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29화
-어쩐지. 오늘 손님이 많았더라.
=22 평일인데 관광객 같은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함.
=새싹들 대이동 중ㅋㅋㅋ
-다들 열심히 사진 찍고 뭐 나눠주더라. (이서준 스티커) 새싹 아닌데, 이서준 현수막 앞에서 사진 찍으니까 ‘하나 드릴까요?’ 하면서 줌ㅋㅋ
=난 안 주던데?
=막 주면 전단지처럼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관심 있는 사람들한테만 주는 듯.
-우리 엄마ㅋㅋ 성녕대군 마마 자석 받아옴ㅋㅋㅋ
=울 아빠는 단종ㅋㅋ
=ㅋㅋ어른들 맞춤 굿즈ㅋㅋ
-우리 엄마는 괜찮으면 진 나트라로 달라고 했는데ㅋㅋ 새싹들이 다들 놀랐대ㅋㅋ
=앜ㅋㅋㅋ부모님이 마린 영화 안 좋아한다는 편견은 버려야겠다ㅋㅋ
=22 히어로 영화 처음 나온 게 거의 20년 전이니까. 그때 엄마 아빠 20~30대였음.
=와…… 시간 봐……
=그리고 그때부터 스타였던 우리 서준오빠ㅠㅠ
=기승전이서준이네ㅋㅋㅋ
=근데 대단하긴 함.
* * *
먼저 서울 안을 한 바퀴 돌고,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성녕대군묘에 들렀다가, 강원도로 향하는 길.
“수원이랑 대구랑 부산도 가고 싶었는데…….”
운전석에 앉은 송유정이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영화 [흘러가다]의 촬영지로, 꼭 가고 싶었지만 내일 출근을 해야 해서 갈 수가 없었다.
임예나 또한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생이 덕질을 방해하네.”
“그러니까! 회사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돈을 줬지. 우린 지금 그 돈으로 덕질 중이고.”
“그건…… 잠깐. 아니지! 대신 우리 노동력을 주잖아! 가끔 서준이 본다고 월급루팡을 하긴 하지만!”
송유정의 말에 임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 자신도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느 직장인들처럼 회사 욕을 하고, 서준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나올 [뉴 이클립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금세 목적지인 서울-강원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는 입구부터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북적했다.
“대부분 새싹들이겠지?”
“응. 손에 새싹봉이랑 서준이 굿즈 들고 있어.”
송유정의 물음에, 창문에 달라붙어 매의 눈으로 사람들을 살피던 임예나가 답했다.
이분들이 다 새싹이라니.
손에 들고 있는 게 다 서준이 굿즈라니.
좋다.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설렘과 기쁨으로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다.
“우리도 얼른 내리자!”
“그래!”
겨우 빈 곳에 주차를 한 송유정과 임예나가 차에서 내렸다.
“여기가…….”
이곳이 바로 서준이가 독립영화 [화]를 촬영하고 돌아가는 길에 들렸던 곳.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워킹맨] 카메라에 찍힌 곳. 잘못하면 그대로 묻혀 버릴 뻔했던 장면이 촬영된 곳이었다.
어쩐지, 터널 사고 장면부터 [워킹맨] 방송, 그리고 영화 [화]까지.
저절로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유정아! 먼저 사진 찍자!”
“그래!”
차 뒷좌석에서 가방을 꺼낸 임예나와 송유정은 ‘버터감자를 먹고 있는 서준’의 사진 쪽으로 향했다.
아마도 [워킹맨] 멤버들이 만든 음식을 먹은 후, [화]팀과 함께 산 간식을 돌아가는 차 안에서 먹을 때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
오로지 버터감자를 먹는 데 집중한 듯한 서준의 모습.
“으아아아!”
“미친! 진짜 귀여워!”
연기하는 서준도 좋았고 스타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서준도 좋았지만, 힘을 쭉 빼고 있는 서준의 일상적인 사진도 정말 좋았다.
정말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송유정과 임예나를 보며, 먼저 도착해서 충분히 서준의 사진을 감상한 새싹들이 흐뭇하게 웃었다. 암. 귀엽고말고. 우리 서준이가 최고지.
송유정과 임예나는 서준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새싹들이 많아서 좀 기다려야 했지만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저…… 이거, 제가 직접 만든 건데 괜찮으시면…….”
앞에선 새싹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스티커가 든 봉투 두 개를 건넸다.
