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827화 (82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27화

‘나이트 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서준과 최태우는 다음 목적지인 씨 세이브 센터로 향했다.

마나를 충전하기 위해 씨 세이브 센터에 들렀던 것이 얼마 전.

씨 세이브 센터는 여전히 해양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해 주고 있는 멋진 곳이었다. 또한,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준은 저기 보이는, 센터 건물 한쪽에 설치된 현수막이 그 프로그램의 홍보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서준아, 이제 곧 도착…… 오.”

“와아……!”

씨 세이브 센터에 가까워질수록 자세히 보이는 그 현수막에, 운전하고 있던 최태우와 조수석에 앉아 있던 서준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그건 다큐멘터리 [우리는 지금/바다에 있다]의 한 장면이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새벽.

물 위로 머리를 빼꼼 내민 새끼 혹등고래 ‘우리’와 돌고래 ‘로키’ 그리고 그 앞에 걸터앉은 서준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

그 위로 흘러가는,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고래, 모비딕.

몇 번을 봐도 신비롭고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저대로 씨 세이브 센터의 홍보물로 써도 될 것 같네.”

“그러게요.”

최태우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동의했다.

착각한 것이 당연했을 정도로, 씨 세이브 센터와 잘 어울리는 사진이었다.

서준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킹즈마켓의 ‘나이트 진’ 사진은 주차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되어 있었는데(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혼잡해질까 봐), 씨 세이브 센터는 아예 멀리서부터 잘 보이도록 설치해 두었다.

‘이유는, 알 것 같네.’

센터에 다가갈수록 사진도 점점 커져갔다.

점점 더 자세히 보이는,

새끼 혹등고래 우리와 돌고래 로키. 그리고 서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눈동자에서, 표정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애정은 사진에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깊어져 갔다.

그렇게 사랑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 따뜻하고 푸른 파도를 쫓아, 도로를 달려 마침내 씨 세이브 센터에 도착한 사람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울 것이다. 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가만히 사진을 올려다보겠지.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에 그대로 휩쓸려, 조금 넋이 나간 얼굴로.

그게 고래에 대한 마음이든, 서준에 대한 마음이든 말이다.

으흠.

연기, 그러니까 ‘캐릭터’가 아니라 ‘이서준 자신’이라서 그런가, 조금 쑥스럽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차에서 내린 서준이 고개를 들어 사진을 보았다.

사진이 큰 만큼, 새싹들의 메시지도 크게 보였다.

-앞으로도 행복하길!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또 다른 애정의 파도에, 서준이 실실 웃었다.

“J…… 왔어요?”

준!

하고 부르려던 구조팀 팀장 케이트가 목소리를 낮추고는 말했다.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었던 킹즈마켓과 달리, 씨 세이브 센터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개관시간에 맞춰 온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케이트.”

서준과 최태우가 케이트를 반겼다.

“저 사진 너무 좋지 않아요? 오늘 출근할 때 가슴이 벅차올랐다니까요.”

당장이라도 고래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말하는, 해양동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케이트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준과 팬분들만 괜찮으면 센터 홍보용으로 기간을 더 늘려서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전 괜찮아요.”

서준의 흔쾌한 허락에, 케이트가 환하게 웃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회사를 통해서 하기로 했다.

“그럼 잘 보고 가요, 준.”

신나게 홍보팀으로 향하는 케이트를 바라보던 서준은 다시 사진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랑 로키는 잘 지내고 있을까.’

축복을 해줬어도, 걱정이 된다. 바다는 아주 넓고 아주 깊은, 무시무시한 곳이니까.

[뉴 이클립스] 촬영이 끝난 후, 능력을 사용해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조용히 사진을 올려다보는 서준을 기다려주던 최태우가 시간을 체크하고는 입을 열었다.

“서준아, 인증샷 찍을까?”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해요. 태우 형.”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 사이.

서준도 방해가 되지 않을만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최태우가 카메라를 들고 그 앞에 섰다.

다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어서, 서준과 최태우도 평범한 관광객 또는 현지인처럼 보였다.

찰칵.

쓰고 있던 야구모자를 살짝 들어 올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찍은 서준과 최태우가 차에 올랐다.

“나중에 사진 업로드하면 여기 있는 분들 다 놀라는 거 아니야?”

“하하. 그러게요.”

시동을 걸던 최태우가 웃으며 말하자, 안전벨트를 메던 서준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서준아?! 니가 왜 여기 있어?!

-NOOO!! 준이 바로 옆에 있었어!!

-ㅠㅠ본체가 바로 여기 있는데ㅠㅠ왜 발견을 못하니ㅠㅠ

그런 댓글들이 올라오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 * *

다음으로 향한 곳은 LA음대.

대학교라서 그런지, 센터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조심하자.”

“네.”

최태우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긋하던 보디가드들도 조금 긴장한 것이 보였다.

서준과 최태우가 향한 곳은 브레드홀.

[오버 더 레인보우1]과 [오버 더 레인보우2: 포 마이 프렌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레이 바이니’가 연주했던 장소였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아서 그런지, 앞서 두 장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수업을 들으러 온 대학생들, 수업을 하러 온 교수들, 근처에 사는 현지인들, 브레드홀을 보러 온 관광객들.

그 사이에 야구모자를 쓴 서준 리가 있었다.

서준이 고개를 들어 사진을 보았다.

씨 세이브 센터보다는 작지만 킹즈마켓보다는 큰 사진이 브레드홀 벽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레이 바이니였다.

그것도 두 명.

