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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16화 (81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16화

행복했던 팬미팅이 끝나고, 서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전혀 예상치도 못한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출국 준비를 해야 했지만 그건 나중의 일.

지금은 액자를 만드느라 바빴다.

정확히는 액자에 넣을, 새싹들의 메시지가 담긴 종잇조각들을 고르느라 바빴다.

“음.”

책상 위에 가득 펼쳐진 반짝이는 종잇조각들.

서준은 신중한 눈빛으로 그 종잇조각들을 바라보았다.

구김 없고 최대한 깨끗한 종이들로.

종이에 적힌 메시지가 중복되지 않게.

최대한 다양한 언어들로.

전 세계의 새싹들이 보낸 쪽지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서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다 보니 대부분 ‘서준아! 사랑해!’라든가, ‘노미네이트 축하해! 준!’ 등 평범하고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다.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 서준은 최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액자에 담고 싶었다.

‘언어도 다양했으면 좋겠지만…….’

메시지를 읽는 서준을 위해서인지 대부분이 한글로 적혀 있었다.

[나. 사랑합니다. 준.]

그 때문에 어색한 메시지들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좋아.”

그렇게 한 장 한 장. 팬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금색, 은색, 연두색의 종잇조각들을 골라낸 서준은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다. 딱히 촬영할 생각은 없었는데, 팬들이 보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새싹들.”

그렇게 준비가 끝나고 서준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팬미팅 때 새싹들에게서 받은 메시지들을 액자로 만들어보려고요. 최대한 메시지가 겹치지 않게 골랐어요.”

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움직였다.

가장 먼저.

투명한 액자 유리 위에, 연두색 종잇조각들을 이리저리 배치했다. 네모난 종잇조각들로 만들어진 연두색의 그것은, 마치 도트로 만든 새싹 같았다.

“새싹 같죠? 배경은 은색으로 할 거예요.”

그 새싹의 주위를 은색 종잇조각들로 뒤덮고, 액자 유리의 맨 끝을 금색 종잇조각들로 네모나게 둘렀다.

“아, 뒤집어졌다.”

아무래도 앞면을 보며 만들다 보니, 뒤에 적힌 메시지가 뒤집어질 때가 있었다. 서준은 작게 웃으며 들고 있던 종잇조각을 돌려 다시 제대로 놓았다.

“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위에 유리를 덮으면…….”

마지막으로 서준은 마치 도트로 만들어진 새싹 그림 같은 그 위에 투명한 유리를 덮어, 뒷유리와 잘 붙도록 고정시켰다.

“그림이 완성! 됐습니다.”

그러고는 안에 든 종잇조각들이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지, 이리저리 흔들어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흐트러지지 않네요. 이제 이걸 여기에 설치할 거예요.”

서준은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것을 가져와 카메라에 비추었다. 액자라기엔 조금 이상한, 가운데가 텅 빈 네모난 틀이었다.

“여기 빈 곳에 방금 만든 걸 넣으면…….”

서준이 새싹 그림을 퍼즐 맞추듯 그 틀 안에 넣자, 위아래로 달칵달칵 무언가 맞춰지는 소리와 함께 텅 빈 액자가 채워졌다.

“진짜 완성! 입니다.”

반짝이는 종잇조각들로 만들어진 도트 새싹 그림이 담긴 액자가 완성되었다.

* * *

팬미팅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서준과 달리, 새싹들은 아직도 여운에 잠겨 있었다.

-내일도 열어줘, 팬미팅……

=22 다음주도 해줘. 팬미팅.

=나도 가고 싶다ㅠㅠ

-팬미팅 영상은 언제 공개된대요?

=얼른 떠라ㅠㅠㅠ

그때, 새싹들의 휴대폰이 울렸다.

팬사인회도, 팬미팅도 못 가, 댓글창에 ‘ㅠㅠㅠㅠ’만 치고 있던 송유정이 눈을 반짝였다. 너튜브 채널 [JUN]의 알림이었다.

“벌써 올라온 거야?!”

콬아, 일 잘하네!

하고 반색하며 너튜브에 들어갔는데, 송유정과 새싹들의 예상과 다른 영상이 있었다.

[제목: 새싹들의 사랑이 담긴 액자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영상의 길이도 짧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서준이 나오는 영상이었으니까!

