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800화 (800/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00화

-티켓이??

-아까까지 있었잖아?

-갑자기 사라진 듯.

-영화객님이 어그로 끄는 건…… 아니구나.

새하얗다 못해 새파래진 얼굴로 방 안 이곳저곳을 뒤집어엎는 영화객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시청자들은 이내 진짜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까 소중히 봉투에 넣지 않았음?

-ㅇㅇ그 이후로 안 보였던 것 같은데.

-22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

-33 누가 티켓을 집 안에서 잃어버릴 거라고 생각하겠음.

-44 리모컨이나 휴대폰이나 지갑이나 신용카드나 차 키를 잃어버리긴 하지만.

-아…… 잘 잃어버리는구나……

우당탕탕!

아예 이불과 침대까지 뒤엎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내 티켓!”

이라고 외치는 비명과 함께.

-진짜 장난 아닌가 보네.

평소 영화객이 실수를 했다고 하면, 얄밉고 짓궂게 약 올려대며 신나게 놀려댔을 시청자들도 이번만큼은 진지해졌다.

-놀려대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해.

-진짜 어떻게 팬사인회 티켓을 잃어버리냐.

-근데 신기함. 우리 다 같이 보고 있었잖아? 언제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 후뿌뿌뿌 마법사 좀 불러와.

-22 와서 시간 좀 돌려달라고 해.

-이건 사실 꿈이 아닐까?

-이거다. 우린 지금 단체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그때, 띠링- 누군가 후원하며 음성채팅을 보냈다.

<배달 그릇 밑에 깔린 거 아님?>

그에 영화객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 짧은 사이 얼마나 열심히 방 안을 뒤졌는지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배달 그릇이요?”

눈알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

-아. 그럴지도.

-책상 위에 있었으니까, 배달음식에 그대로 깔렸을지도 모름!

“그럼 부엌에……!”

영화객이 헐레벌떡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본 영화객 중에서 가장 빠른 모습이었다.

-우리도 보고 싶은데……

-근데 부엌에도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거임?

-큰일이지ㅋ

-어떻게 하냐, 영화객님ㅠㅠㅠ

-영화객 티켓 잃어버린 거 기사뜸. (링크)

[사고친 영화 리뷰 너튜버 영화객!(실시간)]

[영화객, 이서준 배우 팬사인회 티켓 잃어버리다!(현재 진행중)]

[사라진 이서준 팬사인회 티켓의 행방은?]

-사고? 영화객이 뭐 했어?

=그동안 방송 잘해오나 싶더니ㅉㅉ

=어…… 뭘 하긴 했는데…… 사고인 건 맞는데……

=피해자가 본인임……ㅎ

-(쩌렁)영화객 방송 중에 이서준 팬사인회 티켓 잃어버림!! (쩌렁)

=?ㅇㅖ?

=뭔 소리야? 티켓을 잃어버려?

=이서준? 팬사인회? 티켓을??

-뻥이지? 어떻게 하고 많은 것 중에 서준이 팬사인회 티켓을 잃어버릴 수가 있어??

=그것도 방송 중에??

=어그로라면 만점이다ㅋㅋㅋ

=슬프게도 현재 진행중입니다……(너튜브 영화객 라이브 방송 링크)

=으아……진짜네?

영화객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 수가 출렁였다. ‘실시간’, ‘현재 진행중’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현 상황을 보러 온 것이었다.

평소라면 늘어난 시청자들에 기뻐했을 너튜버 영화객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부, 부엌에도 없었습니다…….”

-헐.

-비닐봉지에도 없어요?

“없었어요…… 쓰레기통, 냉장고, 거실 소파 밑까지 다 살펴봤는데…… 아무 데도 없어요…….”

-그사이 열심히도 찾았네……

-와. 진짜 이 정도면 땅으로 꺼진 듯.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탄식하는 사이,

-어떻게 된 거임?

-22 어떻게 된 거에요?

-티켓은? 티켓은?

이제 막 들어온 사람들이 물어대자, 영화객에게 일어난 사고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시청자들이 설명해 주었다.

-영화객이 서준이 팬사인회 티켓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봉투에 소중히 넣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1도 몰랐는데……

-22 폭풍전야였다.

-저녁 먹는다고 책상 치움 > 배달 온 육회 먹음 > 그릇 치움 > 티켓이 사라짐.

-?중간에 뭐가 빈 것 같은데?

-ㄴㄴ진짜 이거대로 일어남.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가 현실이 될 줄이야……

그때, 영화객이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스피커로 ‘흐윽……’ 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영화객의 어깨가 잘게 들썩였다.

-……울어?

-울어여??

충격적인 장면에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두 손을 멈추었다.

“안, 안 웁니다…….”

-……진짜 우는데?

