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53화
[스트라이크!]
으아아아!!
해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 쏟아졌다.
[쓰리아웃! LA다저스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됩니다!]
4:6
LA다저스의 승리였다.
LA다저스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잭!! 잭 스미스!!”
“내가 진짜 사랑한다아악!!!”
슬럼프에 발을 살짝 담갔던 선수가 오늘 두 번이나 홈런을 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다니.
오늘만큼 짜릿했던 경기도 없으리라.
끄아아악!! 하고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던 팬들 중 일부가 아!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저기 서준 리가 있었는데,
“없네?”
없었습니다.
텅 비어 있는 세 자리를 보며 팬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생겨났다.
9회 말 경기에 너무 집중했나 보다.
하지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는 9회 말까지 모르는 법이니까. 2점 차이는 잭 스미스가 그랬듯, 홈런 한 번으로도 뒤집어질 수 있는 점수였다.
LA다저스의 투수가 한 구 한 구 던질 때마다 숨도 안 쉬고 집중할 수밖에.
“얼굴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괜찮으면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그래서 일찍 나간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우리만이 아니니까.”
하긴. 지금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 관중들과 저기서 ‘아빠? 나이트 진은?’ 하고 묻는 아이들을 보면 일찍 자리를 떠난 것도 이해가 갔다.
이미 사라져 버린 스타는 어쩔 수 없지.
LA다저스 팬들은 아쉬움을 삼키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2연타석 홈런을 날린 잭 스미스에 슈퍼스타 서준 리까지 보게 되다니.
오늘 진짜 역대급 경기였다고 생각하면서.
* * *
9회 초가 마무리되고, 9회 말 첫 투구가 시작될 때쯤 자리에서 일어난 서준은 최태우와 함께 스타디움 주차장에 주차된 차 안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킹즈 에이전시 직원은 서준을 차까지 데려다 준 후 퇴근했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다시 희희낙락한 얼굴로 경기장으로 돌아가 다른 자리에서 남은 경기를 보는 중이었다.
‘아마 맥주 마시고 있지 않을까?’
서준이 작게 웃으며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LA다저스의 투수가 마지막으로 공을 던지는 게 보였다.
스트라이크일까, 안타일까.
하고 고민할 틈도 없이, 경기장에서 와아아악!! 주차장까지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서준과 최태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LA다저스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시간 차 때문에 뒤늦게 들려온 해설이 도장을 쾅 찍었다.
친구의 승리였다.
“기다린다고 연락했어?”
최태우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문자 남겼어요. 나중에 연락 오면 움직이면 돼요. 인터뷰도 해야 하고 감독님이나 팀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까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몰라요.”
“그래. 알았어.”
서준과 최태우는 잭 스미스를 기다리면서 각자 할 일을 했다.
서준은 앞으로 있을 촬영을 위해 몇 번이고 읽었던 대본을 다시 읽어내려갔고, 최태우는 노트북을 꺼내 코코아엔터에 보낼 보고서를 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 * *
“어떻게 하면 전광판으로 등장할 수 있는 거야?”
운전석에 앉은 최태우에게 인사한 잭 스미스는 자리에 앉자마자 서준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담긴 놀람과 황당함과 웃음에, 서준과 최태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너랑 통화할 수 있냐고 홍보팀에 물어봤는데, 그런 제안을 해주더라. 나야 뭐, 잭 너한테 왔다는 것만 알리면 괜찮을 것 같아서 승낙했지.”
“아, 홍보팀. 거기 일 잘하지.”
잭 스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팀과 연락했으면, 그냥 서준이 경기를 보는 중이라는 말만 전달했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엄청 놀랐다니까.”
열심히 일하고 온 잭 스미스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놀란 것치고는 잘하던데?”
그런 친구를 서준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촬영장에서부터 부랴부랴 멘탈케어 능력들을 가지고 왔지만 단 하나도 쓰지 못했다. 조금 허무할 법도 했지만, 서준은 오히려 좋았다.
‘잭이 혼자 슬럼프를 극복할 정도로 멋지게 성장했다는 증거니까.’
“많이 컸네.”
“뭐?”
“응. 잘 컸어.”
“갑자기?”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서준을, 잭 스미스는 떨떠름하게 쳐다보았다.
* * *
일찌감치 독립한 잭 스미스의 집.
