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77화
관객석이 시끌벅적해지는 소리를 들으며 서준은 무대 뒤로 돌아왔다.
“/역시 이서준./”
“/진짜 음악계가 놓친 천재./”
친구들이 과장되게 감탄하며 짝짝 박수를 치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봐도 멋있네.”
에반 블록과 스왈린 애넘도 서준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모두 어제 리허설 때 관객석에 앉아 공연을 먼저 봤었던 터라, 오늘 무대 뒤에서 작은 모니터로(그래도 음악은 생생하게 들었다) 봤어도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헤헤, 하고 웃은 서준은 얼른 연극 준비를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분장팀 스태프들도 서준에게 달라붙어 준비를 도왔다.
그사이 다른 스태프들이 커튼이 내려온 무대 위에 세트를 설치했다.
옮기기 쉽도록 조각조각 난 배경 세트가 다시 합쳐져 커다랗게 변하고 있었고, 크고 작은 소품들도 제자리로 옮겨졌다. 그러는 중에도 세트가 쓰러져서 배우가 다치는 일이 없게끔, 흔들리지는 않는지 체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잠시 후, 연극 MOEB-436이…….]
간식을 먹고 있던 새싹들이 관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먼저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조금 줄어들었다고 생각한 목소리들이 다시 기대로 커지는 것을 들으며 서준이 작게 웃었다.
서준이 옆을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갈 스왈린 애넘과 조금 뒤에 올라올 에반 블록, 그리고 2부에 올라올 친구들이 각자의 의상을 입고 서 있었다.
다들 기대와 즐거움, 그리고 약간의 긴장감이 섞인 표정이었다.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촬영 전의 긴장감과는 다른, 연극만의 긴장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게 참 좋았다.
“우리 열심히, 재미있게 해봐요.”
“그래.”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서준이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들었다. 그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눈을 깜빡이던 친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걸 지금 하겠다고?/”
“/여기서?/”
“/스왈린 애넘이랑 에반도 계신데? 스태프들도 계시고!/”
경악하는 친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준은 하하 웃으며 손을 내밀 뿐이었다.
친구들이 이마를 짚었다.
그래. 하지 말라고 안 할 서준이가 아니지.
“준, 무슨 일 있니?”
갑작스러운 서준과 친구들의 모습에 스왈린 애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에반 블록도 같은 표정이었다.
“그게 말이죠. 제가 연극 하기 전에 꼭 하는 게 있거든요.”
그에 서준이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허허, 하고 조금 해탈한 표정을 짓는 친구들과 달리, 서준은 즐겁기만 했다. 이건 자신이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해온 것이었다.
“재미있네. 우리도 해볼까?”
이야기를 들은 에반 블록과 스왈린 애넘 또한 재미있어하는 얼굴로 웃었다.
“그럼 손 올려주세요. 너희도!”
서준이 활짝 웃으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위로 포기한 듯 어깨를 으쓱한 양주희와 강재한, 전성민의 손이 올라왔다.
“/미국에서 이걸 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말이야./”
웃기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또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한국, 그것도 학교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 기분이랄까.
“/걔들도 이 이야기 들으면 엄청 놀라겠지./”
“/아니, 서준이니까 당연히 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건 그래./”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그걸 거기서 했다고?! 하고 경악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런 건 오랜만인데.”
“저도요. 선생님.”
아이들의 손 위로 스왈린 애넘의 주름진 손과 에반 블록의 손이 올라왔다. 얼굴에 재미있어하는 웃음이 가득했다.
서준이 한국 팬미팅 연극 무대 전에 하는 모습을 봐서 나름 익숙했던 매니저 최태우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그 모습을 찍었다. 나중에 (허락받고) 올려야지.
“/하나, 둘/ 하면 손을 아래로 내리는 거예요.”
“구호는?”
“오늘은 한국식으로 해요. 내일은 미국식으로 하고요.”
“/……내일도 해?/”
“/해야지!/”
이제 곧 무대로 올라가야 하는데 무대 바로 앞에서 둥그렇게 모여 속닥거리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스태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오늘 멋진 무대 보여줘요!”
웃으며 말한 서준이 크게 외쳤다.
하나, 둘.
“/436! 화이팅!/”
하하하.
사이좋은 배우들의 웃음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스태프들도 이내 미소를 지었다.
* * *
곧 연극 [MOEB-436]을 시작할 거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옆에 앉은 새싹들과 이야기하던 조이는 얼른 먹고 있던 간식을 정리하고는 눈을 빛내며 커튼이 내려온 무대를 바라보았다.
연극을 봤던 건 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연극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인형극을 본 게 다였다.
이런 제대로 된(?) 연극을 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도 됐다. 숨 쉬는 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고.
물론 팬미팅에 포함된 연극이 무슨 제대로 된 연극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연극에 나오는 배우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터였다.
‘다들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들이지!’
처음에는 준의 친구들이라는 이야기에, 준과 함께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들 정말 잘하는 것 같았다.
