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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04화 (80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04화

‘집에 오니 책을 읽던 서준이가 반겨줌.’이라는 설정으로 짧은 연기를 부탁한 새싹은 현기증이 난 듯 이마를 짚으며 비틀비틀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진짜 할 수만 있다면 서준을 그대로 가방에 넣고 집으로 데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사진으로만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안경새싹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앉아 있던 새싹들이 모두 엄지를 척 올렸다. 안경에 안경줄이라니,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라는 눈빛에 안경새싹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렇게 몇몇 새싹이 지나가고, 서준도 아는 새싹이 나타났다.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반갑게 그 새싹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영화객 님.”

“안녕하세요. 이서준 배우님!”

영화리뷰 너튜버와 배우의 만남.

관객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새싹들로서도 흥미진진한 상황이었다.

“영화객 님 리뷰도 맨날 보니까.”

“그치?”

유명인과 유명인의 만남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느새 절친이 된 새싹들이 속닥거렸다.

영화객은 예전(칸 영화제)에 만났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제법 침착하게 서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도 눈에는 감격과 감동이 그득했지만 말이다.

“이름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본명, 영화객 둘 다 해주세요.”

영화객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객은 선물이 든 종이가방 말고, 가져온 액세서리는 없는 것 같았다. 대신 질문이 있었다.

“저희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인데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네. 당연하죠.”

사인지에 큼지막하게 사인을 하고 메시지를 적으려던 서준이 흥미로운 눈으로 질문을 기다렸다.

“칸 영화제 때 제 영상을 가끔 보신다고 했는데, 지금도 제 영화 리뷰 보시나요? 그리고 라이브나 편집영상에 댓글 남긴 적이 있으신가요?”

그에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너튜브 영상도 보고, 시간이 있으면 라이브도 봐요. 제가 출연한 작품 리뷰는 빠지지 않고 보고요.”

“오!”

“댓글도 남긴 적도 많아요.”

반색하던 영화객이 경악했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많이 남겼다니, 시청자들이 알았다면 충격받을 이야기였다. 시청자 여러분! 여러분 중에 이서준 배우가 있었습니다……!

“정말로요?”

“네. 티켓 사고도 라이브로 봤는걸요.”

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서준에, 당시의 아찔함을 떠올린 영화객이 잠시 몸서리를 쳤다. 다시 생각하는 것도 끔찍했다. 그에 서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고생하셨어요. 영화객 님.”

“아니에요.”

서준의 위로에 해탈한 듯 웃던 영화객이 두 번째 질문을 했다.

“두 번째 질문은…… 크흠.”

영화객이 조금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제 영화 리뷰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제작자분들과 배우분들이 생각했던 것들과 일치하는지 아니면 그저 제 상상력이 듬뿍 담긴 리뷰인지 말이죠.”

시청자들은 물론, 영화객도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과연 영화객과 우리가 생각하는 점들이 제작자와 배우들이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국어 문제처럼 작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넣은 소재인데 과대해서 해석하는 중인 걸까.

-유명 감독의 손녀가 할아버지 관련 강의에서 C학점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잖아.

=22 감독 본인한테 직접 물었는데ㅋㅋㅋㅋ

=33 우리도 지금 그러고 있는 게 아닐까……

그에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떤 작품이든 보는 분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열심히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했는데, 관객분들이 ‘아, 저걸 의도했구나.’ 하고 알아차려 주는 편이 더 기쁘지 않으세요?”

“그렇긴 하죠.”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아, 재미있었다. 하고 생각하시기만 해도 충분히 기뻐요. 또 볼까? 하고 생각해 주시면 더 좋고, 인생영화라고 생각해 주시면 행복하죠.”

“그렇군요.”

영화객이 스쳐 가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걸 놓치지 않은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알아봐 주시면 더 감사하죠. 영화객 님의 리뷰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해 주셔서 좋아합니다. 시청자분들도 아주 날카로우시더라고요.”

“오!”

출연한 배우에게 인정받은 리뷰라니!

시청자들(특히, 고인물)에게 알려주면 아주 기뻐할 거다.

“마지막은 질문이 아니라, 제가 시청자분들을 대표해서 이서준 배우님께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 말 시청자분들이 들으시면 왜 영화객 님이 우리 대표냐, 하시는 거 아니에요?”

웃음이 가득한 서준의 말에 영화객이 뜨끔했다. 진짜 그럴 인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제 방송 자주 보시나 보네요.”

“그렇다니까요.”