훌쩍이는 영화객의 목소리에, 기존의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까지 숙연해졌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까.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외장 하드의 내용물이 전부 날아가거나, 열심히 작성 중이던 문서(리포트&논문)를 미처 저장하지 못했는데 컴퓨터가 꺼진 경험이.

그때 누군가 후원했다.

어떤 남자 시청자의 부드러운 목소리(음성채팅)가 들려와, 슬픔과 숙연함에 빠져 있던 영화객과 시청자들의 정신을 깨웠다.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시원해진 기분이었다.

<일단 영상부터 돌려보는 건 어때요? 아까 티켓이 있었던 때부터.>

!!

그에 영화객보다 시청자들이 먼저 반응했다.

-그래. 영상이 있잖아!

-언제부터 없어졌는지 알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듯!!

-저희도 도와줄게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목소리와 시청자들의 응원에 영화객이 정신을 차렸다.

“……네. 감사합니다.”

마이크를 끄고 코를 킁! 하고 풀고, 세수까지 하고 온 영화객이 다시 카메라 앞에 앉았다.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는 얼굴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영상을 돌려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 부탁드립니다.”

꾸벅하고 인사한 영화객이, 지금까지 녹화한 영상을 모니터에 띄웠다.

티켓을 봉투에 넣는 장면부터 영화객과 시청자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책상을 치우던 영화객, 띵동-하고 초인종이 울린다. 그리고 휴대폰을 챙기면서,

-봉투가!

-주머니 안에!!

겉옷 주머니 안으로, 티켓 봉투가 함께 들어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헐? 몰랐어요?

“네……전혀 몰랐어요.”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넣은 것 같았다.

-돌아왔을 때 주머니에 봉투 있는지 봐야 함.

-22 없으면 밖에 있는 거.

빠르게 영상을 돌려, 배달봉투를 든 영화객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보였다.

-없다!

“없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겉옷 주머니에 빼꼼 튀어나와 있던 흰 봉투가 지금 들어오는, 영상 속 영화객의 주머니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밖이다!!”

<우리도 같이 가!>

<같이!!>

아니, 지금 그럴 때가 아닌데!

마음은 벌써 집 밖으로 뛰쳐나갔으면서도, 시청자들의 성화와 너튜버의 직업병 때문에, 휴대폰으로 야방을 시작하는 영화객이었다.

그렇게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간 영화객과 카메라 너머 시청자들.

앞집과 영화객 집 사이의 작은 구역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도 아닌가 싶어 영화객이 절망하려던 찰나,

<엘리베이터나 계단에 있을지도!>

-오오오!

-엘리베이터부터 확인해요!

시청자들의 말에, 다시 한 줄기 희망을 본 영화객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렸다. 1층부터 차근차근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느려어!!

평소와 같은 속도였지만, 영화객과 시청자들에게는 느리게만 느껴졌다.

곧 그렇게도 기다리던 엘리베이터가 열렸지만, 안타깝게도 밝은 엘리베이터 안에는 흰 봉투의 ‘ㅎ’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계단으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계단 난간 사이로 떨어졌다면 1층까지 갔을 수도.

-몇 층에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라. 영화객.

“감사합니다. 힘내겠습니다.”

그렇게 17층에 사는 영화객이 한 층 한 층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다른 집들이 카메라에 찍히지 않게 주의하면서도 영화객은 계단과 복도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하지만 1층에 가까워지도록 흰 봉투는커녕 흰색 쓰레기도 보이지 않았다.

-되게 깨끗하네. 청소 잘하는 듯.

-이 저녁에 청소하지는 않았겠지?

-누가 주워서 버렸을 수도.

-아. 그럼 우리 나중에 쓰레기장에 가봐요ㅠ

“네. 그러죠.”

-찾을 곳이 하나 더 늘었다는데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근데 영화객님 사는 곳은 쓰레기차 언제 와요?

“그게…….”

생각하던 영화객이 또 한 번 사색이 되었다.

“……오늘이요.”

-……미친……!

-이러다 매립장 뒤질 듯!

-영화객님 뛰어요!

으아아아!

저녁이라 시원하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영화객과,

-으아아아악!!

-달려! 달려!!

그 대신 비명을 질러주는 시청자들이었다.

* * *

-저기 뒤에 흰색!

-오른쪽에도 흰색 있어요!

-쓰레기 왜 이렇게 많음!?!

“쓰레기장이니까요!”

결국, 1층에서도 찾지 못해 쓰레기장까지 온 영화객과 시청자들.

<저기 저거 아닌가?>

“어? 어어?”

어어어!?

그리고 마침내 찾아내고야 말았다.

익숙한 흰 봉투.

하지만 영화객은 방심하지 않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 안을 보았다. 그 안에는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그렇게나 찾아 헤맸던, 배우 이서준의 첫 팬사인회 티켓이 그 어느 곳도 상하지 않은 채 들어 있었다.

