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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88화 (78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88화

그렇게 애정이 듬뿍 담긴 잔소리를 끝내고, 서준이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1팀 직원이 한 명쯤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에 최태우가 답했다.

“내가 괜찮다고 했어. 그리고 조금 전에 뉴스가 떴거든. 그래서 지금 회사에 있을 거야.”

“아, 뉴스 떴어요?”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다호는 벌써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꺼내고, 다른 한 손으로는 TV를 켜 뉴스채널을 찾는 중이었다.

“응. 영상은 너튜브에 먼저 올라왔는데, 이지석 배우 팬이 이지석 배우를 발견한 모양이더라. 누가 명진아트홀에서 이지석 배우를 본 걸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거든.”

“그 모습이랑 소주트럭 사고에서의 옷차림이 똑같으니 찾기 쉬웠겠군요.”

안다호의 말에 최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목격담 사진에 서준이도 있어서, 서준이랑 같이 있던 것도 알려졌습니다.”

이지석 배우의 옆에 누군가 앉아 있으니 관심을 뒀을 터였다. 그리고 그 관심이 끈질기게, 계속 이어졌다면, 아무리 서준이 일코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들킬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철저히 숨길 일도 아니고.’

그렇게 서준과 이지석이 함께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 한바탕 난리가 나고,

-이지석, 이서준. 김종호 연극 보러 온 듯.(사진)

=네 친구냐? 말이 짧네?

=뭐. 어쩌라고.

=사진 몰카 아님? 내려.

=연예인인데 뭘.

=촬영 때문에 간 거 아니잖음.

-근데 이서준 목격담이라니;;; 어떻게 찾았냨ㅋ

=진짜 어떻게 찾은 거야ㅋㅋ ㅈㄴ신기하네.

=긴가민가해서 연극하는 내내 보고 있었음.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긴 했음. 사진은 인터미션 때 찍음.

그 게시글과 소주트럭 사고 영상을 본 이지석의 팬이 두 개를 연관 지은 것이었다.

-(소주병을 치우고 있는 사람들 사진 속 동그라미가 표시된 사람) 이 사람 지석오빠 아님?

=? 갑자기요?

=아니, 극장 목격담에 나온 옷차림이랑 똑같음. 코트에 바지에, 색도 똑같고.

=오? 그러고 보니 뒷모습이 우리 배우님이네!?!

-근데 같이 차에서 내린 사람은 누구야?

=애인 아님?

=워…… 근데 애인 있을 나이이긴 함.

=그건 그럼222

-남자인 것 같은데?

=아까 극장 목격담에서 이서준이랑 같이 있었다더니, 이서준 아니야?

=헐???

=그러고 보니 이서준 사진이랑 옷차림이 같음!!

=차가 가는 곳도 명진아트홀 쪽 아님? 김종호 배우가 연극한다던!

=맞는 것 같은데!?

=미친ㅋㅋ 이렇게 발견한다고??ㅋㅋ

-서준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구나……

=그러니까. 집이랑 회사에 박혀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어.

=22 그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

-둘 다 소주트럭 쏟아지자마자 내리는 거 존멋ㅠㅠ

=진짜 고민도 안하고 내린 듯.

=하지만 모자와 마스크는 빠지지 않는.

-근데 우리 서준이는 또 뉴스에 나오네……?

=게다가 이번에도 운전석에서 내리는 것 같은데……?

=어째 운전만 했다 하면 뉴스에 나오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생각함?

=ㄴㄴ 나도 그렇게 생각함ㅋㅋㅋ

-사고 안치고도 뉴스에 자주 나오는 배우: 이서준

=ㅋㅋㅋㅋㅋ

“처음에는 간단히 미담으로 내보내던 뉴스들도, 서준이랑 이지석 배우가 연관돼 있다는 걸 알자마자 계속 뉴스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최태우의 말 그대로, 방금 막 켠 뉴스채널인데도 불구하고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소주트럭 사고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이 이지석 배우이고, 이 사람이 이서준 배우입니다. 두 배우는 오늘 명진아트홀에서 공연하는 김종호 배우의 연극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은 물론이고, 도로 CCTV 영상으로 소주트럭이 쓰러질 때부터 소주병을 모두 치우고, 서준이 운전하는 차가 떠날 때까지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기사도 많이 났네요.”

