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15화
“정말 고마워요, 새싹들. 꼭 생일 선물 받은 것 같아요.”
감동한 얼굴로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서준에, 함께 감격한 새싹들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생일 땐 더 멋지게 해줄게!”
“기대해요! 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 배우와 그 팬들.
그 모습을 코코아엔터 이서준 배우 전담 1팀 직원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준이 고양이귀 달고 있는 거 깜빡한 모양이네.”
“그러게요.”
고양이귀를 달고 환하게 웃는 서준.
어쩐지 서준이 움직이고 말할 때마다 이리저리 쫑긋거리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정말 잘 어울렸다.
“이제 몇 번 남았어요?”
“2부가 끝날 때 세 번 더 쏠 예정입니다.”
서준과 팬들은 이게 전부인 줄 알았겠지만, 아직 새싹들의 메시지가 담긴 종이 폭죽은 많이 남아 있었다.
“역시 새싹…….”
[봄봄]으로 제대로 2부를 시작한 서준을 보며, 1팀 직원들이 흐흐흐 웃었다. 어쩐지 다크서클이 짙어 보였다.
당연했다.
이번 이벤트는 어젯밤 급하게 결정되어, 오늘 아침부터 준비되었기 때문이었다.
종이 폭죽을 날릴 기계들을 구하고, 새싹들의 메시지(정도가 지나친 메시지는 [새싹부터]에서 걸러주었다.)가 담긴 종이조각들을 만드는 등, 이벤트를 준비를 하고 언제 터트릴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1팀이 피곤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멋지게 끝냈네요.”
“그러게요.”
2부 마지막 무대.
연두색 커스텀 마이크를 들고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부르는 서준에 맞춰, 펑! 펑! 펑! 종이 폭죽이 또 한 번 터져 나왔다.
와아!
아직도 남아 있었는지 몰랐던 서준과 새싹들이 놀란 얼굴로 꽃잎처럼 떨어지는 종이들을 보았다.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 모습에 1팀 직원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 *
2부가 끝났다.
3부 시작부터 보여줄 연극 [MOEB-436]을 위해 무대를 치워야 했다.
팬들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막이 내려오자,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빠르게 밀대로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종이조각들을 밀어 치워 버렸다.
최태우가 들고온 작은 종이가방에 자신이 직접 주운 팬들의 쪽지들을 소중히 담은 서준이 아쉬운 얼굴로 이리저리 밀려 나가는 종이들을 바라보았다.
“저거 다 들고 가면 안 되겠죠?”
“보관하기 힘들 거야.”
그건 알지만…….
치워지는 종이조각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서준의 모습에, 어쩐지 아래로 축- 내려온 귀와 꼬리가 보이는 것 같아 최태우는 웃고 말았다.
“들어가자, 서준아.”
그렇다고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쉬어야 좋은 연극을 보여주지.”
“……네. 그래야죠.”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됐을 땐 금방 원래대로 돌아와 대본 리딩을 하던 서준이, 팬들의 마음이 가득 담긴 쪽지 앞에서는 아쉬워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새싹들이 이런 서준을 알았다면 아마 감격한 얼굴로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최태우였다.
* * *
붉은 조명 아래.
새하얀 머리카락에, 얼룩덜룩 피가 묻은 흰색 두루마기를 걸쳐 입은 ‘그것’이 보였다. ‘그것’이 입은 희고 검은 정장과 구두가 이질적으로 보였다.
“우리는 요 뒷산 이름을 따서,”
온기는 전혀 없는 차갑고 냉막한 얼굴, 그리고 짐승의 그것 같은 샛노란 눈동자.
무대와 가까이 앉은 새싹들은 바로 앞에서 보이는 그 모습에, 무대와 먼 곳에 앉은 새싹들은 스크린에 비치는 그 얼굴에 모두 숨을 집어삼켰다.
오싹하고 서늘하다.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준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의자등받이에 몸을 파묻게 된다.
“장산에 사니,”
고개를 가볍게 움직이는 ‘그것’의 모습에 심장이 떨려온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서준도 좋았지만 역시 연기를 하는 서준이 가장 멋졌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을 1도 못 할 정도로 연극에 빠져 있었지만 말이다.
“장산범이라고 부르지.”
몇 번, 아니, 몇십 번을 돌려봐서 아는 내용이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전혀 달랐다.
넓은 팬미팅장을 가득 채운 ‘그것’의 존재감에 숨까지 턱하고 막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무대(스크린으로 보고 있던 새싹들도 어느새 무대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만 바라보던 새싹들.
그렇게 짧았는지 길었는지도 모를, 시간이 지나고 무대 위의 조명이 모두 꺼지며, 연극 [MOEB-436]이 끝났다.
