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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21화 (82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21화

작품상을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새싹들과 한국인들은 이제 시작이었다.

“기사! 기사 올려!”

“11년 전 이서준 사진! 어딨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기자들의 손이 빨랐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은 눈에 안 보일 지경이었다.

“상 받은 버전으로 몇 개 정도 미리 써둘 걸 그랬어요!”

왜냐하면 내보낼 기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연예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배우 이서준,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 쾌거!]라는 제목에 달랑 사진 몇 개만 올려놓은 기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11년 전과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그동안 배우 이서준이 어떤 작품들을 찍어왔는지, 그리고 이번 수상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설명해 주는, 대중들(특히, 이서준의 팬들)이 흥미로워하며 읽을 만한 양질의 기사를 말하는 거였다.

“어쩔 수 없지. 전부 비관적이었잖아.”

선배 기자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후배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한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 그리고 시상식 분위기를 가장 잘 아는 현지, 미국까지.

영화 산업과 관련된 이들은 모두 배우 서준 리의 수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래서 기자들도 [배우 이서준, 수상 불발.], [안타깝지만 장르의 한계였다.] 등에 대한 기사들만 준비한 상태였다.

“그런데 설마 받을 줄이야…… 미쳤어……!”

후배의 입에서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를 감탄이 또 한 번 흘러나왔다. 선배 기자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일단 기사부터 올려. 오늘이 조회수 제일 잘 나올 테니까.”

“넵!”

조회수란 말에 후배 기자의 눈이 번뜩였다.

* * *

[한국배우 최초로 2번째 오스카상 수상!]

[배우 이서준, 세계 영화사에 또 한 번 이름을 남기다!]

[슈퍼히어로 영화, 큰 걸음을 내딛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한국 배우들!]

[배우 이서준, 한국어 인사로 수상소감 시작!]

서준의 수상과 동시에, 수많은 기사들이 인터넷을 뒤덮였다.

또 생방송 중인 MBS를 제외하고, 다른 방송국들에서도 [속보) 배우 이서준,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자막을 내보내기에 바빴다. 라디오에서도 DJ들의 축하들이 쏟아졌다.

-축하합니다! 이서준 배우!

=22 진짜 축하해요!!

-오늘 생방으로 보길 잘했다.

=22 진짜 역사의 현장이었음.

=33 서준 리! 하고 이름 불렀을 때 내가 다 짜릿했닿ㅎㅎ

=44 오스카상 한 번만 받아도 놀라운 일인데 두 번이나 받다니ㅎㄷㄷ

-히어로 영화 이렇게 상 받은 거 보면 앞으로도 수상할 가능성 높을 듯.

=그리고 앞으로 서준이가 찍을 히어로 영화도 많음ㅎㅎ

=이서준: 신에게는 12개의 작품이 있습니다.

=? 12개나 나온대?

=일단 나이트 진 10편. 나머지는 이레귤러스.

=아닠ㅋㅋㅋ나이트 진 10편 기정사실이냐고ㅋㅋ

=조나단 감독: 살……려……줘……

-이서준 사단 대단하네. 이서준(12세)/김종호/이서준(23세) 벌써 오스카상 수상자가 3명이나 나옴.

=그중 2명은 같은 사람이잖아ㅋㅋㅋ

=그것도 사단장 본인ㅋㅋ

=이서준 사단장: (나란히 놓여 있는 오스카 트로피 2개를 보며) 흐음. 이게 어려워요?

김종호: (오스카 트로피를 닦으며) 그러니까.

이지석: (부들부들)

=앜ㅋㅋㅋㅋ

-근데 기자들 생각보다 기사 성의껏 적었네? 이서준이 12살 때 오스카상 받았던 이야기도 적어주고.

=그러게? 제목만 딸랑 적어놓을 줄 알았더니?

=어떤 점이 투표자들에게 먹혔는지도 나름 분석해서 적어둠.

=낯설다;;; 우리나라 기자들 맞지?

=22 이런 좋은 기사들을 쓰다니;;;

=새싹들 때문에 그럼.

