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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56화 (85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56화

윌마 감독과 헤일리 로지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아이들의 칭찬은 끝날 줄을 몰랐다.

“대단해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하는 아이들에 서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슈퍼스타 또한 들썩이게 했다.

매니저 최태우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이 알아차릴 정도로 서준 리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그러던 중 조시 스튜어트가 입을 열었다. 조금 전까지 반짝이던 얼굴은 어디 가고 어쩐지 조금 시무룩해 보였다.

“그런데…… 저는 제대로 못 했어요.”

“응?”

“너무 놀라서 연기도 못 하고 그냥 제 속마음을 말해버렸어요.”

자신의 우상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자신이 내뱉은 말에 더욱 시무룩해지는 조시 스튜어트와 큰 아이들의 모습에 서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잘했어. 대사도 안 틀렸고 감독님도 좋다고 하셨잖아.”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정말 잘한 거야.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알겠더라. 깜짝 놀란 상황에서 대사를 안 틀리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대본에 있는 대사에 완전히 똑같았다.

속마음과 같았다고 해도, 그렇게 반사적으로 나올 정도면 조시 스튜어트가 얼마나 연습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낯설게 느껴지면 그걸 이용하면 돼.”

“이용이요?”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너희는 테오를 처음 보는 연기를 하는 거잖아. 그리고 조금 전 촬영에서 나를 보면서 느낀 감정이 그 낯섦이었고. 그걸 감정 연기에 이용하면서 대사를 말하는 거야.”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낯선 사람을 연기하면 너희는 낯선 감정을 느끼고, 내가 슬퍼하는 연기를 하면 너희는 슬픔을 느끼고, 내가 기뻐하는 연기를 하면 너희는 즐거움을 느끼겠지?”

“네.”

물론 캐릭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보통은 그럴 터였다.

“그게 촬영할 장면과 비슷한 감정일 때는 그 감정을 지우지 말고 그대로 느끼면서 연기를 하면 되는 거야. 그럼 너희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새로운 감정이 생기겠지. 그럼 또 내 연기를 보면서 너희가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나에게서 너희에게로, 너희에게서 나에게로.

서준이 손가락으로 자신과 아이들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감정을 주고받는 게 연기고, 몰입이야.”

물론 없는 감정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지만, 그건 좀 더 자라서 배울 부분이었다.

‘일단은 있는 감정을 이용하는 것부터.’

서준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큰 아이들이 입을 열었다.

“어려워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렵지. 근데 재미있기도 해.”

서준이 웃었다. 정말 재미있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장 중요한 건?”

목소리를 낮추는 서준에, 아이들이 꼴깍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였다.

“그 모든 게 컷, 하면 끝이 나는 촬영이라는 거야.”

……왜 그런 당연한 소리를?

슈퍼스타의 비법을 기대하고 있던 아이들이 눈을 끔벅였다.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내가 낯설게 느껴졌던 촬영이랑 지금이랑, 느낌이 전혀 다르지?”

“네.”

“이렇게 촬영장에서 느낀 감정은 저기에 두고 와야 하는 거야. 그게 낯섦이든 슬픔이든 무서움이든 기쁨이든. 그 연기가, 그 감정이 너희를 잡아먹지 않게.”

으으음.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준의 말을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계속 연기를 한다면 언제고 이해할 날이 올 테니까 말이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감독님. 헤일리.”

두 사람의 배려 덕분에 이야기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촬영에 방해가 될 정도로 길진 않았다.

“당연한 일입니다. 아역배우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맞아. 맞아. 나한테도 도움이 됐어.”

연기학원이나 다른 촬영장에서 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인생은 타이밍. 알맞은 상황과 사람이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지금이고, 준인 거죠.”

활짝 웃으며 말하는 윌마 감독과 고개를 끄덕이는 헤일리 로지에 서준도 부드럽게 웃었다.

* * *

“레디, 액션!”

모여든 보육원 동생들에 클레어가 웃으며 남자를 소개했다.

“도시에서 만난 친구야. 이름은 테오고.”

“안녕.”