실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그제서야 숨을 멈추고 온몸을 굳히고 있던 새싹들이 으아아- 하고 깊은숨을 내뱉으며 담이 올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내가 이걸 직접 보게 되다니!”
“서준이 최고……!”
당장에라도 연극에 대해 떠들고 싶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덕토크를 할 수 있는 새싹들이지 않나. 입이 간질간질했다.
‘분장 지우려면 시간 좀 걸리겠지?’
기다리는 동안 보여주는 영상이 봤던 거라면, 옆자리 새싹과 속닥속닥 덕토크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새싹들이 눈을 반짝일 때.
화면에 영상이 나타나고, 스피커로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범.]
“어?!”
두둥.
하고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에 새싹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바짝 들었다.
[범 내려온다.]
“미친……!”
[MOEB-436] 다음에 바로 브라운블랙X이서준 팬무비를 틀어주다니.
‘안 볼 수가 없잖아!’
오늘 팬미팅의 감동을 위해, 첫날 후기를 일부러 보지 않고 최대한 피했던 새싹들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후기를 보고 미리 알고 있었던 새싹들도 눈을 반짝이며 화면을 쳐다보았다.
커다란 스크린 화면으로, 브라운블랙의 노래와 서준의 영상이 어우러진 [팬 무비]가 재생되고 있었다.
넋놓고 보고 있으려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화면 모서리부터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영상 속에 있던 새하얀 두루마기와 기다란 백발까지 어둠으로 물들었다.
마침내, 샛노란 짐승의 눈동자만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싹하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내려온다]
곡을 마무리 짓는 브라운블랙의 목소리와 함께, 샛노란 눈동자가 눈을 감았다.
화면 전체가 어둠에 녹아들었다.
새싹들이 모두 저도 모르게 참고 있던 깊은 숨을 내쉬었다.
“봤던 건데, 크게 보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래서 빔프로젝터를 사야……!”
“스피커도 엄청 좋은 것 같죠?”
물욕이 샘솟는다.
팬미팅이 끝나면 당장 결제해야지!
통장이 텅장이 될지도 모르지만, 원래 덕질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나.
아니.
오히려 돈이 남아돈다.
가수가 아니라 콘서트도 하지 않고 음원도 내지 않고. 광고도 안 찍고, 선물도 받지 않는 서준이라서.
게다가 촬영장에 푸드트럭을 보내고 싶어도, 워낙 팬이 많아서 돈이 금방 모여 버린다.(그래서 1인당 금액 제한이 있다.)
그러니 돈이 남아돌 수밖에.
‘……왜 슬프지.’
돈이 가득한 덕질통장을 떠올리자,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새싹들이었다.
그러던 중.
다시 한번, 스피커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응?”
브라운블랙의 [범]이었다.
방금 전 나온 곡이잖아? 잘못 틀었나?
하고 새싹들이 생각을 이어나갈 때,
[범.]
모를 수 없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
서준이었다.
[범 내려온다.]
무대가 밝아지며, 계단처럼 보이는 세트가 보였다.
그 위에서 호랑이가 금색 실로 수놓아져 있는 멋들어진 검은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서준이 한 발 한 발 묵직한 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송림 깊은 골로]
[MOEB-436]에서의 ‘장산범’이 정장에 두루마기만 걸쳤다면, 지금은 아이돌의 무대 의상처럼 화려한 느낌의 한복 의상이었다.
서준은 거기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호랑이의 이빨처럼 보이는 무늬였다.
그 마스크를 보니, 지금 흘러나오는 서준의 목소리는 라이브가 아니라 미리 녹음한 음성 같았다.
[한 짐승이 내려온다.]
그렇게 마치 호랑이 같은 서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포자락을 펄럭이며 계단을 내려왔다.
어느새 계단 아래에 서 있던 백댄서들이 보였다.
새까만 두루마기를 입은 백댄서들도 다 함께 살벌한 짐승의 이빨이 새겨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호랑이 떼의 출몰이었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잔뜩!
이라는 서준의 목소리와 함께, 계단을 내려와 무대 위에 선 서준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운 서준의 얼굴.
꺄아아아악!!!
본격적인 라이브의 시작이었다.
* * *
[제목: 팬미팅 둘째 날 후기(사진, 영상 있음)]
먼저, 오늘 이벤트를 구상하고 실행해주신 새싹님들과 코코아엔터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꾸벅)
2부 시작 때 이벤트를 했었는데ㅠㅠ
(떨어지는 종이 폭죽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는 서준이 사진)
(종이에 적힌 메시지를 보며 활짝 웃는 서준이 사진)
다들 보세요.
여기 천사가 있어요ㅠㅠ
이 모습을 제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니…… 정말이지ㅠㅠ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있겠구나. 나이트 진을 봐야 해. 이레귤러스도……ㅋ
하여튼 정말 좋았습니다.
