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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93화 (79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93화

왜 오우거가 여기에!?

생각보다 더 위험한 적의 등장에 대장늑대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아우우우- 울며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일단 흩어져! 도망친 다음 살아서 만나자!!

그에 다 함께 대피하고 있던 늑대무리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새끼늑대들을 데리고. 허둥지둥 도망치다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가족과 떨어진 새끼늑대들은 근처에 있던 어른 늑대들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쳤다.

막내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

아우우우-!

엄마늑대의 긴장감 가득한 울음소리에 누나와 형, 막내는 정신없이 아직 자그마한 네 발로 땅을 박차며 달렸다. 얼굴에는 무서움과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늑대 부부는 세 남매가 뒤처지지 않게 뒤에서 쫓아오며 끊임없이 도망치길 재촉했다.

하지만.

늑대무리에서 떨어져 움직였던 탓일까.

아니면 녹색과 갈색 등, 어둡고 짙은 색으로 가득한 숲속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흰색을 가진 탓일까.

새하얀 늑대 막내가,

그리고 함께 달리던 막내의 가족이 오우거의 목표물이 되고 말았다.

오우거가 주변에 있던 나무를 뽑아 움직이는 흰색을 노리며 던졌다.

쿠웅!

불과 몇 초 먼저 태어났다고, 세 남매 중 가장 맏이라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살길을 찾아 가족들 중 가장 앞서서 힘차게 달리던 누나가 바로 앞에 떨어진 나무 기둥에 놀라, 발을 버둥거리다가 바닥을 굴렀다.

“누나!”

“누나!”

형과 막내가 동시에 외쳤다.

“괜찮아!”

몸에 흙과 나뭇잎이 잔뜩 묻은 누나는 다시 벌떡 일어나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 다친 것 같긴 한데, 뒤에 동생들과 부모님이 있는 데다가 위험한 상황이니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겠다.

오른쪽? 왼쪽? 어디로 가야 하지? 이쪽으로 가는 게 맞는 건가?

또 나무가 날아오면 어떻게 하지? 이번엔 잘 피했지만 다음엔 맞으면, 뒤에 있는 가족들이 맞으면 어떻게 하지?

잘 도망치던 누나의 머릿속이 걱정과 고민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내가 앞에 갈게!”

그런 누나의 모습을 알아챈 형이 발을 재게 놀려 누나의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에게 배운 대로, 누나가 했던 것처럼 최대한 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기며 달리기 시작했다. 누나와 막내, 엄마 아빠 늑대는 안심하며 형의 뒤를 쫓아 달렸다.

하지만 역시.

흰색은 너무 눈에 띄었다.

쿵!

하고 이번엔 바위가 날아왔다. 방심하지 않고 있던 누나가 형의 몸을 힘껏 밀어 떨어지는 바위를 피하게 해주었다.

“고마워! 누나!”

“아냐! 넌 길만 찾아!”

“응!”

후욱- 후욱-

앞에는 누나와 형이, 뒤에는 엄마와 아빠가.

가족들의 중앙에서 달리고 있던 막내는 생각했다.

‘……이대론 안 돼.’

누나와 형은 잘하고 있다. 엄마 아빠도 재빠르다.

문제는,

‘나야.’

나만 회색 털이었다면.

온전한 회색늑대였다면.

가족들은, 엄마 아빠와 누나와 형은, 무리의 다른 늑대들처럼 벌써 숲속에 몸을 숨기고 도망치고 있었을 거다.

내가 흰색 털을 가지고 있어서 무리에도 끼지 못하고 적에게 노려지고 있었다.

쿵! 쿵!

오우거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나무와 돌을 던지는 바람에, 막내가족의 달리던 속도가 느려진 탓이었다.

“먼저 가!”

아빠늑대가 몸을 돌리며 외쳤다. 전혀 상대가 안 되겠지만, 잠시라도 오우거를 막을 생각이었다.

“아빠!”

하고 형이 외쳤고, 엄마늑대는 멈출 것 같은 네 다리에 힘을 주며, 아이들을 재촉했다. 여기서 그 누구보다 아빠늑대를 말리고 싶은 것은 엄마늑대일 터였다.

