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828화 (82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28화

다음으로 서준이 향한 곳은 다저스 스타디움.

다저스 스타디움에 있는 사진은, 서준이 시타를 하던 때의 모습이었다. LA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배트를 들고 서 있는 모습.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야구선수인 줄 알겠다.”

“그러게요.”

커다란 사진을 바라보며 말하는 최태우에 서준이 하하 웃었다.

그때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렸다.

“아빠. 저 형도 야구선수야?”

어떤 꼬마가 서준의 사진을 가리키며 아빠에게 묻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 가족인 것 같았다.

진짜로 착각하는 사람이 나타난 상황에 서준과 최태우가 서로를 바라보며 키득키득 웃는데, 꼬마 아빠의 대답이 들려왔다.

“야구선수는 아닌데, 야구선수 했으면 좋겠네……. 우리 팀으로 와줘요. 이서준 배우…….”

아마도 야구팬일 아빠의 아련한 목소리에, 서준과 최태우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있는 힘껏 참아야 했다.

“저기…….”

그때, 꼬마의 엄마가 서준과 최태우에게 다가왔다.

서준과 최태우가 한국인 가족을 알아챘듯, 가족도 그 두 사람(뒤에 외국인들도 일행인가? 아닌가?)이 한국인인 것을 알아챈 것이었다.

“아, 네.”

“괜찮으시면,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모자챙을 꾹 눌러쓰며 얼굴을 가린 서준이 흔쾌히 대답하며 카메라를 건네받았다.

찰칵-

하고 환하게 웃는 관광객 가족의 사진을 찍어준 서준은 꼬마가 보답이라며 준 과자를 잘 챙겨둔 서준이 최태우에게 말했다.

“태우 형, 이제 점심 먹으러 갈까요?”

“그래. 그러자.”

오후 1시 반.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 * *

LA 시각으로 3월 9일 오후 1시 반.

한국 시각으로는 3월 10일 새벽 5시 반.

띠리……!

오늘 하루 연차를 낸 임예나는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작년에는 밤새 SNS와 [새싹부터]를 들락날락거렸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유정아! 일어나!”

“응……!”

바닥에서 자고 있던, 오늘 함께 돌아다닐 친구 송유정 깨운 임예나는 얼른 나갈 준비를 했다. 뒤이어 정신을 차린 송유정도 빠르게 씻고 꽃단장을 했다.

어제부터 소풍 가는 아이처럼 셀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보람이 있는지, 순식간에 멀끔한 새싹 2명이 나타났다.

“얼른 가자!”

짐과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온 두 새싹은 빠르게 1층으로 내려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에 올라탔다.

“자, 예나야.”

“고마워.”

조수석에 앉은 송유정이 비닐봉지에서 빵 하나를 꺼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임예나에게 건네주었다. 포장을 뜯은 임예나가 크게 한입 베어 물었고, 송유정도 자기 몫의 빵을 꺼내 먹었다.

“이거 맛있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거래.”

그렇게 아침부터 달콤한 크림으로 당 충전을 한 두 새싹은 힘차게 출발했다.

아직 새벽이라 텅 빈 도로를 몇몇 차들만이 달리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상황을 살펴보고 있던 송유정이 운전하는 임예나에게 말했다.

“벌써 인증샷 올라오고 있어.”

“벌써?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했는데?”

“새싹이잖아.”

아하.

납득했다.

“하긴. 우리도 이 새벽에 움직이고 있으니까.”

아마 전국의 새싹들이 자신들처럼 이동하고 있지 않을까.

임예나와 송유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외국에서 올라온 건 없어? 특히 LA 후기.”

지금 서준이 LA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새싹은 없었다.

“당연히 있지! 아직 서준이 편지는 안 올라왔지만.”

운전하느라 휴대폰을 보지 못하는 임예나를 위해 송유정이 대신 후기들을 읽어주었다. 가끔 신호에 차가 멈춰 서면 인터넷에 올라온 인증샷을 함께 보기도 했다.

“씨 세이브 센터에 다큐멘터리 사진을 걸었대. 다저스 스타디움에는 시타하는 서준이 사진. 그리고 LA음대랑 근처 공원에서는 연주도 하고 있대.”

“연주? 무슨 연주?”

임예나의 귀가 쫑긋 섰다. 송유정이 번역된 게시글을 읽으며 요약해 주었다.

“아침에 LA음대에 붙어 있는 그레이 사진을 보고 어떤 꼬마가 바이올린을 연주했대. 자기가 오버 더 레인보우 연주할 수 있다면서.”

“아하. 알 것 같아. 옛날에 사촌 동생도 묻지도 않았는데, 태권도 할 수 있다면서 보여줬거든.”

임예나가 웃으며 말하자, 송유정도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할 것 없이, 그맘때 애들은 다 그런 모양이다.