‘그걸 실제로 보게 되다니!’
물론, 여기는 미국이라서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새싹부터(미국)]에서도 한국 배우들을 데려오기보다는 미국 배우를 섭외할 확률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그에 서준과 친구들의 케미를 좋아하는 새싹들은 아쉬워했다.
조이도 조금 아쉬웠지만, 이내 눈을 부릅뜨고 무대를 보았다.
이제부터 나올 준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삐---
곧 관객석이 어두워지고 시작을 알리는 음이 울렸다.
무대를 가리고 있던 커튼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무대 양옆에 설치된 작은 스크린으로 영상이 나타났다. 어떤 자리에서도 관람하기 편하도록 카메라로 찍어 보여주는 것 같았다.
차가운 파란색 조명이 커튼 아래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배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운데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양쪽에 방이 2개가 있었다. 우주선의 조종석인 듯한 거대한 장치에는 화려하고 다양한 버튼들과 복잡한 기계들이 가득했다. 또 그 기계들과 여러 선으로 이어진 듯한 불투명한 유리관도 있었다.
더 올라가 스크린으로는 검은 우주와 빛나는 별들이 보였다.
퀄리티가 좋아진 걸 빼면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과 비슷했다.
그리고 영상에서처럼 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새하얀 가운을 입고 등을 보고 있는 한 사람.
‘처음에 나오는 건 과학자, 주경 킴이었지.’
그런데 조금 느낌이 다르다.
‘미국 배우라서 그런가?’
아니. 그것보다도 좀 더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어? 남자다.’
아예 성별이 바뀌어버린 상황에, 새싹들이 눈을 끔벅였다.
-으크륵스므.
그런데 대사는 또 같았다.
뭐지? 하고 의문을 가지면서도 새싹들은 연극에 집중했다.
남자가 스위치를 누르자, 우주가 보이던 스크린이 변했다. 여러 가지 그래프들이 나왔는데 선과 막대, 그 어느 것도 잠잠할 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에 남자는 깊게 생각하는 모습으로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댔다.
그래도 그래프는 잠잠했다.
-으드슥드득크!
남자가 제 머리칼을 감싸 쥐었다.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때,
모니터의 선과 막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삐-삐-삐-
마치 심장 박동처럼 울리는 소리.
남자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으브드큭!
파란 조명이 천천히 줄어들다 네모난 유리관을 비추었다. 불투명한 유리관이 투명해졌다. 그곳에 새하얀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핏기가 없는 남자가 눈을 감고 있었다.
삐삐-삐삐-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발걸음도, 손동작도 아주 다급했다.
‘?’
새싹들이 눈을 끔벅였다.
과학자인 듯한 남자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는데 얼굴이 슬쩍슬쩍 보였다. 옆얼굴인 데다가 작게 보였지만…… 어쩐지 낯이 익었다. 그러고 보면 뒷모습도 조금 익숙한 것 같고.
저도 모르게 무대 옆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시선이 갔다. 타이밍 좋게 카메라가 과학자의 모습을 확대해 주었다.
얼굴이 보였다.
-!!!
그리고 여기저기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스왈린 애넘!?!
아니, 당신이 왜 여기에?!
끄아아악! 하고 비명이 나올 것 같았지만, 다들 참았다.
세상에! 세상에!
그 말만 새싹들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진정. 진정하자.’
준과 친하니 나올 수도 있겠지!
새싹들은 이제 나올 내 배우를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연극에 집중하기 위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아직 조금의 놀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곧.
그 작은 놀람마저도 사라지게 만드는 사람이 등장했다.
피슉-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관이 열렸다. 옆으로 열렸던 너튜브 영상과는 달리, 마치 전투기의 캐노피(조종석 덮개)처럼 위로 활짝 움직였다.
그 유리관 안에 남자가 있었다.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듯한 무기질의 검은 눈동자가, 인간 같지 않은 묘한 분위기가 새싹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모두 순식간에 집중했다.
남자가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다리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는지 그 한 걸음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자의 등에 연결된 크고 작은 선들이 그에 따라 출렁였다.
-크으득,진!
들린다.
“유진!”
남자가 주저앉자 과학자가 흰 가운을 휘날리며 남자에게로 향했다. 애처로운, 하지만 왠지 섬뜩한 목소리로 유진! 하고 불렀다.
남자는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힘든 듯 속눈썹을 떨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내뱉었다.
“제, 이름이, 유진인가요?”
“그래! 내 아들! 유진!”
“아들. 유진.”
남자, 유진이 허공을 보자, 스크린 화면에 다운로드 바가 생겨났다.
[다운로드 완료]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유진이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과학자를 보았다.
“아, 아버지.”
“그래!”
늙은 과학자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니에서 아버지로 바뀐 것뿐인가?’
스왈린 애넘이 출연한다고 했다면 바꿀 만한 것 같기는 했다.
과학자 역이 남녀 무관이었다던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자. 일어나 보자.”
따뜻한 느낌이 쏟아지는 무대 위.
