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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86화 (78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86화

-네? 뉴스요?

대뜸 ‘나 뉴스에 나올지도 몰라.’ 하고 말하는 이지석에, 윤성오가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서준이 소리를 죽이고 웃었다.

“응. 뉴스.”

하고 장난스럽게 강조하는 지석이 형의 모습을 보면 일부러 뉴스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 같았다.

-어, 잠깐, 잠깐만요.

폭탄인지 모를 무언가를 던진 내 배우의 말에, 매니저 윤성오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이 휴대폰 너머까지 느껴졌다.

‘서준이보다는 덜 하지만 연기에 미친 이 형이 사고 칠 일은 없고. 그동안 사고 친 적도 없고. 다른 정보들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하고 말이다.

그러던 중 윤성오는 이지석이 현재 어디 있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아니, 근데 형 지금 서준이랑 같이 종호 형님 연극 보러 가는 길 아니었어요?

약속 시간이 되자마자 미리 선물로 준비해 둔 비싼 와인까지 챙겨서 서준의 집으로 향했던 이지석이 아니었던가. 근데 뉴스에 나온다고?

-그럼 서준이도 엮인 거예요?

“그렇지?”

“네. 저도 여기 있어요.”

휴대폰 건너에서 들려오는 장난기 가득한 이지석과 밝은 서준의 목소리에, 뉴스라는 단어가 언급되자마자 회사 내에서도 아무도 없는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전화를 받던 윤성오가 이마를 짚었다.

다행히도 나쁜 일은 아닌가 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성오는 휴대폰 건너에서 들려오는 이지석의 웃음소리에 발끈했다.

‘이놈의 형이……!’

자신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는데, 즐거워하고 있다니.

-지석이 형!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으하하하!

소리를 지르는 윤성오에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이지석과 서준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이지석에게 이야기를 들은 윤성오는 다시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일은커녕 좋은 일이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소주병이 깨졌으면 유리조각이 많았을 텐데.

“어, 괜찮아.”

“저도 괜찮아요.”

상처 하나 없이 아주 말끔한 손을 보며 이지석이 말했다.

“어쩐지 아침부터 거슬리던 거스러미도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이지석의 혼잣말에, 능력을 사용한 서준이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웃음을 삼켰다.

배우들의 몸 상태부터 체크한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마스크랑 모자를 쓰고 있었으면, 누가 알아보기 전까지는 우리 쪽에서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먼저 기사 내면서 생색내면 멋이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이지석과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아엔터도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서준아?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태우 형한테 전달해 둘게요.”

-다른 계획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주고. 두 사람 다 고생했어요.

윤성오의 말에 서준과 이지석이 히죽히죽 웃었다.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뻤다.

-근데 서준이는 운전만 하면 뉴스에 나오네요.

……!

윤성오의 말에 서준과 이지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네?”

이지석이 기억을 더듬었다.

“운전면허 시험 쳤을 때도 뉴스에 나왔었지.”

-화 촬영할 때도 서준이가 운전하던 때였잖아요. 그 터널 사고 직전에.

“이번 일도 서준이가 운전하는 중에 생겼고.”

-뉴스는 아니지만 숲속의 병아리반 촬영 때도 직접 운전했었다며?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와 매니저라서 그런가. 아주 단합이 잘 되어 있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이지석의 눈빛에 서준이 얼른 입을 열었다.

“다른 날도 운전 꽤 했어요.”

운전 면허를 따고 얼마나 운전을 했는데.

그중 겨우 세 번, 뉴스에 나온 것뿐이었다.

“우연이에요. 우연.”

“난 한 번도 운전할 때 뉴스에 나온 적 없어, 서준아. 종호 형이랑 도훈이랑 다진이도 그렇고.”

……그건 그렇지.

서준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삐죽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푸하하하.

조용해진 서준에, 이지석과 휴대폰 건너 윤성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전 이만 일 하러 가 볼게요. 형. 서준아.

“그래. 수고해.”

“수고하세요. 성오 형.”

인사는 해야지.

삐죽거리던 서준이 예의 바르게 휴대폰 건너 윤성오에게 인사했다.

윤성오와의 전화가 끝나고.

운전하는 서준을 빤히 바라보던 이지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서준아.”

“네?”

“내가 운전할까?”

“아, 정말 우연이라니까요. 형!”

서준의 반응에 이지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 * *

“과자 먹을래?”

“……네.”

이지석이 뾰로통한 서준에게 과자를 주었다.

