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31화
윌마 감독과 헤일리 로지, 각본가 그리고 트레이너들과 무술 감독까지.
초대한 손님들이 모두 도착하자, 본격적인 생일파티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서준이 사람들의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오늘 제 생일파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작스럽게 초대했는데, 이렇게 많이 와주실 줄은 몰랐어요.”
서준이 오늘 생일인 것을 잊고 있었다는 비하인드를 알고 있는 초대 손님들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저는 깜빡했지만, 그래도 매니저 형과 회사는 기억해 주셔서 파티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매니저 형과 회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초대객들 또한 거실 한쪽에 서 있던 매니저 최태우와 킹즈 에이전시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럼 오늘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음식도 맛있으니까 많이 드세요.”
잠깐 멈췄던 잔잔한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파티에 익숙한 초대손님들은 저마다 다시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준은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무리에게로 향했다. 잭 스미스와 친구들이 있는 곳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반갑게 서준을 맞이했다.
“생일 축하해, 준!”
“초대해 줘서 고마워.”
“나야말로 오늘 와줘서 고마워. 다들 많이 먹고 가.”
“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
그래. 그래 보인다.
잭 스미스와 친구들이 들고 있는 접시에 가득 올려진 여러 가지 음식들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 쉬는 날은 언제야? 만나서 놀자.”
“이건 까먹지 마, 준.”
“안 까먹어!”
친구들과 쉬는 날 만나서 놀기로 하고, 서준은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해요.”
“준의 생일인데 와야지.”
“생일 축하한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초대손님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생일축하를 받은 서준은, 마지막으로 [쉐앤나]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파티장을 바라보았다.
생일파티의 주인공으로서, 오늘 온 손님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화계 사람들이 많아서 잭 스미스나 친구들이 조금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잭 스미스 선수! 팬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켄드릭 배우의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아, 사인해 드릴까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트레이너들도 액션 트레이닝 센터에서 같이 훈련하며 친해진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준과 액션영화 찍는 건 좀 생각해 봐.”
“맞아. 맞아.”
이야기의 주제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준! 같이 사진 찍자!”
“하하, 네!”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에, 서준도 행복해졌다.
* * *
[할리우드 스타들의 SNS에 올라온 사진들!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배우 이서준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손님들!]
[혹시 영화제? 별들이 모인 배우 이서준의 생일 파티!]
-와. 역시 슈스. 생일파티 초대 손님들이 어마어마하네.;;;
=22 그냥 영화제라고 해도 믿겠음.
=근데 메이저리거가 첨가된ㅋㅋㅋ
-댄 켄드릭 LA다저스 골수팬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ㅇㅇ댄 켄드릭 보는 법: 경기 있는 날 다저스 스타디움에 간다.
=ㅋㅋ거의 NPC급이라고ㅋㅋ
=오. 댄 켄드릭 SNS에 잭 스미스 사인이랑 같이 찍은 사진 올라옴. (무지하게 행복한 표정의 댄 켄드릭 사진.)
=정말 사진만 봐도 행복해보인다ㅋㅋㅋ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네? 나만 모르는 건가;;;
=ㄴㄴ처음보는 사람들은 액션스쿨 트레이너들이라고 함. 지금 뉴 이클립스 액션훈련 중인데, 생일이라 이서준이 초대했다고 누가 SNS에 올림.
=오. 트레이너들하고도 사이 좋은가 보네.
=이서준 성격 좋기로 유명함.
-이서준 생일은 매번 떠들썩하구나. 이번 팬들 축하 스케일도 엄청 크던데.
=22 이서준 팬은 아니지만, 작품은 좋아해서 현수막에서 사진 찍음. 좋더라ㅋㅋ
-나 생존자들 현수막이랑 같이 사진 찍고 싶은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음ㅠㅠ 오늘 못 찍으면 내려갈텐데ㅠ
=(이서준 현수막 지도(한국) 링크) 이거 보세요ㅎㅎ
=와. 지도도 있음?
=편리해 보이는데, ‘한국’ 지도 라는 게 너무ㅋㅋ오짐ㅋㅋ
=22 다른 나라지도도 있는 거라는 거니까ㅋㅋ
=33 역시 이서준 스케일ㅎㄷㄷ
=이서준 스케일ㅋㅋㅋ
-근데 현수막 오늘만 쓰고 버리는 거임? 환경 파괴 아님?