종이가 반짝거리는 재질이라서 조명에 반사돼서 더 멋졌어요. 온 세상이 반짝반짝ㅠ 현실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ㅠㅠ
서준이가 감동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너무 좋았구요ㅠ
(중략)
3부는 연극으로 시작했습니다.
서준이 연극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진짜 대단했어요. 새싹이라면 평생 한 번쯤은 꼭 봐야 하는ㅠ
자리가 멀어서 스크린으로 보고 있었는데, 자꾸만 무대 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더라고요. 아우라 같은 게 막 시선을 끄는 느낌이랄까요ㅋㅋ 스크린이란 무대랑 번갈아 본다고 목뼈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ㅋㅋ
사진 찍을 정신도 없어서 사진도 없어요ㅠ
그리고 연극이 끝나고, 카페지기님들이 만드신 팬무비!! 가 나오더라고요.
몇 번을 봐도 좋았요ㅠㅠ 커다란 화면에 엄청 좋은 스피커로 들으니까 더 좋았습니다.
팬무비 영상이 끝나고, 뭐할까? 궁금했는데(첫날 후기 안 봄ㅎ)
또 [범] 전주가 들려오더라구요. 그래서 잘못 틀었나!? 했는데 아니었어요.
서준이가 직접 [범]을 불렀습니다!
호랑이가 새겨진 한복 의상도 너무 좋았고ㅠ 송곳니 무늬가 새겨진 마스크도 너무 좋았어요ㅠㅠ
(도포를 펄럭이며 계단에서 내려오는 서준이 사진.)
진짜, 정말 멋있어요ㅠ 완전 흑호ㅠㅠ
앞부분은 마스크 때문에 녹음한 것 같았는데, 뒷부분은 라이브로 불러줬어요.
그러고는 노래 끝날 때.
[범/내려온다] 부분에서 다시 마스크 쓰는데…… 여기서 또 우리 배우님의 스토리 집착을 알 수 있었습니다ㅎㅎ
마치 호랑이였다가 사람으로 변했다가 다시 호랑이가 된!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ㅋㅋ
(하략)
-새싹분들, 콬아 직원분들 수고하셨어요ㅠ 이벤트 너무 좋았어요ㅠ
=어제 결정돼서, 오늘 하루 동안 준비하느라 다들 고생 엄청 하셨을 텐데ㅠㅠ감사합니다.
=한국인: 퇴근 전에만 맡겨주세요.
=앜ㅋㅋㅋㅋ
-이벤트에 감동한 서준 오빠ㅠㅠ목소리 떨리는 거 너무 좋아ㅠ
=바닥에 앉을 때도 종이 최대한 피해서 앉음ㅠ
=두 손으로 떨어지는 종이 받는 것도 너무 좋다.
-근데 고양이귀ㅋㅋㅋ
=서준 오빠 저 때 고양이귀 머리띠하고 있다는 거 깜빡한듯ㅋ
=어제는 강아지귀하고 노미 발표 들었는데ㅋㅋㅋ오늘은 고양이귀ㅋㅋ
=괜찮지 않아? 귀엽잖아ㅋㅋ
=22 귀여워ㅠㅠ
-언제 한번 생일에 팬미팅 열어주라ㅠ 더 잘해줄게ㅠㅠ
=생일 팬미팅이라니ㅠㅠ공지 뜨자마자 준비한다ㅠ
-연극 너무 좋았음ㅠ 역시 서준 오빠는 연기를 해야돼ㅠㅠ
=저도 서준이한테 또 한 번 반했어요. 장산범 보면서 심장이 아주 미친듯이 뛰었다니까요.
=……그거 흔들다리 효과가 아님?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너무 뛴 걸지도ㅋㅋㅋ
=!!그럴지도!!
=그럴지도! 라니ㅋㅋㅋ 근데 현실성 있음. 장산범 너무 무서움ㅠㅠ
=22 영상으로만 봤는데 연극으로보면 더 박력있을 듯. 난 언제 볼 수 있으려나ㅠㅠ
=33 연극 해줘요ㅠㅠ서준 오빠ㅠ
-오늘은 흑호였구나. 어제는 백호였음!
=백호도 멋있었는데ㅠㅠ 흑호도 너무 좋아ㅠ
=한복 의상도 너무 멋있어ㅠㅠㅠ
=완전 대장호랑이 아니냐ㅠㅠ
-마스크 팔았으면……
=22 콬아 마스크 팔아라. 10개 살게.
=33 서준이 굿즈 많이 내. 우리 통장이 너무 두둑하잖아ㅠㅠ
=44 엄마가 적금이냐고 물어보더라……ㅎ
=저도요ㅋㅋㅋ(안웃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