“크흠. 그래도 저만 이렇게 팬사인회를 왔으니까요. 제가 대표죠.”

아하하 웃는 서준에, 영화객도 웃고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작품 많이 찍어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작품들 리뷰도 재미있지만, 이서준 배우님 작품 리뷰는 특히 더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앞으로는 적당히 죽어달라고 하십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으핫!

그에 캐릭터 연쇄삭제범1(서준)과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영화객 님이 그런 말 하시면 안 되지 않아요?”

“뭐, 그건 그렇죠.”

캐릭터 연쇄삭제범2(영화객) 또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팬사인회 대화인지 인터뷰인지 모를 영화객의 차례가 지나가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배우 이서준의 첫 번째 팬사인회 첫날이 끝날 시간이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준이 마이크를 들었다.

두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눈을 반짝이는 새싹들을 보니 서준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제 팬사인회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싹들을 한 분 한 분 만나는 것도 정말 행복했는데, 모두 제가 출연한 작품들에 대한 감상을 직접 말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헉! 허억!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자, 서준이 찡긋 웃었다.

“제가 눈치가 좀 빠르거든요.”

그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새싹부터에 올라오는 감상글을 많이 읽는데, 직접 들으니까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팬 여러분들을 위한 행사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가 더 행복해지는 느낌이에요.”

환하게 웃는 서준의 모습에, ‘서준이에게 최애작 감상 전하기’라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던 새싹들은 더욱 행복해졌다.

“새싹분들이 이렇게 응원해 주시니, 전에도 연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저와 제 작품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사랑해요, 새싹!”

* * *

[제목: 서준이 팬사인회 첫날 후기(스크롤주의)]

택시썰은 유명하지? 나도 택시타고 갔는데, 선물 받음. (나도 드렸다ㅋㅋ도대체 새싹들 얼마나 많은 거얔ㅋ)

행사장 앞에서 영화객님한테, 서준이가 칸 갔을 때 찍은 B컷 사진 나눔 받음. (고등학생 서준이라니. 귀하다 귀해ㅠㅠ 아니, 이런 게 있으면 진작 풀라고요.)

그것말고도 새싹분들한테 이것저것 받음. 주시는 게 너무 많아서 가방 터질 뻔. 게다가 코코아엔터도 간식이랑 굿즈도 이것저것 챙겨줌.

원래 쉬는 시간에 간식 먹으려고 했는데, 사진 교환하고 이야기하느라 못 먹음ㅋㅋ 오른쪽을 봐도 새싹이고 왼쪽을 봐도 새싹인데, 진짜 입을 멈출 수가 없더라. 진짜 천국이었음. (외국새싹들도 있었는데, 다 한국어 나보다 잘해서 내가 외국인인 것 같더라;;;)

그리고 또 다른 천국, 서준이!

그냥 흰 셔츠에 검은 슬랙스만 입어도ㅎㅎ 웃음만 나옴.(너무 웃어서 턱 아파ㅋㅋ)

게다가 거기에 새싹들이 가지고 온 온갖 액세서리들까지 장착하니 외모+5612246……

진짜 세상에 있는 온갖 동물 귀 머리띠는 다 들고 온 것 같았음. 강아지랑 고양이는 기본이고, 호랑이, 토끼, 기린, 양, 여우……ㅋㅋ

근데 서준이는 다 어울리더라ㅎㅎ

안 어울리는 게 없어서 진짜 사진만 찍어댐.(여러분 덕분에 눈호강했습니다. 꾸벅)

1번으로 가셨던 분이 악수를 하셔서…… 2번부터는 어쩐지 전부 악수했고 나도 서준이랑 악수를 했음ㅎㅎ 서준이 손 크더라. 내 마음속에선 여전히 어리고 해맑은 소년이었는데, 어느새 남자가 다 됐어ㅎㅎ

그리고 이야기도 되게 잘 나눠줌. 1인당 1분씩은 됐던 것 같음. 보통은 쓱쓱 넘어가기 바쁜데, 울어도(우는 사람 많았음ㅋㅋ나도 그렇고ㅋㅋ) 이야기 나눌 시간이 넉넉해서 좋았음. (나는 MBTI 물어봄. 서준이 ENFJ래!)