기다란 감자맛 막대 과자를 오독오독 씹어먹는 서준을 보며 이지석이 작게 웃었다. 역시 애 달래는 데는 과자가 최고였다.

이지석도 과자 하나를 입에 넣었다. 짭짤한 감자의 맛과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나 진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떠올랐다.

그때 서준은 엔딩 크레딧에 ‘나 진’이라는 이름을 올렸었다.

“나 진이요?”

삐친 게 오래가지 않는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지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나 진이 드디어 할리우드 진출했다고 하던데? 나이트 진 말이야.”

“아.”

눈을 끔벅인 서준이 이내 웃고 말았다.

서준도 그 댓글들을 봤다. ‘나이트 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쏟아지던 이야기들이었다.

-나이트 진이라니. 이거 노린 거 아니냐고ㅋㅋ

=22 보자마자 나 진 떠오름.

=33 이제 나 진이라고 불러달라는 거지ㅋㅋㅋ

-부캐까지 할리우드 진출한 배우.

=한국 영화는 어쩌고 할리우드부터 진출ㅋㅋ

=‘화’ 한국영화잖아.

=그건 독립영화고. 상업영화 말이야.

=22 나 진으로 천만 찍고 할리우드 갈 줄 알았는데, 할리우드부터 가버리넼ㅋ

=나 진 필모: 어린이 연극 ‘봄’>공익 영상 ‘한 걸음’>한예대 입학>독립영화 ‘화’>할리우드 영화 ‘쉐앤나’

=정석 루트타다가 급 할리우드ㅋㅋㅋ

-쉐앤나 엔딩 크레딧에 이서준 이름 올라간 거 보면 ‘나 진’ 필모에서는 빼야 하는 거 아님?

=22 쉐앤나는 포함하면 안 될 듯.

=근데 캐릭터 이름부터가 나이트 진인걸.

=ㄴㄴ그건 캐릭터 이름일 뿐!! 나 진 팬으로서 반대한다!

-다들 이서준 부캐 필모에 진심이네ㅋㅋ

=부캐 키우는 거 너무 재밌음ㅋ

“딱히 생각 안 해봤어요.”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나 진이라는 예명은 다른 배우들에게 영향이 가지 않았으면 해서 만든 거잖아요.”

“그랬지.”

옛날, 어린 서준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 이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진.

어린이 연극 [봄]을 할 당시, ‘이서준’이라는 이름에 가려질 다른 아이들을 위해 만든 예명이었다.

“원래라면 그때 정체를 밝히고 난 다음에 없어질 이름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진 거라서 말이죠.”

딱히 부캐를 키우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공익 영상 [한 걸음]에서는 적은 출연료로 출연하기 위해서, 독립 영화 [화]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고 촬영하기 위해서 사용하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진 이름이었다.

그런 부캐 ‘나 진’이 어느새 본캐 ‘이서준’만큼 유명해지고 말았다.

‘안 유명해지는 게 이상하지만.’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나이트 진도 나와버렸고요.”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알려진 이상 더 사용할 이유는 없겠죠.”

“음. 아쉽네.”

이지석이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슈퍼스타의 부캐라는 설정이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그럼 이제 본캐랑 부캐가 합체하는 건가?”

합체라니.

로봇도 아니고.

이지석의 남다른 단어 선택에 서준이 빵 터졌다.

“아하하. 전 삭제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하도 캐릭터 연쇄삭제범이라는 댓글을 봤더니, 그 단어가 먼저 떠오른 서준이었다.

본캐 서준의 입에서 부캐 ‘나 진’의 삭제 이야기를 들은 이지석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삭제라고 하면 좀 그렇잖아. 그리고 나중에 또 나 진이라는 이름을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으음.

잠시 생각하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진’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검색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제 본캐를 숨기기 위한 이유로는 ‘나 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그럼 합체라고 해요.”

삭제든 합체든.

어떤 단어를 쓰든 상관없었다.

서준이 씨익 웃었다.

“이서준도 나 진도 저니까요.”

이름만 다를 뿐, 두 사람 다 서준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다른 이름을 써도 되지 않을까? 부캐를 하나 더 늘리는 거지!”

“그건 너무 간 게 아닐까요, 형?”

“서준이 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찾는 재미도 있고. 또 갑자기 다른 이름으로 나타나면 사람들이 엄청 놀라지 않을까? 아, 그렇게 되면 서준이 네 팬들은 덕질해야 할 배우가 세 명이야! 라고 할지도 모르겠네.”

