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17화
사람들이 서준의 변화에 긴가민가하는 사이.
서준이 탄 비행기는 태평양을 날아 미국, LA에 착륙했다.
“어서 오세요, 준.”
서준 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팬들의 환호성을 뒤로하고, 서준은 마중 나온 킹즈에이전시의 차량을 타고 곧바로 LA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아, 숙소가 아니라 집이지.’
제2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숙소에서 지내더라도 익숙해지면 편하긴 했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서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집 잘 산 것 같아요.”
[오버 더 레인보우2]부터 [쉐도우앤나이트], 그리고 이번 촬영까지. 텀이 조금 길긴 했지만, 아주 잘 쓰고 있는 집이었다.
배우의 만족스러운 표정에, 최태우와 킹즈에이전시 직원도 따라 웃었다.
“준이 쓰지 않는 동안에는 LA에 오는 가수들이 사용했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집이라서 그런지, 다들 편하게 쉬고 체력을 회복하셨습니다. 레드크라운 중 한 분은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금세 나았다고 하더라고요.”
서준 리뿐만이 아니라 브라운블랙부터 버밀리온(예정)까지, 코코아엔터 가수팀의 미국 활동도 케어하는 킹즈에이전시 직원의 말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아마도 그건 서준이 LA집에 새겨놓은 각종 능력 덕분일 터였다.
‘다들 잘 쓰니까, 좋네.’
이번에도 잔뜩 마나를 충전하고 가야겠다.
그렇게 LA집으로 가는 길.
최태우가 휴대폰을 보며 스케줄을 읊었다.
“시차적응 이틀하고, 시상식에 입고 갈 의상을 수선할 예정이야.”
“이틀이나 쉬어요?”
시차적응?
그건 먹는 건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시차적응을 완벽하게 끝내고 할리우드 스타 모드로 변한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그런 서준의 상태를 알고 있는 최태우와 킹즈에이전시 직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쉴 땐 쉬어야지.”
“이틀 동안 친구분들도 만나고, 씨 세이브 센터에도 가면 되죠.”
두 사람 모두 서준이 미국에 오면 꼭 하는 일정들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뭐, 서준을 서포트하는 게 일이니 모를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친구들하고는 3월에 만나기로 했어요. 씨 세이브 센터도요.”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스카 후보에 오를 줄은 모르고 미리 약속을 잡아놨거든요.”
그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킹즈에이전시 직원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서준의 스케줄은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고, 킹즈에이전시도 그에 따라 움직일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저희도 소식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직원들끼리 오늘 2월 1일이 아니고 4월 1일이냐고 물어볼 정도로요.”
킹즈 에이전시 직원의 말에 서준과 최태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대로, 확실히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보다도 미국 현지의 사람들이 더 놀라워했을 것 같았다. 할리우드와 함께 일하는 이들은 더더욱 경악했겠지.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준.”
“고마워요.”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한 차량이 곧 LA집에 도착했다.
“그럼 이틀 후에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간단히 들고온 짐들을 내리고 (나머진 택배로 올 예정이다.) 킹즈 에이전시 직원이 떠났다. 어쩐지 떠날 때까지도 직원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서준이 탄 차량을 뒤따라오던 경호팀들도 서준과 최태우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옆집으로 이동했다. 경호팀의 숙소였다.
서준과 최태우는 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2층 저택으로 걸어갔다. 요 2년 사이, 익숙해진 집의 현관문이 보였다.
“집이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묘한 기분이네.”
“그러게요.”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 배우와 매니저였다.
최태우가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었다.
처음 봤을 때 ‘이거 안전한 건가.’ 하고 생각했던 미국 저택의 나무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와 동시에 펑! 펑! 하고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축하해, 준!”
“노미네이트 축하한다.”
“으아악!”
오. 이런.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에 기겁할 듯 놀라는 최태우와 달리, 서준은 짧게 탄성을 내뱉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폭죽을 터뜨리는 리첼 힐과 에반 블록, 그리고 케이크를 들고 서 있는 조나단 윌과 부드럽게 웃고 있는 라이언 감독까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서프라이즈였다.
* * *
서준과 사람들은 현관문에서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환하게 불이 켜진 거실은 아주 제대로 파티를 할 것처럼 풍선들과 파티용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아마도 리첼 힐과 조나단 윌의 작품이지 않을까.
“준이 먼저 들어올 줄 알았는데…… 괜찮아요, 태우?”
“괜, 괜찮습니다.”
딸꾹!
정말 놀랐는지 딸꾹질까지 하는 최태우에, 다들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 가져올게요.”
리첼 힐이 부엌으로 향하고, 서준이 케이크를 잘라 각자의 접시로 옮기는 에반 블록에게 물었다.
“다들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
“킹즈에이전시 직원한테 부탁했지.”
어쩐지.
아까의 그 미소는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경호팀: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게다가 경호팀도 최태우의 비명 소리에 바로 달려오지 않고 메시지만 보낸 것을 보니, 미리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 현관에는 CCTV도 있으니까 보고 있었겠지만.
“뭐 더 먹고 싶은 거 있어? 잔뜩 사 왔는데.”
“괜찮아요.”
자신보다 더 기뻐 보이는 조나단 윌을 보며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조나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쉐도우앤나이트]는 서준이 노미네이트된 남우주연상 말고도 다른 부문들에서도 후보에 오른 것이었다.
상업영화로 데뷔하자마자 아카데미 시상식,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었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서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조나단도 축하해요.”
