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808화 (80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08화

‘아마 내 인생 최대의 적은 정령의 나무가 아닐까.’

물론 피해를 준 건 전혀 없고 오히려 능력의 등급 상승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아낌없이 주고 있지만,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드는 서준이었다.

“그건 나도 동의.”

서준이 농담과 진담이 반반 섞인 엉뚱한 생각을 할 때, 정은성이 입을 열었다.

“서준이 영상이라면 팬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볼 텐데, 서준이랑 비교당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버밀리온 애들 곡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서준과 박이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 배우인데?”

“그러게? 얜 배우잖아?”

“그래서 더 큰일이지. 원곡자인데 배우보다 못한다는 소리가 나올걸.”

일반인들이야 서준이 엄청 잘하는구나! 하고 말겠지만 아직 신인인 버밀리온의 안티들은 배우보다 못하다고 이리저리 퍼뜨리고 다닐 게 분명했다.

정은성이 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도 얘가 아이돌 조기교육을 받았다는 생각은 못하고 말이지.”

“아, 하긴.”

박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 얜 옛날부터 브블 선배님들이랑 알고 지냈지. 노래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그 ‘옛날’도 현재 최연소 연습생이라고 종종 기사가 나는 삼대 기획사의 어린 연습생보다 훨씬 어린, 무려 다섯 살쯤 때부터.

서준도 옛날 일을 떠올렸다.

‘우리 서준이 잘하네.’

‘헤헤헤.’

‘거기 틀렸는데~ 이렇게 하는 건데~’

‘……예준이 형은 저리 가요.’

‘! 서준아! 형이 잘못했어!’

부둥부둥하거나 때로는 약을 올리는 브라운블랙 형들과 함께, 거의 놀이 형식으로 노래와 춤을 익힌 서준이었다.

“즐기는 천재는 아무도 못 이기지.”

마치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수십 번 보면서 영어를 익힌 아이처럼 말이다.

“거기다 블루문 작업하면서 실력이 더 늘었고.”

“그건 그렇지.”

서준과 함께 연습했던 박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얠 평범한 배우라고 말하긴 힘들긴 하지.”

그말에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그래서 아직 신인인 버밀리온 곡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거야.”

“그래. 알았어.”

그럼 버밀리온의 곡은 후보에서 제외하고.

“앰버도 이제 2년 차니까 제외하자.”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코코아엔터 아이돌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던 동갑내기 삼총사가 입을 다물었다.

“……역시 우린가.”

블루문.

올해로 5년 차라 자리도 확실히 잡았고, [블루문]으로 한 번 서준과 활동해 본 적이 있어서 다른 그룹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진짜 객원 멤버 아냐?”

박이든의 말에 서준과 정은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우리는 안 가니까.”

“백댄서분들만 가기로 했지?”

“응.”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팬미팅인 만큼, 혼자 무대에 서기로 했다.

‘내 팬분들이니까.’

1%의 관심도 빼앗기지 않겠다.

나랑 즐겁게 놀 거다.

팬사인회를 통해, 새싹들을 직접 만나며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서준이 욕심쟁이처럼 이히히힛 웃었다.

박이든과 정은성이 그런 서준을 짜게 식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얘 팬들이 이 모습을 봐야 할 텐데.”

“그래도 귀엽다고 할걸. 너한테도 그러잖아.”

“아……!”

정은성의 말에 납득하던 박이든이 눈을 부릅떴다.

“나한테도 그러다니? 내가 뭐 어때서?!”

“진짜 이야기해 줘?”

“……아뇨. 괜찮습니다.”

자체콘텐츠를 만들어 너튜브에 업로드하는 코코아엔터였다. 흑역사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박이든이었다.

“곡은 뭐로 할 거야?”

“히트곡들 위주로 하려고. 블루문은 꼭 넣고.”

“우리 곡은 다 히트곡인데!”

으헤헤 웃는 박이든의 말은 그대로 한 귀로 흘리며 서준과 정은성은 회의를 계속했다. 나 좀 봐줘! 관종인 박이든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지만, 놀라울 만큼 두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몇 곡 할 거야?”

“그렇게 많이는 안 할 거야.”

팬사인회처럼 새싹들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그에 부족하지 않게 새싹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넣고 싶은 서준이었다.

그렇게 서준과 정은성, 박이든이 블루문의 히트곡 목록을 선정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연습실의 벨이 울렸다.

“누구지?”

박이든이 얼른 문을 열었다. 서준의 매니저, 최태우가 상자 세 개를 들고 서 있었다.

