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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32화 (83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32화

너튜브 라이브를 끝낸 서준은 아침을 먹고, 액션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이제 다시 영화를 위해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어서 와요, 준.”

“안녕하세요.”

파티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친해진 트레이너들과 인사를 나눈 서준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후, 먼저 안전을 위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서준의 상체와 하체가 길쭉하게 늘어나 이리저리 유연하게 움직였다.

“준, 일찍 왔네.”

“안녕, 준.”

하나둘 도착하는 배우들을 반긴 서준이 웃으며 물었다.

“다들 컨디션은 괜찮으세요?”

어제 쉬어서 그런 건지, 팬들 덕분인지 오늘따라 더욱 활기차 보이는 서준에, 배우들의 생존본능이 비상벨을 눌렀다.

도망쳐!

“……갑자기 허리가 아픈 것 같아.”

“저도 다리가…….”

“괜찮다고요? 알았어요. 훈련 시작하죠!”

“……이젠 아예 듣지를 않네.”

해맑게 웃는 서준을 해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배우들 사이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같이 훈련해도 될까요?”

헤일리 로지였다.

오늘은 다 함께 어떤 훈련을 할까,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던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헤일리, 다음 주에 합류하는 거 아니었어요?”

스케줄 상, 헤일리 로지는 다음 주부터 함께 훈련할 예정이었다.

그에 트레이닝복을 입을 헤일리 로지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지금쯤 합류할 생각이었어. 이렇게 본격적인 액션 씬은 처음이라서 확실히 준비하려고 했거든.”

원래도 스케줄보다 빨리 훈련을 시작할 생각이라, 미리 LA에 와있었던 헤일리 로지였는데(덕분에 서준의 생일파티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생일파티에서 배우들과 트레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부터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런데 파티에서 들어보니까 다들 열심히 훈련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여주인공인 나는 더 열심히 해야지.”

그말에 서준은 눈을 반짝였다.

열심히 하는 배우라니! 정말 좋았다!

“그럼 오늘 훈련은 더 열심히 하죠!”

댄 켄드릭이 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준, 헤일리는 초보자야. 처음부터 어려운 걸 하면 안 돼.”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배우들에, 서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헤일리 말고요.”

“……응?”

“우리요. 마녀 역할인 헤일리가 열심히 한다는데, 늑대인간인 우린 더 열심히 해야죠!”

!!

배우들의 생존본능이 비상벨을 마구 눌려댔다.

도망! 도움! 도망!

“자! 시작합시다!”

도움!!

* * *

그렇게 훈련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

“감독님 오셨네.”

윌마 에반스 감독이 센터에 나타났다.

가끔 센터에 와서, 배우를 불러 조언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훈련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다들 모여주시겠어요?”

윌마 감독이 빙그레 웃으며 서준과 헤일리 로지, 배우들을 모두 불러 모은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서준과 배우들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윌마 감독에게로 향했다.

“저랑 함께 갈 곳이 있습니다.”

“저희 전부요?”

“네.”

브라이언 구델의 물음에 윌마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과 배우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어깨를 으쓱이고는 윌마 감독의 뒤를 따라갔다. 미리 전해 들은 이야기는 없으니, 어디 멀리 가거나 촬영이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모두의 예상대로 윌마 감독이 향한 곳은 센터의 내부.

사아아아-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불었다. 그에 따라 녹색의 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길쭉하게 위로 뻗은 나무들과 푸릇한 잡초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단단한 흙바닥으로 이루어진 넓은 공터.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이질적인 기계 장치들.

액션 트레이닝 센터에 있는 야외훈련장, G구역이었다.

“와. 이런 곳도 있었어요?”

액션 영화도, 액션 트레이닝 센터도 처음이었던 헤일리 로지가 감탄하며 묻자, 신선한 공기와 함께 느껴지는 향긋한 풀 내음을 맡던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작품에 따라서 야외에서 실전처럼 연습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저도 아직 여기서 훈련은 못 해봤지만요.”

“그래?”

“네. 구경만 가끔 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한 번쯤 여기서 훈련해 보고 싶었는데.

