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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84화 (88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84화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안다호가 웃으며 물어보자, 맞은편에 앉아 맛집에서 사 온 케이크를 먹고 있던 서준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진짜 1초도 안 머뭇거리고 싫다고 하더라고요. 농담한 거였는데.”

코코아엔터, 이사실.

[(선/제작)황금 인어 파르비타의 나침반]이 새겨진 나침반에 마나를 보충한 서준은 소파에 앉아 안다호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학교 다니기 힘들면 자퇴도 생각해 봐. 지금보다는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걸.”

“농담이라니까요, 다호 형.”

연기가 가장 좋았지만, 학교생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지금이 마지막 학교생활이지 않나. 졸업할 때까지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나도 농담.”

“반쯤은 진심이죠?”

하하.

서준의 말에 안다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라고는 하지 않는 안다호에, 서준도 이내 웃고 말았다.

서준과 안다호는 웃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메시지나 전화, 최태우 매니저의 보고로 알고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직접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즐거웠다.

“2학기 개강 전까지는 뭐 할 생각이야, 서준아?”

“은수랑 수빈이랑 놀려고요. 가족들이랑 휴가도 가고요.”

2학기 개강까지 이제 3주 남았다.

차기작도 [이레귤러스]로 거의 정해진 상태라서, 서준은 신나게 놀 생각이었다. 물론 간간이 연기 연습도 하고.

“그래도 좋은 대본 있으면 주세요, 다호 형.”

내년에 있을 [이레귤러스] 촬영 일정과 겹치지 않는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었다. 카메오나 특별출연, 단막극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알았어. 찾아볼게.”

안다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아. 더 마운틴에서 찍은 영상 있지?”

“네.”

안다호가 야생동물보호소 더 마운틴에서 늑대 켈리를 만나고 방생했던 날들을 찍은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편집 끝났어요?”

“그래. 뉴 에이지랑도 이야기 끝났어. 이번 주에 너튜브에 업로드할 예정이야.”

아무래도 늑대 켈리와 만난 계기가 [뉴 이클립스]의 촬영 때문이라서 그 계기에 대해 설명할 때 [뉴 이클립스]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풀어놓을지, 제작사 뉴 에이지와의 의논이 필요했다.

또 [뉴 이클립스]의 홍보도 될 테니 대중의 흥미가 계속 이어지도록 다른 홍보 일정과 맞추기도 해야 했다.

“내레이션은 없어도 돼요, 형? 영어든 한국어든 필요하면 당장 녹음할게요.”

눈을 반짝이는 서준의 표정에 안다호가 빙그레 웃었다.

“괜찮아. 영상이 그렇게 길지 않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보다는 재미있게, 좀 예능적으로 편집했거든. 더 마운틴 쪽에서 찍은 영상들도 넣어서.”

그렇다면야.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괜찮으면 보고 가도 돼. 영상 있거든.”

“네. 그럴게요. 오늘은 코코아엔터에서 하루 종일 놀 생각이라서 시간은 넉넉하거든요. 김 이사님이 가수팀에도 한번 놀러 오라고 하셨어요. 연습생들이 저 보고 놀라는 모습 보고 싶다고요.”

웃으며 말하는 서준에 안다호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코코아엔터의 차기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연습생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떠올린 것이었다.

“연습실에도 갈 거지?”

“네. 찬희 형 연기 연습 돕기로 했어요.”

가수팀에 새로운 연습생들이 들어온 것처럼, 서준이 없는 사이 배우팀에도 새로운 배우들이 들어왔다. 그래서 (서준을 제외하고) 막내였던 김찬희도 이제 더 이상 코코아엔터 배우팀의 막내가 아니게 되었다.

“새로 온 배우분들하고도 인사하고 싶은데, 오늘 오셨을까요?”

“아마 왔을 거야. 매일 오는 배우도 있거든.”

오.

서준이 흥미로운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누군지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눈에 훤히 보여, 안다호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보면 깜짝 놀랄 거다.

잠시 후.

들뜬 걸음으로 8층 배우 연습실로 내려온 서준은 휴게실 자판기에서 이온음료를 꺼내고 있는 새로 온 배우를 발견했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연지야!”

“우와아아! 서준 오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본 박연지가 서준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박연지.

