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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93화 (89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93화

“서준아, 패션쇼는 어땠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코코아엔터로 향한 서준은 최태우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했다.

“재미있었어요. 민형이가 옷을 정말 잘 만들더라고요. 앞에 심사위원분들이 앉아 있었는데, 다들 놀라시는 게 느껴졌어요.”

“진짜 잘 만들었나 보네.”

감탄한 최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방송만 봐도 잘하는 게 눈에 보였다.

“네. 나중에 연극 만들 때 데려오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왜 결론이 그렇게 나?

하고 묻기엔 서준은 원래 그랬기 때문에, 최태우는 그냥 웃고 말았다.

“4번, 5번까지 보여준 다음에는 그동안 TOP5가 만들어온 옷을 보여줬어요. 모델이 입고 나오니까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출연자들이 얼마나 성장한지 보여서 좋았어요. 특히 유제민 씨요.”

즐겁게 이야기하는 서준에 최태우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재미있었나 보다.

“다음에 패션쇼 일정 들어오면 수락할까?”

예전부터 패션쇼 보러 오라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었다. 브랜드 앰배서더 제안도.

서준은 딱히 흥미가 없어 보여서 거절했는데, 생각이 조금 바뀐 거라면 앞으로 검토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음.”

최태우의 물음에 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않나 싶다.

박민형은 친한 동생인 데다가 진법을 사용해서 옷을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흥미가 있었던 거고, TOP5의 다른 사람들은 방송 덕분이 내적 친밀감이 많이 쌓여서 보는 재미가 있었던 거였다.

‘그냥 보러 가는 거라면 좀 심심할 것 같은데…….’

거기다 패션 한정 일반인인 서준의 시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하거나 이상하거나 괴상한 패션쇼를 보기 위해 시간을 따로 빼고 싶진 않았다.

문득 스치는 얼굴이 있었다.

“나중에 아레시스에서 패션쇼를 열면 말해주세요, 태우 형.”

“아레시스?”

“네.”

패션쇼가 모두 끝나고 아레시스 수석 디자이너, 다니엘 티베와 인사를 나누었을 때, 서준은 익숙한 표정을 보았다.

친구들, 배우들, 감독과 작가들에게서 많이 봐왔던 그 표정은, 서준도 자주 짓는 표정이었다.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 표정.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박민형이 만든 옷에서 무언가를 엿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아마도 진법)가 다니엘 티베에게 영감을 들이부었겠지. 바로 이걸 만들어! 하고.

물론 곧바로 진법을 활용할 수는 없을 거다.

다니엘 티베의 표정이 마음에 든 서준이 도움이 될까 싶어 인사를 하면서 선기를 흘려보내 주긴 했지만, 감각이 깨어나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과 적은 양이었다.

‘그래도 못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서준은 그런 다니엘 티베가 만들어낼 옷이 궁금했다.

“그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최태우가 휴대폰에 메모했다. 그리고 오늘 서준을 부른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레귤러스 대본이 왔어.”

오!

서준이 활짝 웃었다.

그 표정에 최태우도 웃고 말았다.

대본 이야기만 나와도 이렇게 기뻐하는 얼굴을 보여주니 배우의 매니저로서 참 가슴이 뿌듯했다.

“여기. 프린트해 왔어. 천천히 읽어봐.”

“네!”

역시라면 역시랄까.

재미있었다던 패션쇼를 이야기할 때보다 조용히 대본을 읽고 있는 모습이 몇 배는 더 즐거워 보였다.

‘저렇게 조용하게 즐거워하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야.’

하고 생각한 최태우가 작게 웃었다.

* * *

“이레귤러스……!”

한예대 근처 식당.

서준과 친구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차마 소리를 지를 수 없었던 한지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대본이 나왔다니 실감이 된다. 내년에 [이레귤러스]가 나온다는 게. 팬으로서 너무 좋았다.

“어떻게 표정만으로 이렇게 시끄러울 수가 있지?”

박시영의 감탄에 서준과 전성민, 강재한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본은 어땠어?”

강재한의 물음에 서준이 대답했다.

“시놉시스랑 크게 달라진 건 없더라고. 추가된 장면들도 괜찮았고 캐릭터 간의 케미도 좋아서 재미있었어.”

“다행이네.”

마린사 영화 팬인 친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놉시스가 재미있었다고 하더라도, 대본으로 만들어지면서 내용이 크게 바뀔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시놉시스랑 99% 다른 대본도 봤어.”