“으아아아! 찾았다!!”

-와. 이걸 찾네.

-여기까지 온 것도 신기함. 도대체 어떤 여행을 한거야ㅋㅋ

-배달원이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거나 1층에 떨어진 거 경비원이 버렸을지도.

-아님 아파트 주민이.

-여튼 찾아서 다행이다. 이대로 매립장 갔으면 진짜 못 찾았음ㅎㄷㄷ

-아까 그분 아니었으면 우리도 숙연해 있느라 바로 영상 본다는 생각은 못했을 듯.

-그렇게 됐으면 바로 매립장행ㅋㅋㅋ

-그분 어디 가셨나?

-목소리 엄청 좋으시던데? +_+

목소리가 엄청 좋으신 그분.

서준은 티켓을 보고 감격에 차 거의 우는 듯 웃는 영화객과 짝짝 박수를 쳐주는 시청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휴대폰을 살펴보는데, 자신의 이름이 기사에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태우 형에게서 바나나톡이 왔다. 영화객의 방송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아주 잘 요약되어 있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서준도 영화객을 라이브 방송을 보게 되었다.

‘겸사겸사 약간의 도움도 주고.’

빨리 생의 도서관에 들어가 정신을 냉정하게 하는 능력을 찾아왔다. 물론 목소리를 변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는 티켓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소중히 쥔 채로, 감격한 목소리로 말하는 영화객과,

-아~ 솔직히 영화객 집만 알았으면 찾아가서 내가 가졌을 텐뎈ㅋㅋㅋ.

-22 내 티켓일 수 있었는데!!

-33 아쉽다! 진짜!!!

-다들 너무 츤데레이신 거 아니냐고ㅋㅋㅋ

-그러게요. 아까까지만 해도 다들 엄청 심각하게 같이 찾아 놓고는ㅋㅋ

-??우리가 언제??

이제와서 아닌 척하는 츤데레 시청자들을 모습에, 서준이 빙그레 웃은 서준이 화면을 끄고 대본을 펼쳤다. 영어로 쓰여진 [뉴 이클립스]의 대본이었다.

학교며 팬사인회며 팬미팅이며.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았지만, 자신은 배우.

펜을 든 서준은 언제나 그렇듯 진지한 얼굴로 대본 분석을 시작했다.

* * *

그렇게 시끌벅적한 11월이 지나고.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

생애 첫 팬사인회도 있고, 시상식 등 연말 행사들도 많은 달이었지만.

올해 12월은 특히 더욱 남달랐다.

“진짜 졸업이네.”

김주경과 양주희는 4년 동안 지냈던 학교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김주경과 양주희가 마지막 강의의 시험을 끝내고 종강하는 날.

마지막으로 한국예술대학교에 나오는 날이었다.

‘물론 졸업식은 2월이지만.’

이제부터 정말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하게 되니, 촬영이나 연습 등으로 인해 두 사람이 2월 졸업식에 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사진 찍어줄까?”

그런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서준이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그에 양주희가 활짝 웃었다.

“찍으려면 다 같이 찍어야지!”

“맞아!”

“단체 사진도 찍고, 혼자서도 찍으면 되지.”

“오. 전성민 똑똑한데?”

전성민의 말에 한지호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강재한과 박시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다 같이, 그리고 김주경과 양주희 홀로.

4년 동안 드나들며 익숙해진 학교 여기저기를 배경으로,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사진을 찍어댔다.

“주희 언니! 주경 언니! 저희도 같이 찍어도 될까요?”

“당연하지!”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졸업한다는 이야기에 연기과 후배들도 몰려와 사진을 찍고,

“양주희가 벌써 졸업하다니!”

“우리도 같이 찍자!”

마당발 양주희의 별명에 어울리게 지나가던 다른 과 학생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거기엔 자주 협력하는 미술과나 영화과 학생들도 있었지만, 아닌 학생들도 있었다.

“방금은 무슨 과였냐?”

“성악과 애들.”

……성악과.

연기과인 양주희랑 도대체 어떻게 만난 건지.

양주희의 인맥은 정말이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것 같았다.

그렇게 한바탕 사진 촬영이 끝나고.

김주경과 양주희는 한예대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제 다시 한예대에 올 일도 없고,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든 두 사람이었지만,

“점심 뭐 먹을까?”

“파스타? 피자?”

“피자 좋지!”

“고기 먹자. 고기.”

“고기 좋지!”

“지호 넌 먹을 거라면 다 좋지?”

여전한 친구들의 모습에 이내 웃음을 터뜨린 김주경과 양주희였다.

“주경아, 주희야. 뭐 먹을래?”

“스테이크 피자는 어때?”

“오오!”

먼저 졸업해도, 무슨 일이 생겨도 친구들은 여전히 두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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