“태우 형!”

아까 봤던 최태우였지만(집으로 데리러 왔다.) 다시 봐도 반갑게 맞이하는 서준이었다.

“안녕하세요.”

블루문 두 사람도 꾸벅 인사했다. 최태우도 웃으며 인사하고는 입을 열었다.

“바쁜데 온 거 아니지?”

“괜찮아요. 팬미팅 때 무슨 곡으로 할지 이야기하던 중이었어요.”

서준이 웃으며 답했다.

“근데 무슨 일이에요?”

오늘 특별한 일정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서준이 고개를 갸웃하자 최태우가 들고 있던 상자들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이거 주려고.”

최태우가 서준에게 건넨 세 상자는 선물상자처럼 예쁜 상자였다. 리본도 곱게 묶여 있었다.

“선물인 것 같은데?”

“생일은 아직 몇 달 남지 않았어?”

서준의 생일은 3월 10일.

그날이면 전 세계가 시끌벅적해져서 모를 수가 없었다.

흥미로운 눈빛으로 ‘얼른 열어봐!’ 하고 바라보는 두 친구에, 서준도 설레는 마음으로 리본을 풀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고급스러운 하드케이스가 들어 있었다.

“오…….”

박이든과 정은성이 익숙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박이든과 정은성이 들떠 자랑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건가? 근데 나한테?’

눈을 동그랗게 뜬 서준은 상자에서 하드케이스를 꺼내 열었다.

역시.

그 안에는 세 사람이 예상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마이크에요?”

“맞아. 커스텀 마이크야.”

서준이 놀란 표정으로 파란색 커스텀 마이크를 들었다.

“와아…….”

짙은 파란색에 하얀 반짝이가 둥근 모양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마치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에 뜬 보름달을 본뜬 것 같은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마이크 끝에는 조금 큰 붉은 반짝이 하나가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진짜 멋져요.”

서준이 커스텀 마이크를 보며 눈을 빛냈다.

“블루문 뮤비에 나온 모습을 모티브로 만든 거래.”

“그렇구나.”

그래서 파란색 바탕에 보름달이 넣은 것이었다. 그리고 마이크 끝의 붉은 반짝이는 서준이 썼던 티아라의 붉은 보석을 표현한 것 같았다.

“저것도 열어봐!”

박이든의 말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던 서준이 상기된 얼굴로 얼른 다른 선물상자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도 하드케이스가 들어 있었는데, 그 안에 든 것도 커스텀 마이크였다.

“그건 새싹을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한 건데,”

연두색의 커스텀 마이크 중앙에 새하얀 반짝이로 만든 새싹 형태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 하얀 새싹무늬 주위를, 마치 월계수관처럼 나뭇잎과 줄기가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월계수잎 꽃말이 ‘죽어도 변함 없음’이라는 뜻이래.”

“오……!”

새싹들의 무시무시한 사랑 고백(?)에, 정은성과 박이든이 감탄하며 짝짝 박수를 쳤다.

“거기에 뜻이 하나 더 있는데,”

쑥스러운 듯 웃고 있던 서준이 최태우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다음에는 꼭 승리해서 좌석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의미라고 하더라.”

연극이든, 팬사인회든, 팬미팅이든!

꼭 승리자가 되어 월계수관을 쓴 새싹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최태우의 말에, 서준과 정은성, 박이든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경쟁률을 보면 그럴 만도 하지.”

“맞아. 맞아.”

그리고 마지막 선물상자.

크기를 보니 이것도 커스텀 마이크일 것 같았다.

서준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하드케이스를 열어보았다.

“와……!”

밤하늘의 색을 그대로 담은 듯한 새까만 마이크에 마치 별처럼 빛나는 반짝이들이 콕콕 박혀 있었다.

“여긴 물고기자리래.”

최태우의 설명에 서준이 뺨을 붉혔다. 서준의 별자리까지 넣어준 섬세한 새싹들이었다.

그리고 물고기자리 아래, 은하수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기분 탓인지 묘하게 기울어진 ‘J’처럼 보였다.

“이 부분은 J라고 적었대.”

맞구나!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커스텀 마이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손에도 딱 맞고 디자인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배우인데 커스텀 마이크가 생겼네.”

“역시 우리 객원 멤버.”

박이든과 정은성의 말에, 들뜬 얼굴로 커스텀 마이크들을 소중히 만지작거리고 있던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그러게 말이야.”

배우인데, 선물로 커스텀 마이크를 받을 줄은 몰랐다.