=지도에 표시된 것만 봐도 현수막 얼마나 많이 설치한지 알 것 같은데;;; 이걸 다 버린다니;;;
=새싹) 현수막은 모두 수거해서 업사이클링 업체에 맡겨 에코백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오. 마무리까지 철저하네.
* * *
[새싹부터]
[공지: 현수막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에코백 판매에 대한 안내.]
-외국어로 ‘서준아, 생일 축하해!’라고 쓰인 거 받으면 진짜 예쁘겠다.
=22 생일축하 메시지 말고도 많던데.
=게다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의 에코백이잖아요!
=이건 산다! 무조건 산다!
-운 좋으면 서준이 눈부분 에코백 가질 수 있는 건가? 나이트 진의 진지한 눈동자! 가람이의 아련한 눈동자! 성녕대군마마의 귀여운 눈동자!
=미친! 그거 받으면 에코백으로 안 쓰고 조심스럽게 뜯어서 벽에 걸어둔다.
=진 나트라 눈부분이면 악몽 꾸겠네요ㅋㅋㅋ(그래도 갖고 싶다)
=이스케이프 좀비 괜찮겠죠;;;(그래도 갖고 싶다22)
=ㄴㄴ안타깝게도 픽셀 정도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ㅠㅠ
=22 현수막이 커서 눈부분만 오려도 거의 이불? 담요? 정도 될 듯.
=아ㅠㅠ 이불크기 에코백도 괜찮은데ㅠㅠ
=ㅋㅋ그건 이미 에코백이 아니지 않아요?ㅋㅋ
-근데 선착순이라굽쇼???
=왜죠?? 왜 선착순이죠!?!
=현수막이 너무 작아서ㅠㅠ많이 못 만들어요.
=아니ㅠ위에선 크다고 했는데ㅠ?
=새싹들을 감당하기엔 너무 작다는 거죠ㅋㅋㅋㅠㅠ
-그래도 1인 1개 제한이 있어서 다행이…… 아님. 몇만 개가 나와도 내 건 없을 것 같다ㅠㅠ
=22 연극 광탈의 아픔을 또 여기서 겪는구나ㅎ
=연극보다는 확률이 높을지도.
=그래도 소수점.
=ㅠㅠㅠ
-내년 이벤트도 현수막으로 합시다.
=22 내가 에코백 받을 때까지 현수막으로 하죠.(진지)
=33 동의.(궁서체)
=44 동의합니다.(굵은글씨)
그렇게 동의하는 새싹들의 댓글들이 마구 쌓여갈 때.
너튜브 알림이 울렸다.
-헉. 서준 오빠 라이브!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11시.
LA 시간으로는 새벽 7시.
서준의 너튜브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새싹 여러분.”
단정한 모습이긴 했지만, 어쩐지 몽실몽실한 서준의 분위기가 조금 전까지 자다 일어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으아아아!!!
-서준아ㅠㅠㅠ
-생일 축하해!!!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눈물과 생일축하로 가득한 채팅창에 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모르는 외국어도 있었지만, 비슷한 내용일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오늘, 아니, 어제인가요? 음. 한국은 아직 3월 10일이니까 오늘로 하죠. 오늘 정말 행복했어요. 새싹들이 준비해 준 생일선물이 진짜 멋졌거든요. 오늘 제 생일파티에 온 분들한테도 엄청 자랑했다니까요.”
서준의 말에 새싹들은 기뻐했다. 서준이 정말 행복해한다는 게 느껴졌다.
-헤헤헤헤.
-내년.또.한다.
“그리고 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서준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새싹들은 너튜브 라이브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수를 보며, 다시금 실감했다.
-미친……!
-/여기 있는 새싹들이 다 경쟁자라는 거지./
-NOOOOO!
새싹들이 눈물을 흘렸다.
-내 에코백. 있을까?
-/안녕. 잘 가. 내 에코백./
-/그냥 손수건으로 만들어서 팔아줘./
-손수건 좋다. 손수건!……안 좋아ㅠㅠ
어쩐지 해탈한 듯한 새싹들의 반응에 서준은 그저 웃고 말았다.
코코아엔터에서 예상한 에코백의 개수를 들어서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웃고 있는 수밖에.
