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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44화 (84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44화

아침 식사가 끝난 후.

마녀와 늑대인간과 검은고양이가 거실에 모였다.

“괜찮아. 안 줘도 돼.”

어느새 다시 의뢰비 이야기를 시작해 늑대인간의 발톱까지 달라고 말하는 몰리와 고민하는 테오를 보며, 현대인 클레어가 단호하게 말했다.

“왜? 늑대인간 발톱이면 굉장한 물건을 만들 수 있어, 클레어!”

“발톱을 뽑는다니, 아프잖아.”

자신의 손톱을 만지작거리는 테오를 본 클레어가 으, 하고 몸서리를 쳤다.

“털하고 피도 필요 없어.”

“그건 안 아파! 머리카락 뽑는 느낌일걸? 피도……!”

“필요 없어.”

아아아!

귀중한 재료를 못 알아보는 어린 마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몰리가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그럼 의뢰비는 어떻게 하려고? 공짜로 해주려고?”

몰리가 벌떡 일어나 물었다. 테오의 시선이 느껴졌다.

“글쎄…….”

클레어는 고민했다.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마법의 ㅁ도 모르는 마녀라면 오히려 테오가 위험한 게 아닐까.

클레어는 소파에 앉아 있는 테오를 바라보았다.

바짝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는 늑대인간은 어제 클레어가 사 준 옷을 입고 있었다.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체격이 건장했다.

“그으럼…….”

가진 건 건장한 체격과 잘생긴 얼굴밖에 없는 빈털터리를 바라보던 클레어가 말을 끌다 입을 열었다.

“내 일 좀 도와줄래?”

“……난 마법은 전혀 모르는데.”

주춤하고 말하는 테오에 클레어가 빙그레 웃었다.

“마법 말고 다른 일. 쿠키 가게를 여는 걸 도와줘.”

그에 테오와 몰리가 동시에 눈을 끔벅였다. 어쩐지 비슷한 얼굴에, 클레어가 속으로 작게 웃었다.

“쿠키…… 가게?”

“응. 여기 1층이 상점가잖아. 바로 옆엔 옷가게랑 소품가게가 있고.”

클레어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1층의 거실이랑 주방을 가게로 만들 생각이야. 2층은 내가 생활하는 공간으로 쓰고.”

클레어가 주변을 둘러보자, 테오와 몰리도 같이 고개를 돌렸다.

마녀와 늑대인간과 고양이가 앉아있는 거실과 거실과 이어져 있는 주방.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세탁실과 화장실과 작은 방,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래서 거실이랑 주방을 리모델링할 생각이야. 물론 전문가도 쓰겠지만, 돈을 아껴야 해서 혼자서 할 생각이었거든. 힘쓸 일이 많을 것 같으니까 테오 네가 도워줬으면 좋겠어.”

클레어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떤 식으로 공사를 할 것인지 신 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테오가 말했다.

“정말…… 그것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하지만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어의 모습에도, 테오는 뭔가 조금 찜찜한 얼굴이었다.

그때, 몰리가 말했다.

“클레어, 집 공사는 마법으로 하면 돼.”

* * *

세트장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거실과 주방, 세탁실과 화장실, 작은 방과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세트장이었지만, 바뀐 세트장은 쿠키가게의 (인테리어 전의 텅 빈) 홀과 주방이 추가된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클레어의 집’의 크기가 약 2배 정도로 커졌다는 거다.

‘마녀의 집이니까.’

마법으로 공간의 크기도 늘릴 수 있는 거다.

영화 속에서는 CG를 이용해, 벽들이 자유롭게 움직여서 집과 가게를 벽으로 나누는 모습으로 나올 거다. 소설에서처럼 말이다.

서준은 새로운 세트장을 둘러보았다.

이제부터 ‘클레어’와 ‘테오’, ‘몰리’가 만들어나갈 쿠키가게는 아직 텅 비어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미술팀이 하나하나 꾸며나간다고 들었다.

할리우드 미술팀이 대충 할 리는 없을 테니, 진짜 가게 하나를 만드는 기분일 것 같았다.

‘쿠키라…….’

나중에 한 번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다음 신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촬영에 집중하고.

