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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70화 (870/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70화

“하하. 멋있죠?”

메이슨 프랭코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꼭,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네요.”

“그러게요.”

최태우의 감탄과 서준의 동의에 메이슨 프랭코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 풀밖에 없는 땅에도 나름 길이 있는 모양인지, 메이슨 프랭코는 운전대를 돌려 컨테이너 트럭의 뒤를 쫓았다. 앞이 가려졌지만 괜찮았다. 양옆 창문으로도 충분히 엘리드 국립공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창문 열어도 될까요, 메이슨?”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차들이 다 같이 움직이는데, 들이닥칠 야생동물은 없을 터였다.

그 허락에 서준과 최태우가 창문을 열었다. 살짝 고개도 내밀었다.

창문으로 꽉 막혔던 시야가 화악- 터졌다. 유리 때문에 반사됐던 풍경이 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차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짙은 풀 냄새 속 멀리 있는 호수의 물 냄새가 희미하게 맡아지는 것도 같았다. 나무가 가득한 숲에 들어가면 맡아지는 냄새도 함께 몰려왔다.

“피톤치드가 따로 없네.”

“하하!”

태우 형의 말대로 이렇게 바람만 쐬고 있어도 온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늑대들이 지낼 곳이죠?”

“정확히는 내릴 곳이죠. 늑대들이 살 만한 곳을 몇 군데 찾아두긴 하지만, 늑대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으니까요.”

메이슨 프랭코가 웃으며 설명했다.

“사방이 훤히 보여서 경계하기 좋으면서도 더 마운틴과 조금이나마 비슷한 풍경인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물론 여기가 훨씬 좋지만요.”

“다른 보호소의 늑대들은 언제 오나요?”

“며칠 후에 올 겁니다. 아무래도 서로 본 적이 없는 사이라서 같은 날 방생하면 부딪힐 확률이 높거든요. 그래서 저희 쪽 늑대들이 깊은 곳으로 이동하면, 다른 보호소 늑대들이 들어오죠.”

곧 이동하던 차량들이 모두 멈추었다.

미리 지정된 위치가 있는 듯, 사람들이 타고 있는 작은 차량들은 이쪽에, 늑대들이 실려 있는 컨테이너 트럭들은 저쪽에, 서로 조금 떨어져 주차했다.

차 한 대만 두 트럭의 옆에 있었다.

“저 차에 트럭을 운전한 직원들이 태우고 올 겁니다.”

더 마운틴 직원들과 함께, 컨테이너 트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내린 서준에게 메이슨 프랭코가 설명했다.

“위험할까 봐 이렇게 떨어져 내린 거군요.”

“네. 더 마운틴이 아니라 안전장치도 따로 없고, 초원을 본 늑대들이 흥분할지도 모르니까요.”

그사이, 더 마운틴 직원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었다.

먼저 제1팀.

그들은 차량 중 한 대(소형트럭)에 설치된 모니터들을 통해, CCTV가 설치된 컨테이너 안에 있는 늑대들의 컨디션을 살펴보았다.

“애들 컨디션은 어때?”

“트럭이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괜찮아.”

“켈리도 괜찮네요. 특별식도 다 먹은 것 같고요.”

제2팀은 차량 밖으로 커다란 박스에서 무언가 꺼내 조작하고 있었다.

서준에게도 익숙한 물건이었다.

“드론이네요?”

카메라가 달린 드론이었다.

언젠가 이걸로 작품을 찍을지도 몰라서(가령 추격전 같은) 조사해 보았다.

“네. 이렇게 떨어진 상황에서 늑대들이 이곳에 잘 적응하는지, 어디 상태가 나쁜 건 아닌지 살펴보려면 망원경보다는 드론 카메라로 보는 게 더 확실하거든요. 더 마운틴의 너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도 촬영하고요.”

메이슨 프랭코의 설명을 들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그마한 망원경보다는 드론 카메라가 볼 수 있는 범위가 넓었다.

그리고 제3팀.

“저건…… 총이에요?”

“마취총입니다. 저희 쪽으로 올 수도 있어서,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거죠. 안전은 언제나 중요하니까 말이죠. 또 상태가 안 좋은 동물들은 다시 더 마운틴으로 데려가야 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메이슨 프랭코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쓴 적은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준.”

거의 없다는 건 한 번은 있었다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 정도로 대비하는 걸 보니, 괜찮을 것 같았다.