씨익 웃으며 인사하는 테오에 아이들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도시에서 만난 클레어의 친구라니 신기하면서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 많이 낯설었다.

“안녕, 하세요…….”

힐끔 쳐다보면서도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클레어가 아하하 웃었다. 언제나 보육원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고뭉치 아이들이 얌전한 모습이 웃겼다.

“자. 선물 받아, 코리. 선생님들은 어디 계셔?”

“내가 불러올게!”

아이 중 하나가 건물로 달려갔다.

그사이 클레어는 쭈그려 앉아 작은 아이들의 선물을 풀어주었다.

“와! 예쁘다!”

“언니가 제일 예쁜 걸로 샀어.”

“고마워! 언니 최고!”

꺄아악!

하며 아이들이 클레어에게 안겼다. 클레어가 환하게 웃었다.

그런 작은 아이들과 달리, 큰 아이들은 흘깃흘깃 테오를 바라보았다.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마치 얼굴은 똑같은데 성격이랑 분위기가 전혀 다른 서준 리의 쌍둥이를 만난 기분이랄까.

새싹들이 알았다면, ‘서준이가 2명!’ 하고 기뻐했을지도 모를 생각을 하며 조시 스튜어트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앞서 한 번 겪어봤다고 쉽게 대사가 뛰어나왔다.

“클레어의…… 애인이야?”

“코리?!”

클레어가 소리를 질렀다. 눈을 동그랗게 떴던 테오가 삐죽 웃었다. 장난기 넘치는 얼굴이었다.

“글쎄?”

“글쎄는 무슨 글쎄야! 코리, 아니야! 테오 너도 아니라고 해!”

벌떡 일어난 클레어가 짜악! 하고 테오의 등을 내려쳤다.

그런 클레어의 모습에 아이들은 낯설었던 테오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뭐야. 키도 커서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잖아.’

클레어가 보육원을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또한 저렇게 혼이 났었다.

우스운 헤일리 로지와 서준의 연기에, 긴장이 풀린 아역배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대본에 적혀 있는 것과 같았다.

조지 스튜어트는 어쩐지 서준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보육원 1층, 원장실.

클레어와 테오가 소파에 앉고 원장 선생님이 차를 따라주었다.

“잘 지냈니? 어디 아픈 곳은 없고? 집은 편하고? 도시는 어때?”

“잘 지냈어요. 아픈 곳도 전혀 없구요.”

원장 선생님에게서 질문이 쏟아지자, 클레어는 환하게 웃으며 하나하나 답해주었다. 테오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셔보았다. 음. 그리고 그대로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레이필드의 늑대들이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 지금까지 맛은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에너지가 될 만한 것들은 다 먹어왔었지만, 마녀의 집에서 살면서 제법 ‘맛’이라는 걸 알게 된 테오였다.

이건 쓰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잘 마시는 원장이라는 사람과 클레어가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데 안경은 어쨌니?”

“아.”

원장의 물음에 클레어가 손을 들어 뺨 근처를 매만지며 하하 웃었다.

지금까지 쓰고 있던, 불편했던 두꺼운 뿔테안경은 이제 없었다.

모두 마법의 힘이었다.

정말이지, 마법은 굉장했다.

하지만 원장 선생님께 자신은 마녀가 됐고 말하는 고양이가 생겼고 옆에 앉은 남자가 늑대인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클레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렌즈를 꼈어요.”

“그래? 잘 어울리는구나.”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옆에서, 테오는 원장실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태평한 것처럼 보이지만 잠깐잠깐 쥐었다 펴는 손이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테오는 또래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나이가 많은 늑대와 있는 것을 불편해했다. 지금까지 어린 테오에게 원망을 쏟아냈던 것이 어른들이었으니까.

‘인간은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론 늑대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 났지만.’

훠어얼씬.

이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클레어가 가져온 쿠키를 한 입 베어 물던 테오의 눈에 창문이 들어왔다. 정확히는 창문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테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몇 쌍의 눈동자는 테오가 먹고 있는 쿠키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는 테오의 시선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클레어와 원장도 고개를 돌렸다. 원장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 아이들이 에헤헤 웃으며 창문 아래로 쑥- 사라졌다.