정장을 입은 어린 그레이 바이니(오버레1)와 똑같은 디자인의 정장을 입은 큰 그레이 바이니(오버레2)가 서로 등을 기댄 채, 부드러운 미소를 띤 얼굴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와아아! 어제는 이런 거 없었는데!”

“밤사이에 설치했나 봐!”

“진짜 금방이라도 연주할 것 같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저런 감상도 들려왔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과 캐릭터에 서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저기 뭐라고 적혀 있는데?”

“준의 팬들이 적은 메시지래.”

“오…… 엄청난데?”

어쩐지 서준의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 새싹들이 저를 이만큼이나 사랑합니다. 물론, 저도 이만큼, 아니, 더 많이 사랑하구요.

“그레이! 멋지다! 그치, 엄마?”

“그러게.”

그중에는 소식을 듣고 온 듯, 작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손에 쥔 어린아이도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것 같았다.

“나 연주할 수 있어!”

그렇게 외친 아이는 부모님이 말리기도 전에,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크게 활을 내리그었다.

♬-!

[오버 더 레인보우]

모두가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선율이 아이의 작은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틀린 부분이 많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놀란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말리려고 할 때.

♪--

어디선가 또다른 바이올린 선율이 들려왔다. 아이의 연주보다 탄탄한, 아니 수준급의 연주였다.

그에 아이와 부모, 사람들의 고개가 연주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실력을 보니 LA음대 학생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남자의 옆에는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는데, 어쩐지 경악한 얼굴로 입을 쩍 벌리고 굳어 있었다.

♬-

더 깊이 생각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사람들은 바이올린 연주에 푹 빠졌다.

남자의 합류로 더욱 신이 난 아이의 [오버 더 레인보우]는 마치 어린 시절의 그레이 같았고, 남자의 [오버 더 레인보우]는 마치 어른 그레이 같았다.

“으……! 못 참겠다!”

그렇게 말한 누군가가 들고 있던 케이스를 열어 악기를 꺼냈다. 플루트였다.

[오버 더 레인보우]는 바이올린 곡이지만,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를 사랑하는 연주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악기로 연주하고는 했다. 너튜브에 편곡 영상도 많았다.

이 플루리스트도 그랬다.

플루트 전공이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몇 번이고 손에 익을 때까지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바이올린과 합주도 해봤다.

♬-♪-

그렇게 두 개의 바이올린 선율에, 플루트가 끼어들었다.

연주는 더욱 풍부해지고 아름다워졌다.

그에 많은 학생들에 반응했다.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긴 LA음대.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바이올린은 물론이고, 비올라, 오보에 등.

플루트를 시작으로, 악기를 들고 있는 학생들이 연주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악기를 들고 다닐 수 없는 피아니스트들이 아쉬워했고, 악기를 들고 오지 않은 학생들이 안타까워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멋진 장면이었고, 아름다운 합주였다.

그 모습을 사람들이 휴대폰을 촬영했다. 카메라로 찍는 이들도 있었다. 슈퍼스타의 매니저도 그중 하나였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

그렇게 [오버 더 레인보우]의 합주가 끝나고, 짝짝짝! 커다란 박수소리가 브레드홀 앞을 가득 채웠다.

“엄마! 아빠! 나 잘했지?”

헤헤헤.

바이올린을 손에 꼭 쥐고 두 뺨을 붉게 물들인 얼굴로 환하게 웃는 아이에, 부모는 그냥 웃고 말았다.

“정말 잘했어!”

“아빠는 그레이인 줄 알았다니까.”

“헤헤헤!”

들뜬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는 아이의 연주에 함께해 준 남자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를 둘러보아도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 * *

“바이올린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억!”

브레드홀에서 조금 떨어진 곳.

바이올린을 돌려주며 말하는 남자에, 여학생은 저도 모르게 멈췄던 숨을 들이마셨다.

“……서준 리!”

그리고 아까 말하지 못했던 이름을 비명처럼 내뱉었다.

그에 서준이 하하 웃었다.

“팬이에요! 새싹입니다! 진짜로요! 오버 더 레인보우를 보고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LA음대에 온 것도요! 아, 저기 사진에 메시지도 있어요!”

“정말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서준에 여학생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적은 메시지를 보러 왔는데, 내 배우를 보게 될 줄이야!

‘이제 죽어도…… 안 되지. 사인! 사진!’

“사인이나 사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당연히 해드려야죠.”

조심스럽게 묻는 여학생에 서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여학생의 휴대폰을 건네받은 최태우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오늘 하루 동안은 비밀로 해주세요. 여기저기 돌아다닐 예정인데, 사람들이 몰릴 수도 있어서요.”

찡긋 웃으며 말하는 서준에, 사진에 사인까지 받은 여학생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할게요.”

“하하. 오늘까지면 돼요.”

그렇게 새싹과의 짧은 만남이 끝나고.

서준과 최태우는 다음 목적지인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오버 더 레인보우1]의 홍보로 서준이 버스킹을 하던 곳이었다.

“응?”

버스킹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바이올린 소리죠?”

“관악기도 있는 것 같은데?”

연주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곡은 친절했던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연주한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1]

그 선율을 따라 사진이 있는 곳(버스킹 장소)에 도착한 서준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린 서준이 버스킹하던 모습이 프린트된 사진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보다는 일반인이 많아 보였는데, 아마도 브레드홀의 합주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근처에 사는 사람들과 공원에서 버스킹하던 연주자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모두 이곳으로 온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던 서준은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내뱉듯 말했다.

“바이올린을 가져올 걸 그랬어요.”

♬-♪!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 담긴 선율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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