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798화 (79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98화

해내야 했지만…….

팬사인회를 개최할 행사장을 대관하고, 서준의 학교 일정과 앞으로 잡힐 [뉴 이클립스]의 스케줄을 생각해 날짜를 잡는 등 관련된 일을 일사천리로 해결하는 손과 달리,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한가득 올려둔 1팀이었다.

“부팀장님은 새싹들이 회사로 쳐들어오는 꿈을 꾸셨대. 새싹봉이 횃불로 변했다고 하시더라.”

아주아주 밝았대.

하고 말하는 최태우에, 팬사인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준이 빵 터지고 말았다.

“웃을 때가 아니라니까, 서준아.”

어쩐지 초췌해 보이는 최태우의 얼굴에 서준이 웃으며 물었다.

“태우 형도 무슨 꿈 꿨어요?”

그에 최태우가 해탈한 얼굴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꿈을 떠올렸다. 꿈이라면 일어나자마자 잊혀질 만도 한데, 굉장히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마치 절대 잊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

“……난 모래사장에서 한 움큼의 모래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과 함께 하늘로 날아가는 꿈. 팡파레도 들렸어.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모래들이 달려들어서 그대로 모래사장에 묻혀 버렸지…….”

으하하핳!

서준이 거실 테이블을 손으로 내려치며 폭소했다.

부팀장님과 태우 형의 꿈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겨우 300명이라니?!’

‘코코아엔터는 반성하라!’

‘반성하라! 반성하라!’

하고 횃불로 개조한 새싹봉을 들고 있는 새싹들과,

‘300!? 그건 모래사장의 모래 한 움큼도 안된다고!!’

‘나머지 모래들은 어쩔거냐!’

마치 무시무시한 모래 폭풍처럼 몰아치는 모래들(새싹들)이.

덤으로 ‘살……려……줘어……’ 하고 말하며 모래 지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태우 형도.

“진짜 웃을 때가 아니라니까. 이것 봐.”

최태우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그건 팬사인회를 열기 전, 여론, 정확히는 새싹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새싹들이 자주 출몰하는 커뮤니티에 1팀이 올려둔 게시글이었다. 물론 코코아엔터 1팀이라는 사실은 숨기고 말이다.

[이서준이 팬사인회 하면 어떨 것 같음?]

얼마 전에 블루문 팬사인회 했던데, 같은 회사니까 이서준도 언젠가 하지 않을까?

인원은 대충 90?

-ㅅㅂ구십?! 구우우십!?

=처음부터 화가 난 새싹이 등장했다ㅎㄷㄷ

=하지만 동의. 완전 동의.

-구십만명이겠지. 구십만명.

=ㅠㅠ팬미팅도 그렇게 못함ㅠㅠ

=서준 오빠 죽어요ㅠㅠ

=농담 아니고 진짜 죽을 듯ㅋㅋㅋ

-와. 서준이 팬사인회…… 상상만 해도 좋다. 내 자리는 없겠지만.

=상상만 해도 좋음. 내자리는 없겠지만222

=팬미팅도 없었는데, 90명에 내자리가 있겠어3333

-그래서 옛날에 팬사인회를 했어야하는데ㅠㅠㅠ

=……ㅎ옛날에도 새싹은 많았어요.(1기 새싹이지만 팬미팅 1번도 못 가본 1인)

=으아…… 다음 팬미팅 땐 꼭 당첨되길 기도할게요.

-근데 팬사인회 하면 좋겠다. 사진도 많이 올라올 거고.

=나도 가고 싶지만, 안전상 비공개 행사장일 듯ㅠㅠ

=콬아라면 라이브 하겠지? 하겠지? 하겠지? 하겠지?

-서준이한테 이것저것 씌워보고 싶다. 화관이나 안경이나 토끼모자나 강아지 귀나 베레모나……(중략)

=반지도.(사심 듬뿍)

=끝나지 않는 새싹들의 선물세례ㅋㅋㅋ

=왠지 새싹들이라면 격렬한 회의 끝에 겹치지 않고 아이템 들고 올 듯.

-와…… 좋다…… 하고 상상하고 있다가 다시 90이라는 숫자 보니 열뻗침ㅋㅋ

=ㅅㅂ90이라닠ㅋㅋ90이라니ㅋㅋㅋ(안웃김)

=외국새싹들까지 계산하면 거의 복권 확률 아님?

=진짜 그럴 듯.

“근데 왜 90명이에요? 100명 아니었어요?”

