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807화
[제목: 팬사인회 마지막 날 후기ㅠㅠ]
오늘 진짜 레전드였어요ㅠㅠ
물론 다른 날은 못 가 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의 전설 오브 레전드ㅠ
모두의 예측대로 파란머리로 등장한 서준 오빠ㅠ
(사진)(사진)
머리띠 쓰고 사진 찍고 하는 건 첫날하고 둘째날하고 똑같았는데, 전설의 50번새싹님이 등장ㅋㅋㅋ 진짜 다들 저 가방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을까?? 이러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타난 청룡님 하늘색 두루마기와 용 뿔!
서준 오빠도 엄청 놀란 게 보여서!! 열심히 찍었습니다ㅋㅋ
(놀라는 서준 사진)
귀여워ㅠㅠ
하여튼 그 자리에서 용뿔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서준 오빠.
안에 입고 있는 옷이 음방 무대 의상 같은 데다가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으니까! 진짜 뮤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금방이라도 무대할 것만 같은 아이돌 같더라고요ㅠㅠ
(두루마기를 입은 서준 사진)
서준 오빠가 아이돌이었으면 진짜 이렇게 보기 힘들진 않았을 텐데ㅠㅠ
하고 새싹분들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팬사인회나 팬미팅에 당첨되기 위해 앨범을 사느라 돈은 엄청 썼겠지만요. 아직 학생인 저에게는 힘든 일ㅠ
근데…… 역시 서준 오빠는 배우가 천직입니다.
쉬는 시간 중 갑자기 난입한 서준오빠ㅠㅠ 진짜 난입이 맞는 게, 아무도 촬영을 안 하고 있었다고요ㅠㅠ 이건 영상으로 남겼어야 했는데ㅠ 쉬는 시간이라서ㅠ 아무도! 아무도 못 찍었어요ㅠ
'안녕! 다들 오랜만에 만나네! 착하게 잘 지냈어?'
하고 말하면서 등장하는 서준 오빠, 아니 청룡님ㅠ
갑자기 나타나지 말아요, 오빠ㅠ 다들 너무 놀라서 사진도 못 찍었잖아요ㅠ
그래도 그다음에는 정신 차리고 영상 찍었습니다.
(무대에 걸터앉은 청룡님 영상)
[뭐야, 나 기억 안 나? 내 여의주도 찾아줬으면서.]
뾰루퉁한 청룡의 말에 여기저기서 ‘기, 기억나요!’, ‘청룡님!’ 하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에 청룡이 장난꾸러기처럼 씨익 웃는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잠깐 내려와 봤어.]
찡긋 웃은 청룡이 두루마기를 매만진다.
[본래 모습으로 내려오면 다른 인간들에게 들키니까 이렇게 인간으로 변해서.]
조명 탓인가.
어쩐지 평범한 물빛 천과 흰색 실일 터인 두루마기와 비늘 모양의 수들이 정말로 청룡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비늘처럼 반짝인다.
[아직 수련이 부족해서 뿔은 못 숨겼지만 말이야.]
청룡이 아쉬운 얼굴로 머리 위의 뿔을 만지작거린다.
분명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졌을, 나뭇가지 같은 용의 뿔이 마치 정말로 머리 위에 돋아나 있는 것처럼 딱딱하고 생생해 보인다.
[근데 뿔이 있어야 알아볼 것 같아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한 청룡이 히힛 웃는다. 눈가에 반짝이는 글리터가 마치 변신 이후에도 남아 있는 용의 비늘처럼 보인다.
청룡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카메라와도 시선이 마주친다.
친한 친구를 만난 듯 천진난만하기만 하던 청룡의 얼굴이 순간 인자하게 변한다. 자애롭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다들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야.]
청룡도 자란 것 같다.
천지 만물의 관장하는 어질고 훌륭한 신으로.
[이제 가 봐야겠어.]
청룡이 시원스럽게 걸터앉았던 무대에서 일어난다. 물빛 두루마기가 마치 길쭉하고 부드러운 용의 꼬리처럼 펄럭인다.
[다들 앞으로도 건강하고 착하게 지내.]
청룡이 다시 어린 얼굴로 돌아와 씨익 웃는다.
[내가 지켜볼 거니까 말이야.]
하고는 물빛 두루마기를 나풀거리며 미련 없이 무대 뒤로 사라진다. 어쩐지 살랑이는 용의 꼬리가 사라지는 게 환상처럼 보이는 것 같다.
곧이어,
으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
저도 후기 쓰다가 영상 몇 번이나 돌려봤네요ㅠㅠ
중간후기 쓰시다가 사라지신 새싹분들은 다들 놀라서 그런 거예요. 서준 오빠가 이렇게 등장해서 연기까지 하니, 후기글을 마무리할 정신이 있었겠어요ㅋㅋ 등록 버튼을 누른 것만 해도 엄청 대단하신 겁니다ㅋㅋ
여튼.