더 마운틴 직원들은 컨테이너에 있는 늑대들이 답답해할까 봐 재빠른 속도로, 그러나 정확하게 자기 할 일을 끝냈다.

“드론 이륙합니다.”

부웅-

하고 카메라가 달린 드론 2개가 날아올라 하늘로 향했다.

“저쪽으로 가죠, 준.”

“네!”

오.

하고 고개를 들어 올려 두 대의 드론을 바라보고 있던 서준이 메이슨 프랭코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볼 법한, 모니터들과 기계장치로 가득한 소형트럭 쪽이었다.

그 안에 설치된 모니터들에 드론이 찍은 영상들이 송출되고 있었다.

더 마운틴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곳을 비추던 드론들이 점점 높이 떠올라, 이제는 주변 자연환경까지 비추고 있었다.

드넓은 초원과 빽빽하게 서 있는 나무들. 공중에서 촬영해도 여전히 높기만 한 산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더 멋졌다.

“드론 이동합니다.”

1팀이 리모컨을 조종하자 드론이 움직였다.

모니터 속, 장난감처럼 보이던 두 대의 컨테이너 트럭이 천천히 확대되었다.

트럭에서 내린 직원들과 차에서 내린 직원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동물들이 컨테이너에서 내려오기 편하도록 내리막길을 설치하는 겁니다.”

메이슨 프랭코의 말대로, 컨테이너 아래쪽에서 쑥- 하고 기다란 판자 같은 것을 뽑아낸 더 마운틴 직원들은 그걸 사선으로 배치했다.

저 판자로 된 내리막길을 따라 움직이면 높은 컨테이너 트럭에서 땅으로 편하게 내려올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내리막길 설치까지 끝나고 트럭 문을 잘 잠근 직원들이 차를 타고 서준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문 닫겠습니다, 준.”

“네.”

서준이 탄, 모니터들이 설치된 소형트럭의 뒷문이 메이슨 프랭코의 손에 굳게 닫혔다.

창문으로 보니 다른 사람들도 각자 차에 올라 문을 닫고 창문을 올리는 것이 보였다.

차량마다 배치된 것 같은 마취총을 든 직원들과 금방이라도 출발할 것처럼 운전대를 잡고 있는 직원들도 서준의 눈에 들어왔다.

“뭔가 좀비 영화를 보는 것 같네요.”

소형트럭에 탄 더 마운틴 직원들이 서준의 말에 작게 웃었다.

“쟤들이 공격하면 별로 다르지 않을 거에요.”

더 마운틴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여유롭게 농담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능숙하게 마취총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방심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곧 트럭운전사들을 태운 차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창문으로 보였다.

“이제 곧 컨테이너 문을 열겁니다, 준.”

메이슨 프랭코가 말했고, 모니터를 보고 있던 직원이 무전기를 들었다.

“컨테이너 오픈 준비.”

-카피.

-카피 댓.

무전기를 통해 다른 차에 탄 직원들의 대답 소리가 들렸다.

“묘하게 긴장되네.”

“그러게요.”

최태우와 서준이 작게 속닥거렸다.

하지만 소형트럭 안이라서 다 들려 버려, 메이슨 프랭코와 더 마운틴 직원들은 작게 웃고 말았다.

“컨테이너 오픈.”

무전기를 든 직원이 그렇게 말하며 스위치를 눌렀다.

서준은 가장 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두 컨테이너의 입구를 보여주고 있는 모니터였다.

천천히 컨테이너의 문이 열렸다.

밝은 햇빛이 컨테이너의 입구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림자가 더 짙었다. 그 어둠 안쪽에 늑대들이 있었다.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가장 최근에 구조된 늑대들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환경에 아직 익숙할 테니까 말이죠.”

메이슨 프랭코의 설명을 들으며 서준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더 마운틴도 미동도 없는 늑대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예상보다 빨리.

어둠을 뚫고 빛 아래로 앞발을 내딛는 녀석이 있었다.

“……켈리?”

어릴 때 구조되어 가장 오래 더 마운틴에 있었던 터라, 이런 자연환경에 가장 낯설 녀석이었다.

“늑대 켈리. 밖으로 나옵니다.”

-카피.

-카피.

어리둥절한 마음은 일단 제쳐놓고 빠르게 주변에 알리는 더 마운틴 직원이었다.