서준과 최태우, 잭 스미스는 냉장고에 들어 있던 음식들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고 가는 건 어때? 지금 돌아가면 힘들 것 같은데. 야구도 해야지.”
“어? 할 거야?”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잭 스미스의 눈이 더 커졌다.
“안 할 거야?”
“아니, 그건 네 슬럼프 때문에 기분 전환 삼아 하자고 한 거니까. 극복했으면 할 필요는 없지 않아?”
“슬럼프 재발한 듯.”
전혀 재발한 것 같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는 잭 스미스에 서준과 최태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하지, 뭐. 우리가 잘 곳은 있어?”
“집이 이렇게 큰 데 없겠어?”
하긴.
혼자 살기에는 큰 이층집이긴 했다.
1층에는 운동기구가 잔뜩 있는 개인 짐(Gym)이 있었고, 뒷마당에는 본격적으로 야구 훈련을 해도 될 것 같은 장비들과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손님방 많아. 편하게 입을 만한 옷이랑 새 칫솔 같은 것들도 있고. 팀원들이 가끔 놀러 오거든.”
그렇게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묵고 가기로 했다.
저녁 식사 후, 최태우는 손님방으로 향하고 서준과 잭 스미스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야구공과 글러브, 배트가 거기에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달칵- 스위치를 켜는 소리와 함께, 잭 스미스의 집 뒷마당이 환해졌다.
서준이 감탄했다.
마운드 위의 배팅머신부터 야구장의 그라운드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땅바닥, 그리고 날아가는 야구공을 막기 위한 그물까지.
“진짜 제대로 해놨구나.”
“이 정도쯤이야.”
잭 스미스가 히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마운드 위의 배팅머신을 치운 서준과 잭 스미스는 각자 글러브와 야구공, 배트를 들었다.
“시작할까?”
“그래.”
마운드에 오른 서준이 능숙하게 자세를 취했다.
글러브를 안에서 야구공을 고쳐잡고, 들어 올린 다리를 앞으로 힘껏 내디디며 릴리스.
그 부드러운 동작에서 나온 공은 아주 빠르게 날아갔지만, 잭 스미스는 익숙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타앙- 하고 배트와 부딪힌 공이 허공으로 날아가 그물과 부딪혔다. 그물이 출렁거릴 정도의 힘이었다.
“서준아. 잭.”
손님방 창문이 열렸다. 최태우였다.
“이거 영상으로 찍어도 될까?”
“전 괜찮아요, 잭 넌?”
“나도 괜찮아.”
두 사람의 허락에 최태우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타앙- 타앙-!
새하얀 공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빠른 공을 던지던 서준이 갑자기 느린 곳을 던졌다. 으핫, 하고 잭 스미스가 헛스윙을 했다.
그 웃긴 모습에 서준이 어린아이처럼 웃음을 터트렸고, 잭 스미스도 이내 따라 웃었다.
때때로 스트라이크 존과 상관없이 멀찍이 던지기도 했고, 거의 맞추라는 식으로 하늘 높이 던져주기도 했다.
잭 스미스가 투수로, 서준이 타자로 서기도 했는데, 둘 다 아주 잘 던지고 잘 쳤다.
“잠깐 쉴까?”
“그래.”
냉장고에서 마실 것을 꺼내온 잭 스미스가 서준에게 하나 던져주었다. 마당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서준이 음료수의 뚜껑을 열었다.
손님방 창가에서 촬영하고 있던 태우 형은 필요한 만큼 찍었는지, 어느새 들어간 상태였다.
“그래서 슬럼프의 원인은 뭐야?”
“으음.”
서준의 직접적인 물음에 맞은편에 앉은 잭 스미스가 입을 열었다.
“그게…… 여기가 워낙 성적이 중요한 곳이잖아.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바빠서 신경을 쓰느라 못 느꼈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까 동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아하.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았다. 붙임성 좋은 잭이라면 힘들었을 거다.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은 반갑지만, 그 말은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는 거니까.”
잭 스미스가 쓰게 웃었다.
“친한 사람들이 그렇게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 조금 힘들더라고. 그래도 시간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쌓이다가 터져 버린 것 같아.”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큰 변화 없이 친한 동료들과 하하호호 즐겁게 야구를 했던 잭 스미스에게는 조금 힘들었던 모양이다.