미리내 예고에서 함께 연극 [MOEB-436](주모 역)을 했던 후배였다. 지금은 한예대생이기도 했다.

“우리 회사 들어온 거야?”

서준이 활짝 웃었다.

학교 후배를 코코아엔터에서 보게 되다니. 신기하고 반가웠다.

“네! 얼마 전에 들어왔어요. 전에 있던 회사가 별로였거든요. 계약 기간 끝나자마자 탈출했죠. 여기 완전 좋아요. 음료수도 공짜고!”

으헤헤헤.

하고 박연지가 웃었다.

“왜 말 안 했어?”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요.”

“진짜 깜짝 놀랐어.”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다호 형도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은 것 같았다.

“친구들 중에 한 명쯤은 코코아엔터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지가 들어왔네.”

“그러게요. 저도 몇 명은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마 지금 있는 소속사들이 괜찮은가 봐.”

“다행이네요.”

“다행이지.”

코코아엔터의 전 모습을 알고 있는 서준과 이전 회사에서 탈출한 박연지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과 박연지는 휴게실에 앉아, 서준이 사 온 케이크를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준이 졸업하고 박연지가 한예대에 입학한 이후에도 연락도 꾸준히 이어지고 가끔 [436]팀과 함께 만나기도 해서 편했다.

“아, 서준 오빠. 그 소식 들으셨어요?”

“어떤 소식?”

“민형이 말이에요.”

박민형.

미술과 2년 후배로, [거울]과 [MOEB-436]을 함께 했었다.

“민형이가 왜?”

“패션위크에 참가한대요!”

……오!

서준이 눈을 반짝였다.

“대단한데? 패션 디자이너가 됐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언제 패션쇼를 열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거야?”

“넹?”

“응?”

서준과 박연지가 눈을 끔벅였다.

패션위크.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패션 브랜드의 패션쇼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기간이었다.

“그거 아니야?”

“으핫! 아니에요.”

서준의 말에 박연지가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박민형과도 자주 연락하는데 저렇게 대단한 소식이면 알려주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패션위크라고, 패션디자이너랑 지망생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에요.”

박연지의 말에 서준은 저 구석에서 기억을 하나 건져냈다.

“그러고 보니 TV에서 본 것 같아.”

작품에 필요한 의상 이외에는 패션에 특별히 관심이 없어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주부터 방영하는데, 엄청 화제예요. 아레시스 알죠?”

“알지.”

아레시스.

서준이 예전에 시상식 때 입었던 정장을 만든 브랜드로, 지금도 유명한 패션 브랜드였다.

“거기서 제작하는 거거든요. 우승상품도 엄청 좋아요. 상금에다가 아레시스에 입사할 수 있는 자격까지 준대요. 유럽에서 열리는 패션쇼도 참가할 수 있고요. 아, 꼭 우승하지 않아도 방송 중에 아레시스 디자이너가 와서 조언도 해준대요.”

“오. 그거 대단한데?”

하고 감탄하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아레시스 유럽 회사지 않아? 왜 한국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저도 모르죠?”

박연지도 고개를 갸웃했다가 바로 했다.

“어쨌든 몇 달 전에 지원서 내고 합격해서 지금 촬영하고 있대요. 민형이.”

서준은 의상을 곧잘 만들던 박민형을 떠올렸다.

연극에 어울리는 의상을 만들며 즐거워해서 의상감독을 할 줄 알았는데, 패션디자이너가 되기로 한 걸까?

‘뭐, 그것도 괜찮지.’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잘됐네. 민형이라면 잘할 거야.”

* * *

몇 달 전.

[패션위크] 제작팀 회의실.

쿵!

하고 서류 더미가 테이블 위로 내려앉았다.

“여기 지원서 추가요.”

“으아아아…….”

안 그래도 봐야 하는 지원서가 쌓여 있는데 또 하나의 산이 생겨났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앓는 소리에, [패션위크]를 담당하게 된 피디가 입을 열었다.

“잠시 쉬었다 하자.”

와아…….

환호성도 가물가물 들려왔다.

“근데, 진짜 지원서 많네요. 20대만 지원하라고 했는데도 말이죠.”

