테지만, 아직 부족해서 마법진이라는 보조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더 마법의 성공률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마가렛의 도구들도 사용되었다.

클레어는 신중하게 책에 나와 있는 마법진을 따라 그렸다. 고양이 몰리는 틀린 곳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어.”

클레어는 마법진 가운데 강아지 조각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그 옆에 앉은 몰리가 말했다.

“이제 마력을 불어넣으면 돼, 클레어. 먼저 마가렛의 도구를 작동시킨 다음에 마법진을 발동하는 거야.”

“알았어.”

그 말에 클레어가 집중했다.

마법에서 가장 기초적인, 마력을 불어넣고 끊는 법은 몰리에게 확실하게 배웠다.

가벼운 숨과 함께.

바람이 불었다.

창문이 있긴 하지만 닫혀 있는 서재의 공간에 살랑살랑 아주 옅은 바람이 불었다.

그와 함께 마법진 주위에, 삼각형 모양으로 놓인 마가렛의 도구들이 천천히 빛나기 시작했다.

“그대로 유지하는 거야.”

마력을 불어넣는 것과 끊는 것이 힘들었지,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숨 쉬는 것과 같았다.

물론 가끔, ‘어떻게 숨을 쉬었더라?’ 하고 생각날 때가 있는 것처럼 곤란할 때도 있지만.

삼각형으로 놓인 도구들에서 나온 빛이 마법진 위에 모였다가 마치 폭죽처럼 터지며 서재 안을 뒤덮었다. 그리고 마치 환상처럼, 신기루처럼 책꽂이와 책상, 벽과 천장 등을 덮어씌우듯 어딘가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이건……?”

클레어의 이층집이었다.

서재에 환상처럼 클레어의 이층집이 생겨난 것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곳들을 보여주는 도구야. 추억을 떠올리기에 딱 좋지.”

몰리의 설명에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재미있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제 마법진을 발동해 봐, 클레어.”

“알았어.”

클레어가 마력을 주입하자, 곧이어 마법진도 발동을 시작하는 듯 빛났다

그리고 강아지 조각이 그 빛을 머금었다.

그러자 ‘앉아’ 있던 강아지 조각상이 마치 생명을 가진 듯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도구와 마법진을 연결하는 거야.”

클레어는 몰리의 말대로 도구와 마법진을 연결했다.

마력의 빛이 이어져 공명하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도구가 만들어낸 환상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강아지 조각의 크기에 맞춘 것처럼.

그렇게 작아진 이층집과 그 앞에 서 있는 강아지 조각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곧 강아지 조각은 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환상도 변해갔다. 이층집 옆에 있는 옷가게, 그 옆에 있는 가게, 그리고 그 끝에 있는 횡단보도, 그 너머에 있는 공원.

마치 강아지 조각이 환상으로 만들어진 도시 안을 달리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테오가 떠나간 길이었다.

“우린 얘가 도착하는 지점으로 이동하면 돼.”

이렇게 하면 직접 뒤쫓지 않아도 목적지를 알 수 있었다.

“잠시만!”

클레어의 지시에 강아지 조각이 멈추었다. 변하던 풍경도 멈추었다.

“왜 그래, 클레어?”

몰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위에서는 못 보지?”

“그렇지?”

“그럼 잠시만…….”

클레어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지도 어플을 켰다. 그리고 지금 강아지 조각이 있는 곳을 체크했다.

“아는 곳이면 몰라도, 처음 가 보는 곳이면 찾기 힘들잖아.”

“아하!”

그렇게 다시 테오 쫓기가 시작되었다.

클레어는 달려가는 강아지 조각을 따라 휴대폰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오른쪽, 왼쪽, 직진.

그리고 마침내 강아지 조각이 멈추어 섰다.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느 숲속이었다.

“여기다……!”

클레어와 몰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몰리가 휴대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근처에 마가렛의 집이 있어!”

“정말!?”

그럼 문만 열면 바로 코앞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당장에라도 현관으로 달려나가려던 클레어와 몰리는 아차, 하고 멈춰 섰다.

“늑대인간들이 있을지도 몰라.”

철저히 준비를 하고 가야 했다.

“몰리, 치료약도 챙겨. 다쳤을지도 모르니까.”

