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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35화 (83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35화

사람들의 나지막한 환호성에 서준이 눈을 떴다.

진짜 자신의 몸에 달린 귀라면 움직이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텐데, 이건 아무리 집중해도 머리와 맞닿은 머리띠의 감촉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서준은 슬픈 생각을 이어나가며 손에 들린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 진짜 늑대 귀처럼 생긴 기계가 축 처져있는 것이 보였다.

“와!”

하고 서준이 놀라워하자마자, 쫑긋하고 위로 솟긴 했지만.

오오오!

축 처져 있던 늑대 귀가 서준의 놀람과 동시에 바짝 솟은 모습에 배우들은 또 한 번 탄성을 터뜨렸다.

“반응 속도 엄청 빠른데?”

“진짜 준이랑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준. 준. 다른 것도 해봐요. 다른 것도!”

브라이언 구델의 말에 서준도 신 난 표정으로 여러 가지 연기를 해보았다.

기쁨.

팔락.

오!

슬픔.

추욱-

오오!

화남.

바짝!

오오오!

서준과 배우들은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받은 어린아이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늑대 귀를 바라보았다.

기계적인 딱딱한 움직임은 전혀 없고, 진짜 동물의 귀처럼 부드럽고 생생하게 움직였다. 게다가 움직임의 범위도 넓었다.

귀를 바짝 세운 채 앞쪽으로 향하기도 하고 귀를 젖혀 서준의 머리 가까이에 붙이기도 했다. 가끔 실룩실룩거리는, 작은 근육의 떨림도 보였다.

“영상이랑은 완전 다른데?”

“그러게. 진짜 귀만 보면 눈앞에 늑대가 있다고 해도 믿겠어.”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준!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래. 잠시만.”

한껏 상기된 얼굴의 브라이언 구델을 본 서준이 웃으며 조심스럽게 늑대귀 머리띠를 벗었다. 작동하는 모습을 보니 이 늑대 귀에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이 들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실수로 떨어뜨렸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지.’

서준과 같은 생각인 듯 늑대 귀 머리띠를 받은 브라이언 구델의 손길도 조심스러웠다.

늑대 귀 머리띠는 언제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냐는 듯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와. 이게 진짜 그렇게 움직였다니…….”

“만져보면 완전 기계인데 말이야.”

배우들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브라이언 구델의 손에 들린 늑대 귀를 만지작거렸다. 털 때문에 부드럽긴 했지만, 딱딱하고 온기 하나 없이 차가웠다.

“저 써볼게요!”

브라이언 구델이 신난 표정으로, 그러나 조심스럽게 머리띠를 썼다. 모두 기대 가득한 얼굴로 이제 곧 움직일 늑대귀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서준이 들뜬 얼굴로 윌마 감독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저렇게 대단한 물건이 나오는 건지.

감정의 변화에 확실하게 반응하는 늑대 귀가 정말 놀라웠다.

그에 지금까지 조용히 서준이 늑대 귀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던 윌마 감독이 고개를 돌려 서준을 바라보았다. 윌마 감독의 얼굴을 본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이 표정 잘 안다.

역시 이서준.

역시 서준 리.

그런 감탄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역시 준…….”

봐라.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는 윌마 감독의 목소리에 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음. 근데 왜지? 이번에는 별거 안 했는데?’

서준이 한 거라고는 감정 연기뿐인데, 감정 연기야 배우들한테는 기본이 아닌가.

많은 배우들을 봐왔던 윌마 감독이 놀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서준이 막 입을 떼려던 찰나,

“어어어?”

브라이언 구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과 초조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서준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소리를 낸 브라이언 구델은 물론이고 배우들까지 당황한 얼굴로 늑대 귀 머리띠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해?”

“뭐야, 브라이언 뭐 건드렸어?”

그런 대화가 들렸다.

“무슨 일 있어?”

“준……! 감독니임……!”

브라이언 구델이 울먹울먹한 얼굴로 서준과 윌마 감독을 바라보았다. 불안함과 초조함, 억울함이 가득했다.

“어!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늑대 귀가 움직였다.

뒤로 누운 것이었다. 불안하고 무섭다는 표시였다.

울먹이는 브라이언 구델의 얼굴과 뒤로 누운 늑대귀가 참 잘 어울렸다.