송유정이 후기를 읽어나갔다.

“처음에는 꼬마만 연주했는데, 갑자기 누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대.”

임예나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꼬마랑 같이?”

“응. 꼬마랑 같이. 실력도 엄청 좋아서 프로인 줄 알았대.”

크으.

어쩐지 머릿속에 그 풍경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영화 같은 이야기네. 오버레도 생각나고.”

“이 글 쓴 새싹도 그랬대. 그러다가 플루트가 끼어들어서 같이 연주하고, 그 뒤를 이어서 다른 악기들도 합류하고. 그렇게 다 같이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했대. 어? 여기 동영상 있다.”

이야기만 들어도 훈훈한데, 동영상까지?

“빨리 켜봐. 소리만이라도 들을래.”

임예나의 재촉에, 송유정 또한 들뜬 표정으로 동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은 ‘그레이 바이니의 사진’을 촬영하고 있던 미국새싹이 곧 들려오는 어설픈 바이올린 소리에 카메라를 돌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조금 어설프긴 한데, 잘하네.”

“그러게.”

서준의 곡 한정으로 귀가 날카로운 두 새싹이 웃었다. 조금만 더 연습한다면 잘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또 하나의 바이올린 선율이 흘러나왔다. 두 새싹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미쳤다.”

“진짜 잘하는데?”

상상했던 연주보다 훨씬 멋진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의 어설픈 연주를 그대로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의 실수까지도 미리 연습된 연주의 한 부분으로 만드는.

그야말로 ‘합주’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플루트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바이올린, 비올라, 오보에 등 다른 악기들의 소리도.

점점 풍부해지는 멜로디에, 운전하느라 영상을 볼 수 없는 임예나의 머릿속으로 저절로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꼬마.

그리고 하나둘 나타나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

크으.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악기만 다룰 수 있었으면 나도 같이 연주했을 것 같아.”

임예나의 말에 송유정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연주해 주신 분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여기 적혀 있어. 원래는 부모님이 꼬마를 말리려고 했대.”

“진짜?”

그대로 연주가 멈췄다면 이런 멋진 합주는 못 들을 뻔했다.

임예나가 감탄하며 말했다.

“연주자분 멋지시다.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연주하기 어려웠을 텐데…….”

“꼬마 부모님이 남긴 글도 있어. 첫 연주자분이랑 같이 연주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 꼬마가 정말 기뻐했대. 나중에 커서 그레이 바이니처럼, 함께 연주해 준 어른들처럼 멋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거래.”

아이의 멋진 꿈에 임예나와 송유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저런 경험을 겪으면 나라도 그럴 것 같아.”

아이에게도, 함께 연주한 사람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일 터였다.

“이 이야기가 퍼져서, LA음대랑 공원에서도 다들 연주하기 시작했대. 지금도 하고 있고.”

“진짜 재밌겠다…….”

부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임예나에, 송유정이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괜찮아! 우리도 이제부터 즐기면 돼!”

“그래! 우리가 더 재미있게 보낼 거야!”

배우 이서준 생일 투어의 시작이었다.

* * *

[이게 무슨 사진? 하룻밤 사이, 전 세계에 나타난 현수막들!]

[한국을 가득 채운 이서준 배우의 사진들!]

[사진 속에 담긴 이서준 팬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

[이서준 배우의 팬들, 이서준 생일 투어 시작!]

[이게 바로 슈퍼스타의 생일이다!]

-출근했다가 회사건물에 진 나트라 사진(거대) 있는 거 보고 기겁함ㅋㅋㅋ

=22 아침부터 냉수마찰한 것 같더라.

=33 잠 다 깬 느낌. 사진일 뿐인데 포스가 장난이 아니야.

=너희 광화문광장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구낰ㅋ

=거기 쉐도우맨3 촬영지라서 진 나트라인 듯.

-영월ㅠㅠ단종 유배지에는 단종이 아련하게 웃는 사진 있음ㅠㅠ

=여긴 성녕대군묘ㅠㅠ 성녕대군마마가 환하게 웃는 사진이 있다ㅠㅠㅠ

=여긴 부산. 흘러가다 촬영했던 바닷가에 가람이 웃는 사진ㅜㅜ

=다 웃는데 왜 나는 울고 있냐고ㅠㅠㅠ

=새싹들 다 인증샷 찍으면서 눈물 그렁그렁하고 있겠다ㅋㅋㅋ

-우리집 근처에는 아기 이서준 현수막 있던데, 설치한 기준이 있나?

=그러게. 우리 회사(대전) 근처에는 화 도련님 사진 있던데. 화 촬영지 강원도 아니었음?

=거기가 어디야!? 도련님ㅠㅠㅠ 보고 싶다ㅠㅠ

=22 거기 어디에요? 태극기 들고 인증샷 찍어야지ㅜㅜ

=새싹) 작품 촬영지에는 해당 작품 속 캐릭터 사진을 설치했습니다. 다른 곳은 랜덤입니다.