“알았어! 클레어도 마법지팡이(완드) 챙겨! 공격마법이랑 방어마법도 잊지 말고!”

마녀의 서재와 창고를 탈탈 턴 클레어와 몰리는 강아지 조각상과 책꽂이에서 뺀 주소록을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빗자루도 있었다.

클레어가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조금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테오가 무사하길 바랐다.

늑대인간들과 마주치지 않길 바랐다.

“만나면 한 대 때려줘야지.”

“나도!”

클레어가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 * *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클레어와 몰리가 발견한 것은,

부서진 나무들과 거칠게 파여 있는 땅, 그리고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는 핏자국들이었다.

“……!”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마녀와 고양이는 그대로 멈췄다.

테오의 생명력을 쫓아 쫑쫑 움직여 가장 큰 핏자국까지 달려갔던 강아지 조각이 발라당 넘어졌다. 클레어가 숨 쉬는 것도,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마력을 유지하는 것도 잊어버린 탓이었다.

꼼짝도 못 하고 얼어붙어 있던 마녀와 고양이가 숨을 들이마셨다.

옅은 피비린내가 맡아졌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조금 남아 있었다.

“……테오?”

이러고 서 있을 시간이 없었다.

테오가 여기 있다면, 아직,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살려야 했다.

“테오!”

다급하게 주변을 돌아보는 클레어의 목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퍼졌다. 클레어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몰리도 외쳤다.

“야! 테오!”

그러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여기엔 아무도 없었다.

“설마…….”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클레어의 눈동자가 불안과 슬픔과 좌절로 흔들렸다.

내가 바로 찾지 않아서. 내가 늑대인간을 봤다고 해서. 내가 빨리 저주를 풀어주지 못해서.

“걱정하지 마! 클레어!”

바닥에 입에 물고 온 것을 떨어뜨린 몰리가 외쳤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클레어와 마찬가지로 몰리의 표정도 울음으로 가득했다.

클레어는 몰리가 물고 온 것을 봤다.

피가 묻어 있는 강아지 조각.

“이게 움직였다는 이야기는, 테오가 살아 있다는 거야.”

차마 ‘아직’이라는 단어도, ‘멀쩡히’라는 단어도 붙이지 못했다.

“여기에 테오가 없다면 늑대인간들이 데려갔다는 거고, 그렇다면 마법이 걸려 있는 곳에 갇혀 있을 거야.”

그 때문에 클레어의 마법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을 거다.

“마가렛의 도구를 사용하면 분명 테오가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몰리의 표정에 불안함이 가득해, 클레어는 슬픔을 내리눌렀다.

그래.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맞아. 그럴 거야.”

클레어는 강아지 조각을 집었다.

어쩌면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른다. 이런 지독한 광경을 만들어낸 레이필드의 늑대들이 무서웠다.

하지만,

“다시 찾아보자. 몰리.”

“응!”

클레어는 조금 전 느꼈던 절망이 더더욱 무섭고 두려웠다.

* * *

클레어와 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서재로 향했다.

마법진에 피를 씻어낸 강아지 조각을 올리고 다시 한번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가렛의 도구가 빛나며 다시 한번 신기루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조금 전 다녀왔던 엉망진창인 숲속이었다.

다음으로 마법진이 반짝였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강아지 조각이 네 발로 섰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좀 더 집중해! 클레어!”

“알았어!”

몰리의 외침에 클레어는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해, 제 안에 있는 힘을 마법진에 불어넣었다.

‘테오, 어디 있어? 괜찮은 거지? 많이 다친 거 아니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클레어는 더욱 집중했다. 산들바람 같던 바람이 좀 더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서재에 있던 책들과 재료들, 마법이 깃든 물건들이 반짝이거나 흔들리거나 움직였다.

무언가가 막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클레어는 그것을 뚫기 위해 열중했다.

‘제발……! 제발!’

클레어의 힘이 그것에 충격을 주자, 강아지 조각이 앞발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움직일 것 같으면서도 움직이질 않았다.

‘제발!’

쨍-!

하고 무언가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 조각이 번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무로 만든 폭신한 꼬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끔찍한 숲속이 사라지고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

“됐어! 클레어! 마력을 유지해!”

몰리가 얼른 말랑한 고양이 발바닥으로 휴대폰 액정을 눌렀다. 지도! 지도!