‘성능은 확실하네.’

몇 번을 봐도 정말 신기한 늑대 귀였다.

“어? 어어?”

감탄하는 서준과 달리, 배우들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거 왜 움직여?”

응?

“어어, 다시 섰다!”

으응?

“아니, 눕는데?”

“움찔거린다…….”

“브라이언 뭐 하고 있는 거야?”

“저도 모르겠어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브라이언 구델은 금방이라도 펑펑 울 것처럼 울상이었고 배우들은 저마다 따로따로 말하고 있었으며, 늑대귀는 고장이라도 난 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고장?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브라이언, 혹시 그거 고장 난 거야?”

서준의 물음에 브라이언 구델의 눈이 더욱 크게 요동쳤다.

충분한 대답이었다.

브라이언 구델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고 서준의 옆에 서 있는 윌마 감독에게 물었다.

“가, 감독님…… 이거, 이거 비싸요……?”

훌쩍임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괜찮습니다.”

윌마 감독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고장 난 거 아니에요. 원래 그런 겁니다.”

……네?

그 말에 서준과 배우들이 눈을 끔벅이며 윌마 에반스 감독을 바라보았다.

“준, 다시 써보세요.”

“아, 네.”

윌마 감독의 말에 서준이 브라이언 구델에게서 다시 늑대 귀 머리띠를 받아 머리 위에 썼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다시 감정 연기를 해보았다.

기쁨에 팔랑 움직이고, 화남에 바짝 서고, 슬픔에 축 처지고…….

“멀쩡한데?”

자신의 의지, 그리니까 의도한 감정대로 움직이는 늑대귀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자, 브라이언 구델과 배우들이 저도 모르게 입을 쩌억 벌렸다.

윌마 감독이 댄 켄드릭을 불렀다.

“이번엔 댄이 써보세요.”

“……알겠습니다.”

댄 켄드릭이 늑대 귀 머리띠를 썼고, 서준과 배우들은 눈까지 감고 한껏 집중한 댄 켄드릭을 보았다.

움찔. 움찔.

그런데 조금 전 서준의 머리 위에서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던 늑대귀가, 댄 켄드릭의 머리 위에서는 움찔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닌가.

“아까도 이랬어요…….”

고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안심한 브라이언 구델이 말했다.

그에 서준과 배우들이 윌마 감독을 바라보았다. 윌마 감독이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뇌파가 약하고 일정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연기로 만들어낸 감정이 약하다는 뜻이죠. 신호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으니, 늑대 귀의 움직임도 이상했던 겁니다.”

“아…….”

그래서 아까 브라이언 구델이 울먹일 때는 제대로 움직였나 보다.

고장 났을까 봐 진짜 초조했을 테니까.

‘뇌파가 강했겠지.’

배우 중 하나가 물었다.

“그럼 약한 신호에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들면 되지 않나요?”

“시도는 해봤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배우가 연기하는 감정과 배우의 진짜 감정에 뒤섞여 버려서요.”

예를 들어 배우가 슬픈 연기에 집중한다고 하면,

‘슬픔’뿐만 아니라 ‘집중’에까지 늑대귀가 반응해서 축 처졌다가 쫑긋 섰다가 다시 축 처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윌마 감독의 설명에 서준과 배우들이 허어, 하고 탄식했다.

과학은 참 어렵고 대단했다.

“최대한 맞춘 것이 지금 설정입니다만…… 이것도 역시 사용하기엔 힘들겠네요.”

댄 켄드릭의 머리에서 벗어나, 다른 배우들의 머리 위에 한 번씩 올라가는 늑대 귀 머리띠를 보며 윌마 감독이 말했다.

브라이언 구델과 댄 켄드릭이 그랬던 것처럼, 배우들이 아무리 집중해도 늑대 귀 머리띠는 움찔거리기만 했다.

“준을 빼면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준의 머리 위에 늑대 귀가 솟아났다.

쫑긋-

다른 배우들의 머리 위에서는 삐걱거리던 늑대귀는 다시 생명을 얻은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배우들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어떻게 한 거야, 준?”

“그냥 연기에 집중했어요.”

“그걸 어떻게 하는 거냐고…….”

“……잘?”

서준의 말에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서준 리.

이젠 기계도 인정하는 연기천재였다.