‘아니, 응원봉이 있는 시점에서 특이한 일은 아닌가?’

웃던 서준이 최태우에게 물었다.

“이 마이크들 이번 팬미팅 때 쓰면 좋을 것 같죠, 태우 형?”

“그러길 바라서 지금 보내신 것 같아.”

팬미팅이 아니었으면, 서준의 생일 때 보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최태우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했다.

“아, 형. 인증 사진 찍어줘요.”

“알았어.”

서준의 말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던 최태우가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파란색 마이크, 연두색 마이크, 검은색 마이크까지.

세 개를 한 번에 들고 찍어도 될 텐데, 서준은 하나하나 소중히 들고 활짝 웃는 얼굴로 인증샷을 찍었다. 물론, 세 마이크를 두 손에 들고 함께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부른 강아지 같네.”

“그러게.”

정은성과 박이든이 속닥거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럼 마이크는 여기 놓고 갈 테니까, 한번 사용해 봐. 상자는 들고 갈게.”

“네!”

최태우가 텅 빈 선물상자 세 개를 들고 연습실을 나가고.

서준은 신이 난 얼굴로 연습실 스피커와 커스텀 마이크들을 연결했다.

“뭐 부를까?”

“지금 확정된 건 블루문이니까, 블루문?”

“그럼 파란색 마이크 써야겠다!”

정은성의 말에, 보름달 무늬가 박힌 파란색 마이크를 든 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 * *

서준의 커스텀 마이크 인증 사진이 [새싹부터]에 업로드되었다.

-으아아아. 서준이 웃는 거 너무 귀여워ㅠㅠ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받은 꼬마 같아요ㅠ

=진짜 해맑게 웃는다ㅎㅎㅎ 앞으로 해맑음=이서준

-진짜 마이크 하나하나 들고 찍어준 것도 너무 좋아요.

=세 개 다 들고 찍은 사진은 진짜 만족스러워 보인닼ㅋㅋ

=선물 한아름 받은 꼬맹이ㅠㅠ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곸ㅋㅋ

-마이크 잡은 거보면 디자인 안 가리게 최대한 피하면서 잡고 있엌ㅋㅋ

=22 너무 귀엽잖앜ㅋㅋ

=다시 올라가서 사진 보고 옴ㅋㅋ

-저거 이번 팬미팅 때 쓰겠죠?

=ㅠ쓰겠죠ㅠㅠㅠ저는 못 보겠지만ㅠㅠ

=22나중에 영상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ㅠ

-근데 왜 팬사인회 영상 안 올려주니? 콬아?

=좋은 말 할 때 내놔.

=22 찾아가기 전에 내놔.

-팬싸 영상 업로드했어요!!

타이밍 좋게 팬사인회 영상이 올라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사진과 영상과 짤로 봤던 모습들이지만, 영상 속에서 웃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새싹들의 몸과 마음은 곧 흐물흐물해졌다.

-청룡님도 제대로 찍혔음ㅠㅠ

=갑자기 나온 청룡님인데 어떻게 찍었대?

=그날 스태프로 일했던 아는 사람이 그러던데ㅋㅋ 서준이의 분위기가 변하니까, 매니저가 뛰어가서 카메라 조정했다더라ㅋ

=앜ㅋㅋ 서준잘알 매니저님ㅋㅋ

=안 이사님: 최 매니저님, 이제 하산해도 되겠어요.

=ㅋㅋㅋㅋㅋ

-청룡님 보니까 다음 팬사인회가 열리면 대본을 들고가 보고 싶어졌다.

=앜ㅋㅋ저도 그 생각했어요ㅋㅋㅋ

=근데 서준 오빠는 까다로워서 새싹이 들고 온 대본이라도 안 받아 줄 듯ㅋㅋ

=서준이: 흠. 이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되는데……(냉정하다)

=진짜 그럴 것 같아요ㅋㅋㅋ

-내 배우한테 장난치려고 습작 들고 갔는데, 갑자기 교수님이 나타나서 첨삭해줌.

=그것도 세계적으로 엄청 명망있는;;;

=안돼ㅠㅠㅠ

-근데 만약 서준이한테 합격 받으면 그대로 작가로 데뷔하셔도 될 듯.

=어…… 그러네요?

=방송국&제작사: 여기 이 대본 쓰신 새싹분+_+?? (서준 합격=흥행)

=새싹의 재능까지 발굴해주는 우리 배우님.

=엄마: 덕질하면 떡이 나와? 밥이 나와?

새싹: 일자리가 생겨!!

=앜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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