유진은 늙은 과학자의 두 손을 잡고 갓 태어난 사슴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일어났다.
“천천히 걸어보렴.”
“걸어. 걷는다.”
다시 유진의 시선이 허공을 맴돈다. 스크린에 다운로드 바가 생겨났다.
“쯧.”
늙은 과학자가 혀를 찼다.
“용량이 오버 될까 봐 적게 넣었더니…….”
하지만 곧 표정을 바꾸었다.
“아니야. 내 아들 유진인걸. 천천히 가르쳐 주면 되지.”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웃었다.
새싹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수백 번을 봐서 이제 대사도 외워버린 너튜브 영상과 다른 건 없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같은 대사라도 배우가 달라서 그런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스왈린 애넘의 과학자는 주경 킴의 과학자보다 좀 더…….
‘미친 것 같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유진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번들거리는 광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소름이 오싹 돋았다.
그에 비해 서준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했다.
여전히 정말 순하고 착하고 귀엽고 멋지고 잘생겼다는 이야기였다.
“오!”
머리를 다듬던 중.
뒤를 돌아본 늙은 과학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니터에 업로드 바가 생겼다. 과학자의 지시도 없이, 우주선과 연결된 저장 장치에 유진 본인이 접속한 것이었다.
“다운로드는 자유롭게 설정해 놨지만, 업로드라니!”
‘그거 위험하다고요.’
앞으로의 일을 알고 있는 새싹들이 속으로 말했다.
아무리 광기에 물든 늙은 과학자라도 그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하나 보다.
“이런 건 평범한 안드로이드는 못 할 텐데! 역시 내 아들이야! 어떤 걸 저장한 거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어요.”
유진의 그 한마디에 과학자는 정말로 기뻐했다. 그에 유진도 활짝 핀 꽃처럼 웃었다.
‘영어라서 다행이다.’
한국어로 하는 것도 좋았겠지만, 자막이 있으면 배우들의 연기와 자막을 번갈아 보느라 바빴을 것 같았다.
‘그럼 준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도 제대로 못 봤겠지.’
앞으로의 연기도 그렇고.
새싹들은 이제부터 시작할 장면들에 숨을 죽였다.
평화로운 음악이 깔리고 과학자와 유진이 대화를 하는데, 별과 별만 비추던 모니터에 새로운 물체가 나타났다.
“아버지. 우주선 한 대가 다가오고 있어요. 나쁜 사람이 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제가 확인해 볼게요.”
“역시 우리 유진이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니까.”
사람.
안드로이드의 엔진이 두근 뛰었다.
“우주선. 우주선. 통신 연결 바랍니다.”
이번엔 누가 나올까.
준의 지인? 아니면 새로운 배우?
-반갑습니다, 닥터. 중앙은하연방군입니다.
……?
‘진짜 유진’의 등장을 기다리던 새싹들이 모니터에 나타난 것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사람이 아니라, 크고 작은 타원들이 겹친 로고가 나타났다.
중앙은하연방군?
굉장히 SF적으로 들린다. 이 연극이 SF이긴 하지만.
“중앙은하, 연방군이요?”
이곳이 드넓은 우주에서 ‘중앙은하’라고 자칭하는 연방소속의 지역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보다 자세히는 모르는 유진이 눈을 깜빡였다.
-네.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닥터-
“연방군?!”
늙은 과학자가 벌떡 일어났다.
잔뜩 붉어져 있는 얼굴로 모니터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은, 과학자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감히! 감히 내 말을 어기고 연락을 해?! 내 아들까지 뺏어가더니! 이젠 연방에 모든 것을 다 바친 내 말까지 무시해!?”
아들을…… 뺏어가?
안드로이드의 엔진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닥터.
펄펄 날뛰는 늙은 과학자에, 모니터 속 군인은 조금 다급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만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며칠 전 연방이 발견한 행성에서 유진 대령을 구조했습니다.
“……뭐?”
늙은 과학자가 멍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유진은 모니터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안드로이드라 그럴 일이 없는데도 무언가 엔진을 손에 쥐었다 폈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이었다.
-해서 치료를 마친 유진 대령을 돌려보냅니다. 이후 유진 대령이 본 연방군에 복무했던…….
과학자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말들을 늘어놓는 군인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무슨 소리가 들렸다.
터벅- 딱-
발소리와 무언가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유진과 늙은 과학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새싹들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터벅- 딱-
무대 오른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무대 왼쪽 스크린으로, 경악에 찬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늙은 과학자와 그 옆에 서서 아버지와 그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는 유진의 모습이 확대되어 보였다. 아랫입술을 깨무는 유진의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그리고 무대 오른쪽 스크린.
터벅- 딱-
‘유진 대령’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쪽 다리에 붕대를 감고 오른쪽 팔로 목발을 잡은 남자는 체격보다 조금 큰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왼쪽 소매는 텅 빈 듯 헐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눈과 그 주위를 붕대로 감은 상태였다.
!!
에반 블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