“테오가 궁금한가 봐요.”

“그런가 보네.”

원장과 클레어가 웃음을 터뜨렸다.

“테오. 밖에서 애들이랑 놀아줄래? 쿠키도 나눠주고.”

“그래!”

언제 나가나 싶었는데, 잘됐다.

테오가 벌떡 일어나 한쪽에 놓여 있던 쿠키 상자를 챙겼다.

‘애들하고 놀아주는 거야 쉽지!’

꼬리가 없긴 하지만, 자신은 주먹만 한 고양이보다 훨씬 강한 늑대인간이었다.

도망간 몰리를 한 번 비웃어준 테오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멈칫했다.

문앞에 자신을 올려다보며 눈을 번뜩이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래. 반짝이 아니라 번뜩.

“애들아. 테오가 놀아준대. 이 형 엄청 튼튼한 형이니까, 재미있을 거야.”

클레어의 의미심장한 말에 어쩐지 아이들의 눈이 더욱 번뜩이는 것 같았다. 낯선 사람에게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거칠 것은 전혀 없었다.

“어…… 잠깐만…….”

클레어.

하고 부르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에 테오는 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테오를 내보낸 클레어가 작게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

와아아아!!

아이들의 환호성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 들렸다.

“괜찮겠니?”

“괜찮을 거예요. 체력 하나는 대단하거든요. 그리고 여기보단 밖이 편할 거예요.”

“그래 보이더구나.”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원장과 클레어만 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어떤 아이니?”

차를 마시며 클레어가 생각에 잠겼다.

“착한, 음. 착하지는 않지만 나쁜 애도 아니에요. 힘든 일이 많아서 방어적이지만요.”

“그렇구나.”

“제 일도 많이 도와주고, 좋은 녀석이에요.”

잘 지내는 듯한 모습에 원장의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아, 원장선생님. 저 어쩌면 어머니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말하는 클레어의 얼굴이 기대와 설렘으로 활짝 피었다.

* * *

잠시 후.

클레어가 마당으로 나왔다. 원장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서 나가는 중에 아이들과 테오를 한번 볼 생각이었다.

“잘 놀고 있으려나? 테오라면 괜찮겠지?”

그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클레어…….”

지친 듯한 테오의 목소리에 클레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사이 잘생긴 테오의 모습이 굉장해졌다.

꺄르르 웃는 막내를 안고 있는 테오는 얼굴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고무줄들로 삐죽삐죽 묶여 있었다.

물론 여전히 잘생겼긴 했지만.

웃겼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알고 싶어?”

나지막한 테오의 말에 클레어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쿠키를 먹으려고 앉았다가 갑자기 소꿉놀이라는 걸 시작했어. 뭔지 모른다고 하니까 날 아기로 만들더라고. 이건 아기는 머리를 묶는다면서 묶어 놓은 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미용실 놀이를 시작하고는 다 같이 달라붙어서 내 머리를 이렇게 만들었어. 화장한다면서 스티커도 붙였지.”

“나도 스티커 붙였어! 이거!”

테오에게 안겨 있던 막내가 테오의 볼을 가리키며 신나서 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날 보고 마왕이래.”

“맞아! 마왕이야!”

“이게 꼭 뿔같이 생겼다나? 그리고는 자신들은 도망칠 테니까 나보고 잡으라고 하더라고. 그렇게 쫓고 도망치다가 얘가 넘어진 거야. 다친 곳은 없는지 들어서 살펴보는데, 이번엔 내가 드래곤이 됐더라. 공주님을 납치한 드래곤. 그래서 지금 쫓기고 있는 중이야.”

다다다-

테오는 잠시도 쉬지 않고 말했고, 테오에게 안긴 막내가 간간이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클레어는 부들부들 떨었다.

테오가 그런 클레어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달리는 거 보니까 늑대인간 뺨치던데, 얘네 사실 인간이 아닌 거 아니야?”

진지하게 물어보는 테오에, 클레어는 결국 빵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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