=아. 그래서 우리 학교(이서준 고등학교)에는 MOEB-436이 있었구나.

=이서준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님?

=나 선생님.

=……아하.

=ㅋㅋㅋㅋㅋㅋ

-은하수센터에 청룡님 있어요! 아이들이랑 보러 가세요!

=왕 커서 애들 엄청 좋아할 듯.

-MBS는 봄돌이랑 오스카 시상식 현수막 붙여뒀더라ㅋㅋ

=SBC는 워킹맨ㅋㅋ KBC는 내의원ㅋㅋ

=케이블도 한 걸음 붙였던데ㅋㅋㅋ

=방송국마저 생일 축하하는 슈스ㅋㅋ

-이스케이프 테마파크에는 사진 두 개 붙음.

=두 개? 어떤 장면?

=고주원이 활 쏘는 장면하고……좀비가 문 두드리는 장면……ㅎ 존나 커서ㅋㅋㅋ무서워ㅠㅠㅠ

=진짜 무섭겠다ㅋㅋㅋ

-역시 새싹;;; 작년에는 간소하게 하더니(기부 금액은 간소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아주 이서준으로 도배했네.

=22 이건 진짜 도배ㅎㄷㄷ

=엣헴(어깨 으쓱)

=우리가 쫌!(으쓱으쓱)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ㅋㅋ

-앜ㅋㅋ이것 좀 봐(링크)

[제복: 살려줘……ㅠ(+서준이 생일 현수막 후기)]

나 서울-강원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고 있는 새싹.

서울-강원도 휴게소가 많긴 하지만, 워킹맨 찍은 곳이라고 하면 어딘지 다 알겠지?ㅎㅎ

하여튼.

오늘 서준이 생일이라서 쉬려고 했는데, 대타가 없었음ㅠㅠ

그래도 촬영지 현수막은 3일 동안 놔둔다고 하니까ㅠ 눈물을 흘리면서 출근함.(대신 내일이랑 모레 쉬는 날이라서 전국투어할 생각ㅋㅋ)

그래도 휴게소에도 서준이 현수막 설치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조금, 아니 많이 기대함.

그리고 오늘 아침에 휴게소 왔더니 서준이 사진이 있는 거임!!

진짜 크게 보는 서준이 너무 좋더라ㅠㅠ

새싹들 메시지도 다 정성껏 쓴 게 보여서 눈물나고ㅠㅠ 감동적이고ㅠㅠ

그런데……ㅎㅎ

나는 이 휴게소가 [화] 촬영지 오고 가는 길에 있으니까 무명화가 사진일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음ㅋㅋㅋ

(버터감자 먹고 있는 서준이 사진.)

이거였다.

(우물우물 버터감자 먹는 서준이 사진.)

귀여우니까 하나 더.

[화]팀이 풀어준 많고 많은 서준이 사진 중에! 이 사진이 선택된 거임!

고속도로 휴게소에!

ㅅㅂ내가 버터감자를 파는데에에!!

‘새싹인 내’가 즐겁게 사진을 찍고 나자,

‘알바생인 내’가 정신을 차렸음.

X됐다.

나는 X됐어.

오늘 휴게소에 몰려올 새싹들과 그냥 지나가다 서준이 사진을 볼 일반인분들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해짐.

누가 봐도 버터감자 홍보 사진이잖아. 저겈ㅋㅋㅠㅠㅠ

사장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처럼 준비하고 있어서, 이야기함.

나: 사장님.

사장님: 응?

나: 우리 감자 더 주문해야 돼요. 바로 조리할 수 있는 걸로요.

사장님: ……응?

나: 버터도요.

사장님: ???

나: 아주 많이요.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팔았다.

근데 이제 점심시간 끝났어ㅠㅠ 오후가 아직 남아있음ㅠㅠ

나 팔 아파ㅠ 힘들어ㅠ 살려줘……!

+)그래도 사장님이 오늘 보너스 준다고 했음! 서준이 생일 투어하면서 맛있는 거 사 먹어야지!

-서준이의 홍보효과를 몸소 느끼는 새싹ㅋㅋ

=ㄱㅆ)이래서 회사들이 서준이한테 그렇게 러브콜을 보내는가 싶었음ㅎ

-그래도 도망 안쳤네ㅋㅋㅋ

=ㄱㅆ)어떻게 사장님 혼자 하시게 둬ㅠㅠ

=착한 우리 새싹ㅠㅠ

-와! 버터감자! 맛있게 먹었어요!!

=ㄱㅆ)감사합니다!

-갑자기 버터감자 먹고 싶어짐.

=22 지금 가볼까.

=ㄱㅆ)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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