=잘 못 적으면 새싹들이 신고함?

=ㄴㄴ 잘 적은 기사 링크를 팬카페에 올림. 그러면 지나가던 새싹들(한국+한국어 할 줄 아는 외국인들)이 한 번씩(또는 여러 번) 클릭해서 기사 읽음. 즉, 조회수 밭이라는 거ㅋㅋㅋ

=아. 역시 조회수……ㅋ

=조회수는 기자들에게 좋은 먹이죠.

-미친! 이서준 뒤풀이 파티 라이브 방송 중임!

=보러 간다!

* * *

아니.

별들의 축제도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준! 축하해!”

“고마워요. 바네사.”

[생존자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바네사 올슨과 이야기를 나눈 서준은 자신을 부르는 데이비스 가렛과 밀란 첼런에게로 향했다.

“축하한다.”

“두 번이나 받을 줄이야!”

“하하. 감사합니다.”

마치 이번 파티의 주인공이 된 듯,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축하받기에 바빴다.

그렇게 파티장을 한 바퀴를 돌고 온 서준은 한숨을 돌리고 리첼 힐과 에반 블록, 조나단 윌, 커크 로렌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난 준이 받을 줄 알았지!”

“정말요?”

서준보다 더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리첼 힐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에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 말간 얼굴에 리첼 힐은 양심이 찔렸다.

“……그럼!”

“아닌 것 같은데.”

리첼 힐의 대답이 한 박자 늦은 걸 알아챈 에반 블록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꽤 많이 투표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어. 나도 준에게 투표했고!”

“나도 했어.”

리첼 힐과 에반 블록의 말에, 서준은 활짝 웃었다. 다섯 후보 중 자신의 연기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다는 거니까 말이다.

“나도 투표권만 있으면 투표했을 텐데!”

“이번에 생기지 않겠어요?”

이번 [쉐도우앤나이트]로, 감독인 조나단 윌도 아카데미 회원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겠지?”

조나단 감독이 으헤헤헤 웃었다.

그때, 파티장이 술렁였다.

그 술렁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서준과 일행 또한 고개를 돌렸다.

“어?”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물론 뒷풀이 파티라서 배우는 물론이고 (확인받은) 영화 관계자들이 마음껏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긴 했지만, 이 두 사람의 등장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리처드 보윈?”

“페일런 박?”

방송계과 영화계 등에 여러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마린’의 사장과 영화부문 총괄책임자였다. 배우들과 감독, 영화관계자들로서는 술렁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었다.

“준! 정말 축하합니다!”

그런 레처드 보윈과 페일런 박이, 먼저 서준 리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넸다.

잠깐 놀랐던 서준도 이내 웃으며 두 사람과 손을 마주 잡았다.

“감사합니다. 모두 두 분 덕분이에요.”

“아뇨. 저희가 뭘 했다고…….”

페일런 박의 말에 서준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두 분이 후보 목록에 올려주지 않으셨으면 애초에 노미네이트 되지도 않을 테니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서준 리과 ‘그건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배우들과 감독들의 모습에, 리처드 보윈과 페일런 박은 하하 웃기만 했다. ……그냥 홍보용으로 쓰려고 했고, 노미네이트에 수상까지 할 줄은 정말로 몰랐다는 것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서준의 팬으로서 할 말은 해야 했다.

“저희야 기회만 드린 거죠. 노미네이트도, 수상도 준이 이뤄낸 겁니다.”

페일런 박의 말과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리처드 보윈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서준이 이내 미소를 지었다. 좋은 분들이다, 생각하면서.

“조나단 감독님도 축하드립니다.”

“감, 감사합니다.”

하하호호.

[쉐도우맨 시리즈]의 주인공 에반 블록과 리첼 힐, 그리고 다른 시리즈의 배우들까지 합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마린사가 아닌 베어라운드의 영화인 [생존자들]의 배우들도 있었다.

흐름에 민감한 스타들이었다.

저 무리의 중심에, 배우 서준 리가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서준 리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바뀌었다.