“와! 엄청 예뻐요!”
“귀엽다!”
스티커를 본 송유정과 임예나가 눈을 반짝였다.
서준의 사진에 꽃이나 반짝이 같은 효과를 넣어서 만든 스티커였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 게다가 아래에는 멋진 글씨체로 적힌 명대사들도 있었다.
“아. 저희도 있는데! 잠시만요!”
임예나의 말에 송유정이 얼른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엽서 크기만 한 종이였다.
“저희가 직접 그린 거라서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데…….”
“아니, 아니에요……!”
얼른 두 손을 저은 새싹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걸 받아들었다.
그 엽서에는 SD캐릭터(2등신)로 그린 서준이 있었다.
아니, 서준뿐만이 아니라, 서준이 연기한 작품들의 캐릭터들도 함께 말이다.
작은 코끼리와 함께 블록을 쌓고 있는 [48시간]의 아기 서준과 [재수사]의 앞니 빠진 꼬마(축구공이 옆에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흘러가다] 정가람.
[악령]의 아기무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연극 [봄]의 청룡님.
[내의원]의 성녕대군과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역]의 단종.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오버 더 레인보우]의 작은 그레이와 큰 그레이.
그리고 그 연주를 듣고 짝짝 박수를 치는 [봄이 돌아왔다]의 유성진(노란우산)과 [바벨탑]의 슈퍼스타 이서준(정장).
서로 힘들게 탈출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한 걸음]의 나 진과 [이스케이프]의 고주원(활), 그리고 [생존자들]의 이현우.
“흐읍!”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쉐도우맨]의 진 나트라와 [거울]의 김진우, [MOEB-436]의 장산범. 그리고 그 싸움을 말리려고 하는 [쉐도우앤나이트]의 나이트 진(+제이, 파트너)까지.
그야말로 ‘이서준 멀티버스’였다.
“최고! 진짜 최고예요!!”
입을 틀어막고 엄지를 들어 올리는 새싹에, 어느새 모여든 다른 새싹들도 계속 감탄과 탄성을 토해냈다.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진짜 미쳤다……!”
“서준이가 하나, 서준이가 둘…….”
“저! 저도 한 장만 받을 수 있을까요?”
“저도요! 가보로 물려줄게요!”
그에 뿌듯해진 송유정과 임예나가 활짝 웃으며, 차 뒷좌석에 있는 상자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두 박스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와아아아.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잠시후.
새싹봉을 들고 인증샷을 찍은 임예나와 송유정은 엽서를 받아간 새싹들이 전해준 굿즈들과 간식들, 그리고 버터감자를 들고 차로 돌아왔다.
나눠준 만큼, 아니, 그것보다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좋다.”
“그러게.”
열심히 그린 그림을 다들 좋아해 줘서 너무 좋았다.
히죽히죽 웃던 송유정과 임예나는 차에 앉아 버터감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 우리 그림 벌써 올라왔어.”
조회수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저도 받았어요! 성녕대군묘에서요!
=성녕대군묘 보시고 강원도 가신 듯!
-그림 너무 좋다ㅠㅠ 누가누군지 확실히 알 것 같음ㅠ
=애정이 느껴져ㅠ
-성녕대군 마마하고 단종하고 이야기 나누는 거…… 왜 눈물이 나냐ㅠ
=가람이는 저기서 촬영하고 있고ㅠ
=탈출기 이야기하는 이현우는 개봉판인 듯ㅠㅠ
-진 나트라에 장산범이라니…… 김진우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잖아? 싸우면 백퍼 지는데 왜 덤벼?
=그러게ㅋㅋ그래도 김진우라면 진짜 덤빌 것 같다ㅋㅋ
=22 착한 척하다가 들켜서 으르렁거리는 듯.
=역시 말리는 건 히어로, 나이트 진ㅠㅠ
-몇 번을 봐도 너무 좋다……
=222 금손님들ㅠㅠ 저도 한 장만 주십쇼ㅠ
흐흐흐흐.
새싹들의 칭찬에, 송유정과 임예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열심히 그린 보람이 있었다.
그렇게 버터감자를 먹으며, [새싹부터]에 올라온 생일 투어 후기들(외국새싹 것도 있음)을 읽고 있는데,
띠링-
하고 알림이 울렸다.
차 안에 있던 송유정과 임예나는 물론이고, 휴게소에 있던 새싹들의 휴대폰이 동시에.
