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854화 (85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54화

-새벽부터 서준 오빠 글로 가득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쿠키ㅋㅋ

=자려다가 서준이 글 보고 다시 벌떡 일어나서 스태프들 부럽다 100번 씀.

=저도요ㅠㅠ

-진짜 쿠키 팔아줬으면222 바로 살 텐데.

=근데 사고 싶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새싹이 너무 많아서 사기도 전에 품절 뜰 듯.

=22 제 건 없겠죠ㅠㅠ

-이젠 쿠키까지 주다니…… 진짜 진로를 영화계로 잡아야 할 듯. 퇴직할 때까지 일하면 언젠가 서준이랑 한 번은 만나지 않을까.

=앜ㅋㅋㅋ

[제목: 서준이가 오늘(촬영 있는 날) 야구장에 간 이유(추측 그러나 백퍼 확신함)]

잭 스미스 선수(LA다저스 소속) 때문인 듯.

다들 알다시피 잭 스미스는 서준이 친구임.

그것도 서준이가 돌도 되기 전에 미국에서 만나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진짜진짜 오래된 친구임. (서준이 20살 기념 포토북 사진에도 있을 정도)

그런 친구가 경기하는데 보러 갈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할 텐데. 그동안은 목격담이 없었음ㅋ

4월부터 10월까지 경기 시즌인데! 촬영 or 놀러 미국 갔으면 친구 보러 한 번쯤은 갔을 텐데! 서준이 목격담은 1도 없었음.

즉, 조용히 보러 왔다가 조용히 보고 간 거라는 거지.

근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목격담이 나왔음. 그냥 목격사진+영상도 아니고 전광판에 나와서 전 세계 생중계로ㅋㅋㅋ

아마 서준이가 이렇게 화려하게 나타난 건 잭 스미스의 슬럼프 때문인 듯.

오늘 경기 본 새싹이라면 ‘갑자기 웬 슬럼프?’라고 하고 의아할 텐데, 얼마 전 경기부터 잭 스미스는 안타를 전혀 못 치고 있었음.

잘하다가 갑자기 꽉 막히니까 다들 큰일이다, 슬럼프구나, 하고 생각했음. 점점 시간이 지나면 더 심해질 거라는 추측도 있었음.

그 추측대로 오늘 경기에서도 6회 말까지 안타 1도 못 쳐서 연타석 무안타 기록만 남김ㅠㅠ 이러다 20타석, 40타석까지 가다가 벤치>>마이너로 가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음.

잭 스미스 본인도 엄청 힘들었을 거임.

오늘도 이렇게 무안타로 마무리하나 싶은 그때.

서준이가 전광판에 나옴ㅋㅋ 오늘따라 더욱 반짝반짝한 얼굴로ㅋㅋㅋ

다저스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뀜. 그냥 인사하고 손만 흔드는데도 다들 와- 하고 감탄하면서 술렁거리는 게 보임. 이게 바로 슈퍼스타의 위엄ㅋㅋ

여튼, 잭 스미스 응원하러 온 거구나! 라고 생각함.

그리고 슬퍼짐. 친구가 응원해 줘도 이번 슬럼프 극복하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음.

서준이랑 잭 스미스 마음만 아프겠다 싶었는데,

잭 스미스가 홈런을 침ㅋㅋ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도 홈런ㅋㅋㅋ

생중계로 보고 있었던 사람들 다 멍해짐ㅋㅋ

진짜ㅋㅋ영화도 이렇게는 안 만들겠다 싶었음. 연속 무안타였다가 2타석 홈런을 친 거임ㅋㅋㅋ 게다가 지고 있던 팀을 역전까지 시킴ㅋㅋ

서준이의 응원 덕분이겠지? 하고 혼자 들떠 있었는데,

잭 스미스 선수가 경기 끝나고 인터뷰에서 말함.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촬영 중이라 힘들 텐데 와준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 큰 힘이 됐다.’

ㅠ진짜 영화 같음ㅠ

결론.

친구가 슬럼프라서 응원하러 간 거.

그리고 그 응원은 100퍼센트 효과를 발휘했다.(두둥!)