송유정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새싹들.]

하고 영상 속 서준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서준아.”

내 배우님은 여전히 멋지고 예쁘고 귀엽고 아름답구나.

세상의 온갖 좋은 말을 전해주고 싶은 새싹, 송유정이 으헤헤 웃으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영상 속 서준이 그 길고 단정한 손으로 도트 모양의 새싹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저거 만들 거야.

=22 서준이랑 커플템ㅠㅠ

어쩌면 한동안 저 도트 형식의 그림들이 [새싹부터]를 뒤덮을지도 모르겠다고 송유정은 생각했다.

[진짜 완성! 입니다.]

그렇게 서준이 그림을 액자에 설치하는 것까지 끝났다.

-어…… 좀 평범한데?

=일반 액자로 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송유정도 동의했다.

나중에 자신이 만들 때는 평범한 액자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고 생각할 때, 영상 속 서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마치 그런 새싹들의 의문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앞만 보면 새싹이 그림이 든 평범한 액자 같죠? 하지만 이렇게 하면…….]

서준이 손가락으로 액자의 새싹 그림을 살짝 쳤다.

그러자 새싹 그림이 빙글 돌았다. 그리고 뒤에 있던 메시지들이 보였다.

[이렇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액자에요. 뒤에 메시지들까지 볼 수 있죠!]

-와! 이래서 뒤판도 유리였구나!!

-미쳤다ㅠㅠㅠ

-팬들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 서준 오빠ㅠ

서준이 보람차고 뿌듯한 얼굴로, 액자를 빙글빙글 돌렸다.

마치 옆으로 누운 바람개비처럼, 도트 새싹이 있는 앞면과 팬들의 메시지가 쓰여있는 뒷면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좋네요. 뒤집어진 메시지도 없구요.]

영상 속 서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서 아까 글자 뒤집힐 때 신경 썼구나.

=왜 안 보이는 뒤까지 신경 쓰나 했는데ㅠㅠ 이런 멋진ㅠ

-그래서 저 액자 어디 팜?

=22 나도 하나 사서 만들어야지.

=33 서준 오빠가 했던 말들 모아서 만들면 진짜 좋겠다ㅠㅠ

=작품별 명대사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와. 미친…… 배우신 분!!

-(액자 판매사이트 링크)

=빨랔ㅋㅋㅋㅋ

=링크만 던져주고 가셨다ㅋㅋ

-반짝이 종이는 WD사 제품입니다. 문방구나 소매점에서도 팝니다!

=아니;;;어떻게 아셨어요??

=관련된 일을 합니다ㅎㅎ

=멋지다ㅠㅠ

-새싹들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게 너무 웃겨ㅋㅋㅋ(문방구로 달려가고 있음.)

=ㅋㅋ너도 그렇잖아ㅋㅋ

서준의 영상을 끝까지 본 송유정은 얼른 임예나에게 연락했다.

“예나야, 너도 만들 거지?!”

-당연하지!

전화를 받자마자 본론부터 말했지만, 찰떡같이 알아듣는 새싹이었다.

* * *

“이야. 이제는 액자까지 품절시키네.”

이지석의 감탄에, 서준과 세 배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은 오랜만에 배우 지인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다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연예인 팬들도 그런 액자 만든다고 난리예요.”

“나도 봤다. 기사도 떴던데?”

어쩐지 자신의 일인 것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김종호에,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종호 삼촌의 말대로, 서준이 영상을 올린 이후로 앞에는 사진이나 그림, 뒤에는 편지를 적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가족들의 선물로 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류를 빠르게 알아챈 너튜버들이 단순하게 만들었던 서준보다 훨씬 예쁘고 다양하게 꾸미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유행은 더욱 크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만큼 서준이 네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거겠지.”

박도훈의 말에, 이서준 사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쑥스러운 표정을 짓다 그냥 웃고 말았다.

“출국은 언제 해?”

이다진의 물음에, 부들부들한 갈비찜 하나를 건져 먹고 있던 서준이 대답했다.

“시상식이 2월 말이니까, 일주일 전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에 네 배우는 저도 모르게 괴상함 반 감탄 반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히어로 영화로 오스카 후보에 오르다니…… 몇 번을 들어도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이네.”