“저 잠시 라이브 방송 좀 하려는데, 괜찮을까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준은 자신의 수상에 기뻐할 새싹들을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도 나와도 돼?”

합이 잘 맞는 리첼 힐과 바네사 올슨의 물음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물론이죠. 다들 좋아하실 거에요.”

재미있을 것 같다며 다른 배우들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서준이 휴대폰을 꺼내 너튜브 라이브를 켜는 사이, 리처드 보윈과 페일런 박은 몇 걸음 떨어졌다. 배우도 아닌데, 라이브 방송에 얼굴을 보일 이유는 없었다.

“오버 더 레인보우1 때도 그랬지만…… 정말이지, 예상할 수가 없는 배우야, 준은.”

“하하. 그렇죠.”

옹기종기 모여 작은 휴대폰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드는 서준 리와 배우들.

그 모습을 보던 리처드 보윈은 11년 전을 떠올렸다.

[오버 더 레인보우1] 당시, 수상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서준 리는 멋지게 상을 받아왔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히어로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에 올라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정말이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대단한 배우였다.

문득, [오버 더 레인보우1] 때가 떠오른 리처든 보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이트 진 계약은 어디까지 했어?”

11년 전.

[쉐도우맨3] 하나만 남았던 출연계약.

당시에는 오스카상 수상으로 상승할 출연료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배우 ‘서준 리’와 함께할, 흥행이 확실한 미래가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이곳에 축하 인사를 겸해 얼굴을 보러 온 거였다. 마린에 좋은 이미지를 갖길 바라서. 그 이미지가 앞으로의 작품 선택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넉넉하게 잡아뒀습니다.”

물론, 매번 작품을 찍을 때마다 출연료는 따로 책정해야 하겠지만.

서준은 그의 출연료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레귤러스는?”

“마찬가지입니다.”

“흠. 잘했어.”

리처드 보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앞으로 시즌 2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뉴 에이지도 난리겠군.”

서준의 차기작, [뉴 이클립스]의 제작사, 뉴에이지.

오늘 서준의 수상 소식에 가장 기뻐할 곳이 아닐까 싶었다.

페일런 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영화 홍보 시작할 것 같습니다.”

* * *

-ㅠㅠ뒷풀이파티 라이브ㅠㅠ 짧았지만 좋앗다ㅠ

=22 스타들 프리한 모습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음.

=33 다들 이서준이랑 진짜 친해 보이더라.

=메모) 서준이와 친해지려면 할리우드 배우가 되자.

=ㅋㅋㅋㅋㅋ

-서준아ㅠㅠ 축하해ㅠㅠㅠ

=우리 서준 오빠는 라이브에서도 정말 멋지고 예쁘고 귀엽고ㅠㅠ

=방송 자주 켜줘ㅠ

-이서준 휴대폰 어디꺼임? 앞 카메라로 찍는데 되게 잘 나오네.

=그건 그냥 모델들이 잘생긴거……ㅋ

=22 찍히는 사람들이 이서준+할리우드 배우잖아.

-이서준 남우주연상 2개나 받았는데, 차기작 뭐 찍을까?

=자기가 찍고 싶은 작품ㅎㅎ

=진짜 자기 하고 싶은 거 함? 회사에서 정해주는 게 아니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구나!ㅇㅁㅇ!

=이서준 필모를 보면 모르겠음? 할리우드 영화 찍다가 연극(직접 감독&각색)하고, 단막극 촬영하고, 신인 감독 작품 출연하고, 독립영화 찍고ㅋㅋ

=22 ㅈㄴ자유분방함ㅋㅋ 앞으로 뭘 찍을지 짐작도 안됨ㅋㅋ

=33 진짜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44 난 이서준이 동화로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보러 간다.

=동홬ㅋㅋㅋ

-! 이서준 차기작 떴다! 이클립스 리메이크래!

=[남우주연상 수상자 서준 리의 차기작, 이클립스 리메이크!](링크)

=??아니, 뭐요??

=……뭐라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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