그에 클레어도 마력을 유지하면서 몰리와 함께 강아지 조각을 쫓아 지도를 움직였다.

움직이는 강아지 조각을 보니,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 * *

“저긴가?”

“그런가 봐.”

해가 사라진 저녁.

방어마법이 걸린 검은색 망토를 입고 빗자루를 든, 누가 봐도 마녀 같은 클레어와 검은고양이 몰리가 멀리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폐허 같은데?”

클레어의 말대로 거긴 폐허 같았다.

멀쩡했다면 유럽의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오래되고 고풍스럽고 커다란 ㄷ 모양의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성인지 저택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벽은 허물어져 있었고 높은 층에 있는 방들은 옆구리가 뻥 뚫려 있었다. 불에 탄 그을음도 멀리서 봐도 보일 정도였고, 땅도 엉망진창이었다.

한바탕 전쟁이라도 일어났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잘못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ㄷ자 모양의 중앙에 있는 공터에 불빛이 보였다. 누군가 있었다.

“가까이 가 보자.”

“……알았어. 조심해야 돼. 클레어. 늑대들은 예민하다고.”

몰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클레어는 강아지 조각과 함께 조심히 저택 쪽으로 걸어갔다. 몰리도 클레어의 주변을 돌며 따라갔다.

그러다 마녀와 고양이가 멈춰 섰다.

“결계다!”

관객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마치 빛에 반사된 비눗방울같이 결계가 반짝였다.

이층집에 있는 결계처럼 여기에도 투명한 결계가 있었다.

공격마법이나 알람 마법이 걸려있을지도 모르니 함부로 손대지는 않았다.

“예상했어.”

클레어는 망토 안쪽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고 쪼르륵 결계에 부었다. 그러자 액체에 맞은 결계의 일부분이 눈 녹듯 사라졌다.

클레어와 몰리는 조심히 결계 안쪽으로 들어섰다.

“이제 테오를 찾기만 하면 돼.”

클레어와 몰리는 클레어의 손바닥 위에 있는 강아지 조각을 보았다. 강아지 조각이 향하는 것을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강아지 조각은 오른쪽으로 향했다가 왼쪽으로 향했다가 하며 영 길을 찾지 못했다. 방해가 되던 결계도 없는데.

“두 군데에서 테오의 반응이 느껴지나 봐. 어떻게 하지?”

몰리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클레어가 입을 열었다.

“따로 가자.”

“따로?! 위험해!”

“하지만 시간을 더 끌었다간 테오가 위험할 거야.”

클레어는 이제 뜨기 시작한 달을 보았다. 둥그런 보름달이 왠지 불안하게만 보였다.

“그건 그렇지만…….”

몰리는 네 발을 동동 굴리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창고 문을 열었다.

“잠시만, 클레어.”

몰리의 옆에 검은 원이 생기고 몰리가 폴짝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몰리가 무언가를 물고 나왔다. 검은색 고깔모자였다.

“이건 뭐야?”

클레어가 그 모자를 받아들었다. 딱 마녀들이 쓸 법한 모자였다.

“어린 마녀들이 마법을 배울 때 쓰는 모자인데, 마법 지식이 담겨 있어. 검색창 같은 거랄까?”

“검색창…….”

“잘 쓰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몰리의 말에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게 있으면 진작에 주지.”

“이건 마법 좀 배우고 쓰는 거야. 클레어는 완전 완-전 초보거든!”

일부러 평소처럼 투닥거리는 서로를 보며 작게 웃은 클레어와 몰리의 얼굴이 이내 진지해졌다.

“테오를 발견하면 여기서 만나자. 몰리.”

“응!”

“여기가 아니면 집에서.”

“알았어!”

강아지 조각은 클레어가 가져가기로 했다. 몰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니까.

서로를 잠시 바라보던 마녀와 고양이는 몸을 돌려 빠르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먼저 몰리의 뒤를 쫓았다.

고양이 몰리는 작은 몸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달려나갔다. 결계 안으로 들어오니 늑대인간들의 냄새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테오의 냄새를 찾아야 했다.

“건물 안에 있겠지?”

몰리는 일단 건물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무너지고 깨지고 불타버린 벽들을 폴짝폴짝 뛰어넘으며 달려갔다. 킁킁 냄새를 맡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계단이 나왔다.