마지막 팬사인회에는 청룡님이 나타났습니다ㅠ
50번새싹님이 준비한 옷과 용뿔이 이렇게나 일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랜절)
제가 어린이 연극 봄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ㅠㅠ 청룡님이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여의주도 엄청 모았었어요. 진짜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청룡님이 계시다고 믿었던ㅋㅋ
올해 초 팬미팅에 청룡님이 없어서 아쉬웠는데ㅠ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ㅠ 그것도 인간 버전으로요ㅠ
다른 새싹분들도 엄청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이 짧은 무대로 다들 깨달았죠. 역시 서준 오빠는 연기하는 게 제일 멋지다는 걸!!
앞으로도 오래오래 연기해 주세요! 사랑해요! 서준 오빠!!
진정하고.
이후로는 다시 평범하게 팬사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청룡님도 서준 오빠가 됐구요. 말이 좀 이상하지만 서준 오빠잖아요ㅋㅋ
(청룡님 뿔 머리띠 벗는 서준 오빠)
여기서 다들 ‘아아아……’ 하고 아쉬움의 합창을ㅋㅋ
그래도 곧바로 윙크해주는 서준 오빠 덕분에 회복됐습니다ㅋ
(윙크하는 서준 사진)
(검지으로 볼 콕 찌르면서 윙크하는 서준 사진)
으아아아!
다시 봐도 좋네요ㅠㅠ
저는 그럼 나머지 사진 올리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베레모 쓴 서준 사진)(귀에 꽃 꽂은 서준 사진)(머리에 리본 묶은 서준 사진)
+)콬아 영상 올려라.(진지)
-……하. 끝났지만 가고 싶다.
=22 다시 해줬으면.
=다시 해줘도 우리 자리는 없을 듯.
=ㅠㅠㅠㅠ
-진짜 3일 사이에 내 컴퓨터 하드가 다 차버렸다.
=나도. 사진 하나도 버릴 게 없어. 물론 A컷만 올렸겠지만.
=ㄴㄴ흔들리는 사진 속에서도 서준이는 살아남았대.
=22 흔들려서 더 멋진 서준 오빠 사진들ㅠㅠ
-진짜…… 볼콕 사진 너무 좋아.(여기가 내 무덤)
-리본은 어떻고! 오늘 내 생일인데 생일선물로 서준이 줬으면! (그 옆 무덤)
=저걸 내 눈으로 봤어야 했는데!(그 옆옆 무덤)
-ㅁㅊ영상 몇 번을 돌려보는지 모르겠네ㅋㅋ
=반말하는 서준이ㅠ너무 좋음ㅠㅠ
=안녕! 하는 거 녹음하고 싶다ㅠㅠ
=말로 할 때 올려라. 코코아엔터.
=풀네임 부르니까 무섭잖아ㅋㅋ
=애칭: 콬아/풀네임: 코코아엔터ㅋㅋㅋㅋ
청룡님의 등장은 새싹들에게만 화제가 되지 않았다.
서준의 또래부터 그 아래의 세대들, 어린이 연극 [봄]을 보고 자란 이들과 어른들까지. 모두 그리운 표정으로 인간 모습으로 내려온 ‘청룡님’의 영상을 감상했다.
-청룡님 오랜만이에요ㅠㅠ
=22 내가 여의주를 얼마나 많이 모았는지 보셨으면 아마 기절하셨을 거임.
=33ㅋㅋㅋ여의주 스티커가 한가득.
-어린 버전의 청룡님이 조금 자라서 나타났다는 설정인가.
=22 그런 듯. 다른 버전 청룡님들은 다들 어른이라 인간세계에 안 내려올 듯ㅋㅋ 그저 지켜보면서 허허허 하고 말지.
=33 아직 어려서 몰래 내려왔구나ㅋㅋㅋ
=44 묘하게 현실적ㅋㅋ
-지켜볼 거란 말에 자동적으로 기합들어감ㅋ
=22 자세부터 바르게 앉았음.
=33 오늘 게임은 그만하겠습니다. 청룡님.
=아주 훌륭하게 세뇌(?)된 어른이들입니다.
-ㅋㅋ이서준 또래랑 그 아래 세대들은 여의주와 청룡님에 아주 훌륭하게 교육받음.
=우리 엄마아빠는 청룡님께 정말 고맙다며ㅋㅋ(친구들도 인정하는 육아 난이도 최상이었던ㅋㅋ)
=다들 그럴 듯ㅋㅋㅋ지금도 연극 ‘봄’ 보정해서 올리잖아ㅋㅋ
=이서준 먹방1, 2와 함께, 부모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육아 도움 영상.
-오랜만에 봄 보고 싶어졌다.
=난 지금 보고 있음.
그렇게 어린이 연극 [봄]과 더불어, 그맘때 유행했던,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인터넷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설날 연휴에 할 특별 프로그램 레트로 특집으로 할까?”
“그것도 좋겠네요.”
방송국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로.
역시, 화제의 중심인 서준이었다.
* * *
한 해의 마지막날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그와 함께, 많은 시상식과 행사들이 이어졌다.