킬킬대면서 말하는 이지석에, 어쩐지 새싹들이 그럴 것 같아 서준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명진아트홀.

배우 김종호 대기실.

똑똑.

노크 소리에 들어오라고 말한 김종호는 대기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고개를 까딱하고는 말했다.

“서준이는?”

“아니, 나는 안 보여?”

“인사했잖아. 그래서 서준이는?”

“고개 까딱이는 게 인사냐고!”

언제나처럼 투닥거리는 김종호와 이지석에, 김종호의 매니저 김성우가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김성우와 인사를 나눈 이지석이 꽃다발과 와인을 건네주고는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회사랑 통화 중이야. 오던 길에 일이 좀 있어서.”

“일? 무슨 일?”

꽃다발보다는 와인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김종호가 고개를 돌렸다. 김성우도 눈을 크게 떴다. 걱정에 물든 눈동자에 이지석이 얼른 손을 내저었다.

이제 종호 형도 나이가 있어서 마음 건강도 조심해야 했다.

김종호가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안 늙었다며 버럭! 소리를 질렀을 생각이었다.

“나쁜 일 아니야. 소주 트럭이 짐을 쏟았는데 그거 치우는 걸 도왔거든. 휴대폰에 찍혀서 나중에 뉴스에 나올지도 몰라서 말이야.”

“아. 그래? 다친 곳은 없고?”

“응. 난…….”

“너 말고 서준이.”

“아, 진짜!”

도대체 나이는 어디로 먹었는지.

킬킬거리는 김종호와 펄떡펄떡 대는 이지석에 김성우는 웃고 말았다.

“종호 삼촌! 연극 축하드려요.”

“고맙다, 서준아. 오는 길에 일이 있었다며? 다치진 않았고?”

코코아엔터와의 통화를 끝냈는지, 서준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종호가 활짝 웃으며 서준을 반겼다. 저와는 전혀 다른 태도에 이지석이 투덜거렸지만, 이내 김종호가 저렇게 자신을 반기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소름 돋아.

“회사에서는 뭐라고 하던?”

“태우 형이 1팀에 말한대요. 성오 형 말대로 정체가 알려지면 기사로 내기로 하고요.”

“그래?”

그렇게 김종호와 이야기를 나누던 서준과 이지석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재미있게 봐, 서준아.”

“네! 완전 집중해서 볼게요!”

“나도 있다니까!”

다시 한번 대기실 가득 웃음소리가 퍼지고.

김종호의 대기실에서 나온 서준과 이지석은 공연장으로 향했다.

무대를 가린 커튼. 하나둘 차기 시작하는 관객석.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팸플릿을 보는 사람들.

연극은 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좋은 것 같다고, 이지석과 함께 초대석에 앉은 서준은 생각했다.

곧 관객석이 모두 차고, 연극이 시작되었다.

직접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걸 보는 것도 좋아하는 서준은 금세 정신없이 연극에 빠져들었다.

* * *

“완전 최고였어요! 역시 종호 삼촌!”

흥분한 얼굴로 다다다 칭찬을 쏟아내는 서준에 김종호가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크흠 헛기침을 했다.

그저 말뿐인 칭찬이 아니라, 어떤 장면에서 어떤 연기가 좋았다, 특히 이 장면이 인상 깊었다, 하고 말하니, 어떻게 배우로서 안 좋아할 수가 있나.

김종호와 이지석, 그리고 매니저 김성우까지 흐뭇하게 웃으며 서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배우분들도 엄청 좋았어요!”

서준의 말에 김종호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서준아. 이다음에 스케줄 있어?”

“스케줄이요? 아니요?”

“그럼 괜찮으면 같이 저녁 먹으러 갈래? 조금 전에 시간 되는 배우들끼리 모이기로 했거든.”

오!

배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서준이 눈을 빛냈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한 김종호은 이렇게 때때로 서준과 다른 배우들이 만나게 해주고는 했다. 이지석도 마찬가지였다.

“소영이처럼 네가 아는 배우들도 있을 거고 아마 처음 만나는 배우들도 있을 거야. 전부터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오늘 이렇게 시간이 됐네.”

김종호의 말에 신이 난 서준이 막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1팀이었다.

“어?”

1팀에서 먼저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터라 서준은 조금 놀란 얼굴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뉴스 때문 아니야?”

“아, 그런가 봐요. 여보세요?”

이지석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태우 형이 쓰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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