“준 너 같이 다른 걸 좋아해서 떠나는 건 괜찮잖지만, 야구를 하고 싶은데 떠나는 모습을 보면 괴롭더라고. ……또 그게 내 모습이 될 것 같아서 무서웠던 거지.”
실력을 걱정하느라 슬럼프 빠지고 결국 실력이 하락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였다.
“알 것 같아.”
“알 것 같다고?”
천하의 서준 리가?
하고 바라보는 잭 스미스에 서준이 삐죽 웃었다.
“왜? 나는 걱정하면 안 돼?”
“걱정할 만한 실력이 아니니까 그러지.”
자신도 야구 쪽으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서준은 차원이 다르지 않나.
잭 스미스의 말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앞으로 일은 모르는 거니까.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너라면 지옥에 떨어져도 돌아올 것 같은데.”
“연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준 네가?”
“연기에 흥미가 사라질 수도 있고.”
“그건 진짜 아니다.”
“……야.”
“넵.”
잭 스미스가 입에 지퍼를 채우자, 미간을 찌푸렸던 서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튼, 앞날은 모르는 거니까 지금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자는 거야. 미래를 대비해서 열심히 연습하면서.”
그말을 가장 잘 지키고 있는 배우의 말에 잭 스미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생각이었어. 마이너로 내려가도 야구하는 건 재미있을 테니까. 그리고 동료들은…… 프로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있는 법이었다.
“고민 생기면 말해. 꾹꾹 묵혀두니까 터지는 거야.”
“알았어.”
적당히 쉰 서준과 잭 스미스가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근데 솔직히 준 네 앞날은 알 것 같은데.”
잭 스미스의 말에 글러브를 끼던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모르는 걸 잭이 안다고?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모습으로, 건강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을 것 같아.”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하필 건강하지 않은 캐릭터야?”
“네가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서.”
새싹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대답이었다.
* * *
[제목: 서준아, 무슨 일이야?ㅋㅋ]
못 보는 날이 더 많은데, 오늘은 2번이나 나타나서 새싹은 정말 행복합니다.
하나는 쿠키지만ㅋㅋ
먼저 새벽에 [뉴 이클립스] 스태프 SNS에 올라온 서준이가 만든 쿠키.
(작은 초코 쿠키 사진.)
내가 안 가져온 거 아님. 서준이 사진은 없고 쿠키 사진만 있음ㅋㅋ 촬영 중이라서 그런가 봄ㅋㅋ
근데 이클립스에 쿠키가게 나온다고 쿠키 구운 건가ㅠㅠ?
너무 귀엽고 맛있어 보임ㅠㅠ 나도 줘ㅠ
서준이 요리 잘하는 건 잘 알고 있었는데, 스태프들 전부가 맛있다고, 레시피 물어봤다는 거 보고 다시 한번 깨달음.
우리 애 요리천재입니다!
그렇게 새벽 내내 부러움에 질투하고, 시기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미워할 무렵. (이성: 안 자냐? 아침에 출근 안 해? 감성: 서준이 쿠키ㅠㅠㅠㅠ)
서준이 2번째 목격담이 조금 전 뜸ㅎㅎ 장소는 다저스 스타디움
(전광판에 나오는 서준 사진)
사복 서준이ㅠㅠ 너무 좋음ㅠㅠㅠ
일하는 도중에 서준이 메이저리그 생중계 나온다는 소식 듣고, ‘뭐야, 그거 어떻게 보는 건데!?’ 했음ㅋㅋㅋ너무 급해서 메이저리그 보는 상사에게 물어볼 뻔;;;(일하는 중인데ㅋㅋ)
하지만 나중에 다시보기로 봐야 함ㅠㅠ
예고 좀 해주시라고요ㅠ인터넷 생중계라서 사이트 터져서 아직도 방송은 못 보고 있잖아요ㅠㅠ
그래도 지금 스타디움에 있었던 관중들이 찍어준 목격 사진과 영상들 올려주고 있으니까 그거 보고 있음! 다들 봐봐ㅠㅠ 응원하는 서준이 너무 좋고요ㅠ
여튼, 서준이가 2번이나 나타나서 정말 행복한 하루(일은 손에 안 잡히지만. 월루ㅎㅎ)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음ㅎㅎㅎ
+)코코아엔터가 서준이 레시피로 쿠키 팔아줬으면!
아니면, [뉴 이클립스] 홍보 이벤트로 팔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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