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71화
잠시 후.
신나게 초원을 달리던 늑대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갔네요.”
“켈리가 이렇게 도움을 줄 줄은 몰랐네.”
“진짜 어디 놔둬도 잘 살 녀석이라니까.”
다들 긴장감을 조금 풀었다.
무전기를 들고 있던 더 마운틴 직원이 다른 차량에 현재 상황을 알렸고, 마취총을 들고 있던 직원은 안전장치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이제 내려도 됩니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린 건 드론 카메라로 차량들 주변이 안전한지 살핀 후였다.
서준과 최태우도 메이슨 프랭코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다들 잘 살겠죠?”
“네. 이렇게 빠르게 적응한 녀석들이니 잘 지낼 겁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간 건 조금 아쉽지만요.”
웃으며 말하는 메이슨 프랭코에, 서준도 쌩- 하고 가버린 켈리와 늑대들이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이곳이 켈리와 늑대들의 집이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사람들이 개입할 일은 없겠지.’
삶도 죽음도 모두 켈리와 늑대들에게 달렸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야 해.’
서준은 켈리와 늑대들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기도했다.
* * *
엘리드 국립공원에서 더 마운틴으로 돌아온 서준은 더 마운틴을 둘러보았다. 반려견 훈련소에도 가 보았다.
능력을 새겨넣기 위해서였다.
치유력이 올라가는 능력, 자연환경에 익숙해지는 능력, 구조활동에 도움이 되는 능력,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능력 등등.
씨 세이브 센터에서 그러했듯, 더 마운틴에도 열심히 능력을 새겨넣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자신이 불어넣은 마나를 에너지 삼아 반짝이며 발동하기 시작하는 문양들을 보며 서준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더 마운틴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다른 직원들과 인사한 서준이 메이슨 프랭코와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준”
“딱히 한 것도 없는데요, 뭘. 오늘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이슨.”
“별말씀을.”
메이슨 프랭코는 활짝 웃으며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슈퍼스타에게 말했다.
“언제든 오세요. 더 마운틴은 언제나 준을 환영할 겁니다.”
* * *
>양주희: 우리 다음 주에 가!
>양주희: 미국!
>전성민: 긴장되네. 영어로 연기하는 거.
>전성민: 가면 발음 봐줘, 서준아.
>강재한: 나도ㅠㅠㅠ
>강재한: 열심히 할게ㅠㅠ
다음 주, 코코아엔터 1팀 직원과 함께 친구들이 미국에 올 예정이었다. 물론 체류에 필요한 모든 서류와 비용은 코코아엔터에서 처리한다.
>한지호: 나도 미국 가고 싶어!!
>한지호: 미국! 아메리카! USA!!
>박시영: (마취총 부는 토끼 이모티콘)
>김주경: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거실 소파에 앉은 서준이 웃으면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을 때.
띵동- 하고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도착한 것이었다.
<나 일하러 감.
>김주경: ㅇㅇㅇ
같이 소파에 앉아 코코아엔터와 메시지를 주고받던 최태우가 현관문을 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서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있었다.
여자가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리, 최. 뉴 에이지 제작사의 멜라니 코티라고 합니다. C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서준 리예요. 편하게 준이라고 불러주세요.”
“매니저 태우 최입니다. 태우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인사를 나눈 서준과 최태우, 멜라니 코티는 거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C 프로젝트라면…… 설마 쿠키인가요?”
Cookie의 C.
서준의 물음에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던 멜라니 코티가 조금 민망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굉장히 직관적이네.
서준과 최태우가 작게 웃었다.
C(쿠키) 프로젝트.
서준의(레시피로 만든) 쿠키를 이용해 홍보하기 위한 뉴 에이지의 프로젝트였다.
“홍보 계획과 현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아직 기획 단계라서 중간에 변경될 수도 있다는 걸 유의해 주시고요. 물론 그때도 준의 의사를 반영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멜라니 코티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에, 규모가 있는 과자회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멜라니 코티는 테이블 위로 쿠키류의 과자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들의 소개한 서류들을 나란히 올려두었다.
어떤 회사인지 알기 쉽게 이름만이 아니라 가장 잘 팔리는 제품들의 사진도 함께 있어서, 미국 과자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최태우도 알아볼 수 있었다.
“모르시는 곳이 있으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다 아는 곳이네요.”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기도 했고, 미국에 놀러 오면 왕창 사거나 나라 이모나 지인들이 잔뜩 사서 보내주기도 해서 꽤 알고 있었다.
‘여긴…….’
꼬꼬마 잭 스미스와 서준이 마켓에 가면 눈을 반짝이며 사던 과자를 만든 회사도 있었다.
그 회사에서 자신의 레시피로 쿠키를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다니.
나중에 잭한테 말해줘야겠다.
작게 웃는 서준을 보며 멜라니 코티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대부분 비슷한 조건이라 쿠키 회사 선정은 그렇게 힘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희 쪽 제안도 받아들였고요.”
“제안이라면?”
최태우의 물음에 멜라니 코티가 대답했다.
“다른 제안들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쿠키의 제작에 대한 것과 판매 기한에 관한 것입니다.”
“쿠키 제작이요?”
“네. 준이 만든 쿠키의 맛과 가장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연구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게 저희의 조건입니다.”
멜라니 코티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이라고 말할 것도 아니었다.
서준의 이름을 내걸고 서준의 레시피로 만드는데, 서준이 만든 쿠키와 맛이 달라서야 되겠나.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맛이라도 내야 했다.
“당연한 조건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멜라니 코티가 잠시 서준을 바라보다 말했다.
“물론 그걸 위해서는 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도움이요?”
“네. 샘플이 될 만한 쿠키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레시피대로 만들더라도 기준은 있어야 하니까요.”