2층과 지하. 딱 봐도 갇혀 있다면 지하에 있을 것 같았다.

계단 중간쯤 내려가던 몰리가 번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젯밤까지 맡았던 냄새가 느껴졌다.

테오였다!

‘물론 냄새만 남은 걸지도 모르지만.’

일단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 몰리는 다급해졌다. 테오의 냄새와 함께 느껴지는 피 냄새가 다급한 마음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몰리는 빠르게, 그러나 늑대인간들을 주의하며 달려나갔다.

저택의 지하는 넓었고, 엉망진창이 된 지상과 달리 제법 멀쩡한 상태였다.

그렇게 몰리는 긴 복도를 달려 한 문 앞에 도착했다. 문에서도, 문틈에서도 테오의 냄새와 피 냄새가 느껴졌다.

몰리는 얼른 창고 입구를 만들어내, 그 안에서 물약 하나를 물고 나왔다. 그러고는 나무문 구석에 던져 깨버렸다. 작은 파열음이 들리더니 나무문이 녹아내리고 고양이가 통과할만한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고양이 몰리는 조심스럽게 그 구멍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냄새가 더 짙어졌다.

몰리의 귀와 꼬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건 그냥 흔적이 아니었다. 테오가 여기 있었다!

텅 빈 도서관 같은 방 안을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몰리는 다른 냄새를 맡았다. 늑대인간들의 냄새도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흔적이지, 이곳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때, 구석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테오……?”

몰리가 조심스럽게 테오를 불렀다.

그러자 책장 사이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를 발견한 늑대와 고양이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테오!”

“몰리?!”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고양이의 등장에 테오가 경악하기도 전에, 몰리는 몸통박치기를 시전했다. 컥! 하고 바닥에 앉아 있던 테오가 뒤로 넘어갔다.

“멍청아! 말도 없이 가면 어떡해!”

몰리는 말랑한 발바닥으로 테오를 연신 내려쳤다. 보통 때라면 아프진 않은데, 지금은 좀 아팠다. 근데 따뜻한 온도에 저도 모르게 웃음도 나왔다.

“몰리.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놀람과 함께 살짝 기쁨도 있었던 테오의 표정이 싹 변했다. 테오는 피가 묻은 손으로 몰리를 들어 올려, 조그마한 고양이를 살펴보았다.

“그 녀석들이 너까지 잡아 온 거야? 다친 곳은 없어? 클레어는? 클레어는 괜찮고?”

“괜찮아! 잡혀 온 거 아니야. 우리가 온 거야. 테오 널 구하러.”

몰리의 말에 테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정말이지, 테오가 평생을 기다려왔던 말이기도 했다.

과거를 몰랐던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과거를 알았던 때는 머나먼 친척이, 좀 커서는 상냥한 누군가가.

항상 자신을 구해주길, 레이필드에서 떠나게 해주길 기다려왔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테오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힘으로 탈출했다.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구해주러 온 이들이 있었다.

테오는 입을 꾹 다물고 눈에 힘을 줬다. 그렇지 않으면 울음이 새어 나올 것 같았다.

“다쳤잖아! 잠시만! 약 꺼내줄게!”

그런 테오의 손에서 빠져나온 몰리가 피와 상처로 가득한 테오의 상태를 이제야 알아채고는 깜짝 놀라 창고에서 치료 물약을 가지고 나왔다.

바르는 약부터 마시는 약, 체력을 보충하는 물약까지 순서대로 약을 챙겨주는 몰리에 테오는 작게 웃었다.

마가렛의 물약은 너무나도 훌륭해서, 테오의 상처는 순식간에 나았다. 완치한 건 아니지만 싸우다 도망칠 만큼은 되었다.

몰리와 테오가 빠르게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클레어도 온 거야? 어디 있어?”

“널 찾으러 갔어. 잘 숨어서 움직일 테니까 괜찮을 거야. 물약도 많이 챙겼고!”

몰리의 말에 걱정으로 가득하던 테오는 조금 전까지 읽고 있었던 책을 떠올렸다. 동화책을 읽다가 마녀라는 제목에 끌려 읽었던 책.

“몰리.”

“응?”

테오는 몰리를 뒤따라가며 물었다.

“클레어가…… 이클립스의 마녀야?”

몰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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