“나중에 공지 올라가면 우리라는 거 티 나잖아. 그리고 블루문이 얼마 전에 팬사인회 했거든. 90명.”

“아하.”

같은 코코아엔터 소속인 블루문의 팬사인회가 90명이었으니, 이서준도 하게 된다면 90명 정도가 아닐까? 추측하는 게시글이라는 설정인가 보다.

“뭐,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정도 글은 많으니까. 성지순례 글 같은 거.”

최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댓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대부분 ‘내 자리는 없어ㅠㅠ’ 하고 울거나 ‘구우십!?’ 하고 뒷목을 잡으며 경악하는 반응들이었다.

으음.

팬사인회 인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니 무리의 대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태우 형.”

“응?”

서준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팬미팅도 할까요?”

……!

시원스러운 서준의 제안에 최태우가 입을 턱 벌렸다.

* * *

“……예. 그렇게 해서 팬미팅도 함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할 일이 늘었지만, 배우 이서준 전담 1팀은 오히려 안심한 듯 보였다.

“새싹분들이 쳐들어오진 않겠네요.”

“그러게요.”

같은 생각을 한 듯, 다른 1팀 직원들이 킥킥 웃었다. 그러던 중 직원 하나가 손을 들어 물었다.

“서준이 컨디션은 괜찮을까요? 팬사인회에, 팬미팅에, 차기작까지 준비하려면 힘들 텐데요.”

“이제 곧 겨울방학이기도 하니까 괜찮다고 합니다. 게다가 저번 팬미팅 때처럼 화려하게 할 생각은 아니라고 하고요.”

최태우의 말에 모두 올해 초에 있었던 팬미팅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팬미팅은 대단했죠.”

이제는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 어른이 된 모습으로 악기들을 연주하던 모습은 1팀에게도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최태우가 웃으며 말했다.

“공연을 넣긴 하겠지만, 이번에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도 서준이니까 열심히 준비하겠죠.”

한 직원의 말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서준이 팬들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 먼저 뉴 이클립스 일정 문의해 보겠습니다.”

“팬미팅 장소 알아보겠습니다.”

“팬사인회 공지랑 팬미팅 공지를 함께 올리는 게 좋을까요?”

새롭게 추가된 일에, 매니저 최태우를 비롯한 배우 이서준 전담 1팀이 바쁘게 움직였다.

* * *

미국, LA에 위치한 뉴 에이지 본사.

[뉴 이클립스]의 남자주인공이 캐스팅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제작 준비에 들어가면서 뉴욕에서 할리우드로 이동한 [뉴 이클립스] 제작진이었다.

“팀장님. 킹즈에이전시에서 서준 리 배우의 촬영 일정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스케줄 맞춰줄 수 있다고 전하고.”

서준 리는 [뉴 이클립스] 캐스팅에 가장 먼저 승낙해 준 배우였다.

게다가 티켓 파워가 강력한 슈퍼스타. 이 정도의 친절은 베풀 수 있었다. 아니, 몇 달이 늦어진다고 해도 기다릴 생각이 가득한 뉴 에이지였다.

“다른 배우들은 어때?”

“서준 리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지 하나둘 연락해 오고 있습니다. 캐스팅 제안이 안 간 배우들한테서도요.”

물론 뉴 에이지에서 퍼뜨린 이야기였다.

계약서까지 작성했기 때문에 문제 될 건 없었다.

[뉴 이클립스] 담당자가 캐스팅된 배우들의 목록을 훑어보았다.

반응도 안 보이던 이 배우들이 겨우 한 배우의 출연 소식에 움직이다니.

‘아니, 겨우가 아니지.’

한국 작품이든 미국 작품이든.

지금까지 망한 작품이 하나도 없는 슈퍼스타가 아닌가.

‘이제 뉴 이클립스도 그 필모그래피 안에 들어가겠지.’

담당자가 흐뭇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캐스팅 목록 맨 위에 쓰여 있는 SEOJUN LEE라는 이름이 너무 눈부셨다.

* * *

평일 저녁.

누군가는 드라마를 보고 누군가는 저녁을 먹고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을 시간.

[새싹부터]에 폭탄이 떨어졌다.

[(공지)이서준 배우님의 팬사인회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팬사인회엑?!”

알림이 울리자마자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본 송유정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얼른 임예나에게 연락하며 노트북을 켰다.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던 드라마는 이미 뒷전이었다.

내일 아침.

‘여기 클라이맥스 부분 아니야? 시청률 왜 갑자기 떨어졌어?’