“와…… 그건 시놉 사기 아니야?”

“그래서 바로 탈출했지.”

전성민의 말에, 다들 ‘잘했어.’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준에게 물었다.

“서준이 넌 그런 적 없어?”

“음. 없어.”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서준이 대답했다.

물론 더 좋은 전개가 떠올라서 추가되고 삭제되는 장면들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바뀐 적은…….

“얜 자기가 대본을 바꾸잖아.”

“아. 그러네.”

……그래. 내가 바꾸지.

서준이 하하 웃었다.

“그리고 시놉시스랑 내용이 다르면 성민이처럼 탈출할 게 분명한데,”

계약서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준이 바라지 않는 일을 그대로 이어나갈 코코아엔터가 아니었다. 안다호 이사가 그렇게 놔두지도 않을 거고.

“서준이가 탈출하면 난리 나는 거 아니야?”

박시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까지 했는데, 엎어진다?

물론 그런 일이 좀 많은 세계이긴 했지만, 그 대상이 이서준이라면 상황이 많이 커질 터였다.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작품을 흥행시킨 배우인데 탈출이라니.

투자사부터 제작사까지 난리가 날 거다.

“배우들도 탈출할 듯.”

“그러게. 얼마나 망작이길래? 하고.”

“기사도 나겠다.”

엄청난 노이즈마케팅이 될 것 같았다.

물론 끝내 그냥 노이즈가 돼버리겠지만.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한바탕 시놉 사기에 대해 이야기하던 서준과 친구들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흥행 감별사 서준이 재미있었다고 하니, 일단 대본은 합격.

“감독님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연출이었다.

대본과 배우가 좋으면 뭐 하나.

연출이 엉망이라면 안 찍는 것만도 못했다.

“마크 웨버 감독님이야.”

“오!”

이름만 들어도 오! 하고 감탄할 정도로 유명하고 능력 있는 감독이었다.

마크 웨버.

히어로 영화는 찍은 적이 없지만, 액션 영화는 많이 찍었고 CG를 활용한 촬영도 많이 해서 믿을 만했다. 게다가 대본을 직접 쓰지는 않지만, 주어진 대본을 영상으로 아주 잘 뽑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마크 웨버에게 맡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

“마린에서 돈 많이 썼나 봐.”

“아무래도 중요한 영화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귤러스]의 중요성은 마린사 영화를 좋아하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레귤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뉴 이클립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정확히는 서준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쿠키에 대해서였다.

다음 달인 10월 21일부터 [뉴 이클립스] 홍보용 쿠키를 판매할 거라는 서준의 이야기에 친구들이 눈을 반짝 빛냈다.

“한국에서도 10월 21일에 나와?”

“미국 시각으로 21일이니까 하루 늦게 판매한다고 하더라고.”

“와. 내 친구 레시피로 만든 쿠키를 전 세계에서 판다니!”

“영화랑은 다른 느낌이네.”

“그러게.”

영화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익숙했는데, 쿠키라니.

뿌듯한 것과는 별개로, 좀 웃겼다.

키득키득 웃는 친구들에 서준도 웃고 말았다.

“맛은 어땠어?”

“내가 만든 거랑 똑같았어. 열심히 연구하신 것 같더라.”

오호.

서준이 만든 쿠키를 먹어본 친구들에게서 감탄이 나왔다.

다른 것도 다 잘하는 내 친구는 요리도 잘했다. 쿠키도 맛있었다.

“쿠키 이름은 뭔데?”

나오자마자 바로 사러 가야지.

눈을 빛내며 묻는 친구들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마녀와 늑대와 마녀의 고양이의 쿠키.”

* * *

10월 초.

서준의 기사가 떴다.

[배우 이서준, ‘패션위크’ 패션쇼를 보러 가다!]

[패션위크 다음 주! 배우 이서준, 강재한 출연!!]

[특별심사위원들은 누구?!]

[패션위크 출연자 박민형의 선배! 배우 이서준, 강재한!]

특별한 소식은 아니었다.

[패션위크]의 패션쇼가 끝나고 관객들이 휴대폰을 돌려받았을 때부터 인터넷에 널리 퍼진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패션위크에 이서준 뜸!!

-이서준!! 박민형 보러 왔나 봄!

-와씨. 배우들은 다 그렇게 생겼어?

-강재한도 왔음! 둘이 진짜 친한 것 같더라!