“그럼 준 말고는 이 늑대 귀는 못 쓰는 겁니까? 촬영할 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댄 켄드릭의 물음에 윌마 감독이 씨익 웃었다.

“아뇨.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러고는 늑대 귀 머리띠가 들어 있던 상자 구석에서 무언가를 꺼내 서준과 배우들에게 보여주었다.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물체는,

“원격조종장치입니다!”

리모컨이었다.

오……!

서준과 배우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네. 기계면 조종할 수 있잖아.”

“아니, 그런 게 있으면 진작 보여주시지 그러셨어요.”

한 배우의 말에, 윌마 감독이 아쉬운 얼굴로 답했다.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태프들이 늑대 귀를 조종하는 것보다는 배우분들의 연기에 따라서 늑대 귀가 움직이는 게 더 자연스럽고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건 그렇다.

멀리서 대사에 따라 지문에 따라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것보다 배우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이 늑대 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서준뿐이었다.

“그래도 합을 잘 맞추면 자연스럽게 나올 겁니다. 액션 씬처럼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윌마 감독의 말에 배우들이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서준이 입을 열었다.

“연습하죠.”

“응?”

“아직 촬영까지 좀 남았고, 촬영 기간에도 연습한다면 한 장면에서라도 사용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서준이 상냥하게 웃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정말?”

“그럼 고맙…… 잠깐만…….”

그 말에 오, 하고 반색하던 배우들이 흠짓 몸을 떨었다.

“……나는 리모콘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준.”

“나도. 감독님도 말씀하셨잖아. 합을 맞추면 자연스러울 거라고.”

“저도요, 준. 리모콘 쓸래요.”

“자! 연습합시다!”

“리모콘 쓰고 싶어요!!”

서준에게 끌려가며 늑대인간 역 배우들은 크흡, 눈물을 삼켰다.

어째서 매번 기승전훈련이 되는지 모르겠다.

* * *

“그래도 다들 준을 따라간다니까.”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서준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배우들을 떠올린 헤일리 로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서준도 따라 웃었다.

싫다고 하면 더 안 시킬 텐데도, 다들 투덜거리기만 할 뿐 훈련에 잘 따라왔다.

언제 한 번은 ‘그럼 이제 그만할까요?’ 하고 물어보니까, 눈만 데굴 굴리더라.

“나중에는 화났냐고 오렌지주스도 가져오더라구요. 그냥 투덜거리는 게 재미있나 봐요.”

서준의 말에 헤일리 로지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과 헤일리 로지만 있는 회의실.

파파라치들이 보면 눈알을 번뜩이며 카메라를 꺼내 들 상황이었지만, 두 배우는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곳은 액션 트레이닝 센터의 회의실이었고, 곧 윌마 감독이 올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왔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노크 소리 후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윌마 감독이 나타났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

서준과 헤일리 로지를 본 세 사람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일견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상기된 얼굴과 반짝이는 눈을 보니 아마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듯했다.

“이쪽은 보호자분들입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서준 리입니다.”

“헤일리 로지입니다. 반갑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준과 헤일리 로지가 웃으며 보호자라고 불린 세 사람에게 인사했다.

잘생기고 예쁜 두 배우의 미소에 세 사람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케이지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시면 됩니다.”

“아, 네!”

윌마 감독의 말에 정신을 차린 세 사람이 각자 들고 있던 케이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서준과 헤일리 로지가 흥미로운 얼굴로 세 개의 케이지를 바라보았다. 케이지마다 이름표가 붙여져 있었다.

[릴리] [벨라] [잭]

‘……잭?’

친구야?

왜 거기 있니?

‘잭’이라는 이름에 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이 든 서준이 작게 웃었다.

‘이름이 익숙해서 그런가.’

벌써부터 친근감이 들었다.

서준이 조심스럽게 케이지 안을 살펴보았다.

회의실은 밝았지만, 사방이 막힌 케이지 안은 어두웠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검은색만 보였다.

“그럼 새로운 배우들과 인사를 나눠보도록 하죠.”

윌마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녀의 영원한 친구, 검은 고양이 ‘몰리’ 역을 맡아줄 귀여운 배우들입니다.”

새까만 케이지 안.

스르륵- 한 쌍의 샛노란 눈동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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