“헉!”
“서준이다!”
모두 눈을 반짝이며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런 새싹들의 모습에 지나가던 일반인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 자리에 서서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는 새싹들의 모습이 조금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서준이 편지! 인증샷도 있어!”
서준이 [새싹부터]에 생일 축하 감사 편지와 함께, LA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업로드했다.
킹즈마켓부터, 씨 세이브 센터, LA음대와 공원, 다저스 스타디움 등등.
커다란 사진들의 배경으로 야구모자를 쓴 서준이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들에, 새싹들도 환한 얼굴로 따라 웃었다. 사진에서도, 감사 편지에서도 행복해하는 서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잠깐만…….”
그때, 밀려드는 감동 때문에 코를 훌쩍거리던 새싹 하나가 입을 열었다.
“이 모자 쓴 남자 인증샷에서 본 것 같지 않아?”
“어? 그러고 보니 LA음대에서 바이올린 연주한 분, 이 모자 쓰지 않았어? 옷도 이거랑 비슷했던 것 같은데?”
……!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새싹들은 [LA음대 합주 영상]을 떠올리고는 눈을 부릅떴다.
그 프로 같았던 바이올린 연주에, 같은 모자, 같은 옷. 그리고 LA음대에서 찍은 서준의 인증샷까지.
새싹들은 생각했다.
‘서준이가 또 일코를 했구나!’
하고.
* * *
감사편지와 인증사진으로 밝혀진 서준의 행방에 [새싹부터]가 들썩였다.
-LA음대 연주자ㅋㅋ 서준이었구나ㅋㅋㅋ
=그레이가 떠오른다고 했더니ㅋㅋ 본인이었어ㅋㅋ
=진짜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ㅎㅎ
-서준오빠 일코 실력. 진짜 신의 경지에 오른 듯.
=22 영상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봤는데 서준인 줄은 1도 몰랐어요.
=33 영상 댓글들도 ‘준이었다고?!’ 하고 있음ㅋㅋ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 들썩임은 팬카페 밖으로도 전해졌다.
LA에 관광 온 한국인 가족에게도 전해질 정도로, 멀리 그리고 빠르게.
-엌ㅋㅋㅋ야구사이트에 서준이 목격담 올라왔어요!
=아니, 왜 거기에 서준이 목격담이??
=가족끼리 LA로 여행 갔는데,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사진 찍어준 사람이 서준이었다고 함.
=! 서준이랑 사진 같이 찍었대?
=드디어 서준 오빠를 목격하고! 같이 사진 찍은! 사람들이 나타난 거임?!
=ㄴㄴ사진은 가족끼리만 찍었대요ㅋㅋ서준이는 카메라맨ㅋㅋ방금 전에 서준이 인증샷 뜰 때까지 서준이였는지도 몰랐다고ㅋㅋㅋ
=쉽게 깨지지 않는 서준이의 일코.
-근데 되게 아쉽겠다ㅋㅋ 서준이 시타 사진을 배경으로 찍는데, 본인이 바로 카메라 들고 찍어주고 있어ㅋㅋ
=슈퍼스타 이서준이 찍어준 가족사진!
=뭔가 이상한데ㅋㅋㅋ
-다른 후기도 올라옴! (링크)
=와. 바이올린을 빌렸구나. 진짜 즉흥적으로 결정한 거였네.
=22 하긴. 인증샷 찍는데 바이올린을 들고가진 않겠지.
=33 서준이 찐 그레이 아니냐고ㅠㅠㅠ
-서준 오빠 사인?! 사진!? 나도 갖고 싶다ㅠㅠ
=진짜ㅠㅠ축복받은 미국새싹ㅠㅠㅠ
-이거 말고도 ‘야구모자’를 봤다는 후기가 많네ㅋㅋ
=(후기1) 여긴 사진 찍는 거 기다리면서 이야기도 잠시 나눴는데, 서준인 거 몰랐다곸ㅋㅋ
=(후기2) 여기도 음료수랑 간식도 주고받았대ㅋㅋㅋ
=(후기3) 이 새싹은 직접 그린 서준이 그림을 줬다는데? 기쁜데 부끄러워서 죽어가고 있음ㅋㅋㅋ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ㅋㅋ 서준이한테 줄 거였으면 더 열심히 그렸을 듯.
-으아아아! 나도 LA가고 싶어ㅠㅠ
=22 LA보내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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