안 돼.

아빠는 안 돼.

우리 가족은 안 돼.

평범한 회색늑대가 아니라면, 평범한 늑대로라도 살고 싶었던 흰색 늑대는,

결심했다.

‘삶의 책’들을 읽고 이 이후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각오했다.

“막내야!”

아직도 이름 지어주지 못한 막내가 몸을 돌려 엄마늑대를 스쳐 지나갔다.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였다.

“막내! 너!”

그리고 잔뜩 긴장하며 오우거를 기다리고 있던 아빠늑대도 스쳐 달려갔다. 경악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막내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흰색 늑대는 오우거 앞에 멈추어 섰다.

눈에 띄던 새하얀 것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오우거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막내가 고개를 들었다.

도망치느라 미처 살펴보지 못했는데, 오우거는 무언가에 베인 듯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엄마아빠가 이야기해 주고 ‘삶의 책’으로 읽었던 ‘인간들의 무기’보다는 다른 몬스터의 날카로운 발톱 자국 같았다. 굳은 피도 있었지만, 아직 흐르는 피도 있었다. 두 개 중 하나의 눈도 다친 것 같았다. 제법 굶은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영역싸움에서 져, 여기까지 내려온 게 아닐까 싶었다.

새하얀 막내는 대지에 굳건히 섰다.

이길 수 있다.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읽은 ‘삶의 책’이 적어, 얻은 능력은 별로 없었지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막내야!”

“괜찮아!”

당장에라도 뒷덜미를 물고 도망치고 싶다는 듯 외치는 아빠늑대에도, 막내는 오우거만 바라보고 섰다.

바람이 불었다.

막내의 새하얀 털들이 살랑거릴 정도의 약한 바람이.

[바람정령의 봄바람(하급)이 발동됩니다.]

[엘프의 기초호흡이 발동됩니다.]

하지만 그 약한 바람들에 또 하나의 힘이 더해지고, 조금 더 강력해진 봄바람이 한곳으로 집중되자 아주 강한 바람이 되었다.

날카로운 바람이 오우거의 목덜미를 스쳤다.

초록색 피가 터져 나왔다.

우어어어!!!

조그맣고 약한 먹이라고 가지고 놀며 방심하고 있던 오우거가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영역 다툼에서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하나 남은 눈동자가 살기로 가득 찼다.

그렇게 상처 입은 오우거와 흰색 아기늑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목덜미를 콱! 무는 거야.

막내는 엄마늑대의 말을 기억한다.

못 움직이게 다리도 공격해야지!

막내는 아빠늑대의 말을 기억한다.

누나 공격!

우아아앙!

누나, 형과 함께 사냥놀이를 한 것을 기억한다.

늑대의 발톱 같은 바람들이 오우거의 급소로 날아갔다.

머리, 눈, 목, 손목, 발목.

막내는 어디 하나 놓치지 않고 노렸다.

바람이다.

막을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질긴 가죽 덕분에 처음에는 생채기가 나는 정도였지만, 점점 커지는 공격들에 오우거는 날뛰며 새하얀 것을 공격했다. 하지만 어찌나 재빠른지, 새하얀 늑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공격을 맞지 않았다.

결국.

쿠우웅!

커다란 소리와 함께 오우거가 쓰러졌다.

하악- 하악-

작은 몸의 깃들어 있던 선기와 체력을 모두 써버린 막내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이겼다.

이겼어!

막내가 기쁜 얼굴로 가족들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가족뿐만이 아니라, 대장늑대를 포함해 몇몇 회색늑대들도 있었다. 몇몇은 겁을 먹은 듯 꼬리를 말고 있었다. 누나와 형도, 엄마와 아빠도 놀란 표정이었다.

오우거와 막내의 전투로 초토화된 곳과 나무들이 울창한 곳.

막내가 서 있는 공간과 회색늑대들이 서 있는 공간.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동물일 뿐인 회색늑대들이 이질적인 흰색늑대 막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

하악- 하악- 하아- 하…….

막내의 숨이 진정되는 소리만이 숲을 울렸다.