-경기 보다가 나도 모르게 마시던 거 뱉음. 서준아 니가 왜 여기서 나와?

=22 진짜 경기 보다가 놀람.

-친구는 닮는다더니, 슬럼프 극복을 굉장히 화려하게 하네ㅋㅋ

=그러니까ㅋㅋㅋ

-이 에피소드로 영화 하나 만들자. 서준아.

=22 쉐앤나처럼 잭 스미스도 특별출연하고ㅋㅋㅋ

=33 야구는 안 보는데, 영화 나오면 규칙 다 공부해서 간다.

=ㅋㅋㅋㅋ

-오. 방금 SNS에 글 올라옴. (서준 리, 잭 스미스 홈런 예고. 링크) 서준이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이래.

=ㅋㅋ아니, 왜 타자도 아니고 서준이 네가 홈런 예고를 하냐고ㅋㅋ

=서준 리:“쟤 지금 컨디션 최고예요. 아마 이번에 홈런 칠걸요.” >>진짜 쳤음;;

=진짜 20년 지기 친구긴 하구나ㅋㅋㅋ

=ㄴㄴ 20년 지기 친구라도 다 이렇지는 않습니다.

=22 친구에 대해서 잘 알긴 하지만, 친구가 홈런을 칠지 안 칠지는 몰라요.

=33 게다가 저긴 메이저리그인 걸.

=ㅋㅋㅋㅋ

-서준이 채널에 새 영상 올라왔다!! (링크)

=아니,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요ㅠ

=서준이 친구랑 노는 거 보니까 너무 좋다ㅠㅠ

=잭 스미스도 즐거워하는 게 보임ㅠ 이래서 뭐든 즐겁게 해야 하는 거ㅠㅠ

=……근데 노는 거 맞죠? 훈련이 아니라?

=22 무슨 메이저리그 훈련 중인 줄.

=앜ㅋㅋㅋ

* * *

다음 날.

서준과 최태우는 잭 스미스의 집에서 촬영장으로 곧바로 출근했다.

“어제 경기 잘 봤어!”

“헤일리도 봤어요?”

“준이 나온다고 해서 봤지! 홈런 되게 잘 치더라, 친구.”

하하.

헤일리 로지 말고도 제법 친해진 스태프들도 서준을 보며 어제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잭 스미스가 슬럼프를 극복해서 다행이라는 이야기에 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잭 스미스 선수 오늘 경기도 잘하겠죠?”

“네. 그럴 거예요.”

3대째 LA다저스의 팬이라는 분장팀 스태프의 기대와 걱정이 섞인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처럼.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도 몰랐다.

비 온 뒤에는 땅이 굳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서준의 예상대로.

잭 스미스는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을 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 * *

이번 촬영은 야외 촬영이었다.

배경은 ‘클레어 매닝’이 지냈던 보육원으로, 넓은 마당이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수가 머물 수 있는 커다랗고 오래된 건물이 있는 곳이었다.

물론 미술팀이 열심히 만든 세트장이었다.

넓은 야외세트장.

바쁘게 이곳저곳을 오가며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서준의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런 익숨함에 낯섦이 슬그머니 들어왔다. 높은 음정의 웃음이 가득한 목소리들이었다.

“시끌벅적하네.”

“그러게요. 그래도 좋지 않아요?”

최태우의 말에 서준이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촬영할 장면은 보육원과 조금 떨어진 도시에 자리를 잡은 ‘클레어’가 쿠키가게를 열기 전 ‘테오’와 ‘몰리’와 함께, 원장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나러 간 장면이었다.

그렇다.

아이들이 있었다.

“세상에! 준이야!”

“우아아아!”

“사인! 사인받고 싶어!”

“멋지다. 진짜 진 나트라야.”

촬영 전에 조금이나마 친해지라며(물론 편하게 관리하고 싶은 의도도 있다.) 촬영장 한쪽에 모아둔 아이들이 서준을 보며 눈을 빛냈다.

각자 나름대로 목소리를 죽이고 말하는 듯했지만,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전부 들려왔다.

“아냐! 그레이야!”

“어. 음. 진 나트라도 맞아.”