“쟤가 제일 먼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아냐. 생각해 보면 제일 먼저 나올만해. 켈리잖아.”

“그렇네요.”

사람도 늑대도 무시하는, 자신이 제일 잘난 녀석인데 낯선 곳이라고 움츠러들 리가 있나.

모니터 속.

한 걸음도 머뭇거리지 않고 씩씩하게 컨테이너에서 나와 초원에 네 발을 딛고 선 켈리의 모습에 더 마운틴 직원들이 작게 웃었다. 겁이라고는 1도 없는 것 같았다.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준은 생각은 조금 달랐다.

‘꿈여행이 도움이 된 것 같네.’

더 마운틴 직원들은 켈리가 초원을 낯설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네 번의 꿈여행에서 흰늑대 무리와 함께 한껏 초원을 즐겼던 켈리였다.

완벽하게 기억하지는 못해도 어딘가 낯익음을 느꼈을 거다. 마치 데자뷔처럼.

이유가 어찌 됐든.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듯이, 머리를 쭉 들고 꼬리를 가볍게 흔드는 켈리의 모습을 보니 굉장히 늠름해 보였다.

“잘 적응할 것 같네요.”

“그러게요.”

메이슨 프랭코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동의했다.

“다른 늑대들, 합류합니다.”

먼저 나온 켈리의 냄새를 맡은 것인지, 아니면 초원의 냄새를 눈치챈 것인지.

다른 커다란 트럭에 타고 있던 다섯 마리의 늑대들도 하나둘 주춤거리며 컨테이너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더 마운틴의 직원들이 조금 긴장했다.

켈리와, 켈리가 일방적으로 무시했던 다섯 늑대들과의 만남이라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 며칠 사이에 좀 안면을 튼 것 같긴 한데…….”

곧 켈리와 다섯 늑대들이 마주 보았다.

서로를 탐색하는 듯,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때, 켈리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서준의 눈에만 보이는 밝은 빛이 켈리를 중심으로, 다섯 늑대들을 감싸듯 동그란 원을 만들었다. 마치 울타리처럼.

[(선)알비노 늑대의 울타리(중하급)가 발동됩니다.]

켈리가 늑대들을 자신의 무리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더 마운틴 직원들도 그걸 알 수 있었다.

늑대들의 하울링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 * *

초원!

초원이다!

컨테이너에서 나온 켈리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불어오는 바람과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풀의 감촉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대장(흰늑대)과 늑대들과 달렸던 초원과 비슷한 것 같아, 신이 났다.

켈리는 통통 튀듯 네발로 이리저리 파릇파릇한 풀들을 밟다가, 달려나갈 듯이 자세를 잡았다.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아니었다면 꿈에서 그랬듯 쌩- 하고 달려갔을 거다.

응?

켈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슬그머니 이상한 동굴(컨테이너)에서 나오는 늑대들이 보였다.

꼬리를 말고 있는 모습이 (더 마운틴에서 사방이 막힌 컨테이너로, 그리고 다시 낯선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주춤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늑대들의 모습에, 켈리가 흥- 하고 콧바람을 내쉬었다.

다들 왜 저래? 초원이라고! 초원! 신나게 달려야지!

켈리가 탁탁- 앞발로 땅을 내려쳤다.

다섯 늑대가 슬쩍 고개를 들어 그런 켈리를 바라보았다.

잠시 시선이 오고 갔다.

자신보다 작은 늑대들이 쭈굴해져 있는 모습을 보니, 켈리는 흰 늑대가 떠올랐다. 약한 늑대들을 지켜주던 멋진 대장.

어쩔 수 없지!

내가 지켜주는 수밖에!

켈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크게 울었다.

아우우-!

그에 잠시 놀랐던 다섯 늑대들이 이내 화답하듯 아우우우-! 하고 울었다. 어느새 말려있던 꼬리들이 펴져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아우우우-!!

켈리가 다시 한번 울었다.

그리고 미리 봐두었던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섯 늑대들도 곧바로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흰 늑대가 된 것처럼.

켈리는 자신의 무리와 함께 푸르른 초원을 내달렸다.

아주 빠르게. 아주 신나게.

서준과 더 마운틴은 드론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넓은 초원을 바람처럼 달리는 여섯 마리의 늑대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장관이었지만 서준은 어쩐지,

으헤헤헿!

하고 바보처럼 웃는 켈리의 모습이 떠올라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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