“그러게요.”

이지석의 말에 박도훈이 동의했다. 김종호와 이다진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후보에 오른 당사자마저 그렇게 생각한다니, 참 웃긴 일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는 그쯤에서 끝나고, 다른 이야기로 주제가 바뀌었다.

“최 매니저는 괜찮고?”

작년 과로로 쓰러진 전적이 있는 최태우에 대한 이야기였다.

확실히 충격적이긴 했는지, 김종호와 배우들은 만날 때마다 최태우의 안부에 대해 묻곤 했다.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괜찮아요. 다호 형한테 엄청 혼나서 이제 그렇게 과로할 정도로 일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능력까지 사용했으니, 태우 형은 쓰러지고 싶어도 쓰러지지 못하는,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

서준은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그럼 다행이고.”

“그래. 젊었을 때부터 몸 관리를 잘해야 해.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곳저곳 안 쑤시는 곳이 없다니까.”

“……지금 내 앞에서 나이 이야기냐?”

어깨를 주무르며 엄살을 부리는 이지석에, 김종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언제나 그렇듯 투닥대는 두 사람에, 서준과 이다진, 박도훈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디저트를 먹으면서도 배우들의 수다는 끊이질 않았다.

“저는 드라마를 하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였다.

박도훈의 말에 다들 오, 하고 눈을 빛냈다.

“어떤 작품이에요?”

이다진의 물음에 박도훈이 답했다.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인데, 대본이 재미있더라고.”

“OTT 오리지널 작품도 괜찮지. 제작비 많이 주고 간섭 별로 안 하고.”

김종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석이 형은요?”

서준의 물음에 이지석이 입을 열었다.

“난 영화.”

“오.”

“근데 주연은 아니고 카메오야.”

응?

의아해하는 서준과 배우들에 이지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운명이라고. 소설이 원작인 작품인데, 알아?”

“아. 저한테 들어왔었어요. 대본.”

[뉴 이클립스]와 함께 고민했던 영화였다. 만약 [운명]을 먼저 읽었다면 출연했을 정도로.

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지석이 말했다.

“거기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랑 아는 사이라서 카메오로 잠깐 출연하기로 했어. 차기작은 좀 더 찾아보려고.”

“그렇구나.”

[운명]의 주인공이라.

아마 서준 다음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아닌가 싶다.

‘잘됐네.’

지석이 형과 친한 배우라면 연기는 문제없을 거다.

아쉽게 거절했던 영화 [운명]이 멋지게 나올 것 같아, 서준은 환하게 웃었다.

“전 소영이랑 연극하려고요!”

그렇게 각자의 다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 * *

2월 중순.

배우 이서준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 날이었다.

촤자자작!

조용하지만 들썩이는 팬들과 기자들이 누르는 셔터음으로 공항이 시끌벅적했다. 번쩍번쩍 플래시도 터졌지만, 서준은 익숙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서준은 매니저, 보디가드들과 함께 게이트 안으로 향했다. 그런 서준의 뒷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찍은 기자들은 얼른 기사를 올렸다.

[배우 이서준,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출국!]

[이서준, ‘조심해서 다녀오겠습니다!’]

[배우 이서준의 공항 패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슈퍼스타 이서준의 공항 패션에 대해 알아보자!]

-잘 다녀와ㅠ 서준아ㅠㅠ

=몸 조심하고ㅠㅠ

-옷 명품일 줄 알았더니, 평범하네?

=22 몇백만 원짜리인 줄 알았는데;;;

=이서준이 입어서 명품처럼 보인 듯.

=22 이거다ㅋㅋ

=33 내가 입으면 이렇게 안 됨ㅋ큐ㅠㅠ

-근데 이서준…… 몸이 조금 달라진 것 같지 않냐?

=??그런가??

=팬미팅 영상은 휴대폰으로 찍어서 잘 안 보이는데, 기자들 사진으로 보니까 왠지 그런 느낌.

=요새 운동하는 거 아님?

=축구?!

=야구!?

=……너희는 빠지고.

=ㅋㅋㅋㅋ

-근데 그런 것 같기도 함. 덩치가 좀 커졌나?

=겨울옷이라서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님? 두꺼우니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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