그게 지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 이클립스의 장면 중 숲에서 찍는 장면도 있으니까.’

“그럼 저희 앞으로는 여기서 훈련하는 겁니까, 감독님?”

댄 켄드릭도 서준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윌마 감독에게 물었다.

그에 윌마 감독이 웃으며 답했다.

“그럴 예정도 있긴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그럼……?”

윌마 감독의 말에 서준과 배우들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동물 울음소리 같았다.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익숙한 소리, 아니, 잊을 수 없는 소리였다.

“설마…….”

바로 ‘전생의 자신’이 내던 울음소리.

“늑대예요, 감독님?”

물론 세계가 다르니 서로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울음소리는 비슷했다.

서준의 말에 배우들이 눈을 크게 떴다. 몇몇은 입까지 떡 벌어져 있었다.

아우!

그때, 다시 한번 울음소리가 들렸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모양인지 아주 확실하게 들렸다.

그에 배우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늑대? 개가 아니라?”

“그러고 보니 개 소리나 늑대 소리나 비슷하지 않나?”

“차이가 있어, 준?”

자신을 바라보는 배우들에,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으음. 늑대 울음소리라서 늑대 울음소리라고 했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시면…… 느낌이 조금 다르달까요.”

데굴 눈을 굴리는 서준 대신 윌마 감독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진짜 늑대는 아닙니다.”

하긴, 몸값이 어마어마한 배우들을 모아놓고 늑대를 데려오진 않았을 거다.

아마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는 단어로도 모자랄 무시무시한 사태가 벌어질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진짜’ 늑대는 아니라고?

가짜 늑대도 있나?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이라고 합니다. 울프독이라는 단어처럼 늑대와 개가 섞인 견종이죠.”

윌마 감독의 설명과 함께, 울음소리의 주인공들이 목줄을 붙잡은 훈련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한눈에 봐도 늑대를 닮은, 성인 남자의 무릎보다 조금 큰 개들에 배우들이 탄성을 흘렸다.

“여러분이 ‘늑대인간’ 연기를 하는데, 그리고 늑대인간과 함께 연기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윌마 감독이 서준과 배우들, 그리고 헤일리 로지를 차례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미지의 생물을 연기하는 건 힘들 테니까요. 그래서 진짜 ‘늑대’를 만나 늑대의 분위기나 행동을 겪어본다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준비해 봤습니다.”

윌마 감독의 말에 다들 오, 하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래도 진짜 늑대를 데려올 수는 없어서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을 데려왔습니다. 많은 울프독들 중에서도 견종으로 인정받은 유일한 종으로 안전하죠.”

“울프독이 많나요?”

헤일리 로지가 묻자, 목줄을 쥐고 있던 훈련사가 대신 답했다.

그러면서도 세 개의 줄을 왼손에, 한 개의 줄을 오른손에 쥐고, 이리저리 움직이려는 울프독들을 제어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일부러 교배를 시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개와 늑대가 유전적으로 비슷하다 보니, 야생의 들개와 늑대가 만나 자연적으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특히,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이 그러했다.

“허허벌판에서 들개를 만나신다면 아마 울프독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울프독들은 늑대의 본능이 강하니, 가까이 가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넵.”

배우들이 모범생들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울프독 강의실이 된 것 같은 G훈련장이었다.

“진짜 늑대 같다.”

“그러게요. 정말 멋있어요.”

개를 좋아하는 배우들이 쭈그려 앉아 눈을 반짝이며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들을 바라보았다.

“만져봐도 되나요?!”

브라이언 구델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네. 괜찮습니다. 먼저 냄새를 맡게 해주시고…….”

신난 얼굴의 브라이언 구델이 훈련사의 말에 따라 손을 내밀었다.

킁킁.

브라이언 구델의 냄새를 맡은 울프독의 모습을 모두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내 얌전해진 울프독을 슬며시 만지는 브라이언 구델.

“으아아……!”

왠지 짜릿해 보이는 그 모습에, 어느새 다른 배우들도 들뜬 얼굴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준은 안 만져봐?”

댄 켄드릭이 서준에게 물었다.

서준은 아까부터 조용히 울프독 한 마리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는데, 마치 눈싸움하는 것처럼 보였다.