들썩이던 조나단 윌의 입꼬리가 서준의 축하에 아주 하늘을 뚫을 듯이 올라갔다.
“으헤헤헤. 고마워.”
“진짜 바보 같은 웃음이네.”
리첼 힐의 장난기 가득한 말에 다들 빵 터지고 말았다. 라이언 감독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최태우의 딸꾹질이 멈추고, 준비해 온 음식도 각자의 앞에 놓였다.
“그럼 다시 한번!”
리첼 힐이 즐거운 목소리로 말하며 잔을 들어 올렸다. 서준과 다른 사람들도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잔을 높이 들었다.
“준과 조나단의 노미네이트를 축하합니다!”
짠-!
하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로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 * *
“나이트 진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나 사실 호랑이 굴로 들어온 게 아닐까?
즐거운 파티가 바로 어제였는데,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서준의 질문에 조나단 윌 감독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는 서준의 눈동자를 보니, 어쩐지 지금 물어보는 것도 아침 식사 때 말하면 체할 것 같아서 기다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철저한 녀석…….
“어…… 일단…….”
조나단 감독이 말을 길게 늘였다.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에 꽃밭이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스토리 상으로는 이레귤러스가 먼저니까…… 그게 나와봐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시리즈라고 해도 연관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 설정 오류가 있으면 안 되잖아!”
그래!
난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게 아니다!
그저 [이레귤러스]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을 뿐!
조나단 감독의 변명 아닌 변명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빤히 바라보고 있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한 얼굴이었다.
“그렇긴 하죠.”
“그치? 그치?!”
살았다!
마음속 조나단 윌이 만세를 불렀다.
“그래도 큰 틀은 잡아놓지 않았어요? 기본 설정은 그대로일 테니까요.”
“으응?”
산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준……? 스케줄 없어?”
“이틀 동안은 없어요.”
서준의 말이 마치 이틀 동안 열심히 갈려보자! 하는 것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아…….”
영혼이 탈출한 것 같이 넋이 나간 조나단 윌을 보며, 리첼 힐과 에반 블록, 라이언 감독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이틀 후.
조나단 윌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준의 집에서 탈출하고 (라이언 감독과 두 배우는 먼저 떠났다.), 교체하듯 패션 브랜드 ‘레든’의 수선직원들이 나타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다른 패션 브랜드를 제치고 선택받은 레든의 직원들이 웃으며 서준을 바라보았다. 이번 시상식으로 또 한 번 레든에 날개를 달게 될 것이었다.
‘이제 아레시스도 한물갔지.’
가장 먼저 ‘서준 리’라는 슈퍼스타의 수혜를 받았던 패션 브랜드, 아레시스.
하지만 눈에 띄게 성장하던 것도 옛말.
지금도 유명 브랜드이긴 하지만, 성장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선택받지 못했지.’
서준 리를 공략하기 위해서 여러 디자인의 옷을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레든’의 직원인 자신들이 여기 온 것을 보면 그 모든 의상이 탈락한 것 같았다.
‘남 걱정할 때는 아닌가.’
레든의 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치수를 재고 있는 서준 리를 바라보았다.
2월 1일.
노미네이트 목록이 발표되고, 레든은 곧바로 의상 협찬을 제안했다. 그리고 답변이 오기도 전에 기존에 있던 서준 리의 사이즈로 옷을 만들고 있었는데, 킹즈에이전시에서 전달해 준 치수는 기존의 숫자와 조금 달랐다.
‘확실히 단단해졌어.’
키는 다 자란 것 같은데, 몸통이 굵어졌다는 게 느껴졌다.
어깨와 팔뚝, 가슴과 허리,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보자마자 벌크업했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우락부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날렵하며 강인해 보였다.
‘이것도 좋지.’
전의 부드러운 인상도 좋았지만, 지금의 분위기도 좋았다.
모델의 강렬한 모습은 옷을 구매하고 입을 남성층에도 어필될 테니까 말이다.
‘앰버서더로는 활동 안 하려나.’
한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모델 앰버서더.
서준 리만 잡으면 젊은 세대는 확실하게 잡는 건데.
아주 오래전부터 제안하고 있었지만, 좋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조건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데 말이다.
‘아예 광고 자체를 안 하긴 하지.’
할리우드 스타들이야 광고를 찍는 게 드물었지만, 한국은 스타일수록 많은 광고를 찍는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서준 리는 광고를 거의 찍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크게 바뀐 곳은 없습니다.”
“그래?”
서준 리의 몸 이곳저곳을 재던 직원이 와서 말했다. 레든의 디자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잘하게 바뀐 곳을 직접 체크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습니까, 리?”
디자이너의 말에 서준이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가만히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일인 시상식이라, 불편한 부분은 확실히 말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자 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음. 어깨가 조금 당기네요.”
“그렇습니까? 잠시만요.”
서준의 디자이너가 빠르게 손을 놀렸다. 과감한 손길에 투두둑 어깨 쪽이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옷핀으로 다시 천과 천을 이어붙이는 것이 느껴졌다.
빠른 손길 탓에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준은 디자이너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숨 쉬는 것까지 멈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좋네요. 편합니다.”
서준의 말에 레든의 직원들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수선이 끝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어요.”
레든의 직원들이 떠나자, 서준이 깍지를 끼고 위로 뻗으며 스트레칭을 했다.
“읏차! 이제 준비는 다 끝났네요.”
마치 호랑이나 늑대 같은 거대한 짐승이 길게 몸을 늘리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조용히 감탄하던 최태우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 뭘.”
서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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