서준은 웃으며 세트장 위로 향했다.

* * *

그렇게 테오는 노동력으로 의뢰비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청소할 필요는 없는데…….’

도와달라는 건 선반이나 탁자를 만들어 설치하거나 벽지를 바르는 등 인테리어와 관련된 것이었지, 아침부터 집과 마당을 청소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창문 유리를 닦고 있는 테오를 보며 클레어는 볼을 긁적였다.

벌써 삼 일째.

청소뿐만이 아니라, 클레어가 하는 일도 전부 먼저 나서서 하거나 돕고 있는 테오였다.

‘아침부터 청소하는 건 맞겠지?’

밖과 안으로 나날이 번쩍거리는 집을 보니 잠도 안 자고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테오. 나 우유 줘.”

“알았어.”

조금 불편하고 어색한 클레어와 달리, 몰리는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이제 숫제 자신의 세상이었다.

‘말려도 듣질 않으니.’

테오 본인도 괜찮다고 하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클레어가 입을 열었다.

“몰리. 테오. 재료 사러 가자.”

“외출!”

몰리가 단번에 거실 한쪽에 놓여 있는 고양이 가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밖이 보이는 백팩이었다.

클레어가 백팩을 메고, 테오를 바라보았다.

테오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오늘도 안 나갈 거야?”

처음 클레어의 집에 발을 디딘 후로, 집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 테오였다.

필요한 옷이나 물건들을 직접 고르라고 해도 괜찮다고, 없어도 된다고 했다. 그래도 클레어는 사다 줬지만.

‘돈 때문에 그런가.’

“난…… 집 지키고 있을게.”

오늘도 그랬다.

‘어쩔 수 없지.’

결연해 보이기까지 하는 테오에,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우리끼리 갔다 올게. 아, 그리고 청소 더 안 해도 돼.”

“……응.”

대답이 늦는 걸 보니 또 청소를 할 생각인가 보다.

대체 왤까.

클레어는 쓰게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잔디 깎는 기계가 없는데도 깔끔한 마당과 담이 보였다.

다 테오가 한 거다.

잠깐 마당을 둘러본 클레어는 나무로 된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깨끗한 안쪽과는 전혀 다른 조금 지저분한 담벼락과 정돈되지 않은 담쟁이넝쿨이 보였다. 테오가 전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겨우 몇 걸음인데.

왜 집에서 나오지 않는 걸까.

배웅 나온 테오의 운동화가 대문 바로 앞에 섰다. 절대로 저기를 건너오지 않았다.

“조심해서 다녀와.”

“응.”

테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클레어는 집을 나와 마켓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뒤를 보았다.

대문 안에 테오가 서 있었다.

자유롭게, 언제든지 나갔다 들어올 수 있는 나무 대문을 마치 무언가 막고 있는 듯이, 결계라도 있는 듯이, 가만히 바라보며.

이내 등을 돌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테오를 보며.

클레어는 문득 테오가 왜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인지, 집을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어!”

이제 완벽하게 테오가 자기 밑이라고 확신한 몰리는, 테오의 어깨에 뒷발을 딛고 머리에 앞발을 디뎌 마치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사자처럼 서서 테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응.”

그걸 또 테오는 꼬리만 개처럼 다 들어주고 있었다.

어깨 위 몰리가 조막만 한 앞발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가게를 가리키면 테오는 마치 몰리 전용 이동기계처럼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 이번엔 이쪽!”

늑대인간을 발끝으로 조종한다는 사실에, 몰리의 고개가 가면 갈수록 위로 솟아올랐다. 마치 초원을 지배한 사자의 그것 같았다.

그런 검은고양이와 늑대인간의 모습을 마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맛있어! 클레어의 쿠키가 최고야!”

이제는 간식으로 준 쿠키까지 뺏어 먹고 있었다.

테오가 쿠키를 처음 먹어 본 게 며칠 전인 걸 알고 있는 몰리인데도!

소파에 앉아, 부럽다는 얼굴로 몰리를 바라보는 테오의 모습에 클레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말해야 할 때였다.

“테오.”

“어?”