각오,

했다.

막내는 마지막으로 누나와 형,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막내는 터벅- 앞발을 옮겼다.

가족이, 회색늑대들이 있는 쪽이 아니라 그 반대쪽이었다.

“! 막내야!”

“어디가!”

정신을 차린 가족이 외쳤다.

하지만 막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터벅터벅- 작은 발을 옮겼다.

가족들은 자신보다 무리와 함께 있는 편이 안전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막내야!”

뒤에서 가족들이 쫓아오려고 하자, 막내는 고개를 들어 목을 울렸다.

아우우우-

너무나 이른 ‘독립’의 하울링이었다.

* * *

‘그게 몇 년 전이더라.’

흰 늑대는 뒷발로 몸을 긁으며 생각했다.

회색늑대 영역을 피해,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니 어느새 몬스터들이 사는 구역에 영역을 만들게 된 흰 늑대였다.

이제는 막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덩치도 커졌다. 아기 때 엄청 크고 멋있어 보이던 대장늑대보다도 두 배쯤 커진 것 같았다. 몬스터를 먹이로 삼아서 그런 것인지, ‘생의 도서관’에서 얻은 능력들 때문인지, 선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수명도 꽤 는 것 같은데…….”

이젠 늑대가 아니라 몬스터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뭐, 그런 정의를 내리는 건 인간들이나 인외종족들이고.

자신이 몬스터든 동물이든 상관없는 흰 늑대는 크게 하품을 하며 푹신한 풀 위에 드러누웠다. ‘생의 도서관’에서 얻은 지식과 능력을 여기저기 써먹고 있는 흰 늑대였다.

흰 늑대의 집은 커다란 나무의 구멍이었다.

어쩌면 비 오던 그 날,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이 남아 있어서 이곳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여튼.

흰 늑대는 이곳에서 먹고 놀고 자고, 영역을 살피며 지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햇빛 냄새가 나는 마른 풀 위에 엎어져 늘어지게 자고 있던 그때.

* * *

아주아주 작은, 어떻게 들렸는지도 모르는 소리에, 누워 있던 흰 늑대의 귀가 꿈틀 움직였다. 흰 늑대는 무시했다. 이곳이 자신의 영역이긴 하지만 다른 존재들도 많이 살았다. 자신이 먹을 녀석들도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오늘은 멧돼지를 먹을까.’

정확히는 멧돼지를 닮은 몬스터인데 이름은 모른다. 뭐, 멧돼지를 닮았으니 멧돼지라고 하자.

-나!

다시 한번 그 작은 소리가 들렸다.

흰 늑대의 두 귀가 동시에 꿈틀댔다. 무시하고 싶은데, 어쩐지 귀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누나!

으어엉 우는, 어린 목소리가 다시, 확실히 들려왔다.

‘……젠장!’

왜 하필 누나인가!

왜 하필 남매인가!

막내, 아니, 흰 늑대는 햇빛 냄새가 나는 마른 풀 위에서 벌떡 일어나, 울음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오우거와의 전투 이후 자주 사용하게 된 바람을 이용해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으어엉! 누나아! 일어나아!”

죽은 어미여우와 죽어가는 새끼여우, 그리고 울고 있는 새끼여우가 있었다.

울고 있는 새끼여우는 색색- 눈을 감고 힘겹게 숨만 쉬고 있는 누나를 깨우기 위해 계속 몸을 치대고, 상처를 핥고 있었다.

“……그러다 죽는다.”

낯설고 낮은 울음소리에, 울고 있던 새끼여우가 펄쩍 뛰었다. 그리고 벌벌 떨며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주아주 거대한 늑대가 있었다. 털도 마치, 길쭉하고 날카로운 송곳니처럼 새하얘서 저절로 꼬리가 가랑이 사이로 말려 들어왔다.

하지만 겁먹을 때가 아니었다.

“……오지 마아!”

동생여우가 누나를 몸으로 가리며, 온몸의 털을 바짝 세웠다.

‘내 발만 한가. 아니, 그것보다 작나?’