찐한 커피로 에너지를 보급한 조연출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말하자, 에너지드링크를 생명수처럼 들이마시고 있던 작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30대 지원자들도 있어. 한 번 거르고 온 게 이 정도야.”

이게 한 번 거른 거라고?

모두 질린 얼굴로 서류의 산을 바라보았다.

“조건도 무시할 만큼 좋은 기회이긴 하죠. 그 아레시스잖아요.”

지금은 하이브와 레든보다 못하지만, 예전에는 앞서나갔던 패션 브랜드, 아레시스.

막대한 상금을 받고, 그 패션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될 기회였다.

나이 제한이 있더라도 일단 지원서를 넣고 보는 수밖에.

“하긴, 저라도 지원할 것 같아요.”

“옷 만들어 봤어?”

“아뇨.”

서브작가가 흐흐 웃었다.

아무래도 우승상품이 좋았던 탓인지 서브작가처럼 생각한 듯한, 옷도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까지 지원서를 내서 그것도 걸러야 했다.

“그래도 포트폴리오는 아레시스 쪽에서 걸러주기로 했으니까.”

포트폴리오는 아레시스 쪽에서, 나머지 인적사항이나 기본 사항들에 대해서는 [패션위크] 제작진 쪽에서 체크한 다음, 서로 겹치는 인물들을 출연자로 정하기로 했다.

물론 아레시스에서 제작비를 대는 만큼 아레시스의 권한이 더 컸다.

“근데 왜 한국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걸까요?”

그 질문에 피디가 말했다.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것 같지 않아? 아무래도 나라마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니까 아예 현지 디자이너를 뽑는 거지.”

“그럼 그냥 한국인 디자이너를 뽑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뭐, 홍보 효과도 있고. 신선하고 독특한 디자이너를 뽑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런데 과연 여기에 그 신선하고 독특한 디자이너가 있을까요?”

글쎄.

지원서의 산을 바라보던 피디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야 방송만 잘 만들면 되니까. 그럼 다시 일 시작하자.”

으…… 네에.

싫다는 감정이 가득한 대답이 들려왔지만, 이내 다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아 위에서부터 지원서를 읽어 내려갔다.

패션학과는 기본으로, 딱 나이제한에 걸리는 만 29세의 지원자는 유럽 유학을 다녀왔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는 수상경력이 화려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쇼핑몰을 운영 중인 지원자도 있었다.

팔랑- 팔랑-

빽빽하게 적힌 지원서들은 1차 합격과 불합격,

“이 사람은 집에서만 만들어 봤다는데 어쩔까요? 포트폴리오도 괜찮고, 스토리가 방송으로 내보내기 좋은 것 같은데.”

“포트폴리오는 아레시스에서 확인할 테니까 보류에 놔둬.”

그리고 보류로 나뉘었다.

서브작가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한 지원서를 읽어 내려갔다.

이름 박민형.

‘한국예대 미술과? 거기 패션학과가 있던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한국에서 제일 좋은 예대이니만큼 화제는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옷을 못 만들면 탈락이지.’

지원서 뒤에 붙은 포트폴리오가 보였다.

아레시스 쪽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제작진도 옷을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확인해야 했다.

‘……좋은데?’

너무 괜찮아서 다른 디자이너의 옷 사진을 가져왔나, 조금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테니, 나중에 확인해 봐야 했다.

‘수상경력도 있겠지?’

일단 의심은 접어두고.

서브작가는 다시 앞장으로 와, 박민형 지원자의 이력을 확인했다. 이정도 실력이면 패션학과가 아니더라도 제법 상을 받았을 것 같았다.

‘어?’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상이력은 전혀 없었다.

그저 중학교, 고등학교 연극에서 의상을 제작했다는 것과 대학교 축제에서 의상을 제작했다는 평범한 이야기뿐이었다.

합격시키기에 굉장히 빈약하고 방송적으로도 쓰기 좀 모자란 이력이었다.

“어어억?!!”

그게 ‘어떤 인물’과 관련된 학교와 연극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지원서를 든 채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서브작가의 모습에 제작진의 시선이 쏠렸다.

“갑자기 왜 그래?”

서브작가가 외쳤다.

“이서준!”

“뭐?”

“이서준 연극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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