영화객님도 오셨는데ㅋㅋㅋ 서준이랑 같이 무대에 있으니까 무슨 영화 토크쇼 보는 느낌이더라ㅋㅋ 무슨 이야기 했는지 리뷰 방송을 봐야겠음ㅋㅋ

(하략)

(팬사인회 사진1)(2)……(50)

+) 아, 그리고 우리 이벤트 준비한 거 서준이가 알아차림ㅋㅋ

-ㅠㅠㅠ사진 감사ㅠㅠ

-사진으로만 봐도 빛이 나는데 실물은 어땠을까ㅠㅠ

=실물은 진짜 말도 못함. 그냥 감탄이 저절로 나옴. 진짜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게다가 이유도 없이 눈물 나옴.

=22 다 울더라ㅋㅋ 스태프 계속 휴지 보충해주곸ㅋㅋ

=좋겠다ㅠㅠㅠ

-콬아에서 영상 찍는 거 같던데 나중에 편집해서 올려줄 듯.

=기다린다. 콬아ㅠㅠㅠ

-나 안경캐 좋아했네.

=나 안경 개좋아했네.

=222 안경줄까지 있으니까, 무슨 로판 학자 캐릭터 같은 느낌이다.

=섭남일 듯. 섭남이면 나주라. 여주야.

=저 얼굴이 어떻게 서브야. KTX를 타고 봐도 남주지.

=22 얼굴이 개연성ㅋㅋ

=서준 오빠 저렇게 하고 ‘왔어요?’ 하고 상황극 해줌.

=!!미치인!!

-이벤트는 어떻게 알아차렸대?

=다들 이건 꼭 말해야 한다! 하고 말한 게 아닐까?ㅋㅋㅋ

=22 나도 그래서 손에 적어감ㅋㅋ

=33 나도. 다른 건 못 물어봐도 이것만은 꼭 말해야지! 했다.

=다들 그랬으면 모를 리가 없었을듯ㅋㅋ

[새싹부터]는 물론이고, 다른 커뮤니티까지 서준의 팬사인회 이야기(주로 사진)로 가득했다.

-이야. 데뷔한 지가 거의 20년이 다 돼가는데 첫 팬사인회ㅋㅋㅋ

=ㅋㅋ너무 웃김ㅋㅋ

-이서준 팬은 아닌데, 사진 보니까 잘생김이 느껴져……

=22 이래서 이서준은 이서준이고 최애는 최애라는 거ㅎㅎ

=33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사진마다 저장하고 있다.

=44 방향만 다른, 같은 사진 52개째 저장 중ㅠㅠ 고양이손 왤케 귀엽냐고ㅠㅠㅠ

=입덕은 1초라도 빨리ㅎㅎ

-초커!!

=초커어!!!

-근데 내일은 별것 없겠네.

=?왜?

=오늘 온갖 동물 귀를 다 써서 내일도 옷만 다르지 비슷한 모습일 것 같음.

=22 직접 가는 사람들이야 다르겠지만, 사진으로 보는 사람들은 별 차이 못 느낄 듯.

하지만 다음 날.

두 번째 팬사인회가 시작되자마자, [새싹부터]에 다잉메시지 같은 글이 올라왔다.

-ㅅㅂ서준이 금발

=예!??!

=뭐라고요!?!

=그그그금발이요!?

=으아아악! 이것만 남기고 어디 가셨음?!?!

=진짜 죽은 듯ㅋㅋㅋㅋ(안웃김/사진 줘요ㅠㅠ)

=금발. 금발. 금발. 금바알!!

=팬사인회에 있는 새싹들 윗분처럼 다들 제정신이 아닐 듯.

댓글의 추측이 맞았다.

포실포실하고 보드라운 상아색 스웨터에, 연회색 바지 입고 등장한 서준에 팬미팅장에는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어…… 별로인가요?”

어제처럼 [블루문]을 부르며 등장한 서준이 입을 벌리고 넋을 놓고 있는 새싹들의 반응에, 부드러운 금색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하시던데…….”

서준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뜻은 전혀 모르겠다.

그냥 하늘에서 지상으로 강림한 금발의 천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어라 계시를 내리는 것만 같았다.

여긴 천국인가?

나 천국에 온 거야?

“여러분?”

아무래도 새싹들의 벌어진 입이 영 다물어질 것 같지 않아, 볼을 긁적이던 서준은 선기를 흘려보내 새싹들이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허억!!

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새싹들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서준이가 금발을 하는 꿈을 꿨는데…….

“다시 인사드립니다.”

헉! 꿈이 아니었다.

서준이 부드러운 금색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며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다.

“배우 이서준입니다. 우리 오늘 다 같이 즐거운 시간 보내요.”

……끄아아악!!!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비명인지 굉음인지 모를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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