“얜…….”

“응?”

“얜 늑대네요.”

“……뭐?”

서준의 말에 세 마리의 울프독을 쓰다듬고 있던 배우들과 서준에게 말을 건 댄 켄드릭, 그리고 다른 훈련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윌마 감독이 눈을 끔벅였다.

늑대라니.

아까 늑대 울음소리라고 말해서, 민망해서 그런가?

아니, 준은 그렇게 고집부리며 우기는 성격은 아닌데?

배우들과 윌마 감독이 눈을 깜빡일 때, 목줄을 잡고 있던 훈련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아셨어요?”

응?

사람들이 훈련사를 바라보았다. 훈련사는 감탄한 얼굴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늑대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실까 싶어서 데리고 왔습니다. 저희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일도 하거든요.”

“……그럼 쟨……진짜 늑대예요?”

브라이언 구델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다른 이들도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네. 진짜 늑대 맞습니다. 아직 어린 녀석이지만요.”

훈련사가 오른손에 쥔, 하나의 목줄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 목줄의 끝에 여전히 서준과 눈싸움을 하고 있는 울프독,

아니,

진짜 늑대가 있었다.

다들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데,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던 서준과 어린 늑대의 시선이 떨어졌다.

그리고 곧 어린 늑대가 서준의 앞에 납작 엎드렸다. 꼬리도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는, 전생에 늑대였던 인간과 어린 늑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끝난 것이었다.

“오…….”

훈련사가 감탄했다.

“순하긴 해도, 자존심이 강해서 이럴 녀석이 아닌데 말이죠.”

음.

순하다기보다는, 그냥 귀찮아하는 것 같은데.

어린 늑대가 다른 이들을 전부 자신보다 아래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서준이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만져봐도 될까요?”

물론 이미 서열싸움에서 이겼다는 건 알지만, 먼저 훈련사에게 물어봐야 했다.

“네. 괜찮을 것 같습니다.”

훈련사의 허락에, 서준이 어린 늑대에게로 손을 뻗었다. 늑대의 털에 손에 닿았다.

훈련소에서 관리된 탓인지 조금 부드럽긴 했지만, 그래도 익숙하고 그리운 감촉이었다.

서준이 손길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동족의 그것처럼 익숙했던 것일까.

어린 늑대는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흔들며 서준의 손길의 따라 바닥을 뒹굴었다.

“늑대라더니…… 귀엽네요.”

진짜 늑대라는 말에 잠시 주춤했던 배우들이 이내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윌마 에반스 감독은 이미 진짜 늑대라는 말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었다.

“저도 만져봐도 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훈련사에게 허락을 받은 브라이언 구델에, 서준이 어린 늑대에게서 손을 떼고 옆으로 비켜주었다.

배까지 발랑 드러내며 마음껏 서준의 손길을 즐기던 어린 늑대가 서준을 바라보았다. 마치 ‘어디 가요?’ 하고 묻는 것 같았다.

침을 꼴깍 삼킨 브라이언 구델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어린 늑대가 빤히 그걸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털에 인간의 손이 닿기 직전.

쓰윽- 하고 몸을 피했다.

“……어?”

타이밍이 안 좋았나?

눈을 끔벅인 브라이언 구델이 다시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어린 늑대는 다시 쓰윽- 몸을 틀어 그 손을 피했다.

브라이언 구델과 어린 늑대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기분 탓인가.

어쩐지 어린 늑대가 ‘감히 네가?’ 하고 코웃음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어이없어하는 브라이언 구델과 피식피식 웃기 시작하는 배우들을 뒤로 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어린 늑대는 서준에게로 쫄랑쫄랑 걸어가 그 앞에 드러누웠다. 풍성한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움직였다.

마치 만져달라는 것처럼 쳐다보는 어린 늑대에 서준이 손을 움직였다.

피하기는커녕 뒹굴거리며 서준의 손길을 즐기는 그 모습이 조금 전과는 전혀 달랐다.

“……나쁜 늑대…….”

울적한 브라이언 구델과 그런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어린 늑대의 모습에, 서준과 사람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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