안다호가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1팀이 열심히 일해주고 있는 모양인지 신경 써야 할 만한 기사는 없었다. 나쁜 일에 관련된 게 아니기도 하고.

“그럼 이제,”

안다호가 휴대폰 화면을 껐다.

“퇴원할까요? 아무래도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저 조금 전까지 링거 맞고 푹 자서 괜찮습니다.”

최태우의 말에 안다호와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저녁 먹읍시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태우 형?”

웃고 있지만, 압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

똑 닮은 배우와 전前 매니저였다.

* * *

“서준이 오늘 회사 온다고 했지?”

“어.”

블루문의 박이든과 정은성이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코코아엔터 8층 배우들의 연습실로 향했다.

서준이 출몰(?)할 확률이 높은 곳은 안 이사님 사무실과 배우팀 연습실이었는데, 아무리 아무 생각 없는 박이든과 정은성이라고 해도, 안 이사님 사무실에 갈 용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

서준 때문에 가수팀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많이 배우팀이 사용하는 층(8, 9층)에 들락날락거리는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배우들이 반겨주었다.

“서준이는 연습실에 있어요?”

“아니, 아까 잠시 들렀다가 바로 내려가던데?”

“그래요? 아,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우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들고 있던 비닐봉자 안에 든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나 보다.

11월이지만 이냉치냉이라고 했던가. 추울 때 먹는 아이스크림도 별미였다. 그리고 코코아엔터의 실내 온도가 적당하기도 했고.

부스럭거리며 앉아 있던 세 배우가 아이스크림을 고르자, 박이든과 정은성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7층은 홍보팀이나 경영관리팀 등이 있는 사무실 층이었다.

“서준이? 아까 잠시 왔다가 내려가던데?”

“그래요?”

홍보팀 직원의 말에, 아이스크림을 건네주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박이든과 정은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자식 층마다 전부 들르는 거 아니야?”

“이거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이 부족하겠는데…….”

꽤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서준이 층마다 들른 거면 아이스크림이 부족할지도 몰랐다.

“이서준 배우님이요? 아까 잠시 들렀다가 내려갔어요.”

“이서준 배우? 조금 전에 내려가는 것 같던데?”

6층 식당을 지나, 두 사람이 소속된 가수팀 구역인 5층부터도, 박이든과 정은성은 서준이 잠시 들렀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서준이 뭐 하는 거지?”

“그러게.”

진짜 코코아엔터 층마다 다 들른 것 같았다.

그것도 두 사람과 간발의 차로.

“이러다 지하까지 가겠는데.”

“집에 간 거 아니야?”

다행히 지하주차장까지 가기 전.

박은성과 정이든은 가수팀 3층 연습실의 미니휴게실에서 서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태우 형! 진짜 걱정했어요!”

“맞아요오. 얼마나 걱정했는데…… 흐윽.”

“막내는 펑펑 울기까지 했다니까요!”

“안 울었어요…… 흐윽.”

“지금도 울잖아!”

“전 회사에서도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몇 번 쓰러졌잖아요. 이제는 안 그러는가 싶었는데…….”

서준의 매니저 최태우를 둘러싸고 참새 떼처럼 짹짹거리는 버밀리온 네 명(전 회사에서 최태우가 케어하던 아이들)과 네 명만큼 친하진 않지만 꽤 자주 만난 최태우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마디씩 거드는 나머지 세 멤버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당황하는 자신의 매니저의 구조신호도 못 본 체하며, ‘옳지, 잘한다.’라는 표정으로 짹짹거리는 버밀리온 멤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서준까지.

엉망진창도 이런 엉망진창이 없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이고는 조용히 서준의 옆으로 가서 앉는 박이든과 정은성이었다.

“아이스크림 드실?”

“응.”

그렇게 세계적인 슈퍼스타와 두 선배님이 소파에 앉아 쭈쭈바를 먹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버밀리온은 열심히 걱정이 섞인 잔소리를 이어나갔다.

서준이 초코맛 쭈쭈바의 꼭지를 따서 입에 물었다. 박이든과 정은성도 마찬가지로 쭈쭈바의 꽁다리를 우물우물 먹었다.

이런 모습만 보면 아무도 나란히 앉은 세 사람이 ‘배우 이서준’과 ‘블루문’이라는 것을 모를 것 같았다.