“아니야! 그레이 바이니야! 이렇게! 이렇게! 바이올린을 켜는!”

‘진 나트라’와 ‘그레이 바이니’를 연기한 배우가 같은 사람인 줄도 모르는 어린아이부터, ‘나이트 진’도 아니고 ‘진 나트라’가 최애인 제법 큰 아이까지. 나이대가 다양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모습에 서준과 최태우는 물론이고 스태프들까지 웃음을 터트렸다.

“준이 연기했으니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맞아. 맞아.”

어느새 다가온 윌마 감독과 헤일리 로지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잘 모르더라고.”

헤일리 로지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헤일리 로지가 인기를 얻은 드라마는 20대부터가 주 시청자였었다.

‘10대 후반이면 몰라도.’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가 10대 초반인 무리에서 아는 사람이 있는 게 더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나처럼 이것저것 봤으면 알지도 모르지만.’

나이제한이 있는 작품들이면 몰라도,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든, 어른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든, 다큐멘터리 같은 진지한 작품이든, 평화롭고 한적한 작품이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나오는 것이라면 눈을 반짝이며 전부 봤던 서준처럼, 독특하고 특별한 아역배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었다.

“걱정 마세요. 이번 영화로 아이들도 헤일리를 엄청 좋아하게 될 거예요.”

“그렇겠지? 맞아. 애들도 워낙 좋아하는 소설이니까!”

서준의 말에 헤일리 로지가 활짝 웃었다.

영화 [뉴 이클립스]가 소설 [이클립스]만큼의 인기를 얻는다면 지나가던 아이들도 자신을 보며 ‘어! 클레어다!’ 하고 외칠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 영화가 성공할 거라는 건 확정이지.’

무려 그 서준 리가 나오는 영화가 아닌가!

헤일리 로지는 이렇게 흥행 부담이 없는 촬영은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기…… 안녕하세요. 리.”

그렇게 서준과 헤일리 로지, 윌마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틈을 보던 소년이 어느새 다가와 입을 열었다. 많이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였다.

“저는 조시 스튜어트예요. 정말, 정말 팬이에요. 준, 아니 리가 나오는 작품도 다 봤고…… 그리고, 그리고…… 아, 이 아이들도 전부 준의 팬이래요.”

가장 나이가 많은 형, 조시 스튜어트의 뒤로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형, 누나의 옷을 고사리만 한 손으로 잡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언제 이렇게 친해졌는지.

어른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귀여워!

헤일리 로지의 작은 혼잣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수빈이와 은수, 그리고 앤드류 워커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다.

‘나중에 앤드류한테 연락해야지.’

[생존자들]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열심히 활동 중인 아역배우를 생각하며, 서준은 무릎을 굽혀 아이들과 눈을 맞추었다.

“제 팬이라니 정말 고맙네요. 다들 만나서 반가워요. 준이라고 불러주세요.”

어……?

조시 스튜어트와 몇몇 철이 일찍 든 아이들이 눈을 끔벅였다.

아역배우로서 촬영을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앤드류 워커처럼 유명한 아역배우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로만 여겼다.

아니, 그 정도면 다행이지.

때때로 짐처럼 여기기도 했다. 아역배우가 나오는 장면이면 한숨부터 쉬는 사람들도 있었고, 숨긴다고 숨기지만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친절한 사람들도 있다. 아니, 더 많았다.

윌마 에반스 감독님도, 헤일리 로지 배우도 아주아주 친절하고 상냥했다.

‘하지만…….’

서준 리 배우는 뭐랄까, 느낌이 조금 달랐다.

“오늘 촬영 잘 부탁할게요. 우리 같이 멋지게 연기해 봐요.”

부드럽게 웃는 서준 리의 표정에서, 조시 스튜어트는 조금이나마 그 ‘다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배우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 아이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같은 배우에게.

어른들은 아직 어리다고 무시할지도 모르지만, 아역배우라는 직업에 제 나름대로 진심인 아이들의 마음이 벅차올랐다.

“! 네! 열심히 할게요!”

“네에!”

그걸 알아챈 큰 아이들과, 잘은 모르지만 서준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 것 같은 어린아이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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