그건 그렇지.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멜라니 코티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시제품으로 가져오는 쿠키들을 테스트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제품 쿠키를 먹어보고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말해주시면 됩니다. 어떤 맛이 더 들어가면 좋겠다거나 어떤 맛은 빼면 좋겠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면 더 좋고요.”
그에 서준은 흔쾌히 승낙했다.
“네. 그럴게요. 제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새싹들이 먹을 쿠키다.
자신이 확인하는 건 당연했다.
쿠키가 완성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돕고 싶었다.
‘능력을 쓰면 더 맛있는 쿠키가 만들어지겠지! 찾아봐야겠다!’
새싹들에 대한 마음으로 가득한 서준을 진정시킨 건 매니저 최태우였다.
“너무 자주는 안 됩니다. 저희도 일정이 있어서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과자 회사 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게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횟수에 제한을 둔다든가 해서 말이죠.”
멜라니 코티가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최태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이 잠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곧 한국으로 돌아가 했고 학교도 가야 했다. 새로운 작품을 준비할지도 몰랐다.
‘다 할 수 있지만…….’
매니저로서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판매 기간에 대한 겁니다.”
멜라니 코티가 이야기했다.
“뉴 이클립스의 홍보를 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쿠키는 10월 21일부터 영화가 상영관에서 내려올 때까지 판매할 예정입니다.”
“왜 10월 21일이죠?”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뉴 이클립스]의 개봉은 12월이라고 들었다.
11월에 개봉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이름을 올리려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아무래도 판타지 영화니까.’
판타지는 슈퍼히어로 영화 못지않게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장르였다.
그래서 뉴 에이지는 아카데미 시상식 대신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12월도 아니고 왜 10월일까?’
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핼러윈이 있으니까요.”
멜라니 코티가 웃으며 말했다.
“준과 웰튼 씨의 이야기와 함께 홍보할 예정입니다.”
오.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홍보를 위해 기사를 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쿠키와 연관 지을 줄은 몰랐다.
핼러윈.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이라고 외치며 돌아다닐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사탕과 과자들을 준비해 두는 날이니, 슈퍼스타의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쿠키도 분명 많은 관심을 받을 터였다.
“핼러윈 전에 이클립스에 대한 이야기와 준의 쿠키를 알릴 계획입니다. 모두가 핼러윈 때 한 번쯤 그 이야기를 꺼내도록 말이죠.”
‘너희 그거 알아? 이클립스 말이야.’
하고 쿠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관심이 12월에 개봉할 [뉴 이클립스]로 이어질 거란 사실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어쩌면 올해 핼러윈에는 유난히 늑대인간과 마녀로 분장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서준이었다.
* * *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LA에 도착한 사람들과 LA에서 나가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곳에, 캐리어를 끄는 네 명의 한국인이 발을 디뎠다.
“와. 외국인 엄청 많아.”
“여기선 우리가 외국인일걸.”
강재한의 감탄에 웃으며 말한 전성민이 휴대폰에 정신이 팔린 양주희의 팔을 붙잡았다.
세 사람을 안내하기 위해 같이 온 코코아엔터 1팀 직원이 주위를 살폈다.
“아, 저기 있네!”
그리고는 최태우를 발견하고는 얼른 손을 흔들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강재한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모자를 썼지만 오래 지내온 덕분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와. 서준이도 있어.”
서준이었다.
전성민도 허어- 하고 탄식했다.
마중 나와준 건 고맙지만.
“어떻게 여기 올 생각을 했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인데.
들킬 걱정은 전혀 안 하는 것 같았다.
“재한아! 성민아! 주희야!”
이제는 아예 활짝 웃으며 손까지 신나게 흔들고 있었다.
“쉿! 쉿!”
놀란 강재한과 전성민이 목소리를 낮추라며 손짓했다. 서준이 아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안녕하세요.”
어느새 휴대폰에서 눈을 뗀 양주희와 강재한, 전성민이 몇 번 만난 적 있는 최태우와 인사했다. 서준도 1팀 직원과 반갑게 인사했다.
“일단 나갑시다.”
최태우의 말에 모두 복작복작한 공항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던 차에 올랐다.
넓은 차 안.
모자를 벗은 서준이 친구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역시 내 친구.
강재한과 전성민, 양주희가 흐뭇하게 웃었다. 미국에서 보니까 더 잘생긴 것 같았다.
“다들 잘 지냈어? 오는 건 안 힘들었고?”
“편하게 왔어. 자고 먹고 자고 먹으니까 도착하더라.”
전성민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이 넌 잘 지냈고?”
“촬영이 끝나서 좀 심심한 거 빼고는 괜찮아.”
이제 팬미팅 준비하면 다시 재밌는 하루하루가 될 거다.
“놀러 갈 곳 생각해 뒀어?”
팬미팅 연습을 쉬는 날에는 친구들과 놀기로 한 서준이 물었다.
“할리우드.”
“할리우드지.”
“촬영하는 것까지 보면 더 좋고.”
다들 배우들이라서 그런가.
똑같이 대답하는 친구들에 서준이 하하 웃었다.
서준은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떠들었다.
미국에 못 온 한지호가 연습실에서 뒹굴었다는 이야기, 박시영이 영화 [운명]에 출연했다는 이야기, 김주경이 드라마 오디션을 봤다는 이야기까지.
바나나톡으로 전해 들은 소식들이지만, 친구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니 더 재미있었다.
“아, 서준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주희가 뭐 한 줄 알아?”
강재한의 말에 전성민이 해탈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공항에 도착하고 뭘 할 게 있나?
“미국에 사는 펜팔 친구들하고 연락했대!”
“영화 리뷰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라더라. 저 친화력은 진짜 미쳤다니까.”
그에 양주희가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