“근데 무슨 일이야?”

“태우 형이 쓰러졌다고 해서 괜찮은가 보러 왔지.”

음.

박이든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누군가 쓰러진 게 처음이다 보니,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난 것 같았다.

“괜찮대. 나흘 휴가받아서 푹 쉬기도 했고. 뭐, 지금은 애들 잔소리에 태우 형 영혼이 날아갈 것 같지만.”

서준의 말에 박이든과 정은성이 키득키득 웃었다.

“근데 너 오늘 하루종일 회사를 왜 그렇게 돌아다닌 거야?”

“맞아. 우리 너 찾느라 8층부터 한 층마다 내림.”

“아.”

두 사람의 말에 쭈쭈바를 입에 물고 조물조물대고 있던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그건 태우 형의 일을 겪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지만, 코코아엔터 사람들의 정신적인 피로를 감소시킬 능력을 층마다 새기고 다녀서 그렇다. 10층부터 지하층까지 말이다.

조금 전에 3층에 능력을 새겼고, 아직 2층과 1층, 지하층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말 못 하지.’

그래서 서준이 둘러댔다.

“영감 좀 얻으려고?”

“영감?”

“응. 스트레스나 정신적 피로가 쌓였을 때 들으면 좋은 곡을 하나 만들어 볼까 싶어서.”

말하다 보니,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았다.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건 코코아엔터 사람들만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아하.”

박이든과 정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가 쓰러졌다고 관련 음악을 만드는 스케일이라니…….”

“보통 사람들은 못 따라가는 스케일이네.”

서준이라서 납득했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게 뭔 소리야?’라고 되물었을 거다.

“근데 그런 곡이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져?”

박이든의 물음에 서준이 말했다.

“치료용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잖아. 차분하고 명상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만들면 괜찮을 것 같지 않아?”

♬-♩-♪-

초코맛 쭈쭈바를 입에 문 서준의 머릿속에 음표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 음표들이 모여 멜로디를 이루고, 기다란 선율로 이어졌다.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준이 네가 만드는 곡이면 괜찮을 것 같네.”

“곡 나오면 들려줘.”

“그래.”

얼마 후, 스트레스 해소용과 명상곡으로 유명해질 연주곡, [자연으로]가 쭈쭈바를 먹으면서 탄생했다는 건 아무도 모를 터였다.

“앗!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쭈쭈바를 다 먹어갈 때쯤, 잔소리를 끝낸 버밀리온 멤버들이 뒤를 돌아봤다가, 서준과 박이든, 정은성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래도 참새떼처럼 파드득 날아가지는 않는 아이들을 보며 서준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선배님!”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넵! 서준이 형!”

데뷔한 지 이제 9개월.

기합이 바짝 들어간 버밀리온의 모습에 서준과 두 사람은 미소를 짓고 말았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고 생각하며.

“다들 잘 지냈어?”

“넵!”

“쉐앤나 엄청 재미있었습니다!”

“5번이나 봤어요!”

“오. 고마워.”

한창 바쁠 땐데 5번이나 봤다니, 참 고마웠다.

뭐라도 줄 게 없을까, 하던 서준이 검은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헉! 서준이 형이 아이스크림을 준대!

버밀리온 멤버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반짝였다. ‘이서준 실드’로 1층 카페에서도 얻어먹고는 하지만, 직접 받는 건 느낌이 달랐다.

“감사합니다! 서준이 형!”

“잘 먹겠습니다!”

마치 왕에게서 보검을 하사받는 기분으로, 버밀리온 멤버들은 손 위로 얹어지는 아이스크림을 바라보았다. 서준이 형은 상냥하게도 ‘뭐 먹을래?’ 하고 선택권까지 주셨다.

그때,

“그거 우리가 사 온 건데.”

“맞아. 우리 돈으로 사 온 건데 왜 네가 생색내!”

허어억!

정은성과 박이든의 말에 신나게 아이스크림을 뜯던 버밀리온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서준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너희 게 내 거고 내 게,”

“우리 거라고?”

“내 거지.”

“야!”

“맞는 말이네. 서준이가 코코아엔터 최대투자자잖아.”

“은성이 너 내 편 아니었어?!”

왁왁대는 박이든과 웃음을 터뜨리는 서준, 그리고 회사의 실세인 서준을 거드는 정은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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