[배우 이서준, 첫번째 팬사인회 성황리에 마무리!]
[배우 이서준, 내년 2월 이틀간 팬미팅 예정!]
[SBC 연기대상! 드라마 ‘새벽’ 싹쓸이!]
[(뮤직 어워드) 버밀리온! 남자신인상 수상!]
[MBS 가요대제전, 걸그룹 앰버의 화려한 무대!]
[KBC 연기대상 수상자!]
[코코아엔터 소속, 올해의 수상자들에 대해 알아보자!]
-아니, 이서준 기사는 아직도 나오네?
=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22 시상식 기사보다도 많을 때도 있음.
-2월 팬미팅이라는 기사 봤는데, 신청 다 끝난 거였음.
=새로 하는 건 줄 알았더니ㅠㅠ
-새벽! 새벽! 용두용미로 끝난 내 인생드라마ㅠㅠ
=22 축하합니다!!
=조승환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고 그대로 개망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났네.
=그냥 살아난 것도 아니고 작품상, 작가상, 감독상, 조연상, 최우수 연기상 싹쓸이.
=다 조연상 배승원 배우 덕분이다ㅠㅠ
=22 배승원 아니었으면 그대로 작품 말아먹었음.
=33 남주, 여주, 작가, 감독 다 잘하긴 했는데ㅠㅠ 진짜 배승원 아니었으면ㅠㅠㅠ
-버밀리온 신인상 축하해ㅠㅠ
=근데 버밀리온 일곱 명 중 네 명은 신인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음? 데뷔했던 애들이잖아.
=ㅅㅂ우리 애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
=무대도 제대로 못하고ㅠ 매니저 아니었으면 회사 탈출도 못 했어ㅠ
=그러니까ㅠ 카더라만 들어도 눈물이 남ㅠ
=네명 부둥부둥 해주는 셋도 좋고, 나름 선배라고 셋 우쭈쭈해주는 넷도 좋고ㅠㅠ
=222 콬아에게 큰절ㅠㅠㅠ
-앰버 무대 미쳤더라.
=22 같은 무대인데 얘네만 다른 음향기기 쓴 줄.
=우리집 TV가 갑자기 고급 스피커가 됐어요;;;
-그러고보니 배승원도 코코아엔터고 버밀리온도 코코아엔터네.
=KBC, MBS 신인상, 조연상 받은 배우들도 코코아엔터 배우임.
=작년에 신인상 받은 앰버도 코코아엔터고.
=와…… 코코아엔터 미쳤네.
=이래서 코코아엔터, 코코아엔터 하나 봄ㅎㄷㄷ
-저 아이돌 지망생인데ㅠㅠ 코코아엔터 연습생 언제 뽑나요?
* * *
“축하해!”
“감사합니다!”
서준의 축하에, 남자신인상을 받은 버밀리온이 환한 얼굴로 꾸벅 인사를 했다.
연말연초 공연으로 힘들 테니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신세를 진 가수팀과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왔다고 했다.
“참 착한 애들이야.”
“그러게.”
지나가던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을 발견하고는 병아리들처럼 쫑쫑쫑 뛰어가서 인사하는 버밀리온.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서준이 말하자, 블루문의 박이든과 정은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아엔터의 동갑내기 삼총사가 모였다.
보컬 트레이너가 배우팀 층에 있을 리는 없으니, 가수팀 연습실이 있는 2층에.
“머리는 언제 염색할 거냐?”
새해가 됐는데도 파란 머리인 서준을 보며 박이든이 물었다.
팬사인회로부터 시간이 좀 지나서, 뿌리부터 검은색 머리카락이 보이고 있었다. 서준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오늘 염색할 생각이야. 지저분해 보이지?”
“서준이 네가 하면 투톤 염색이지. 다들 샵에서 한 거라고 생각할걸.”
정은성의 말에 서준과 박이든이 빵 터졌다. 어쩐지 진짜 그럴 것 같았다.
그렇게 웃던 동갑내기 삼총사는 2층의 비어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무슨 노래로 할지는 정했어?”
삼총사가 바닥에 편하게 둘러앉았다.
오늘은 서준이 팬미팅에서 부를 노래를 정하고, 무대 구성을 도와주기 위해서 모였다. 블루문 형들은 노래가 정해지면 도와주기로 했다.
“아직 정한 건 없어. 그래도 우리 회사 노래를 자주 들으니까 우리 회사 노래였으면 하는데…….”
“버밀리온 노래는 어때? 데뷔곡 좋던데. 올해 곡이라 따라 부르기도 좋고.”
박이든의 말에 서준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다른 가수의 곡은 다 돼도, 버밀리온은 안 된다.
버밀리온이 알았다면, 터덜터덜 걸어가 구석에 콕하고 박혔을 거다. 옹기종기 모인 노란 병아리들의 시무룩한 뒷모습이 떠올랐지만 서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준과 버밀리온은 [(선)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연결]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물론, 내가 공연을 한다고 해도 새로운 경험이 아니니까 등급이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정령의 나무가 즐거워할 만한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서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