‘그게 이서준 배우가…….’

‘아…….’

하고 이마를 짚을 방송국과 방송국 직원들의 모습은 상상도 못 하고.

“예나야! 공지 봤어?”

-아직! 이제 막 노트북 켰어!

“나도!”

스피커폰 모드로 변경한 휴대폰을 옆에 두고, 노트북으로 [새싹부터]에 접속하는 송유정이 눈을 빛냈다. 벼락을 맞은 것처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짜릿했다.

“세상에! 미친! 팬사인회라니!!”

-그러니까! 팬미팅 잘못 본 줄 알았다니까!

임예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우리, 침착하자. 예나야.”

-그래. 후우후우……미치인!!

침착은 개뿔.

미친! 미친! 미치인!!

너무 흥분해서 입을 열면 그 단어밖에 안 나올 것 같았다.

벌써부터 팬사인회에서 서준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인을 받고 선물을 주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물론 현실은 웃는 서준을 보자마자 얼어버리겠지만!

이름이라도 제대로 말하면 성공한 거겠지만!

-후우후우!

초등학생 때부터 서준의 팬이었던, 팬미팅에 모두 참가했던 행운의 새싹 임예나였지만, 팬사인회는 처음인지라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건 진짜 놓치면 안 돼……!

“맞아!”

하고 두 사람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공지를 클릭했다.

[(공지)이서준 배우님의 팬사인회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코코아엔터입니다.

이서준 배우님의 첫 번째 팬사인회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중략)

일시: 금, 토, 일 (총 3일간)

인원: 1일 100명(총 300명)

장소: ……>

거친 숨을 몰아쉬던 송유정과 임예나가 그대로 멈추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사암배액!?”

-……사암배액!?

자신도 모르게 외친 송유정과 임예나처럼, 공지를 본 다른 새싹들도 수많은 댓글로 자신의 절망스러운 심정을 남겼다.

-삼백? 삼백? 삼백? 삼백?

=위 새싹 고장 난 듯.

=난 이해함. 삼백이라니…… 내 자리는 없다. 내 자리는 없어ㅠㅠ

-아니, 한국새싹만해도 몇 명인데…… 삼백이요?

=그러니까!! 거기다 해외새싹들까지 더하면……(아찔)

-근데 서준이 혼자 계속 사인하는 거니까 하루에 100명씩 3일도 긴 거ㅠㅠ

=22 팔도 아프고 체력도 괜찮겠냐고요ㅠㅠ

=알아요. 아는데…… 저 300에 내가 못 들어갈 걸 아니까 그런거죠ㅠㅠㅠ

-와…… 그래도 추첨이라서 다행이지, 선착순이었으면 콬아 터짐.

=난 지금도 터뜨리고 싶음ㅠㅠ

=나도ㅠㅠ일주일에 한 번씩 팬사인회를 해도 될까말깐데.

=그럼 서준이 죽어요ㅠㅠㅠ

-새싹부터 해외지부도 난리남ㅋㅋㅠㅠㅠ

=경쟁자 엄청 나겠네ㅎㅎㅎ

=비행기+숙소 때문에 못 올지도?(행복회로)

=?무슨 소리? 나. 미국새싹. 간다. 한국.

=젠장ㅋㅋㅠㅠㅠ

그리고 30분 후.

병 주고 약 주듯 또 하나의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이서준 배우님의 팬미팅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네??

=……예???

=……이게 뭐야??

-팬사인회에 팬미팅까지 하신다고요??

=미쳣다…… 무슨 일이래?

-와. 이틀동안 한대.

=인원도 많아ㅠㅠ

=300명보다가 팬미팅 인원보니까 너무 좋다ㅠㅠ 너무 좋은데ㅠㅠ 내 자린 없겠지.

=이렇게 해주는데도 못 간다는 게 너무 웃김ㅋㅋㅋ(안웃김)

=22 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ㅠㅠ

-오. 이번엔 팬미팅도 추첨이야.

=나 똥손도 갈 수 있는 거냐아아!!

=하늘에 달렸음ㅠ(기도)

=오늘부터 108배 하러 간다.

=새벽마다 정화수 떠놓고 기도한다.

-평생소원임. 한 번만 들어줘요. 하느님ㅠ 부처님ㅠ서 준아ㅠㅠㅠ

=서준이는 왜ㅋㅋㅋ

=아기천사님이 들어줄 것 같아서ㅠㅠ

=ㅋㅋㅋㅋ서준아ㅠ(같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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