동생여우는 눈물이 가득한, 겁먹은 눈동자로 필사적으로 경계하고 있는데, 흰 늑대는 태평하게 새끼여우의 크기나 재고 있었다.

“흥!”

흰 늑대의 콧바람에 새끼여우가 데굴데굴 굴렀다. 그 탓에 잠시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던 새끼여우는 곧 정신을 차렸다. ……강해. 너무 강해.

“엄마아아! 누나아아!”

나 무서워! 으어어엉!

새끼여우는 울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참내.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다.

누나랑 형이었으면 꺄하하핳 웃었을 텐데.

저도 모르게 생각을 뻗어 나가던 흰 늑대는 얼른 고개를 젓고는 숨이 꺼질 것 같은 누나여우에게로 향했다. 그 상태에서도 동생여우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누나여우는 앞발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그에 오우거에게서 도망치던 누나와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건지…….’

후우-

한숨을 쉰 흰 늑대가 누나여우의 머리를 핥았다.

“우리 누나 잡아먹지 마아!”

커다란 입에, 그 입안에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들에 동생여우는 기겁할 듯 울면서도 흰 늑대의 털을 물고 잡아당겼다. 아프지도 않다.

그래도 누나를 구하려는 노력은 가상해, 흰 늑대는 치유력을 좀 더 불어넣어 주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멈출 것만 같았던 누나여우는 이내 모든 상처가 치유된 듯 제대로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렸다.

“하오. 괜찮아?”

“누나!”

으아아앙!

정신을 차린 누나여우에 하오라고 불린 동생여우는 흰 늑대를 물고 있던 건 잊어버리고 얼른 누나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울면서 자기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던 흰 늑대는 다시 흥, 하고 콧숨을 내쉬고는 땅을 팠다.

동물이나 몬스터들에게 무덤이라는 개념은 없지만, 죽은 어미여우를 이대로 두는 건 영 내키지가 않았다.

커다란 발로 한번 깊게 휘저으니, 단번에 어미여우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 파였다.

“저기. 동생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

제법 배짱이 있는 누나여우다.

‘……우리 누나 닮았네.’

흰 늑대가 갑자기 바닥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를 박았다. 그런 흰 늑대의 모습에 두 새끼여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왜 자꾸 생각이 나는 거냐고!’

고개를 휘휘 저은 흰 늑대가 죽은 어미여우를 콧등으로 밀어 구멍에 집어넣었다. 누나여우가 침착하게 물었다.

“뭐 하시는 거예요?”

“그냥 놔두면 다른 동물들이 와서 먹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묻어두면 너희가 언제든 와서 볼 수 있을 거다.”

“아!”

찾기 쉽게 동그랗게 만들어진 엄마의 무덤을 바라보며 두 새끼여우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엄마아…….”

동생여우는 물론이고, 제법 어른스러웠던 누나여우까지 무덤만 바라보았다.

그런 새끼여우들을 보며 흰 늑대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누나여우를 살려주고, 어미의 무덤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충분히 할 만큼 했다.

약육강식의 세계.

앞으로 살아남는 건 저 새끼여우들의 몫에 달렸…….

‘는데…….’

“왜 따라오는 거냐?”

어느새 어미의 무덤 앞에서 벗어난 두 새끼여우가 종종걸음으로 흰 늑대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갈 곳이 없어요!”

누나여우가 아주 당당하게 외쳤다. 동생여우도 팔팔한 누나의 모습에 기운이 난 듯 씩씩하게 따라 말했다.

“없어요!”

“살려주세요!”

“주세요!”

간절한 새끼여우들의 눈빛에도 흰 늑대는 흥, 콧바람을 내쉬며 큼직하게 걸음을 옮겼다.

“너희끼리 알아서 살아.”

그 뒤를 조그마한 새끼여우들이 달리듯 따라왔다.

“제 이름은 피네예요!”

“전 하오고요!”

“저흰 붉은여우예요!”

흰 늑대가 자신들을 먹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차렸는지 아주 대놓고 떠들어대는 붉은여우 남매였다.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뭐예요?”

조용하던 흰 늑대의 삶이 조금이나마 시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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