그때, 화제를 돌릴 좋은 질문이 서준의 눈에 들어왔다.
-바이올린은 왜 연주한 거에요?
“LA음대에서 한 연주 말이죠?”
서준의 말에, ‘내 에코백. 내 에코백.’ 하며 울고 있던 새싹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지금 내 배우님이 이야기하는데,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면 아무래도 주눅이 들게 마련인데, 실수를 해도 즐겁게 연주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요.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같이 연주하고 싶었어요.”
부디, 오늘의 기억이 아이에게 좋게 남길 바라면서 말이다.
-야구장에서 사진도 찍어줬다면서요?
-진짜 ‘찍어서’ 줌.
-ㅋㅋㅋㅋㅋㅋ
새싹들의 웃음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네. 그랬죠. 보답으로 맛있는 과자도 받았어요. 그리고 새싹분들도 많이 만났어요. 다들 못 알아보셨지만 말이죠.”
서준의 말에 대부분의 새싹들이 웃었고 소수의 새싹들이 울었다. 우는 새싹은 본체를 뒤에 두고 현수막만 찍어댔던, 덕계못 새싹이었다.
그렇게 서준과 새싹들의 대화가 도란도란 이어졌다.
-/다른 재미있는 일은 없었어?/
“재미있는 일이요…….”
잠깐 고민하던 서준이 조금 민망한 얼굴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촬영 준비에 집중하느라, 생일을 깜빡한 일이 있었죠.”
-헐. 누구 생일?
-/리첼 힐이요? 아니, 리첼 힐은 11월인데?/
-에반 블록? 스왈린 애넘?
-/브라운블랙? 블루문??/
-이지석 배우? 박도훈 배우?
-/주경? 지호?/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지인들의 이름이 다 튀어나왔다. 서준의 지인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새싹들이었다.
서준이 데굴 눈을 굴리며, 카메라와 조금 시선을 피하고는 답했다.
“제 생일이요.”
-……예?
-/뭐라고요?/
-/누구 생일?/
누구WHO?
그 한 단어에 서준은 결국 두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제 생일이요…….”
그런 서준의 모습에 새싹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채팅창이 멈추었다.
그리고 곧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닠ㅋㅋ본인 생일을?
-/준, 정말로?ㅋㅋ/
-어떻게ㅋㅋ자기 생일을 잊어요ㅋㅋ
-/그럼 파티 초대는 어떻게 한 거에요?/
“어제 초대했어요. 어제 알았거든요.”
서준이 조금 붉어진 얼굴로 말하자, 어쩐지 휴대폰 건너 새싹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고 평온하던 서준이, 처음으로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내 배우님의 모습에 신이 난 새싹들이 서준을 놀려댔다.
-/세상에!!ㅋㅋㅋ/
-생일 하루 전에 초대를 했다구요?ㅋㅋ
-/다들 엄청 고마우신 분들이네!/
“네. 그렇습니다. 다들 하루 전에 초대했는데도, 흔쾌히 와주셨어요.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죠.”
서준이 힘없는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탈한 것 같았다.
반대로 새싹들은 더욱 즐거워했다.
-아ㅋㅋ이런 서준이 처음본다ㅋㅋ
-귀여워ㅠㅠ
-/얼마나 촬영 준비에 집중했으면ㅋㅋ/
-/그래도 자기 생일 잊는 건 너무 했어ㅋㅋㅋ/
-파티 준비는 어떻게 했어요?
“파티 준비는 매니저 형이랑 회사에서 해주셨어요. 감사하게도 선물도 다 주셨고요. 음. 그러니까, 저만 빼고 다 알고 있었달까요. 친구 말로는, 저 빼고 다 제 생일에 진심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그런 듯ㅋㅋ
-다들 준비하고 초대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본인은 모름ㅋㅋㅋ
-오! 서준 오빠! 기사 떴어요!(링크)
-★제목: 배우 이서준! 본인 생일 잊어!!★
-/여기도 떴어!!(링크)/
-/이제 전 세계가 알게됨ㅋㅋ/
“……너무 빠르신 거 아니에요, 기자님들?”
다시 한번 마른 세수를 하는 서준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모두가 즐거워하니 됐다.
피식 웃은 서준이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 잊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무엇을요?
“……제 생일이요.”
아하하핳!
왠지 새싹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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