몰리가 신나게 테오의 쿠키를 먹고 있을 때, 클레어가 테오를 불렀다.

그에 테오가 놀란 듯 어깨를 움찔하고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하는 표정으로 클레어를 올려다보았다. 뭔가 TV나 너튜브에서 본 적 있는 강아지 같은 표정이었다.

“네 간식이잖아. 네가 먹어야지.”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는 클레어에, 찹찹, 쿠키를 먹던 몰리가 먼저 무언가를 눈치채고는 데굴 눈을 굴렸다. 아, 이거 뭔가 잘못 돌아가는데?

테오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몰리가 좋아하니까…….”

“그렇게 양보하지 않아도 여기 있어도 돼.”

테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청소를 하지 않아도, 하루종일 일을 하지 않아도 여기 있을 수 있어. 물론 도와주면 고맙겠지만.”

클레어가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서로 상처 입을 정도로 싸우지만 않으면, 몰리랑 싸워도 돼.”

씹고 있던 쿠키 조각이 소파에 떨어진 것도 모를 정도로 입을 쩍 벌린 몰리와 달리, 테오는 그저 멍하니 클레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가도 돼.”

클레어는 그제서야 테오의 민얼굴을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테오 네가 들어올 수 있게 열어 놓을게.”

그건 클레어와 부딪혔던 낯선 남자의 것도 아니고, 몰리와 싸우던 사나운 똥개의 것도 아니고, 기죽은 얼굴로 양보하는 저주 걸린 늑대인간의 것도 아니었다.

이런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듯한 외로운 아이의 얼굴이었다.

“…….”

테오가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찾지 못한 것인지 말을 뱉어내지는 못했다.

그런 테오를 배려하듯, 클레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테오 네 간식은 네가 먹어. 몰리 주지 말고. 몰리, 너도 테오 거 뺏지 마.”

“뺏은 거 아닌데! 테오가 줬는데!”

몰리가 펄쩍 뛰었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테오를 바라보았다. 마침 클레어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던 테오도 시선을 내려 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죽-

어쩐지 조금 물기가 서려 있던 테오의 얼굴에 심술궂은 미소가 떠오른 것 같았다.

그에 클레어도 웃었다.

확실히 기죽은 모습보다는 이런 모습이 훨씬 잘 어울렸다.

“그럼 새 간식 갖다 줄게. 아직 쿠키가 좀 남았을 거야.”

“앗! 클레어!”

나만 두고 가지 마! 하고 달려나가려던 몰리가 턱! 하고 날쌘 손에 붙잡혔다.

몰리의 노란 눈동자가 그 손을 따라 움직였다. 얌전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첫날에 만났던 성격 더러운 똥개가 거기에 있었다.

“우리 할 이야기가 많지, 몰리?”

아니, 히죽히죽 웃는 모습을 보니 요 며칠 부려 먹은 게 있으니 성격은 더 더러워졌을지도 몰랐다.

“클레어!!”

하고 부르는 몰리의 비명 소리를 뒤로한 클레어는 주방으로 향했다.

“자업자득이지.”

그동안 테오를 알뜰살뜰 부려먹은 대가는 치러야 할 터였다.

“늑대가 고양이 먹는다! 늑대가 고양이를 먹어!!”

다시 들려오는 몰리의 비명에 클레어는 웃고 말았다.

실팔찌도 있는 데다가 마녀의 집이 보호해 주니, 진짜 먹는 건 아닐 거다. 몰리도 잘 알고 있겠지. 엄살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오히려 신났으려나?’

고양이는 사냥 놀이를 한다는데, 저것도 그런 과격한 놀이 중에 하나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몰리의 목소리가 조금 신이 난 것 같기도 하다.

클레어는 어쩐지 앞으로 집이 참 시끌벅적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 어?”

그때, 몰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테오? 너 왜 그래? 클레어! 클레어!”

조금 전과는 달리, 진짜 다급한 듯한 목소리였다.

챙기던 쿠키와 우유를 내려놓은 클레어가 얼른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하며 돌아다니는 몰리와, 그 앞 소파에 쓰러져 있는 테오를 발견했다.

“테오!”

테오는 붉게 울든 얼굴로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온몸이 불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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