비밀 유지 서약서는 1도 소용없는 목격담들이 인터넷을 가득 채웠다.

잠깐 특별심사위원이 이서준이냐며, 불공평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 가족과 지인들의 점수는 안 들어간다는 후기에 곧 사라졌다.

이서준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후기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섯 명 다 잘했는데 그중 한 명이 대박임!

-TV에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는데 직접 봤을 때는 진짜 말도 안 나왔어.

-방송 1화부터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실력이 늘어나지?

-패션쇼 보고 있던 사람들은 다 놀람ㄷㄷ

주어는 가린,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후기들이었다.

배우 이서준의 출연했다는 이야기에 그런 후기들까지 나온 덕분에 [패션위크]의 시청률은 점점 올라갔다.

-서준이!

-TV에서 서준이를 보다니!ㅠㅠ

새싹들도 그 시청률에 한몫했다.

그렇게 패션쇼 방송 날만 기다리던 어느 날.

또 다른 기사가 떴다.

[‘뉴 이클립스’, 배우 이서준 레시피로 만든 쿠키 판매 예정!]

[마녀와 늑대와 마녀의 고양이가 만든 쿠키!]

[이번 달 21일부터! 배우 이서준이 만든 쿠키 판매!]

상상도 못 한 소식이었다.

-갑자기 쿠키요?

=라고 하기엔 (뉴 이클립스 촬영장에 쿠키 뿌린 이서준 기사) 기사도 뜬 적 있음.

=앜ㅋㅋ그러네.

-근데 진짜로 판다고?? 몇 명한테만?

=ㄴㄴ 기사보니까 완전 큰 회사던데?

=전 세계 동시판매 예정이래.

=영화도 아니고 과자를요??ㅋㅋㅋ

-이서준 요리 잘해?

=잘함! 지인들도 다 잘한다고 이야기함.

=22 숲 속의 병아리반에서도 요리했었음!

[새싹부터]에도 당연히 소식이 전해졌다.

코코아엔터에서 전달한 소식이라 기자들과 거의 동시에 알게 되었다.

-서준이 쿠키! 못 먹을 것 같은데ㅠㅠ

=222 어디 보관하고 싶다ㅠ

=33 안 썩게 하는 방법 없나요??

-많이 팔겠지? 상자째로 쌓아두겠지?(걱정)

=ㅠ홍보 안하고 스리슬쩍 판매대에 올려놔도 1시간 안에 다 품절될 텐데ㅠㅠ

=22 전세계 매장에서 품절될 것 같아요.

=33 내 껀 없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ㅠ

-서준이 레시피로 만들어서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서준이가 만든 것도 이런 맛일까 궁금했는데!

=저도요. 공장에서 만든거라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서준 오빠가 검수했다고 하니까! 비슷하겠죠!

=서주니 쿠키를! 내가! 먹어!

-근데 이름이 왜 이렇게 길어ㅋㅋㅋ

=진짜ㅋㅋㅋㅋ

=마트 가서 ‘마녀와 늑대와 마녀의 고양이의 쿠키 어디 있어요?’하고 물어봐야 돼??ㅋㅋㅋ

=그냥 이서준 쿠키 어디있냐고 물어보면 될듯ㅋㅋ

=ㄴㄴ 그냥 사람들 많이 있는 곳 가면 됨.

=그리고 내 쿠키는 없겠찌.

=ㅠㅠㅠㅠ

-쿠키 사진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도 올라왔다.

먼저 네모난 모양의 쿠키들이 보였다.

맛있게 잘 구워진 버터 쿠키와 초코 쿠키에는 하나하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쿠키: 마녀 모자/늑대 옆모습/고양이 발바닥 인 듯.

=귀여워ㅠㅠㅠ

=저대로 찍어냈으면 모서리 부서질까 봐 네모로 만든 것 같네.

-양 많을 것 같다! 미국 쿠키잖아! (기대)

=22 과대포장 OUT

=33 고소당함.

다음으로는 포장된 모습이 나왔다.

네모난 쿠키들의 사진이 있는 하얀 박스에 이름이 쓰여 있었는데,

(itch &)

The W (olf &)    ‘s Cookies

(itch’s Cat)

큰 글자만 보면 The W’s Cookies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앞.

박스 위쪽에 작게, 그러나 눈에 띄는 초록색으로 그림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새싹 마크ㅋㅋ

-친환경 쿠키냐고ㅋㅋㅋ

[새싹부터]와 배우 이서준의 로고인 새싹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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